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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관측자의 이야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22.09.06 21:26
최근연재일 :
2024.03.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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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6,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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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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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

DUMMY

지난 이야기.

아카식 레코드의 선택을 받아 관측자로서 8000년 이상을 살아온 시파르 = 율릭 네이트 오언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디지털 월드로 이동했다.

디지털 월드에 도착한지 얼마 안 돼서 고부리몬, 샤마몬(원시고부리몬), 스노우고부리몬을 죽이고 그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던 블랙길몬을 확보했다.

고부리몬 셋이 근거지로 사용하던 오두막에서 블랙길몬과 대화를 나눠 파트너··· 까지는 아니더라도 협력자의 관계를 맺었다.

하룻밤을 묵고 나서 폐허가 된 유적까지 걸어갔는데 그곳에 거주하고 있던 아이스몬 하나, 고츠몬(울퉁몬) 여덟과 싸웠다.

블랙길몬과의 협동, 그리고 가면라이더 조커라는 다른 차원의 힘을 사용해서 아홉 디지몬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그 후 무지개와 같이 여러 빛깔로 아롱져 보이는 에너지에 덮쳐진 둘은 어딘가로 옮겨졌다.


*


“어이쿠!”


“도대체 여긴 어디야?”


무채색의 공간에 도착한 율릭은 현기증이 나는지 살짝 휘청거렸고 블랙길몬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면서 경계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하얀색 옷을 입은 청년이 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길몬이 먼저 손톱을 내밀고 으르렁거리자 청년은 쓴웃음을 지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아니, 나아가려고 했지만 율릭이 글록 권총을 꺼내들고 바닥에 9×19mm 파라벨럼 탄환을 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인다면 몸통에 두 방, 머리에 한 방 꽂아 넣어주겠어.”


“말하는 건 괜찮겠지?”


“그건 허용해줄게.”


“내 이름은 겐나이. 디지털 월드의 안정을 바라는 자<호메오스타시스>를 섬기는 자율형 에이전트다.”


“마침 잘 만났네. 내가 디지털 월드에 오게 된 원인을 알고 싶었거든. 만약 가능하다면 지금 말해줄 수 있을까?”


율릭은 아래로 향해있는 총구를 위로 올려 겐나이의 가슴에 겨누면서 침착한 음성으로 말했다. 흉포성을 드러낸 블랙길몬마저 움츠러들 만큼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데 율릭의 맞은쪽, 겐나이의 뒤쪽에서 파동이 일어났다.

곧 반사면에서 어떠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 소녀처럼 보이지만 실제 모습이 아니고 아바타를 구축했음을 간파한 율릭은 큰 피해를 주지 못하는 글록 권총을 거두어들였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호메오스타시스라고 합니다.”


“오! 저는 율릭 네이트 오언입니다. 본명은 따로 있고요.”


“알고 있습니다.당신의 이름 앞 글자와 성을 합치면 U.N.Owen이 되는데, 알 수 없다는 의미를 뜻하는 Unknown과 유사하니까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보고 맘에 들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1939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83년 동안 율릭 네이트 오언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시파르는 블랙길몬을 곁에 두고 호메오스타시스를 마주하며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준비를 했다.


“단도직입으로 말하겠습니다. 제가 리얼 월드(현실 세계)에 영향을 끼친 장본인입니다.”


“선택받은 아이들을 불러들이기 위함입니까?”


“아니요. 당신 같은 존재가 스스로 오는 것을 바랐습니다.”


“디지털 월드의 사정이 복잡다단한가 보군요.”


“맞습니다. 제가 선택받은 아이들을 불러들인 이후로 디지털 월드와 인간들의 감정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었습니다. 그 감정이 어떻게 변동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월드의 구성요소도 바뀌어버립니다.”


“···설마 디지털 월드와 지구의 운명을 걸고 내전을 벌이고 있는 겁니까?”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하여 디지털 월드의 유력 집단(powerhouse)들을 알아낸 율릭이 질문을 하자 호메오스타시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고 나서 공간을 조작해 내전과 관련된 도식을 만들어냈다.

호스트 컴퓨터이며 신이라 불리는 위그드라실의 직속 수족인 로얄 나이츠는 리얼 월드를 두고 멸망파, 보존파, 기권파로 나뉘어졌다. 위그드라실을 섬기는 3대 천사는 멸망에 찬성했다. 디지털 월드의 동서남북을 수호하며 좌표를 담당하는 4성수는 2:1:1의 비율로 보존, 기권 멸망을 선택했다.

다른 차원의 디지털 월드인 일리아스를 관리하는 호메로스의 직속 수족인 올림푸스 12신도 파괴와 존속을 두고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차원의 디지털 월드인 윗체르니는 중립을 선언했다.

다만 다크 에리어에 거주하고 있으며 서로 간섭하는 일이 없어 이해의 일치·불일치에 관계없이 협력 관계나 적대 관계가 되지도 않는 7대 마왕은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7대 마왕 쪽은 좀 수상하네요.”


“이번만큼은 본성을 거슬렀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만나서 속내를 알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잘못하면 7대 마왕을 적으로 돌리게 돼.”


“위험은 감수해야지.”


호메오스타시스에게는 존댓말을 하고 겐나이에게는 반말을 하며 대화를 나눈 율릭은 잠시 블랙길몬을 바라보더니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인간으로서의 한계가 있고 블랙길몬은 스스로 진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자면 호메오스타시스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정식으로 공생 관계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겠군요.”


“쉽지 않을 겁니다.”


“우선 아카식 레코드에서 가능한 만큼 정보를 모으겠습니다. 시간이 꽤 걸릴 테니 기다려주세요.”


율릭은 책상다리를 하고 앉으면서 양손을 뒤집어 허벅지에 손등을 올려놓았다.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을 맞대고 눈을 감자 몸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공중 부양 후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시작으로 머리가 잔상을 남길 정도로 기묘하고도 빠르게 움직였다.

블랙길몬, 호메오스타시스, 겐나이는 기괴한 광경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율릭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블랙길몬과 겐나이가 율릭을 양쪽에서 부측해서 다치는 일은 없었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낸 율릭은 단 한 번의 손짓으로 공간을 조작했다. 흠칫하는 호메오스타시스를 무시하고 멀티버스에서 벌어진 파괴와 멸망을 보여 줬다. 여기서 인상적인 현상은 서로 다른 우주들이 충돌을 일으켜 한 세계만 살아남거나 두 세계 모두 멸망하는 인커전(중첩)이었다.


“인커전은 멀티버스에 과도한 영향을 가하거나 받았을 경우 발생하는 일종의 부작용이야.”


“제가 원인을 만들었군요.”


“그 당시에 선택받은 아이들만이 디지털 월드를 구할 수 있었으니 자책하지 마세요.”


“해결 방법은 있는 거야?”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충돌한 뒤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이치 자체를 뜯어고쳐서 부작용을 없애는 거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군.”


“난 후자를 추천해. 전자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다가 많은 희생을 요구하니까.”


문제가 있다면 창조(創造)만큼은 아니더라도 개조(改造) 역시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율릭이 아카식 레코드와 동기화하고 호메오스타시스, 위그드라실, 호메로스 등의 힘을 빌려서 리얼 월드와 디지털 월드 양쪽에 영향을 준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호메로스는 모르겠지만 위그드라실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받아들이게 만들 뿐입니다.”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파트너 디지몬 둘과 디지바이스를 마련해주세요.”


“블랙길몬 혼자서는 힘이 들 테고 그대는 선택받은 아이가 아니니 파트너 디지몬의 수를 늘린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디지바이스가 구형밖에 없어.”


“괜찮아. 내 방식대로 개조하면 돼.”


어깨에 멘 소형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은 율릭은 그 안에서 한 쌍의 장갑을 꺼냈다. 그것은 디지털 월드로 통하는 포털을 만들 때 사용한 나노 장갑이었다. 장갑을 끼고 두 손바닥을 합하여 작동시킨 다음에 겐나이가 건네는 최초의 디지바이스를 받았다.

손을 움직여 데이터가 섞인 나노미터 단위의 선을 조종하고 허공에 뜬 디지바이스를 분해했다. 이어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해체하더니 두 종류의 부품을 조합했다. 율릭이 재조립한 디지바이스는 스마트 워치에 가까웠고, 손목에 갖다 대자 손목 둘레에 맞게 시곗줄이 채워졌다.


“이름은 D(디지바이스)-워치··· 라고 해두지. 아무튼 블랙길몬, 네가 진화할 수 있게 잠재력을 끌어내야겠어.”


“정말이야?”


“엄청 아프지만 가장 빠른 방법과 아프진 않지만 효과가 미약한 방법이 있어. 둘 중에 하나만 골라.”


“······아픈 걸로 할게.”


“비명 질러도 되니까 애써 참을 필요는 없어.”


블랙길몬의 허락을 받은 율릭은 D-워치에서 데이터로 이루어진 장침을 여러 개 꺼냈다. 하나를 척추에 찔러 넣어 몸을 마비시키고 나머지는 각각의 경맥에 찔러 넣었다. 율릭이 경고한대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고 블랙길몬은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계속 진행한다면 각성이 고문으로 바뀔 것이다. 율릭은 D-워치를 홀로그램으로 조작하여 장침을 데이터로 되돌리고 블랙길몬이 흡수하게 만들었다. 블랙길몬은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힘에 비명이 아닌 기합을 내지르고는 기절해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깨어날 겁니다.”


“다행이군요.”


“파트너 디지몬 둘은 찾으셨습니까?”


“한 번 보시죠.”


블랙길몬을 챙겨서 D-워치 안에 수납한 율릭은 호메오스타시스와 겐나이가 선정한 파트너 디지몬을 확인했다. 둘 중에 하나는 백신 속성의 테리어몬이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 속성의 쟈자몬이었다.

세 디지몬이 궁극체까지 진화하더라도 로얄 나이츠, 3대 천사, 4성수, 올림푸스 12신, 7대 마왕 등과 싸운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처음부터 강한 디지몬을 파트너로 삼는다면 훨씬 빨리 발각될 테니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했다.

바이러스의 블랙길몬, 백신의 테리어몬, 데이터의 쟈자몬, 그리고 아카식 레코드의 관측자로 선택받은 율릭 네이트 오언이 디지털 월드와 리얼 월드를 수호하고자 나서게 된 것이다.


작가의말

예전 같았으면 좀 더 끌었다가 밝혔을 텐데 이제는 빨리빨리 진행하고 싶네요.

일단 블랙길몬, 테리어몬, 쟈자몬이 궁극체로 진화하는 내용을 먼저 다룬 뒤, 유력 집단과의 대화 및 싸움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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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23.10.26 6 0 19쪽
26 <26> 23.10.08 6 0 13쪽
25 <25> 23.09.10 7 0 13쪽
24 <24> 23.09.04 7 0 20쪽
23 <23> 23.08.28 18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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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22.11.30 1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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