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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최근연재일 :
2021.10.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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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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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외전 - 은유현의 아이돌이 된 이유

DUMMY

우당탕 집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움츠렸다.


들려오는 고성과 문을 닫고서 불도 켜지 못하고 어두운 방 안에 숨어있어야만 한다.


“혀엉, 나 무서워···.”


어린 동생의 귀를 막고 부모님의 싸움이 끝나기를 이 어둠이 빨리 걷히길 바랐다.


그러다 내 나이 14살, 이제 막 중학생인 내게 부모님이 말했다.


“누구 따라갈래?”


이미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는 동생을 보며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아빠 따라갈게요.”


술만 마시는 아버지, 매일 피곤함에 찌들어서 잠자리에 들고 어머니를 못 만나게 하는 아버지.


“아빠, 엄마가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새엄마 데려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금방 엄마를 잊을 테니까.”

“··· 네.”


보고 싶었던 동생을 보지 못하고 어머니를 보지 못하는 삶.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착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네 새엄마다.”

“안녕하세요.”

“아, 네가 유현이구나. 진짜 예쁘게 생겼다.”

“감사합니다···.”


17살의 나이에도 웃는 버릇을 들여야만 했다.


그래야 날 좋아해 줄 테니까.


내가 불편해서 동생을 데려오자는 말만큼은 없도록 행동해야만 했다.


“그··· 혹시 나가서 살 생각은 없어? 아줌마가 좀 많이 불편해서···.”


내 엄마가 되어줄 거란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내쫓아낼 줄은 몰랐다.


나는 새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애써 웃었다.


상처받지 않았던 것처럼.


“네, 저도 곧 나가려고 했어요.”


그때 거실에 켜져 있던 TV에서 들려오는 아이돌 그룹의 인터뷰가 들려왔다.


“저 아이돌 준비하려고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지망생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구겨졌던 새어머니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고 아버지에게 말하러 가는 그 가벼운 발걸음.


“유현이가 아이돌이 되겠대요!”

“아이돌? 갑자기 무슨 아이돌··· 뭐, 되고 싶다면 지원해줘야지.”

“그래서 아무래도 자취방이나 숙소 생활하게 될 것 같은데.”

“아, 그렇겠네. 그럼 내줘야지.”


아버지는 내 말보다 날 맡길 사람을 찾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 사이에서 더 귀찮게 할 수가 없어서 그저 웃으며 잘 다녀오라고 말한다.


“다녀오세요.”

“너도 학교 가야지.”

“··· 네, 가려고요. 다녀오겠습니다.”


가방을 가져와 먼저 나서는 유현의 모습을 보며 새엄마는 웃으면서 아버지와 함께 서 있었다.


“쟤가 왜 엄마라고 부르지를 않는지···.”

“아줌마라고 부르지도 않고 새엄마라고 부르는 거면 충분하죠.”

“생글생글 웃으면서 예의 없는 건지 엄마를 닮아선···.”


문이 닫힌 뒤에도 말없이 서서 문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역시 동생이 여기에 없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내가 아니라 동생이 곁에 있었더라면···.


“동생은 울면서 뛰쳐나왔겠지.”


사랑이 고픈 아이였으니까.


그러니 내가 와서 다행이라고.


애써 웃으며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학교에서 보이는 학생들은 어머니의 흔적이 보인다.


애초에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는 사람들에게서는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르다.


“어, 유현 왔어?”

“응, 어제 너희 새벽까지 게임 했다며?”

“와, 안 그래도 엄마가 잔소리해대서 귀가 얼얼함. 내 티어는 많이 아프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어머니의 이야기.


유현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넌 게임도 못 하면서 무슨 티어를 논하냐? 넌 딱 골딱임. 골딱.”

“응, 실버 이야기 안 들려. 어디 은 주제에 금칠한 나에게 훈수 질이지?”

“브실골 다 똑같거든? 나도 하면 올라가는데, 내가 지금 즐겜 하느라···”

“응, 그래. 너 실버.”


유현 주변으로 몰려드는 게임을 하는 친구들의 말에 점차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고 있었다.


유현이 하지 않는 게임, 부모님이 좋아하지 않을 것들.


공부 이외엔 해본 적이 없는 유현에게는 재미없는 이야기였다.


“X발, 진짜 너 1:1 함 떠. 새X야.”

“응, 실버랑 상종 안 함.”


제대로 게임도 안 해본 유현을 두고 싸우다가 앞에 앉은 짧은 머리칼의 남학생이 돌아본다.


“너도 게임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이 형님이 캐리머신이잖아, 넌 딱 옆에서 버스 받고.”

“지X, 너보단 내가 낫지. 골드 주제에 무슨 버스~?”

“응, 실버는 입 닫아라.”


유현은 그저 웃으면서 됐다고 고개 저었다.


졸린 눈으로 보던 한 남학생이 하품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 쟤 연습생이라더라. 새벽까지 연습하고 와서 잠을 학교에서 잔대.”

“와, 그럼 데뷔하면 여돌 개 많이 보겠다. 친하게 지내자고 해볼까?”

“아서라, 그렇게 다가간 애들 다 쳐내고 일부러 혼자 다니잖아. 아이돌 할 때 논란 없게.”

“나도 연습생 각?”


깔깔 웃으면서 얼굴에 꽃받침을 하는 친구와 헛구역질하는 모습을 보며 입매를 꾹꾹 눌렀다.


연습생, 힘들어 보이던데.


나도 연습생이 되면 저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서.


“유현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 나?”

“응, 너 같은 애들이 아이돌 하는 거잖아. 범생이에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고.”

“쟤도 딱 보면 사기캐라니까.”


오디션 정도는 봐도 괜찮지 않을까.


눈을 깜빡이며 늦은 밤이 되어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대화가 들렸다.


“아무래도 제가 알아봤는데, 아이돌 할 거면 대형 소속사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치, 근데 애가 춤도 노래도 한 번도 안 해본 애라 중소부터 보는 것도···.”

“아뇨! 무조건 3대로 보내야죠! 거기면 무조건 뜬다고 하더라고요. 연예인으로 성공하면 돈 진짜 많이 번대요.”

“그건 맞지만··· 애를 상대로 무슨 돈벌이도 아니고.”

“이왕이면 뜨는 편이 좋은 거잖아요. 꿈이라는데, 이것도 못 해주나요?”


조용히 듣고 있던 유현이 현관문을 닫는 소리에 거실에서 대화가 멈춘다.


현관 쪽으로 여유로운 발소리가 들려오고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보인다.


“왔니? 안 그래도 회사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가고 싶은 소속사는 따로 있어?”

“···네, 저 근데 너무 피곤해서요.”

“그래, 아! 그 자취할 방은 벌써 구했는데, 짐은 언제 옮길까?”

“마음대로··· 해주세요.”


애써 웃는 유현을 보며 활짝 웃는 새어머니는 알겠다며 총총 뛰어간다.


그게 참 야속하면서도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에 방문을 닫았다.



* * *



“오디션 보러 와요.”

“네?”

“연습생이에요? 아니죠? 그럼 아이돌 관심 없어요?”


4일이 지나고 이사짐 다 옮겨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붙잡힌 유현이었다.


내 의견도 없이 물어보는 사람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연습생 맞아요? 어디지? 일단 저희 소속사 되게 괜찮거든요? 어떻냐면···.”

“저 연습생 아니에요. 그래서 거기 어디 소속사예요?”

“그쵸? 아니죠? 진짜 아쉬울 뻔했는데! 여기 근처에 있는 JH 엔터라고 곧 신인 하나 배출하거든요?!”


처음 본 여자의 높은 텐션과 신이 난 모습에 입꼬리를 올렸다.


저렇게 일에 열정적인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네···.”

“저흰 확신하거든요, 스타성이 있는 사람만 뽑고 인성 완벽한 애들로만 뽑는다고. 그쪽이 딱 이라서요.”


손에 명함을 쥐여주면서도 아차 싶었는지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말한다.


“그렇다고 사기는 아니에요. 진짜 확신이 있거든요, 솔직하게 학생 얼굴이 진짜 우리가 뽑고자 하는 이미지가 딱 맞아요.”

“저 한 번도 춤, 노래를 배운 적도 없는데···.”

“합격이니까 일단 와요, 우리가 발굴하고 실력 높여줄게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취방에 도착한 유현은 주머니에 있던 명함을 만지작거렸다.


아무래도 배가 허해서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근처 편의점에서 자기네끼리 떠드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에 JH 엔터로 옮기려고.”

“왜?”

“실장이 열정적이고 경력이 많은데도 신생으로 갔대. 이름이 한수영이랬나?”

“오, 나도 가볼까?”


그 이야기에 편의점 봉투를 왼손으로 쥐고 오른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직도 빳빳한 명함에 보이는 이름이 편의점 불빛에 선명히 보였다.


‘한수영 실장.’


분명히 한수영이었다.


오늘 만났던 그 여자가 경력이 많은데도 신생으로 갔다던.


“··· 해볼까.”


어차피 하고 싶은 것도 없었으니까.


공부하는 것처럼 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뭐가 어렵겠냐고, 내 삶은 노력하고 노력하는 것뿐이었으니까 말이다.



* * *



“오, 재능이 있는데?”


오디션 합격 후엔 내 삶이 바뀌었다.


합격하자마자 계약서를 들고 간 부모님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왜 이런 소형이냐는 불만이 섞인 표정이었지만, 새어머니의 뱃속에선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기에.


“그래, 합격한 거 축하해. 유현아.”


자연스럽게 내게 관심이 멀어져갔다.


연습생이 되고 연습만 하는 삶은 공부와 같았다.


체력이 그렇게 좋지 않았던 유현에겐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좋았다.


성취감이 생기는 것만 같고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아들.”


그렇게 1년 반, 전화 온 아버지의 목소리는 많이 지쳐있었다.


“네, 아버지···.”


입꼬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비상구에 숨어서 받는 모습이란 항상 웃는 유현에겐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 유산이 되어서 네 새엄마가 아무래도 많이 상심이 큰 것 같아.”

“···.”

“집에 한 번 와서 같이 있어 줬으면 하는데···.”


그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며 알겠다는 말을 붙였다.


오랜만에 찾아간 집의 풍경은 많이 바뀐 상태였다.


원래는 친엄마와 살던 공간에 새엄마가 들어오더니 많은 것이 뒤섞여버렸다.


“장식도 바꾸셨네···.”


온전한 모습이 없는 집안 풍경, 침실에서 나오지 않고 리모컨만 쥐고 있는 새어머니까지.


“왔니?”

“네, 저 왔어요.”

“네 아버지가 너랑 둘이 좀 있으라고 했어. 밥은 못 챙겨줄 것 같으니까 적당히 있다가 나가줬으면 좋겠다.”


그것들은 당연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가까이 가지 않고 문 앞에 선다.


우리의 거리는 딱 여기까지였다.


남보다 못한 사이, 딱 그 정도의 거리.


“그럴게요, 몸은 괜찮으세요?”

“괜찮겠어?! 내 애가 떨어졌는데! 내가 왜 남의 애를 보면 속이 편할 것 같아?! 네 아버지 말을 믿는 게 아니었어, 아니었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리모컨을 집어 던지는 모습에 유현은 리모컨을 주워서 침대 위에 올린다.


기분이 나쁠 일이었다.


자식을 잃은 사람에게 다른 자식을 보여 주는 게 어떻게 위로가 될까.


“그래도 밥은 드세요, 아버지에겐 제가 말해둘게요.”

“짜증 나···, 진짜 그 웃는 얼굴이 다른 여자랑 남편 얼굴이 섞인 결과물 같아서······.”

“쉬세요.”

“진짜··· 다 필요 없다고. 다 싫어······.”


나는 그날 그들과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였고 나를 위해서였다.


2년의 기간.


데뷔를 위해서만 달리다가 그대로 추락했다.


데뷔 조엔 내가 없었으니까.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가 내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이름이 아! 매정한 맞지?”


나와는 다르게 무뚝뚝하고 어쩌면 나보다 더 어른스러울 것만 같은 정한이었다.


“응, 넌 은유현이고.”

“이렇게 만나서 인사하게 됐네. 반가워.”


정한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게 위로를 건넸다.


마치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 있다는 얼굴로.


“밥··· 먹자.”

“어? 무슨···.”

“치킨으로.”


그의 위로를 받으며 어떻게 안 친해질 수가 있을까.



* * *



4년이 지나고 아이돌 데뷔 조 선발이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함께였다.


잠시 나간 편의점 건너편에서 친어머니를 보고 인사하려고 했지만, 그 옆에 다정한 누군가가 있었다.


“뭐해?”

“아니, 아무것도···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그건 분명히 친어머니가 맞았지만, 그 옆엔 모르는 아저씨가 보였다.


그 옆엔 커버려서 동생의 흔적만 보이는 남학생과 여자아이.


“사이 되게 좋아 보이네. 외식하고 가는 길인가?”


정한의 말에 나는 시선을 떼지도, 반응도 하지 못한 채로 서서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눈에 담았다.


“행복해 보이네, 진짜···.”


내가 동생이랑 자리가 바뀌었다면 저 자리엔 내가 있을 텐데.


갑작스러운 나답지 않은 생각에 뺨을 손바닥으로 치며 정신 차렸다.


지금 내가 뭘 생각한 건지.


“정한아, 진짜 내가 드디어 미쳤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남의 자리를 보고 내 자리라고 착각하는 걸 보면.


“뭔 소리야···?”

“아냐, 그냥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아서.”


어차피 내가 돌아갈 곳은 없어졌다.


애초에 내가 버린 걸지도 모른다.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보는 유현은 문자가 온 아버지의 연락을 보면서도 주머니에 넣는다.


“가자.”

“그래···.”


어차피 내가 할 건 여기에서 멤버들과 함께 아이돌이 되는 것뿐이다.


정한이 있으니까 그거면 된 것이 아닐까.


“더는 데뷔 조가 변동 없을 거야.”


마지막으로 결성된 정한, 하나, 진, 하얀을 보며 입꼬리가 떨려왔다.


정말 리더를 할 줄은 몰랐는데.


“··· 그 얘들아.”

“넹?”

“왜요.”


하나와 진은 그래도 투닥거려도 괜찮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하얀이었다.


말도 없고 항상 소극적이며 노래도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저, 저 못해요. 형이 대신하면 안 돼요···?”


뮤비를 찍는 날에도 울먹이며 못하겠다고 말하길 여러 번.


이건 정말 아니라고 계약이 끝나면 번 돈으로 나는 혼자 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오래가진 않았지만···.


“엄마···?”


데뷔 초, 데뷔한 걸 보기라도 한 건지 선물을 보낸 친어머니는 로비에서 서 있었다.


동생도 없이 혼자 온 어머니는 날 보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데뷔한 거 봤어, 진짜··· 잘 컸네. 아들.”


의지할 곳이 없던 내게 공허한 빈틈에 자꾸만 어머니가 빈틈을 넓힌다.


“이거 꼭 나눠 먹고, 아프지 말고···.”


그냥 이것만 받자고 아들이니까 그렇게만 하자고.


이기적인 내가 자꾸만 속삭인다.


엄마가 생긴 게 처음 같은 느낌이 좋았으니까.


“자주 연락해줘, 아들. 엄마는 현이 목소리만 들어도 좋네.”


그 따뜻함에 내가 물들어가면서도 내 자리가 아닌 걸 알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 아니었으니까.


딱 거기까지만 하자고 마음을 고쳐 잡았다.


“유현 형, 뭐해요?”


그렇게 3년이 지났을 뿐인데, 달라진 하얀이 소파에 앉아서 서 있던 나를 부른다.


“아, 뭔가 생각을 좀 하느라···.”

“이번엔 형이 먹고 싶은 음식 없어요? 아무래도 하나 형이랑 진 형 입맛대로 하니까 너무 다 기름지더라고요.”

“음, 난 뭐든 좋은데?”


너무 친근해서 마음이 절로 편안하게 만드는 하얀은 핸드폰을 들고는 뭔가 검색한다.


결정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서 유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번엔 형이 좋아하는 찜으로 해야겠네요.”

“어? 나 찜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형, 원래 구운 것보다 찐 거, 담백한 거, 부드러운 거 좋아하시잖아요?”

“어··· 그렇지?”


가족도 모르는 내 입맛을 하얀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찌푸렸다.


그렇게까지 오래 붙어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아는 건지.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어요. 형은 해물을 더 좋아하니까, 해물찜으로?”

“으응, 맛있겠다.”

“그럼 오는 길에 정한 형보고 사 오라고 해야겠네요.”


전화를 거는 하얀은 당연하게 주문하면서도 냉장고에서 물병 하나를 꺼내서 유현에게 건넸다.


잡으면서도 눈을 깜빡이는데, 하얀이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떼고 말한다.


“형, 영양제 안 드셨잖아요.”

“아, 맞다.”


영양제를 먹는 유현은 전화하면서도 낙지를 빼고 주문하는 하얀을 본다.


전화가 끊어지고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리는 하얀을 향해 말한다.


“낙지는 왜?”

“낙지, 문어 안 좋아하시잖아요. 다리 많다고···, 멤버 중에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허탈함에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아, 정말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하얀과 멤버들이었다.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있자 시끄럽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해물찜 한다며!! 유현 형 맞춤이네, 아! 늦었다!!”

“에반데, 에반데!!! 그래도 유현 형이 싫어하는 건 빼고 사 왔음!”


하나와 진이 너무 웃겨서 피식 입꼬리가 올라갔다.


너무나도 편안하게 내 집처럼.


“표정이 좋아 보이네. 너도.”


정한의 말에 입매를 만지는데, 너무 편안하게 웃고 있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나 되게 편한가 봐.”


계약이 끝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지금 같은 풍경이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는데, 평생 숙소 생활하고 싶을 만큼.


“채워지네, 이게···.”


어이가 없게도 가족이 아니라 멤버들로.


“남들이 보면 참 신기하게 볼 거야. 그렇지?”

“우리가 워낙 특별한 사람들이 모였으니까.”


정한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저녁으로 나올 해물찜을 기대할 뿐이었다.


“근데 한동안은 배달 음식 좀 사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왜??”

“왓?! 갑자기 왜?”


갑작스러운 일에 하얀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는 멤버들이었다.


“그게··· 저 내일 농촌 힐링 예능 게스트로 섭외됐거든요.”

“누가?!”

“배우준 형이요···?”

“그 새X는 하여간에 인생의 도움이 안 되는 놈이라니까?!”


제일 친했던 진의 입에서 욕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저녁으로 먹을 해물찜은 맛있었지만, 가지 말라는 애원에도 이미 떠난 하얀이었다.


“하얀이 불러와··· 하얀이 불러오라고오······.”

“막내야아······.”


3일간 치킨과 피자를 뜯는 하나와 진의 표정이 썩어가고 단백질로 채우는 정한과 유현이었다.


“저 다녀왔···! 형들 얼굴이 왜 이래요?”


다녀온 숙소는 개판이었고 다들 죽기 직전이라는 것만큼은 바뀌지 않았다.


“아니, 숙소 꼴은 왜 이래?!”

“흐어어···.”

“아니, 하나 형이랑 진 형은 왜 이렇게 살쪘고 유현 형이랑 정한 형은 왜 말랐어요?”


엉망진창인 멤버들 사이에서 하얀은 넋을 놓고 상황을 둘러볼 뿐이었다.


“아니, 누가 말 좀 해보라니까요?”


아무도 답하지 않는 곳에서 홀로 정상인 하얀은 답답해 죽을 노릇이겠지만 말이다.


유현은 나이답게 웃었다.


진과 하나처럼 천연덕스럽게 혹은 장난기가 가득하게.


작가의말

다음 편 외전은 정선우(첸시) 외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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