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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 님의 서재입니다.

원 나라 지옥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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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
작품등록일 :
2022.05.11 13:56
최근연재일 :
2022.05.19 12:2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72
추천수 :
27
글자수 :
46,761

작성
22.05.14 12:13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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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1> 전생기억 각성자. (5)

DUMMY

나는 집으로 돌아가진 못했다.

시청 근처의 아파트 단지에서 머물렀다. 공무원들이 모여 사는 집. 서민들이 사는 조립아파트 비슷했지만 훨씬 컸고 구역도 셋으로 나뉘어 있었다. 데이지가 사는 집은 공간이 한 칸 뿐이었다. 화장실과 욕실 등을 사용하려면 전기세를 내듯 공간세를 내야 했다. 데이지의 집에서는 잠시만 빌리고 다시 돌려놓아야 했는데, 이곳은 그럴 필요 없이 아예 만들어져 있었다.


“크, 이래서 공무원을 해야 하는 건가.”


검은 세계에 떨어져 지구가 평평하게 됐는데도 진리는 변하지 않는구나. 베리타스!

아무렇지도 않게 공무원을 질시하고 있다가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인생은 망한 줄 알았다.


전생기억 각성자가 되었는데 쓸모없는 기억만을 떠올리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쫓겨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데이지와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별을 고하러 왔었다.

그런데 인생이 참 이상하지.


모니터 속 정보가 게임처럼 보여서 게임처럼 썼더니, 어머나 세상에.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고 여기까지 오다니. 쓰레기의 지식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이 세상은 초인과 철인이 통치하는 세상.

인간으로 살기 위해 인간을 저버린 존재들뿐인 세상이다.

12급 공무원 켈로조차 사람이긴 한데 사람의 한계를 여러모로 뛰어넘은 초인이다.

그런데 상층의 인물들은 얼마나 인간을 저버린 존재일까.

그들에게 쓰레기 게이머가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왜 쓰레기 주제에 도움이 돼서 외세를 몰아내는 거야?


“어쩐지 이세계에 온 현대인이 된 기분이야.”


이 현대인은 세상이 모르는 수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세상의 불합리하고 불편한 부분을 바꿔나간다. 그런데 내 지식으로는 그게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끔찍한 느낌이다.


진실을 숨기는 게 아니라 그냥 쓰레기인 채로 살아갈 걸 그랬나? 공무원 아파트는 어쩐지 편안한 장소이지만 잠을 자기 어려웠다.

밤새 잠을 설치다 꿈을 꾸었다.

괴상한······정말 희한한 꿈이었다.


깨고 난 다음날, 나는 이게 축복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축복? 이게 그 축복이라고?

이게······?


*


다음 날.

12급 공무원인 켈로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다.

그는 스무 개가 넘는 전장을 골라서 나에게 넘겨주었다.


이것 중에 하나를 택하라는 건가.

시청 지하에는 수많은 상황을 시뮬레이터하는 시설이 있었다.

선택된 전장을 구현하여 나의 지휘 능력을, 게이머로서의 재능을 뽐내게 하려는 수단처럼 보였다.


나는 어제 자면서 얻은 축복을 말할까 했지만 실력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사실 말로 하긴 좀 이상하기도 했고.

켈로가 상정한 전장은 인류가 맞닥뜨린 적과의 대치였다.


원은 검은 세계에서 가장 약한 세력에 속했다.

위대한 지도자들이 정말 한계까지 쥐어짜내어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을 만들어냈지만 사실 좀 위태위태했다. 그런 전장들. 그런 상황. 일상을 사는 원의 사람은 지도자들을 존중했다. 그들이 인류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 정말 눈물을 줄줄 쏟으면서도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터였다.


인류가 위험한 상황이 스무 개가 넘었다.

외세와 외적과 맞붙는 전장이었다.


내 보잘 것 없는 능력이 최대한 쓰일 수 있는 곳이 이렇게 많은 건가. 아니, 그보다 내가 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전장을 하나하나 탐색하다 이내, 한 개를 선택했다.


켈로는 나를 ‘전술가’와 비슷한 존재로 생각했다. 게임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시대인 만큼 게이머라는 걸 그렇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허나 게이머는 사령관이 되면 안 된다. 게임이잖아. 게임하고 현실하고 얼마나 다른지, 나만은 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나의 전생이 쓰레기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이니그마 일루전]의 시련을 택하고 싶습니다.”


“그게 가장 어려운 전장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네.”


내가 검토한 결과 뽑은 시험 리스트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이니그마 일루전]의 시련으로 보였다. 검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아홉 세력 중 하나. 다음으로 탈출할 기회가 있다면 이들 아홉 중 하나가 탈출하게 될 것이다.


[이니그마 일루전]은 인류가, 원이 가장 혐오하는 적이었다. 사실 [이니그마 일루전]을 좋아하는 외세 따위는 없었지만.


그들은 시련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우월함을 증명하고, 또한 시험한다.

전형적인 잘난체하는 쓰레기.


그들의 시련에 아무도 응하지 않는 건 당연했다. 시련의 보상이라고 내리는 보물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 때도 많고 무승부가 되는 경우도 상당하므로. 그러면 승자가 없다고 해서 보상도 안 준다. 마치 신이라도 되는 것마냥 나대면서 짜디 짠 보상만 내리는 이들을 쓰레기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 단어를 어디에 쓸까.


놈들은 아무도 시련에 응하지 않자 원, 혹은 다른 외세가 아끼는 보물을 훔쳤다. 훔친 보물을 보상으로 내걸었다. 이래도 안 가지고 싶어? 그렇게 비웃는 것처럼. 개새끼들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나는 어린데다 평민이었기 때문에 [이니그마 일루전]을 잘 알지 못했다. 들은 이야기만으로 그런 이미지를 가질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들에 대한 혐오감은 컸다.

놈들에게 빼앗긴 원의 보물은 수없이 많다. 그 보물을 걸고 건 시련 또한 많았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건 해볼 만해요.”


놈들은 [에셀링크]의 보물과 원의 보물을 빼앗아 두 세력에게 시련을 내렸다. 승자가 보물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시련. 이 시련의 전장은 에셀링크의 영역에서, 싸우는 방식은 원에서 결정할 수 있었다.


[에셀링크]는 원이 상대하기 정말 어려운 외세였다.

놈들만 없어도 원이 쌓아온 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전기가 흐르고 작동하는 기계만 있으면 죄다 달라붙어서 빼앗아가 버렸다. 그들 또한 128 외세 중에는 최약체에 해당하지만 원에게는 정말 큰 적으로 여겨졌다.


“이걸 택했다고. 관점이 정말 다르군. 일단 무대를 만들어보지.”


켈로가 곧장 가공의 전장을 만들었다. 에셀링크가 제공한 전장. 수없이 많은 정보가 넘쳐흐르는 인터넷의 바다. 사고회로 300만 개로 이루어진 전장은 두 개의 보물이 있고, 그것을 지키며 빼앗는 경쟁이었다.


약 120개의 가상실험을 한 끝에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은 이 시련을 포기했다. 원이 받아주지 않아 에셀링크는 애가 닳았다. 이건 기권승 아니냐고, [이니그마 일루전]에게 물었고 그들은 답했다.


아닌데? 안 되는데? 이런 승부 인정할 수 없어.


······[이니그마 일루전]이 모두에게 미움 받는 이유였다.

에셀링크의 전장은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할 게임을 닮아 있었다.


이것을 게임으로 비유하면 보물 뺏기 게임.

전장은 그들이 만들었으니 틀은 우리가 잡아나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싸우는 방식은 우리가 선택한다.


내가 바라는 방식은 똑같은 숫자의 자원을 들여서 병종을 선택하고 각기 보물을 지키면서 적의 보물을 빼앗는 변종 타워 디펜스.


보물이 있는 요새, 성채, 혹은 나무에 도달하여 최후까지 장벽을 부수면 승리하는 규칙이다.


에셀링크가 이 전장에서 얼마나 강력한진 알고 있다. 그들은 정보생명체며 우리와는 달리 파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같은 거니까. 컴퓨터 세상에서 그들은 압도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파고 들 틈이 있다.


“지금부터 제가 말하는 무대를 만들어주세요.”


내 제안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짓던 켈로는 이내 사람들을 모아 명령했다.

프로그래머를 불러 내가 원하는 배경을 만들고, 그런 툴을 제작했다. 이 프로그래머 중에 내가 아는 사람도 있을까. 데이지가 열심히 프로그램을 짜고 활용하는 것을 떠올리면서 나 또한 준비를 끝냈다.




나에게는 축복이 있다.

어젯밤 꿈을 통해 얻은 축복이다.

전생기억 각성자가 특별하기에 주어진 특혜. 에너지가 무한한 검은 세계는 각기 떨어진 외세의 영향력을 받는다.


영향력, 혹은 특권. 그렇게 말해도 좋을 것이다.

원은 검은 세계에 떨어진 후 무엇보다 해와 달을 바랐고, 그 바람에 응해 검은 세계에 해와 달이 생겼다.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하는 해와 달 때문에 검은 세계에 떨어진 이후에도 우리는 식물을 배양하고 곡물을 찧고 삶아 밥을 먹는다.


내가 얻은 축복은 다른 외세의 영향력 때문에 얻은 이능력이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어떤 외세는 각성자라고 하는 이들이 이끌었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이전과 달라질 정도로 큰 변화를 겪으면 각성했다고 표현하는데, 이들에게는 세계에서 축복을 내린다.


나는 쓰레기 그 자체인 전생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이 또한 각성자였기에 축복을 얻었다.


<<게임 인생 게임>>.


말놀이처럼 들리지만 진짜 이런 축복이었다.

전생기억은 게임만 하다 죽어버린 쓰레기의 것이었다. 쓰레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허나, 그걸 달리 말하면 게임만을 위해 살았던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어처구니없는 해석이지만 검은 세계에서는 그렇게 판단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영웅이니 위인이니 하는 이들도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나라를 부강하게 한 이들이다. 자신만 승리하고 수많은 패배자를 만들어낸 이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해석에 따라 신도 악마가 되는 법이니.


이 축복의 능력은 이랬다.


‘했던 게임을 구현할 수 있다.’


내가 에셀링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했기에 주어진 축복이었는데, 만든 게임을 하다 지면 축복이 사라진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심각한 제약이 있기에 강한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대가 갖추어진다면 내가 원하는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한 힘.

게임만 하던 인생은 인생을 게임을 위해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전장을 살펴보았다. 켈로에 의해 불려온 프로그래머들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세 시간도 안 되어 대형 온라인 게임을 구현해냈다.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사운드도 없고 그림도, 효과도 제대로 구현되어 있지 않지만 틀만은 분명히 채워졌다. 내가 축복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내 특기를 쓰겠습니다.”


축복이라고 표현하지만, 다른 외세 때문에 얻은 능력을 축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특기, 특수능력,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특수한 능력을 준 건 좋은데 우리한테는 축복 아니거든? 그냥 니네가 필요해서 만든 걸 우리가 얻은 것뿐이야. 뭐, 그런 식이다.


“특기가 생겼군. 원래 있었다면 쫓겨나지 않았을 테니까. 외세와 싸워 승리했기에 주어진 특기인가.”


“어.”


“말하지 않아도 된다. 특기 중에는 무슨 능력인지 말해선 안 된다는 제약도 있으니. 허나 그렇진 않은 것 같군. 승리했기에 주어진 특기는 아마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하게끔 만드는 거겠지.”


켈로는 상황정황만으로 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많은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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