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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 님의 서재입니다.

원 나라 지옥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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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
작품등록일 :
2022.05.11 13:56
최근연재일 :
2022.05.19 12:2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70
추천수 :
27
글자수 :
46,761

작성
22.05.11 15:27
조회
38
추천
1
글자
11쪽

1> 전생기억 각성자. (2)

DUMMY

게임을 켰으면 엔딩까지 가야지. 그게 바람직한 게이머로서의 삶이 아니겠는가.


“난 게이머도 뭣도 아니지만.”


갑자기 씁쓰레한 신물이 올라올 것 같았다. 왜 나는 쓰레기 게이머의 전생인 거냐고. 남들 전생은 알라의 칼, 산을 뽑아내는 자, 대왕인데 왜 나는······고독사 쓰레기인 거야! 왜. 왜!


“내 분노로 죽어라!”


나는 적을 공격했다. 아군을 동원해서.

모니터 속 붉은색의 도트는 외세를 공격하는 프로그래머였다. 그들은 가까운 적이 보이면 공격을 해댔지만 내 지휘 하에 조금 더 명확히 적을 찾고 화력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 일부 놓친 적은 데이터를 보호하는 푸른색의 도트에게 들이박았지만, 이 또한 잘 방어해냈다. 방어하는 푸른색 도트 또한 데이터 이전 작업에 매달린 프로그래머였다. 저들 푸른색 중에 데이지도 있을 것이었다.


나는 나 혼자서 무쌍을 찍는 게 아니라 방어하는 붉은 세력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지휘해야했다.


이제 도트 게임도 아니고 슈팅 게임도 아니었다.

전략 게임. 그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적의 시체 중에서 쓸모 있는 조각을 수집했다. 조각은 대체로 의미 없는 쓰레기 파일에 지나지 않았지만, 쓰레기파일을 엮어 압축시키니 방어벽의 역할을 해냈다. 또한 적의 공격을 받아냈다가 적의 데이터가 나오자 적이 주저하며 공격하지 않는, 아군오사를 피하기 위한 동작도 연출했다.


“어렵다, 어려워.”


어느새 슈팅 게임은 전략 시뮬레이션이 되어버렸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지만 버틸 만한 수준이었기에 집어던지진 않았다.


내가 너무 잘 싸웠기 때문일까. 그냥 무작정 나타나 공격해대던 적의 움직임이 변했다.


약 10초 정도, 적의 공격이 일제히 멎었고 가까워지는 기색도 없었다. 환호하는 이들을 조용히 시킨 후 앞으로 있을 공격을 대비했다.


“아, 제길.”


역시.

적은 내가 만들어낸 방어체계를 보고 그들끼리 뭉쳐 거대한 데이터가 되었다. 공격 좀 맞는다고 부서지지 않는, 마치 알아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운석이라도 되는 것마냥. 그들 일부를 희생하고, 또는 우리의 방어체계를 본따 외장을 둘러 몹시 딴딴하고 거대한 데이터가 되어 아군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왔다.


이거 곤란한데.

우리는 저들을 깎아갈 수는 있지만 한 번에 제거할 화력은 부족하다. 적이 닥쳐오는 게 먼 거리도 아니기에 지금 화력을 집중할 시간을 벌 수도 없고.


“음, 너무 늦었나. 아니, 대책은 있지만.”


대책은 있지만 게임 상에서 가능할 것 같진 않은데. 아, 이판 졌네.

혀를 내두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헬멧에서 소리가 들렸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요청하라.


응? 데이지 목소리가 아닌데? 난 데이지를 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으음, 음.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여기서 게임 포기하는 건 좀 찝찝했다. 일단 말이라도 해볼까.


“요청하면 들어주나요?”


-되도록이면.


“어, 이거 게임 맞나요?”


도중에 난이도가 높아지고 너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이뤄지면서 데이지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게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가공의 상황이다.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바로 전달하고 있는 거지만.


“맙소사.”


경악하는 것도 잠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전쟁이 패배에 몰리면, 우리는 중요한 파일을 손실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 연결된 선까지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적은 인류가 쌓아올린 과학문명을 흡수하려고 작정한 외세니까.


생각해라.

판단해라.

그리고 결정해라.

빠르게. 되도록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적은 이 인터넷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적대적 기능을 가진 데이터로 존재한다. 이 데이터는 각자 크기가 있고 기능이 있다. 이들이 압축된 형태로 모인 것이 현재의 적, 운석이다.


우리는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 전송하는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 300명의 프로그래머가 공격과 방어를 맡아 적에 대응했다. 나는 301번째 프로그래머로서, 그리고 유일한 외부인으로서 프로그래머들을 지휘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커다랗게 뭉쳐진 저 데이터를 흐트러뜨리면 된다.


모니터 속 하얀색 캐릭터가 ‘나’였다.

어느새 모니터 속 그래픽은 크게 발전하여 하얀색 도트에 지나지 않았던 나를 미래의 우주선처럼 만들었다. 우주선에 모여드는 붉은색의 프로그래머. 나는 이 프로그래머들을 동원하여 적이 올 길목 앞을 공격했다.


이곳은 현재 데이터가 오가는 전선 한 공간. 데이터로 이루어진 가공의 세계.

이곳 한 가운데에 구멍을 뚫는다.


배드 섹터를 만든다.

현실세계라면 핵피폭지 같은.

결코 쓸 수 없게 되는 그런 상황. 그런 현상.

프로그래머라면 기겁할 일이지만, 내가 그리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움직이는 노트에 깊은 상처를 냈다. 쓰레기 데이터를 심고 폭발하고, 복제하고 일그러뜨리는 과정에서 세로로 이어지는 네 칸의 배드 섹터를 만들어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이 짓을 하면 이 선은 처음부터······!


“이 수단 밖에 없어요. 에러난 조각을 이곳으로 밀려오는 데이터 조각에 넣는 수밖에 없다고요.”


-하지만 이렇게 노드가 부서지면······!


“전부를 부술 필요 없이 아주 작은 조각 하나면 충분하거든요.”


나는 이 데이터 세계에서 거대한 형태로 뭉쳐 닥쳐오는 적의 길목에 커다란 흠집을 냈다. 세계를 기준으로 따지자면 아우터반 도로에 싱크 홀을 뚫어놓은 셈이다.

적은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달려들었다.


질량에 의한 공격으로 달려든 적은 최소한의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에 위치를 알고, 아군을 알고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었겠지만.


운석은 배드 섹터에 진입했다.

데이터가 소멸했다.


단 한 칸, 한 픽셀의 배드 섹터가 운석을 두 동강내고 있었다.

밀려 갈라지고 있었다.


구멍 난 세계로 밀려들어오는 조각. 그것은 배드 섹터 속으로 자연히 빨려들어가고, 데이터 덩어리는 분리되었다. 외벽 안쪽에 숨어있던 부드러운 살덩이가 바깥에 노출되었다.


“이 갈라진 부분을 공격하세요.”


나는 모인 붉은 프로그래머를 이용하여 상처 나고 흠난 곳을 향해 공격을 지시했다.

이미 두꺼운 껍질로 뒤덮였던 덩어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보호되지 못한 데이터는 파괴공격에 산산조각 났다. 부서져간다. 행성을 부수려던 운석의 분열이다.


“하하.”


쓰레기처럼 쏟아지는 적들의 시체.

비처럼 쏟아지는 적의 잔해를 본다.


프로그래머들은 내 막무가내 행동에 어질어질해진 듯 이리저리 비틀리며 흩어졌다. 나는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적의 시체로 만든 장벽 아래서, 시정부의 파일을 옮기는 파란색 프로그래머들이 보였다.


“아, 재미있었다.”


적은 더 이상 나타나지 못했다. 나는 부서져나간 세계의 조각을 표시해두었다. 나중에 여기를 물리적으로 고치면 될 거다. 게임이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한 전쟁이었기에 통할 수 있던 수단이 제법 만족스러웠다.


-이런 식으로 분쟁을 끝낸다고? 지휘도, 군대의 지식도 익히지 않은 자가? 전생기억 각성자이기 때문인가.


“어, 그런데 누구세요?”


-시청의 12급 공무원 켈로다.


“······뎃?”


12급 공무원? 그거 좀 대단한 지위 아냐? 전생기억 각성자의 지식 때문에 조금 혼란하지만 원의 사람인 나는 12급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원에서 공무원은 공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일한다고 되는 것도, 상관에게 잘 보이고 술 잘 마신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공무원의 공무란 공공의 사무. 공공을 위한 도덕이자 의무인 것이다. 모든 면에서 철인에 가까워지면 그제야 급이 오른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생물로서 존경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 12급은 그 지위만으로도 어떤 경험을 쌓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위인인 것이다.


참고로 원의 공무원은 50급부터 시작한다. 10급 내외는 고위공무원. 따흐흑, 전생기억의 쓰레기가 살던 시대의 9급 공무원과 현재의 9급 공무원의 차이란.


-네 도움으로 [에셀링크]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었다. 푸샨의 공무원으로서 감사를 표하지.


“어, 네?”


-외부지원인력 355번 데이지 아락셀에게 요청했던 기능 말이다. 픽셀형태의 그래픽을 덧씌운 가공 상황의 전투. 그것은 시정부의 데이터를 해킹하려는 적 [에셀링크]의 공격이었다.


나는 어렴풋이 12급 공무원이 하는 말을 이해했다.


-[에셀링크]는 불멸의 생명을 가진 정보생명체. 128외세 중 하나. 전기 전자 신호를 매개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보관하는 이들을 공격하여 정보를 빼앗고 성장하는 외세지. 놈들은 언제나 이 같이 데이터 프로그램을 옮기고 복제하는 과정에 간섭한다.


“그건 알지만요.”


에셀링크. 검은 세계에 추락한 문명세력. 그들은 인터넷 워리어라는 표현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검은 세계에 추락한 그들은 처음부터 육체가 없었다. ‘에셀트리’라 불리는 엄청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사람들의 정보를 이식하고, 데이터 전사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외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떼는 기계육체에 의식을 옮겨서 조종했다. 원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와 문명기술은 에셀링크에게 빼앗기고, 빼앗길 위기 속에 있었다.


-놈들의 공격을 군인도, 사령관도 아닌 이가 상대하는 걸 봤다. 이상한 일이지. 정신오염이 된 건가 싶어 외부지원인력을 통해 확인했지. 그랬더니 네가 오늘 전생기억 각성자가 되었다는 걸 알았고 의문은 해소되었다.


“아. 그래서.”


나는 모니터 속 데이터가 옮겨지는 상황을 게임처럼 생각했다. 도트가 움직이는 모습이 어쩐지 간단히 만든 게임처럼 보였고. 그래서 데이지에게 이런 형태를 가진 게임을 만들어주길 바랐다.

데이지는 만들어주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요즘의 프로그래머는 그냥 이 정도는 쉽게 하니까.


허나 데이지가 뇌 일부분을 사용하여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눈치 챈 관리자는 벌점을 주기 위해 찾았고, 현재 데이터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유사한 형태의 가상전쟁을 만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전쟁을 하는 나의 존재도 그때 알았다.


이 모의전을 벌이고 있는 존재는 누구인가.

의문을 느낀 관리자는 다른 프로그래머들도 동원하여 게임을 확장하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시뮬레이트해서 제공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데이지 무리하네, 생각하면서 점차 기능이 확장되는 게임을 즐겼다. 그 게임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에셀링크와의 전쟁을 모방한 대리전이었다. 이에 관리자는 실제 상황을 그대로 재현했고, 내가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현실의 데이터 세상에서 움직였다. 예상대로 나는 승리를 거두었고, 아군 역시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여 에셀링크를 몰아냈다.


시청의 서버에서 하드디스크로 이어지는 길에 배드 섹터가 생기긴 했지만······이 정도 손해 없이 이기겠다는 건 너무 욕심 아니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 데빌혼
    작성일
    22.06.22 19:12
    No. 1

    에셀링크... 뭔가 매트릭스 속 침공을 막아내는 듯한 내용이군요. 가상생명체이고 128외세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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