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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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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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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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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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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끝 (1)

DUMMY

* * *



자정이 되자 1월 1일을 맞이하는 날 터지는 폭죽이 보였다.


실내에 있는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 제야의 종소리다.


대신 화면으로 폭죽을 보며 만족하기로 했다.


마지막 무대는 아마도 V.I.V의 몫이겠지만, 언젠간 우리도 저 자리에 서게 되겠지.


“20살 축하한다!”

“흐읍···.”


이현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하얀이 입꼬리를 어색하게 올리며 다가온다.


“안 우시잖아요···.”

“윽, 마음만은 울었어. 내 마음 알 거라고 믿는다?”


푸흐흐,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내리는 손수건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폭죽이 쏟아지는데, 기분이 찝찝한 것이 이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잊고 20살인 것만 생각해. 넌 아직 살아갈 날이 많잖아.”

“무슨 나이 든 할아버지처럼 말해요? 금방 죽기라도 해요?”

“뭔···! 너보다 오래 살 거다!”


화를 발끈 내는 걸 보며 하얀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형이 왜 일찍 죽겠냐며.


“하, 그래서 20살 기념으로 영상 하나 올려야지?”


눈을 깜빡이며 시끄럽게 터지는 폭죽 소리에도 이현을 보는데, 그가 말하기를.


“성인식 춰야지.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텐데.”


20살의 기념식을 왜 내가 춰야만 하는 건지 눈동자가 떨려온다.


왜, 왜 어째서 그 성인식을 춰야만 하는 건지.


“하나 형이랑 진 형도 안 했는데요?”

“막내랑 하기 위해서 미루랬어.”

“뭐, 뭐요?”


당황한 하얀과 달리 하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차분했다.


그거에 더 당황한 사람은 하얀이었고, 진은 올 것이 왔다는 얼굴이었다.


“춰야지, 우리 막내즈 라인 팬들이 되게 좋아해···.”

“저 다른 걸로 추고 싶어요.”

“오, 그러면 두 개를 춰야겠네.”

“··· 하나만 해요.”


어쩔 수 없는 아이돌의 숙명은 왜 여돌뿐만 아니라 남돌도 포함되는 건지.


“잘 생각했어, 아이돌의 숙명이잖아.”

“형은 안 했다. 20살 넘어서 데뷔해서.”


이현이 괜히 부러운 순간이었다.


다음엔 나이 많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성인식을 안 춰도 되는 사람으로 태어나겠다고.


“아무리 그래도 반복할 건 아니지?”

“안 하죠, 안 해요.”


그렇게 힘들게 회귀만 했는데, 또 하고 싶으면 그것도 미친 거라고 말할 수 있었다.


“나야 또 동생을 볼 수 있으면 좋긴 한데···.”

“이 정도 인연이면 또다시 만나겠죠. 이번이 아니더라도요.”

“다 컸네, 이제 20살이면서.”


이현을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그게 또 카메라에 나왔는지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돌도 참 쉬운 직업이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어휴, 조금 있다가 바로 무대네.”

“무대 잘하시고요.”

“솔로 먼저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 그러고 보니까 걔는 어떻게 됐어?”

“누구요?”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자신의 목을 손으로 살짝 잡으며 말했다.


“목 조른 놈.”

“아··· 그 사람이요.”


하얀은 뭔가 말하기 그렇다는 듯.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상태가 좀 심각한가··· 봐요.”


재판까지 밀릴 정도로 아주 큰 문제가 생겼다.


헛것을 보는 사람처럼 허공에 손을 휘적이고 중얼거렸다.


아예 사람 눈을 쳐다보지도 않는 것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결국 그렇게 된 건가.”

“그래도 상태가 호전되고는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는데, 저도 알 수가 있나요.”


어깨를 으쓱이는 하얀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어떻게 되는 일이 없냐며 고개를 젓는 모습에 하얀이 어색하게 웃었다.


시스템 이유 때문이라는 걸 모를 테니까, 그럴 수밖에.


“얼른 무대 준비하세요. 바로 다음이잖아요.”

“형아는 이만 갈게.”


떠나는 이현을 두고 옆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가는 모습에 픽 웃음이 터졌다.


많이 춥긴 했는데, 저렇게 뭉칠 정도의 추움이었나.


“형들 추워요?”

“응? 아니?”


그리고 돌아본 형들이 겉옷을 펼치자 엄청난 숫자의 핫팩이 보였다.


난 저렇게까지 붙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 너무 더운데?”

“실내란 걸 까먹고 너무 많이 붙였어···.”

“실내도 쌀쌀해. 차라리 붙이고 있는 게 나은 것 같은데?”


새삼 하얀이 나이가 어려서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힌 적이 없던 것이 떠올랐다.


다음엔 좀 벗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방금 하얀의 눈이 반짝였는데···.”

“큰일 났다. 우리 다음 곡에 벗는다. 각자 몸매 관리해야 할 듯??”


유현은 오싹함에 몸을 떨었고, 하나는 장난치면서 웃었다.


아무래도 실제로 될 거란 생각이 없다는 것 같지만, 현실은 진짜 그럴 생각 중이었다.


“너 그러고 숙소 가서 피자 시킬 거잖아.”

“앗, 들킴? 그러는 너도 치킨 먹을 거잖아.”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잖아.”


정한은 그걸 인정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하나와 진은 이미 타협한 지 오래인 것 같았다.


“우리 내려가래! 선배님들 무대 시작한다!!”


V.I.V의 무대가 시작되고 그 무대를 보며 손뼉을 치며 응원했다.


힘내라고, 멋있다고 우리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존경에 의미로.


마지막 폭죽과 함께 끝난 하늘은 고요했고, 사람들의 시선은 반짝이는 무대를 향해 있었다.


“막내들!! 가자! 가자!”


마지막 곡에 이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를 부르는 것을 아는 탓일까?


올라가서 춤을 추는 모습은 선후배 사이가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Tonight- 미칠 때까지! 하나, 둘! 가자!!!”


날아드는 모습에 완성되는 무대가 반짝였다.


근심 걱정이 없어진 모습은 그 나이 또래로 보일 만큼 반짝였다.


처음으로 열릴 JH 엔터 콘서트가 이런 느낌일 테고, 기분이 벅차오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방송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그 순간까지도 응원해주는 팬의 열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돌은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판장에 앉아있어야 할 남자가 앉아있었다.


이젠 정신이 들었다고 할 만큼 말도 온전히 할 줄은 알게 되었다.


“저 찾으셨다면서요.”


그런 새하얀을 먼저 찾은 것도 이가람이었다.


초췌해진 모습은 반짝이고 오만했던 이가람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다.


“··· 널 찾아야 할 것 같았어.”


차분해진 이가람의 처진 어깨와 마른 입술 사이에서 나오는 목소리엔 독기가 빠져 있었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내게 뇌 기능 저하가 왔다는 걸 너도 알잖아.”

“글쎄요.”

“내가 그래서 말을 더듬어. 생각해내는데, 정말 많이 생각하고 해야만 하고.”


조용히 듣고만 있는 하얀을 보며 피식 입가에 미소를 흘렸다.


이렇게 된 이유가 전부 너라고 말하는 것조차도 힘들어진 이가람은 눈을 질끈 감았다.


“네게 사과하지 않을 거고, 나는 네가 싫어. 너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삶이겠지. 난 계속 악역일 거고.”


사과할 생각 따위도 없었다.


멍청해진 내 머리를 탓할 생각도 없었고, 그저 평생을 새하얀을 못 죽여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할 거다.


“평생을 후회할 거야. 널 죽이지 못한걸. 용서할 생각도 말라고.”


느리게 의자에 등을 대고 앉아있는 가람을 보며, 하얀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러세요. 저도 용서해주려고 온 건 아니니까.”

“··· 왜? 당연히 네가 먼저 용서해주겠다고 혹은 용서를 해야지. 네가 주인공이잖아.”

“제가 왜요? 아니, 무엇보다 이게 아직도 소설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당연히 그렇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입꼬리가 떨렸다.


이건 현실이었다.


다시 태어나고 다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현실.


“현실이면 말이 안 되는 거지···.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그게 진짜라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웃는데, 불길함에 표정이 굳어있었다.

“웃기지 말라고 해. 난 가장 먼저 이곳이 소설인 걸 안 사람이야. 그럼 내가 진짜 사이코패스에 살인자 새X가 되는데. 내 과거가 진짜 그랬다고?”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대답하지 않는 하얀에게서 느껴지는 불안감이 그를 덮친다.


“아니라고 하라고. 난 그런 싸패 새X가 아니라고 말해.”

“넌 사람을 죽였잖아, 그것도 내 주변 사람들을 죽일 때는 아주 신나게 웃으면서.”

“그랬다고 해도 이번 생에 내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 안 죽였잖아.”


무미건조한 얼굴로 초조함을 감췄다.


사람을 안 죽였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에게 당해서 자살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인생을 망친 사람이 몇 명이라고 생각하는데?”

“걔네가 하겠다고 했다고. 이건 하겠다고 한 애들이 잘못이었지. 그게 내 잘못인가?”

“그래서 솔찬 씨의 어깨를 그렇게 해놨어?”

“무슨 헛소리··· 어깨가 뭐?”


눈을 가늘게 뜬 가람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평생 제대로 쓰지 못하고 어느 정도의 장애를 앓고 살아야 한다.


어깨가 다쳤다고만 들었지, 가람에겐 말한 적이 없는 솔찬의 이야기였다.


“원래는 감옥에 가야 했지만, 과거에 안 갔으니 있어야 할 곳으로 간 거라고 생각하세요.”

“원래 있어야 할 곳··· 이라니.”


무슨 말이냐는 듯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이걸 무슨 감정이라고 표현할 수가 없어서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하얀을 본다.


“저는 가볼 테니까 잘 지내시고 재판 잘 받으세요.”

“멈춰, 가지 말라고!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잖아!!”


날 멈춰 세우는 가람은 투명한 벽에 막혀서 손바닥으로 그곳을 치면서 시선을 끌었다.


무미건조해진 눈으로 하얀은 돌아보았고, 입을 열었다.


“아무도 안 죽였다고 했지만, 당신이 부모님을 죽였잖아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고!”

“확인해 봤어요? 어머니가 죽은 거.”


하얀의 말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죽을 때도 무감각해서 그냥 죽었다고 생각했던 일이었다.


내게 처음으로 많은 애정을 준 어머니.


“제가 김 검사님에게 물어보니까, 그쪽 어머니는 불타서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

“살아서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질질 끌면서 가다가 죽었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가람을 보며 새하얀이 문을 열고 나간다.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가람은 이 감정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공감할 수 없는 이 감정이 뭔지 사람은 어차피 죽는 거라며 차분해지는 이 감정이 역겨웠다.


“··· 양부모님을 내가 어떻게 죽였는데.”


어떻게 다 죽였는데, 이게 현실이냐고.


이렇게 다시 차분해지는 이 감정이 어떻게 사람이냐고.


뇌가 고장 난 것이 분명했다. 내가 드디어 미쳐서 그런 거라고.


“뭐야, 저건···.”


피를 쏟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이건 환상이라는 걸 아는데, 내게 이딴 걸로 위협하려고 하는 것이 잘못된 걸 보여줘야만 한다.


-네가 날 죽였잖아.


달려드는 어머니의 모습과 동시에 내가 죽였던 사람들이 방안을 가득히 채웠다.


살려달라고 난 죽기 싫다고 면회실 문을 두드리며, 옆에서 지켜보는 교도관을 쳐다본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숨을 쉬는 모습에 말한다.


“방안에 내가 죽인 사람들이 가득 있잖아!!! 잡아!! 잡으라고!”

“제대로 미쳤네···.”


온몸에 달라붙는 이 사람들이 내 위로 올라타는 사람들에 대한 공포감이 몰려왔다.


이게 두려운 거라는 걸 모르는 가람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모습에 교도관이 문을 열고 나가고, 그 뒤로 진정제가 들어오는 그 순간까지도.


“놔!! 놓으라고! 난 안 죽어!! 새, 새하얀 불러!! 당장 부르라고!”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에도 그들은 심드렁했다.


이렇게 하는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방 안에 가득하다는 걸 보면 꽤 많이 죽였겠지.”


그렇게 예상할 뿐.


그 누구도 그에게 도와주지 않았다.


그건 원래 그랬어야 하는 것들의 하나였을 뿐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이가람은 인정할 수 없었다.


난 살인자가 아니라고.


그건 재판의 순간에도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


죽인 사람들을 환상으로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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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작별 +(짧은 외전) +5 21.09.17 262 13 14쪽
139 시스템의 끝 (5) +7 21.09.16 230 11 13쪽
138 시스템의 끝 (4) +2 21.09.15 156 10 15쪽
137 시스템의 끝 (3) +1 21.09.14 166 15 14쪽
136 시스템의 끝 (2) +2 21.09.13 173 13 13쪽
» 시스템의 끝 (1) +2 21.09.12 193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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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꿈을 꾸는 이유 (16) +2 21.09.08 162 12 13쪽
130 꿈을 꾸는 이유 (15) +2 21.09.07 166 14 14쪽
129 꿈을 꾸는 이유 (14) +1 21.09.06 1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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