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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연재수 :
1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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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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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7
글자수 :
936,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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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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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꿈을 꾸는 이유 (13)

DUMMY

“나 진짜 꽤 쓸모 있는 놈인데, 연락은 여기로 주고 그럼 잠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남자의 미소가 철없는 사람으로 변한다.


“네가 시킨 일까지 다 했다! 딱 방송국 지나가는데. 와, 여긴 뭐 이리 넓어?”

“왜 왔어.”

“왜 오긴 너 보고 싶어서 왔지?”

“빨리 꺼져, 너네도 빨리 꺼지고.”


새하얀도 다른 멤버들도 대기실 앞에 있지 못하고 자리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문을 닫으면서 가벼워 보이는 남자를 쫓아내니 밀려 우리는 대기실로 향했다.


“연락해!”


하얀은 고개를 까딱이며 대기실 문을 닫았고, 남자는 그런 모습에도 피식 웃었다.


“의심 많은 건 둘 다 똑같네.”


문이 닫힌 대기실을 보던 남자는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돌을 보러온 팬이 실수로 그의 얼굴을 보고 놀라 숨을 참았다.


“혹, 혹시 ‘잠든 밤의 절명’에서 나온 진설 배우 맞으시죠?”

“아, 맞아요. 제 이름은 솔찬이라고 합니다. 다음엔 제 이름으로 기억해주세요.”


배역 이름이 아니라.


쓴 뒷말을 숨기고 웃는 솔찬의 몸에서 풀 냄새와 같은 쑥 향이 올라오자 본능적으로 냄새를 맡았다.


그러자 솔찬이 웃으면서 말하길.


“제가 새로운 작품 하나 들어갔다가 조금 다쳐서 뜸 치료를 받았는데, 냄새가 많이 나나요?”

“헉, 아··· 그게 그냥 냄새가 좀 많이 나서 뭔가 했죠. 하하하···.”

“어깨가 빨리 나아야 할 텐데, 저도 참 어깨가 고질병이네요.”


그의 떨리는 미세하게 어깨를 보는 여자였다.


씁쓸한 얼굴로 어깨를 왼쪽 손으로 주무르며 웃는다.


“금방 나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무대를 보는 솔찬의 눈은 차분한 마음과 같이 가라앉아 있었다.


에르피아 무대에 환호를 지르는 팬과 반대가 되게 오직 새하얀만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뒤에 이가람이 올라갈 때야 자리에서 벗어난다.



* * *



카페의 문이 열리고 구석진 곳에 앉아있는 남자는 커피를 빨대로 마신다.


그런 남자가 있을 곳을 안다는 듯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하아···.”


그곳에 앉아있던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 손을 흔들며 웃는다.


“왔네.”

“네, 왔습니다. 솔찬 씨.”

“난 또 진짜 안 오는 줄 알았잖아. 역시 구미가 당기는 말이었지?”


새하얀은 능청스럽게 말하는 남자를 쳐다보며 눈살 찌푸렸다.


사람이 의도적으로 이렇게 가벼워진 것인지 아니면 진짜 이런 건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분명히.”

“농담도 안 통하네, 역시 선비라니까.”


솔찬은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이제야 말하겠다면서 자세를 고쳐 잡는다.


“나는 걔 옆에서 약쟁이로 몇 년을 지내면서 안 거슬리게. 완벽한 약쟁이로 살아왔거든?”


하얀의 눈을 마주 보는 남자는 아까의 가벼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깎이고 깎였을 뿐, 오래 살아남은 인간의 눈을 하고 있다.


“나는 그 새X가 바닥을 쳤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서 네게 많은 정보를 줄 거고.”


웃음이 새어 나오는지 입꼬리가 씰룩인다.


뛰어넘을 놈이 나왔다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넌 딱 내게 하나만 해주면 돼. 안전함, 그거 딱 하나.”


그의 눈에 분노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는 하얀은 눈을 마주 보며 말한다.


“왜, 그렇게까지 나락으로 보내고 싶으신데요?”

“내가 그 새X 때문에 죽을 뻔했으니까.”


그는 갑자기 겉옷을 벗더니 헐렁한 재질의 티를 의도적으로 입고 온 듯했다.


어깨가 보이게 내린 곳에 보이는 수술로 꿰맨 큰 흉터가 보였다.


그 순간에 내 눈앞에 지직거리는 잔상이 보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심각한 통증과 시스템의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난 고등학생 때, 배우가 되고 싶었고 그 새X가 내 어깨를 찢어놨거든.”


분노어린 목소리와 함께 보이는 지직거리는 잔상이 선명해진다.


눈앞에 보이는 알림창은 처음 보는 알림이었다.


“내 인생을 망쳐놓고 내가 따낸 작품을 뺏어가고 그 뒤로 내 앞길을 막아댔어.”


그의 목소리가 끊겨 들린다.


자꾸만 눈앞에 보이는 이 알림을 당장이라도 치우고 싶었다.


그만 들어야 할 것 같은데, 내 몸에 통제권을 뺏긴 것처럼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새X는 가끔 헛소리하더라. 미래를 안다느니··· 세상이 새하얀으로 돌아가는 것이 역겹다는 말하고.”


말하면서도 표정을 찡그리는 솔찬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너를 죽이겠다고 했어. 그래서 난 네가 필요하고.”


그 말이 진짜라면 너만이 이 이야기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으니.


“그럼 다음 세계는 배우 이가람이 주인공이 될 거라고. 그게 시스템이 건 제안이라나.”


그게 무슨 말이냐며 중얼거리는 솔찬의 얼굴이 흐려지더니 그대로 고개가 고꾸라진다.


겨우 잡아낸 솔찬의 눈은 동그랗게 떠지고 카페의 문에서 딸랑이는 종소리가 들린다.


“무슨, 말을 했는지··· 듣고, 싶은데요.”

“누구···.”

“첸시. 새하얀의 친구··· 입니다.”


정확히는 과거에 친구였었던 첸시였다.



* * *



기사가 터진 오늘 1등을 한 주인공 이가람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딴 기사 때문에 오후 5시부터 매니저란 놈이 벌벌 떨면서 대기실에서 있었던 건지.


별 같잖아서 웃음이 나온다.


“이것 정도는 금방 묻을 수 있잖아. 겨우 신인인데.”


괜히 너무 높게 본 건가 싶어서 피식 입꼬리를 올린다.


“다음부턴 이딴 걸로 나 건드리지 말고 알아서 처리해.”

“알았어, 그럼··· 어디로 갈까?”

“말을 해야 알아?”


입에 담배를 무는 속도가 다급해진다.


이럴 때면 담배가 자꾸 당기는 것이 담배 중독인가 싶을 정도였다.


안정되는 편안함과 동시에 느껴지자 등을 기대어 앉아 매니저에게 말한다.


“그 묻은 새끼 입 다물게 만들어야 할 거 아냐. 걔네 집으로 가야지.”


숨을 내뱉을 때마다 뿜어지는 연기에 질식할 것 같아 창문을 작게 연다.


웃으며 운전대를 부드럽게 돌리는 매니저의 뺨이 진동이라도 오는 것처럼 떨린다.


“그럼 근처에 내려다 주고 기다리면 될까?”

“어, 10분도 안 걸려.”

“그래.”


도착하자마자 내리는 가람을 보며 매니저는 입꼬리를 내리고 모든 창문을 열었다.


잠시 나간 사이에 환기가 필요해서였다.


“담배 냄새가 점점 특이해지는 것 같다니까···.”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가람을 보며 매니저의 고개가 저어진다.


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가는 가람과 문이 열리자마자 누군가 휘청대며 걸어 나온다.


“전창영.”

“왜, 왜 이제야···!!”

“나도 말리고 싶었는데,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었나 봐···.”


언제부터 얼굴이 그렇게 바뀌었는지, 같이 초췌해진 얼굴로 그의 손을 잡는다.


언제든 걱정했던 사람처럼 처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모습이 와닿은 건지 눈물을 글썽이며 더욱 매달린다.


“너 아는 사람 많잖아. 그, 그! 검사도 알고! 너 아는 변호사도 많은데!!”

“뭐, 많긴 하지.”


조금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울고 있느라 가람의 얼굴을 못 보고 말하는 창영이었다.


“네가 조금만 도와주면···.”

“어쩔 수가 없어서 그래, 나도 마약 사건에 들어가면 좀 힘들어서 그래.”

“네가 그래도 돈을 조금만 쓰면···.”


팔을 붙잡는 창영을 보며 벌레 쳐다보는 표정으로 본다.


그 얼굴을 볼 리가 없는 창영이었지만, 이젠 그게 귀찮은 가람이었다.


“··· 내가 노력은 해볼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고맙다. 진짜··· 진짜 고마워.”


영혼이 없다는 걸 모르는 창영은 빛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반짝였다.


“내가 진짜 벗어나면 어떻게든··· 꼭! 갚을게.”

“그래, 성공하면 꼭 갚아.”


도와주지도 않을 거지만, 잘 갚도록 하라며 미소를 짓는다.


빠르게 현관문을 나오는 가람의 표정이 구겨지면서 입고 있던 겉옷을 벗는다.


“야, 나 집으로 가야겠어.”

“그··· 옷은 버릴 거야?”


겉옷을 오자마자 뒤로 집어 던지는 가람의 모습에 매니저가 고개를 돌렸다.


“그 거지 새X가 나한테 콧물 묻힌 걸 입어? 버려.”

“그거 선물 받은 거잖아.”


흘끗거리는 눈으로만 봐도 겉옷이 비싼 거란 걸 알 수 있었다.


비싼 명품이 아니면 죽어도 안 입는 저 성격을 보면 짝퉁은 아닐 테니.


“그렇게 아까우면 빨아서 네가 입던가!”

“진짜 입어도 돼?”

“어, 태워버리기 전에 입 다물고.”


살짝 눈물이 젖은 자국만 빼면 그냥 입어도 되는 정도였다.


정 아니면 팔아도 되고,


“출발 안 해?!”

“어어, 출발해.”


매니저는 아닌 척하며 침착하게 운전하려고 했지만, 운전하는 몸이 자꾸만 들썩였다.



* * *



고소당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기사는 퍼지고 불려나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정말 빌고 빌었지만, 가람이 고용한 변호사는 결국 변호를 포기하고 혐의가 인정되기 직전의 순간에 창영은 울었다.


“저 안 했어요!! 안 했다고요!! 진짜 억울하다고!!”


한국이 마약이 금지인 건 알았지만, 분명 가람이 감싸주겠다고 했을 텐데.


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억울할 뿐이었다.


많은 사람이 마약을 했는데, 나만 잡힌 이유가 뭘까.


“진짜 억울했겠다. 그래, 많이 힘들었을 거야.”


잠깐 휴정 시간에서야 찾아온 가람이 창영의 손을 잡고 다독였다.


그래, 유일한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가람이 이렇게 노력했다.


재판이 끝나도 날 도와줄 구원자.


“우리 부모님··· 잘 부탁해. 진짜 나 이렇게 끝나면 죽어!! 겨우 배우가 됐는데···.”


눈물을 후두둑 흘리는 모습을 보고 토닥이며 귓가에 부드럽게 웃으며 속삭인다.


“하, 씨X··· 웃으면서 상대해줬더니, 더럽게 찡얼거리네.”

“뭐···?”


당황한 창영이 눈물을 흘리던 것도 잊고 고개를 든다.


아까의 따뜻했던 건 어디로 가고 기분이 더럽다는 티를 내는 남자가 서 있는 걸까.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쳐다보는 창영을 향해 욕설을 죄책감도 없이 내뱉는다.


“날 잡고 들어갈 거면 불어. 근데 난 안 죽는다? 난 너랑 다르게 마약 안 하는 놈이잖아?”

“네가··· 왜 그런 말을. 아, 아니···.”

“내가 괜히 널 붙잡고 변호사도 제대로 선임 못 하게 했겠어. 병X아.”


원래 이렇게 기분 나쁘게 웃을 수 있는 놈이었던가.


온갖 생각이 들자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이건 분명 속은 거였다.


그가 짠 판에 걸려든 양이 자신이었단 걸 알자 배신감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내가,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다 불어서 네 인생 조지고 나도 끝장낼 거야! 새X야!”

“야, 네 부모님 나한테 돈 받아먹는 거 자꾸 까먹는다?”


가소롭다는 얼굴로 웃으며 그의 어깨를 힘을 주어 잡고 눈을 마주 보게 한다.


특유의 강압적이고 위협적으로 보이는 그의 행동이었는데, 창영은 이걸 처음 겪어 보는 것이었다.


“대기업 소속사에 유능한 변호사와 아는 검사, 판사 윗사람도 아는데, 국회의원도 아는 사람이 많네? 어이쿠, 이거 어쩌나?”


넌 날 못 조지네?


입꼬리가 사르르 올라간다.


창영의 얼굴에 공포감이 들어차는 것이 눈에 담긴다.


이런 걸 바랐던 거였다.


아무리 평범하게 살려고 해도 이 얼굴을 보지 않으면 만족감이 차오르지 않았다.


사람의 꼭대기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죽어도 못 잊을 것이다.


“조용히 입 다물고 몇 명만 끌고 가. 널 위해서,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씨X···.”


패배감으로 젖은 얼굴을 보라.



재판의 끝을 보며 눈을 살며시 감았다.


아, 한 명의 인생을 이렇게 또 망쳐냈다.


고개를 돌려 절규가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재판장을 나간다.


“아··· 또 너야?”

“···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아서 찾아왔는데, 잘 온 것 같네.”

“그냥 내 말대로 하라니까? 새하얀이 뭐라고 넌 여기까지 와서 지X이냐고!”

“하···.”


후드 집업 모자를 쓰고 있던 남자가 모자를 걷어내고 눈을 마주친다.


“이유는 사라졌지. 나도 그걸 알고···.”


죽일까도 생각해 봤었다.


그건 절대 하면 안 될 짓이라는 걸 알기에 하지 않았을 뿐이다.


첸시의 눈이 가람을 향했고 귀찮다는 얼굴로 그런 첸시를 보는 가람이었다.


“이번엔 네가 죽을 수 있어. 빙의자 새X야, 내가 주인공 하겠다니까? 답답한 결말 끝내주겠다고. 그냥 말만 들으면 편하잖아.”


평소라면 흔들릴 소리였지만, 이젠 알았다.


이건 죽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것 봐라, 나는 새하얀과 관련된 사람들을 불러온 세상이란 걸 알았는데, 저놈이 모르는 것처럼.


“난 못 죽일 이유가 없거든. 이제··· 세상이 굴러가는 대로 두고 싶고.”

“그럼 난 또 새하얀을 죽일 방법을 찾겠지. 네가 안 하니까.”


여유로운 척하는 가람을 쳐다보며 첸시는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웃었다.


“못 하잖아? 아니지, 안 되는 걸 알잖아. 그렇게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거.”

“···.”

“이때까지 네가 죽일 수가 없어서 사람 시켜서 죽인 거잖아. 350번을.”


회귀가 그냥 이뤄지는 거 아닌 거였다.


살리기 위해서 새하얀이 회귀한 것도 있겠지만, 그런 거라고 하기엔 그가 너무 많이 죽지 않았나.


더 말을 하지 않으려는 가람을 보며 표정을 굳힌다.


“왜 내가 널 죽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하실까? 의심도 많은 분이.”

“살인자가 되겠다고?”

“어차피 손에 피를 묻힌 놈이 누굴 못 죽이겠어.”

“그래, 해보던가. 시스템이 새하얀에게만 있는 줄 아는 네 멍청한 머리를 한탄하길 바란다.”


떠나는 남자는 허공을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나도 드디어 왔거든, 시스템의 일부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시스템의 알림이 가람의 눈앞에만 보였다.


[이곳은 새하얀의 세상입니다.]

[당신에게 관리자가 시스템의 일부를 넘깁니다.]

[시스템이 온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가진 이를 소멸 시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걸 알 리가 없는 저 빙의자보다야 내 상황이 훨씬 나은 거였다.


그나마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당신에게만 주어지는 조건이 있습니다.]

[당신의 손으로 온전한 시스템을 가진 사람을 죽일 수 없습니다.]


시스템의 일부를 얻기 전부터 어째서인지 내 손으로 못 죽인다는 것.


그리고 그걸 첸시가 알고 있었기에 불안하긴 했지만, 그는 후반에서야 내 손을 잡을 것이다.


[‘새하얀’을 죽일 방법을 찾으세요.]


“나는 이대로 끝나지 않아. 시스템의 관리자가 내게 기생하길 택했으니까.”


갈 곳이 없는 관리자의 조각이라도 곁에 둔 이상, 나는 사라지지 않는 존재였다.


처음 새하얀을 누굴 대신해서 죽인 뒤로 얻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당신은 선택받았습니다. 새하얀을 350번을 타인의 손에 죽이세요.


그리고 350번째에 내게 온 관리자의 조각까지 이제야 온전해지는 기분이었다.


“내 세상은··· 살인을 저질러도 영웅이 되는 세상. 난 위인으로 남을 그런 존재로 남을 거야.”


나는 즐겁게 사람을 죽이면서 세상을 내 발아래로 꿇릴 수 있도록.


“병원을 가봐, 미친 새X야.”

“네가 나한테 그렇게 말할 처지는 아니지. 너도 감정이 잘 안 느껴지잖아?”

“그래도 너처럼 될 생각은 없어.”


적어도 현실을 깨우친 나로는 그럴 일이 없다고 첸시는 그렇게 생각했다.


“글쎄, 넌 나와 같아.”


눈으로 허공의 알림창을 훑어보는 가람이었다.


[세상의 주인이 눈을 떴습니다. 세상의 주인은 당신의 정체를 알아차립니다.]

[주의! 당신에게 적대감을 가졌습니다!]


가람의 표정이 급격하게 구겨진다.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시스템의 관리자가 없어진 걸 알아차린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오랫동안 몰랐지 않았던가.


눈치챌 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눈치챈 것일까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하···?”


띠리링-


주머니에서 벨 소리가 들려온다.


전화를 받는 첸시는 액정을 보면서 보란 듯이 웃었다.


-너 옆에 이가람 있지?

“있지.”

-그 새X 그대로 나둬, 내가 매장시킬 테니까.


하얀의 날카로운 음성이 첸시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온다.


“그래, 네가 해.”


아무래도 제대로 미친놈인 것 같으니까.


“안 그래도 나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거든.”


돌아가고 싶은 걸, 어떻게든 누르고 살아볼 노력이라도 하기 위해서.


아니면 진짜 사람을 죽이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진짜로 미치기 전에.


작가의말

이 파트도 드디어 끝날 기미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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