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나래 님의 서재입니다.

이야기 무덤의 살아있는 성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글나래
작품등록일 :
2021.01.18 17:25
최근연재일 :
2021.04.15 16:0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363
추천수 :
119
글자수 :
171,217

작성
21.02.06 23:31
조회
59
추천
3
글자
12쪽

파멸의 거인.(2)

DUMMY

콰과광!!

콰쾅!!

콰과과광!!!


엘프 반군 마법사들이 10분 동안 마정석을 쏟아부어 만든 대규모 실드가 쏟아지는 폭탄의 비를 막아냈다.


마법사들의 뺨에 식은땀이 맺힐 무렵, 폭격이 멎었다.

하지만 아무도 안심할 수 없었다.


이건 폭탄이 다 떨어져서 멈춘 게 아니라 아군이 너무 가까이 와서 휘말릴까 봐 멈춘 거니까.


소형 초음속 수송기가 거의 점으로 보일 거리에서 사람 네 명을 공중에 뱉어내고 돌아갔다.


어느 정도 이상의 실력자들은 단박에 거기서 내린 네 명이 사실상 이번 작전의 핵심임을 알아차렸다.


[Lv.6 마법사]

[Lv.6 마법사]

[Lv.7 마법사]

[Lv.7 마법사]


가랑의 보조 AI가 상대의 수준을 간략하게 알려줬다.


“6레벨 둘에 7레벨 둘. 아마 계약자일 테니 이것보다 실제로는 높게 잡아야 해.”

“우리 둘이 상대할 수 있겠지?”


도로시의 질문에 가랑이 확신 없는 말투로 답했다.


“아마도. 근데 뒤에 올 후속 병력까지 상대할 여력은 없어.”

“그건··· 다른 사람들을 믿어 보는 수밖에···.”


6,7레벨 마법사들로 구성된 사실상의 적 ‘본대’만 제대로 막아주면 나머지는 어찌어찌 버텨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


그렇다면.


선빵 필승이다!


끼리리리······


가랑의 스태프의 황동 톱니가 부드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로시와 가랑이 지구의 신화들에 등장하는 온갖 전설적인 창들의 서시를 끌어모았다.


바사비 샤크티, 궁니르, 게 비더···


《3위계 : 무엇이든 뚫는 창》


거기에 서로에게 반씩 나눠 저장해 놓은 영웅217의 서시를 사용해, 남의 서시를 가져다 쓰는 걸 막는 이 세계의 규칙을 비튼다.


【상냥한 지킴이】


지구에서 후방 보호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얻은, 그들만 믿고 있는 엘프들 수백의 앞에서 사용하기에 딱 좋은 서시.


이쪽의 마법을 감지했는지, 저쪽에서도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7레벨 둘이 앞으로 나오고, 6레벨 둘이 그 뒤에서 보조를 맡는다.


그들의 앞으로 막대한 열기가 모여들어 넓적한 원뿔 형태를 갖춘다.


[공용 마법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마력 패턴입니다. 분석을 재시도하시겠습니까?]


칫.


도로시가 혀를 찼다.


“지금!”


창에 모인 마력과 서시가 포화 상태가 되었을 때, 가랑이 외쳤다.


끼기기기기-!!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길이 20m, 폭 1m의 거창(巨槍).

그리고 이를 향해 세피울 마법사 4명이 만든 푸른색 플라즈마 원뿔이 한 박자 늦게 쏘아졌다.


구궁···.


부딪힌 두 마법은 잠시 힘겨루기를 하며 멈춰선 듯 보였으나, 이내···


꽈광-!!!


창이 방패를 부수고 지나갔다.


마법사 네 명의 서시와 그들의 계약성 넷의 서시로는 3위계 마법의 결과물을 막을 수 없다.

3위계 마법은 하나같이 지구라는 한 차원의 지배자들이 수만 년 동안 쌓아온 서사의 집합체니까.


“크헉!”


애초에 표적으로 삼았던 6레벨 마법사가 반으로 찢어진 채로 추락했다.


기이이이이이-!!!


스태프의 톱니바퀴가 최고 속도로 회전하고, 냉각장치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도로시는 남은 수명이 150년 밑으로 떨어졌다.


정부군은 6레벨 마법사 한 명을 잃었고, 나머지도 미약한 내상을 입었다.


어느 쪽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수(手) 교환이 끝나고, 양측에서 다시 한번 마력이 움직였다.




-*-*-*-




상공에서 부서진 화염의 방패가 사방으로 흩어져 숲에 불을 옮겨붙였다.


“이런 제기랄! 저 개자식들 일부로 화염 계열 마법을 쓴 거야!”


한참 뒤에서 엘프들을 데리고 전투 준비를 하던 마르쿠스 장로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항상 점잖던 그가 욕을 하는 건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었지만, 그걸 지적할 정신이 남은 사람은 없었다.


뿌드득.


이빨이 상할 정도로 이를 악문 엘프들의 녹색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들에겐 웬 미친놈들이 폭행만 하는 걸로도 모자라 집에 불까지 지르고 가는 셈이었으니.


나루는 나라의 손을 꼭 잡았다.


“···온다.”


나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쾅!! 쐐애애액!


갑자기 들려오는 폭음, 그리고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파공음.


직선으로 날아오던 전차포는 한 엘프 창사(槍士)가 쏘아낸 오러에 맞고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 뒤를 각양 각색의 포단들이 뒤따랐다.


콰광!

쾅!!

콰과광!!

꽈광!


포탄에 관통된 나무들이 쓰러지고, 방어를 담당하는 검사(劍士)들의 오러가 전방으로 뻗어나갔다.


궁수들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지고, 기장이 최고조가 되었을 때.


쿵.


쿵쿵.


쿵쿵쿵.



6개의 다리로 앞을 가로막는 나무 따위를 짓밟으며 정부군 경전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말만 경전차지, 살면서 10t이 넘는 병기라고는 본 적도 없는 엘프들에게 70t의 강철 덩어리는 전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꿀꺽.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드르르르르르르르-!!!


전차마다 최소 두 개씩은 달린 기관총들이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를 내뱉음과 동시에 엘프들이 달려 나갔다.


한 달간 검술을 익힌 나라가 앞서고, 나루가 제 키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창을 들고 뒤따랐다.


마정석을 화살촉으로 사용한 화살들이 둘의 귓가를 스쳤다.


전차들의 진녹색 경사 장갑은 거의 모든 화살을 튕겨냈지만, 소수의 화살은 강철판을 뚫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쾅!!


나라가 있는 쪽을 향해 포신을 돌리던 전차 한 대가 유폭으로 완파됐다.


나루는 창을 쥔 양손에 힘을 주었다.


[에너지 잔량 : 99% -> 98%]


창촉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맺혔다.


매일 아침 허공에 대고 했던 것처럼.

다리는 반쯤 굽히고, 왼팔은 부드럽게, 오른팔은 강하게.


푹.


전차의 사수는 제때 기관총을 이쪽으로 돌리지 못했고, 나루의 창은 절묘한 각도로 파고들어 전차의 핵을 쪼개버렸다.


따다다다당-!!


푸른색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전차에 박힌 창을 뽑던 나루를 노린 한 줄기 기관총탄을 나라의 검이 막아냈다.


탓.


재빨리 그 자리를 이탈한 둘은 아직 서 있는 거목(巨木)의 가지 위로 올라가 다음 표적을 찾았다.


“근데 우리 싸우는 게 싫어서 도망쳐 나온 거 아니었던가?”


문득 나라가 말했다.


“···그러게.”


나루도 이에 대해 몇 번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제대로 된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러면 거기 있을 때랑 다를 게 뭐야.”

“그땐 친구들 상대로 싸웠고··· 지금은 친구들이랑 같이 싸운다는 점···?”


나루가 말끝을 흐렸다.

나라는 무심결에 발밑을 내려다봤다.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과··· 시체들이 보였다.


“우린··· 대체 뭘 위해 사는 걸까.”


참 좋은 질문이었지만 전투 중에 하기에 좋은 질문은 아니었다.


“나라, 정신 차려! 일단 이것만 끝나고 다시 얘기하자.”


그래.

그러자.


그렇게 멍하게 중얼거리며 나라가 먼저 뛰어내렸고, 나루가 그 뒤를 따랐다.




-*-*-*-




꽈르릉!!


가랑과 도로시가 방금 전까지 있던 곳에 번개로 된 용이 내리꽂혔다.


가랑은 스태프의 과열로 인해 전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며, 도로시는 수명이 80년밖에 남지 않았다.


괜찮아.

어차피 수명은 금방 회복할 수 있어.


도로시는 그렇게 속으로 되뇌었다.


적들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전투 시작과 동시에 죽은 마법사 이후로 사망자는 없었지만, 다른 6레벨 마법사가 심각한 내상으로 전장을 이탈했다.

남은 두 명의 7레벨 마법사도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퉷! 야, 이거 못 이기겠는데.”


피를 뱉어낸 가랑이 말했다.


도로시도 이미 반쯤 졌다는 걸 알고 있긴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이 없었기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


이대로 가면 도로시와 가랑은 이길 것이지만, 나머지는 전멸할 것이다.


전차를 보호할 보병들이 충분히 수송되기 전에 전차의 수를 최대한 줄여 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물론 그걸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애초에 검, 창, 활, 그리고 뒤떨어진 마법 체계로 그 어떤 차원보다도 우월한 기술력을 갖은 세피울 차원의 정부군을 이긴다는 게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어떡하지, 이제.”


양측 모두가 숨을 고르느라 이루어진 잠시간의 소강상태.


“···틈을 만들고 핵심 멤버 몇 명만 빼내야 해.”

“그다음엔?”

“도망가야지.”


가랑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날 믿고 따라온 저 사람들은 어쩌고!?”

“······.”

“저들을 다 버리고 도망갈 수는 없어!”

“그럼 어쩔 건데. 여기서 같이 죽어줄 거야?”


쿠아아아아-!!


적들이 쏘아낸 집채만 한 화염구와 유도 미사일 두 개를 축지(縮地)로 피해낸 둘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핵심 멤버라고 하면 누구 말하는 건데.”


도로시가 힘없이 물었다.


가랑은 압축 공기탄(空氣彈) 수십 발을 연달아 쏘아내며 말을 이어갔다.


“너, 나, 우리 애들, 그리고···”


하지만 그의 말은 하늘에서 갑작스럽게 뿜어져 나온 흉폭한 마력의 파동에 의해 가로막혔다.


““······!””


수천 미터 상공에서 전투를 벌이던 이들, 그리고 불타는 숲속에서 싸우던 사람들.

모두가 싸우던 상대도 잊어버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게 대체 뭐야···?”


나라에게 소총을 겨누던 병사 한 명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는 상태였다.


쾌청한 푸른 하늘 한가운데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쩌저적.


하늘의 ‘파편’이 떨어져 나온 자리에는 별빛, 달빛 없는 우주를 보는 듯한 공허한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어둠을 뚫고 진한 회색의, 사람 손 같이 생긴 게 불쑥 튀어나왔다.

평범한 사람 손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하긴 했지만.


그것은 허공을 몇 번 더듬더니 이내 균열의 가장자리를 움켜쥐고 자신의 상체를 균열 밖으로 꺼냈다.

그것은 눈, 코, 귀가 없었으며, 얼굴에는 오로지 길게 찢어진 커다란 입 하나뿐이었다.


[Lv.9 거인형 악귀]


나라, 나루, 가랑, 그리고 정부군 지휘관들의 눈앞에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런 미친! 쏴!”


정신을 차린 정부군 지휘관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명령보다는 비명에 가까웠다.


“후퇴! 산개해서 동쪽으로 가라! 침략 당시에 헤어진 동료들을 찾아가라!”


반군의 장로, 마르쿠스가 소리쳤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질 싸움이었기에 후퇴할 기회만 엿보고 있긴 했으나, 이건 그가 원한 게 아니었다.


“도망쳐-!!”


으아아악!

콰광!!

쾅!!!

발포! 발포해!

콰과광!!


마르쿠스의 절규는 비명과 포성에 묻혔다.


그날, ME12b, 통칭 중세차원 2번은 세피울 기업들이 바다에 버린 폐수보다도, 숲 엘프들과의 내전보다도, 300년 전 제국을 무너뜨린 전염병보다도 심각한 위험을 맞이했다.

아무도 신경 안 쓰던, 변방의 열대 우림 지대에서.

아무도 눈치 못 챈 타이밍에.

너무도 갑작스러워서 대비할 겨를도 없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야기 무덤의 살아있는 성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21.04.15 71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21.02.26 33 0 -
31 살아있는 별. (1부 완결.) 21.04.15 66 1 12쪽
30 잠입(2) 21.03.30 27 1 11쪽
29 잠입(1) 21.03.11 34 3 11쪽
28 우주전.(3) 21.03.04 34 1 11쪽
27 우주전.(2) 21.02.24 44 2 11쪽
26 우주전.(1) 21.02.22 49 4 12쪽
25 이사. +1 21.02.20 56 3 11쪽
24 재앙 사냥.(3) +2 21.02.18 58 3 11쪽
23 재앙 사냥.(2) 21.02.16 64 4 12쪽
22 재앙 사냥.(1) 21.02.15 47 4 11쪽
21 암살자? 21.02.13 54 4 12쪽
20 SS-12 21.02.12 56 4 11쪽
19 암시장. 21.02.11 75 3 12쪽
18 차원의 멸망.(1) 21.02.09 58 4 11쪽
17 파멸의 거인.(3) 21.02.08 58 4 11쪽
» 파멸의 거인.(2) 21.02.06 60 3 12쪽
15 파멸의 거인.(1) 21.02.05 59 3 12쪽
14 군인 론.(1) 21.02.04 68 3 11쪽
13 계약자 만들기.(2) 21.02.02 68 3 12쪽
12 계약자 만들기.(1) 21.02.01 74 4 13쪽
11 도로시 구하기. 21.01.30 67 4 13쪽
10 인간, 안드로이드, 그리고 엘프. 21.01.30 70 4 14쪽
9 탈주 안드로이드. 21.01.28 85 4 13쪽
8 커피 농장 테러범 잡기.(4) 21.01.26 80 6 14쪽
7 커피 농장 테러범 잡기.(3) 21.01.25 83 5 11쪽
6 커피 농장 테러범 잡기.(2) 21.01.23 103 5 11쪽
5 커피 농장 테러범 잡기.(1) 21.01.22 119 5 11쪽
4 전생과의 계약.(4) 21.01.21 113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