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대공자 출세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최근연재일 :
2023.10.19 00:00
연재수 :
164 회
조회수 :
432,465
추천수 :
3,820
글자수 :
1,103,429

작성
23.09.30 00:00
조회
1,805
추천
18
글자
12쪽

145화 은창 유성 화경에 들다

DUMMY

절강성 주산진 군도 호씨세가의 멸문은 성도 항주와 주산진현에서는 경천동지할 큰일이었는지 몰라도, 강호 무림과는 거리가 먼 변방의 일이었기에 소문이 절강성 밖으로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고, 강호 무인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강호 무림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들은, 회천맹의 개파대전에서 드러난 회천맹을 구성하는 세력들이 어디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기에, 당문의 일도 그렇고 주산진현에서 일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하고 주시하기 시작했다.


수천문의 일을 도모한 회천맹이지만 그 일에 참여한 무인들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비롯한 강호 무림 전체가 포함된다 할 수 있었다.당문의 상선이 장강 수로에서 불타고 수로 이용이 막혔을 때만 해도, 수천문 제자들의 복수가 오대세가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했었다.


시간이 걸리기는 했어도 수천문 소가주 시운학은 당문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고, 그 후 당문은 수로가 막혀 입은 피해를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수로를 운행하는 상선을 늘렸다. 그뿐 아니라 언제 불화가 있었느냐는 듯, 수로채는 오히려 다른 세가들의 상선에 앞서 당문의 상선들의 통행을 돕고 있었다.


시운학이 악양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긴장하고 있던 남은 오대세가였는데, 절강에서 소식이 전해 온 것이었다. 절강성에서는 왕후장상과 오대세가도 절대 건드리지 못한다는 호씨세가가 멸문했다고 전해 왔다.


그것도 그냥 멸문이 아니라 세가주이자 염방주인 호염대가 죽고, 호씨세가에 머물던 직계 자손들과 호위들 거기다 빈객으로 머물던 강호 명사들까지, 한마디로 호씨세가의 씨를 말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잔인한 손속을 보였다.


거기에 더해 호씨세가가 운영하던 염전마저 저수지를 터트려 수몰시키고, 방계 자식들과 호위, 추노들을 죽였을 뿐 아니라, 염노들마저 달아나게 했으니, 만에 하나 살아남은 피붙이가 있다 한들 호씨세가는 세가로 불릴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호씨세가를 처리한 방식이 매우 치밀하고 잔혹하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사해련의 남은 곳인 섬서성 광인곡 광인방으로 향할지, 광동성 하오문으로 향할지, 복건성 화화방으로 향할지 모르지만, 오대세가인 당문에서 시작하고도 사해련 염방으로 방향을 바꿨으니 다음은 어디일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까닭에 절강의 소식이 전해지고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수장들은, 자신들의 문파나 세가로 시운학의 눈길이 돌려지지 않도록, 절강의 일이나 수천문의 일에 제자들이 관여하는 것을 막고자, 함구하도록 했으니 강호에 널리 퍼지지 못했던 것이다.


시운학은 북으로 길을 잡고 움직였지만, 뚜렷한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았다. 가는 동안 표국의 행렬도 만나 봤고, 대상이라 할 만큼 규모가 큰 상단도 마주했지만, 그저 스쳐 지났을 뿐 상대도 시운학을 몰랐고 시운학도 상대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천룡표국의 기치를 내건 표국의 행렬도 눈에 띄었다. 천하제일의 표국이라더니 표두의 무공이 절정에 달해 있었고 표사들도 거의 대부분 이류는 상회하고 있었다. 표사는 물론이고 쟁자수들까지 당당하게 나가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았다.


하남성에 들어서야 시운학은 먼저 무림맹에 들려, 은창 유성에게 수천문주 시천문을 비롯한 노사님들의 안부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호북을 지나오며 객점에 머물 때마다 묵운 사마의의 소식이 있을까 귀를 기울였지만, 묵운 사마의에 관한 말은 전혀 듣지 못했었다.


무림맹을 나오며 회천맹의 개파대전을 살펴 달라 당부했으니 어디선가 살피고 있겠지만, 어디 머무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섬도 진걸과 만검 교운에게는 경사로 올라가 보면 될 일이었으니, 무림맹에 남아 있던 대사형 은창 유성에게 먼저 알리는 것은 당연했다.


무림맹은 시운학이 처음 봤을 때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눈에 띄게 많아진 대원들과, 거기다 처음 봤을 때 시전 각다귀들이나 다름없어 보였던 대원들이, 이제 제법 무인이 다 되어 있었다.


번을 서던 대원들 가운데 시운학을 알아본 대원이 반겨 맞으며 인사했다.


"시 공자님,

다녀오셨습니까?"


"표 대원이 아니시오?

잘 지내셨소이까?"


"하하하

소인을 알아봐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어찌 모르겠소이까?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계시던 분이신데, 오 조 부조장이 아니셨소이까?"


"하하

이제 조장이 됐습니다. 모두 시 공자님께서 비급을 내주신 덕분이지요."


"그렇소이까?

축하드리겠소이다."


"원주님을 뵈러 오셨지요?"


"그렇소이다.

유 사형도 뵙고 맹주님께도 인사드려야겠지요."


오 조장 표석천은 누군가 하며 호기심 가득 바라보고 있던 대원들에게 호통치듯 말했다.


"자세를 바로 하고 잘 지키고 있거라. 나는 본 맹의 귀빈께서 찾아오셨으니, 훈련원주님께 안내해 드리고 올 것이다."


"충."


한껏 기세를 올려 대원들에게 말한 표석천은 대원들의 대답에, 바로 몸을 돌려 허리를 굽신거리며 앞서 들어갔다. 익숙한 길이었으니 안내하지 않아도 찾아갈 수 있었지만, 잠시 가다 보니 훈련원 연무장이 아닌 다른 길로 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훈련원에 계신 것이 아니셨소이까?"


"예, 공자님.

원주님께서는 근래에 훈련원에 머물지 않으시고 따로 연공실을 만드신 뒤 거기 머무십니다. 원주님의 무공보다 더 높은 무공이 어디 있다고, 깨달음이 계셨다는 말씀을 듣긴 했습니다만, 소인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알지 못합니다."


시운학은 은창 유성이 깨달음이 있어 연공에 들었다는 말에 크게 놀라며 기뻤다. 그동안 두 갑자를 넘기는 내공에도 깨달음을 얻지 못해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던 은창 유성이었는데, 잠시 떨어져 지내는 사이 깨달음을 얻었다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였소이까?"


"한 달 정도 되지 않으셨나 여겨집니다."


연공실을 따로 마련했다더니 무림맹 뒤편 한적한 곳에 자리한 초가였다. 시운학은 오 조장 표석천에게 감사했다 말하고 돌려보낸 뒤 움막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연공에 방해가 되는 것은 없는지 살핀 것이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작은 방 가운데 좌선하고 있는 은창 유성이 있었다. 깨달음이 있었다는 말이 사실인지 안색이 무척이나 밝아 보였다. 시운학은 더 들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호법을 시작했다.


아마도 미리 말을 해 두었던지 식사 시간이 지났음에도 찾는 사람은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다시 새벽이 찾아왔을 때, 은창 유성의 머리 위로 기가 흐릿하게 뿜어져 나오더니, 한 시진쯤 더 지나고 나니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졌다.


'오기조원(五氣朝元)'


초절정을 넘어 화경에 이르는 첫 단계가 오기조원이었다. 정수리로 내공의 기가 나와 덩어리를 이루고 다시 돌아가는 경지였다. 비록 정수리로 나온 기가 갈라져 꽃을 피우고 거둬지는 삼화취정(三花聚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오기조원은 화경에 들어섰다는 명확한 증표였다.


그 뒤로도 두 시진이 지나서야 은창 유성은 긴 호흡을 뽑아내며 눈을 떴다. 은창 유성의 표정에는 이뤄냈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크게 함성이라도 지르고 싶었을 것이나 호법을 서고 있던 시운학을 보고 놀라 물었다.


"언제 오신 것이오?"


"대사형,

진심으로 벽을 깨신 것을 감축드립니다."


"하하하

소가주님께서 기뻐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뚫리지 않던 생사현관(生死玄關)이 얇아진 듯해 연공을 시작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꾸준한 노력이 계셨던 까닭이 아니겠습니까?"


은창 유성은 화경에 오른 것도 기뻤지만, 시운학이 돌아왔으니 수천문주와 노사님들의 안부를 물었다. 소문에 회천맹이 수천문을 도모해 비급을 얻었다는 말은 있었어도, 오왕 칠선에 관한 말은 없었기에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지만, 시운학이 돌아왔으니 안부부터 물어야 했다.


"문주님과 노사님들께서는 무사하시겠지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록 연화봉 본 문은 불탔지만, 모두 무사히 빠져나오셔서 지금은 독문에 머물고 계십니다."


"독문에요?"


"놈들이 본 문을 도모할 때 독을 풀지 않았습니까?"


"무사하시다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조금 위중한 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전보다 더 강녕하시니 염려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왜 독문입니까?"


"노사님들께서 그곳이 편하다 하셨습니다. 뭐 이제 반은 독인이라 하시기도 했고요?"


"독문에서는 허락한 겁니까?"


"독문 문주이신 독선께서 오히려 반기시는 듯싶었습니다."


"독문의 문주가 독선이셨습니까?"


"소제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 무사하시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당장이라도 놈들을 찾아 복수하려는 마음이 있었지만, 소문주 말씀이 계셔서 참고 있었습니다."


"잘 참으셨습니다. 들으셨는지 모르나 놈들의 팔 하나는 자르고 왔습니다."


"팔 하나요?"


"절강 염방주 호염대를 죽이고 호씨세가를 멸문시켰으니 팔 하나는 자른 셈이지요."


"그런 일이 있었는 줄도 몰랐습니다."


"곁가지 하나 잘라 낸 것보다야 대사형께서 벽을 넘으신 것이 더 중하지요. 모두들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오히려 심마에 들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그럴 리가요? 대사형을 본받아 벽을 부수지 않겠습니까?"


"그리만 된다면야 더 바랄 것이 있겠는지요?"


"한순간도 수련에 게으르지 않으신 사형들이십니다. 걱정하실 일이 아니라 모두 모여 잔치라도 벌이며 기뻐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지금은 놈들에게 벌을 내려야 하니 잔치는 조금 뒤로 미뤘으면 하니 양해해 주십시오."


"그래야지요."


"안색은 좋아 보이십니다만 힘드셨던가 봅니다."


"어찌 소문주님의 눈을 벗어나겠습니까? 전력을 다해 생사현관을 뚫으려다 보니 조금 약해진 겁니다. 며칠 운기조식하면 호수가 바다로 변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나 대사형께서는 복이 있으시니 소제가 작은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시운학은 책상자를 열어 목갑에 든 환단 세 개를 꺼내 은창 유성에게 내주며 말했다.


"문주님과 노사님들의 독상을 해독하기 위해 인형설삼이 필요하다 해서, 소제가 운룡 설산을 찾았지 않겠습니까? 거기서 하늘이 본 문을 돌보셨는지 만년인형설삼과 청홍사까지 얻었습니다.


두 영물은 어른들의 해독을 위해 썼지만, 인형설삼을 구하는 과정에 제법 많은 설삼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독선께 부탁드리니 환단으로 만들어 주셔서 갖고 있었습니다. 설삼으로 만든 환단이니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문주님,

우형이 무슨 복이 있어 이런 귀한 것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복이 있으신 것도 맞는 말씀이시고, 귀하다 하셨으나 환단 몇 개가 아무려면 대사형의 건강만 하겠습니까? 소재가 조금 더 호법을 설 것이니 바로 드시고 운기조식하십시오."


은창 유성이 환단을 받아 유지를 벗기니 은은한 설삼향이 코끝을 시원하게 했다. 세 개 모두 한 번에 입안에 털어 넣고 좌선하고 운기조식에 들었다.


만년인형설삼은 아니라 했으나 떨어진 기력을 채우는 데는 설삼의 효능이 차고 넘쳤다. 일주천 하는 것만으로 심신의 피로가 사라지고, 이제 뻥 뚫린 생사현관을 내공진기가 도도히 넘나드니, 스스로 말하고 민망했던 내공이 정말 호수가 바다로 변한 것처럼 넘쳐 났다.


은창 유성의 정수리를 빠져나온 내기가 덩어리를 이루더니 호흡을 따라 코로 들어갔다. 운기조식을 마치고 눈을 드는데 안광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운기조식을 마치고 기뻐하는 은창 유성을 다시 한번 축하한 뒤, 시운학은 무림맹에 들어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무림맹주 여시준을 찾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바로 오느라 맹주님을 아직 못 뵈었습니다."


"소문주님께서 이곳에 계신 것을 아시니 그런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우형과 함께 가서 인사드리지요."


둘은 연공관이라 불리던 움막을 나서, 발걸음도 가볍게 맹주전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공자 출세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4 164화 운남행 +6 23.10.19 1,616 16 12쪽
163 163화 나한진 +3 23.10.18 1,419 19 12쪽
162 162화 소림과 무림맹 +2 23.10.17 1,425 16 13쪽
161 161화 허허롭다는 것 (2) +2 23.10.16 1,471 17 14쪽
160 160화 허허롭다는 것 (1) +3 23.10.15 1,510 17 13쪽
159 159화 우려(優慮) +5 23.10.14 1,424 17 13쪽
158 158화 누구에겐 쉬운 일 +2 23.10.13 1,428 17 15쪽
157 157화 백수촌(白壽村) (2) +2 23.10.12 1,418 18 12쪽
156 156화 백수촌(白壽村) (1) +2 23.10.11 1,411 20 13쪽
155 155화 혼례 (2) +1 23.10.10 1,480 16 13쪽
154 154화 혼례 (1) +1 23.10.09 1,520 21 14쪽
153 153화 일비 사왕 일선자(一秘 四王 一仙子) +3 23.10.08 1,534 20 13쪽
152 152화 깨달음 +2 23.10.07 1,564 20 14쪽
151 151화 고뇌(苦腦)하는 사람들 +2 23.10.06 1,582 18 14쪽
150 150화 광인방을 멸(滅)하다 +2 23.10.05 1,701 20 13쪽
149 149화 전화위복(轉禍爲福) +3 23.10.04 1,603 19 13쪽
148 148화 아비규환(阿鼻叫喚) +2 23.10.03 1,611 19 13쪽
147 147화 만금전장(滿金錢場) +1 23.10.02 1,625 19 16쪽
146 146화 무림맹의 변신 23.10.01 1,637 19 14쪽
» 145화 은창 유성 화경에 들다 +2 23.09.30 1,806 18 12쪽
144 144화 마무리는 단호하게 +2 23.09.29 1,720 18 14쪽
143 143화 시작은 가볍게 +1 23.09.28 1,709 16 19쪽
142 142화 탐화랑(貪花郞) 23.09.27 1,803 18 15쪽
141 141화 풍우지절(風雨之節) +1 23.09.26 1,868 17 14쪽
140 140화 당소소 (2) +1 23.09.25 1,862 19 14쪽
139 139화 당소소 (1) +1 23.09.24 1,791 17 15쪽
138 138화 협상 23.09.23 1,813 16 17쪽
137 137화 개파대전 +1 23.09.22 1,841 18 13쪽
136 136화 불꽃 (3) +1 23.09.21 1,877 15 15쪽
135 135화 불꽃 (2) +2 23.09.20 1,930 17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