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입니다.

2077약먹는 천재칼잡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x웰시꾸기x
작품등록일 :
2023.03.06 18:06
최근연재일 :
2023.03.15 18:2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876
추천수 :
38
글자수 :
63,107

작성
23.03.12 09:20
조회
32
추천
3
글자
13쪽

9화 혹시 아공간 능력자세요?

DUMMY

하품을 하며 여유롭게 걸어나오는 실눈의 사내. 

 

“흐아암.”

 

전통적인 사무라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유카타와 뒤로 질끈 묶은 머리칼이 기름에 절어 반질거렸다. 그는 어딘가 가려운지 가슴팍을 벅벅 긁어댔다.

 

“담배 한 대 피울 시간은 있을 줄 알았더니.”

 

사내는 아쉬운 듯,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을 길게 들이키더니 남은 끝부분을 툭 바닥에 던졌다.

그의 허리에는 네 자루의 일본도가 교차로 걸려있었다. 칼집에 새겨진 정교하고 화려한 문양이 눈에 띄었다.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내 공격을 보고도 여유를 부리는 것, 부하들이 죽었음에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표정에서 그랬다.

 

“공자!”

 

뒤에 있던 청아가 나를 불렀다. 그녀는 이미 오토바이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더는 위험합니다!”

 

청아는 시동을 걸 준비했다. 나는 서둘러 뒷자리에 올라탔다. 그때 그녀가 너덜너덜해진 나의 의수를 봤다.

 

“팔이······.”

“보다시피 한계야.”

 

난 의수를 옷자락에 숨기며 조용히 웃었다. 실눈의 사내가 이 사실을 안다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 같았다.

 

“흐음. 도망가려고?”

 

멀리서 바라보던 남자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소름이 끼치는 웃음이었다.

 

“아아. 그냥 가면 재미없지!!! 나랑 놀자구!”

 

실눈의 사내는 말 끝나기 무섭게 자신이 든 일본도를 거칠게 휘둘렀다. 그러자 초승달 모양을 띤 강기가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범위나 위압감에서 조금 전 나의 백월섬에 비해 한참 월등했다. 날아오면서도 선명한 형태를 유지하는 것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카가가강!

 

그러나 오래 바라볼 수 없었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강기를 쳐냈다. 파괴력을 줄이기 위해 옆으로 비켜냈지만 쥐고 있던 일본도의 날이 힘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퓌시익.

 

충격의 여파로 오른쪽 의수는 결국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더는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음?”

 

이를 본 실눈 사내의 눈썹이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공자 출발하겠습니다. 꽉 잡으십시오.”

 

청아가 말했다. 그녀는 오토바이 스로틀을 돌렸다. 으르렁! 하는 소리와 함께 엔진이 포효했다.

 

-부르르릉!!!

 

시트를 통해 전해지는 진동이 내 엉덩이를 두드렸다. 

 

어딘가 멀리에서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러다 경찰이랑 친해지겠어.”

 

-부아아아아앙!

 

오토바이는 거친 소음과 함께 빠르게 전장에서 이탈했다. 지나가는 도로 위에는 검은 연기와 즐비하게 흩어진 시체들이 가득했다. 

 

다행히 따라오는 녀석은 없었다. 실눈의 사내도 멀리 서서 우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녀석들이 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습니까?”

“글쎄.”

 

나는 청아의 물음에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아마 녀석들 입장에선 싸워봐야 득이 될 것 없기 때문이 아닐까? 동료가 죽었지만, 도시에서 이런 식의 세력 싸움은 흔한 일이다. 

그들 입장에선 경찰의 추격과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할 만큼 쫓아올 이유가 없을 테니.

 

“조금 전, 스승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어때, 좀 괜찮으신 거야?”

“그것보다 공자와 얘기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잘된 일이다. 나도 설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럼 메디컬 센터로 가는 건가?”

“아니요, 그곳은 가지 않습니다.”

“엥?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청아는 대답 대신 핸들을 거칠게 틀었다. 도로 위의 표지판에는 ‘브릿지 마켓까지 10.5km’ 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실눈의 사내는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저 녀석들 어디 소속인지 아는 사람?” 

 

폭주족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그들 앞에 서 있는 실눈의 사내는 시니가미 카이의 오백인장(五百人長) 이었다. 폭주족들과 사내의 관계는 대대장과 일병 정도의 수준 차이와 비슷했다.

 

“벙어리들만 모아놨냐?”

 

그는 오로지 강한 사람과의 전투를 즐기는 전투광이었다. 늘 강함만을 추구했기에 어느덧 시니가미 카이의 오백인장의 자리에 올랐고, 그 후로는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런 그의 관심을 간만에 자극한 상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사내는 저렇게 순수한 음기를 다루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자유롭게 컨트롤하는 모습은 어디서 보기 힘든 경이로운 수준. 아직 가공되지 않은 결정을 찾은 기분이었다.

 

‘하아. 어디서 저런 새끼가 나타난 거야.’

 

그는 흥분감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려온 앞머리를 귀 뒤로 천천히 쓸어 넘겼다.

 

-삐리리릭, 삐리리릭.

 

타이밍 좋게 울리는 전화에 보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는 [노잼임] 이라는 설명이 덧붙어 있었다.

 

“아, 보스.”

 

사내는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문득 자신이 받은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가고 있어. 가는 길에 일이 생겨서 늦었어. 미안. 금방 처리할게.”

 

갱단을 세상 무서운지 모르는 범법자들이라 하지만 이 도시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누가 뭐라 해도 ‘기업’. 

그리고 지금 시니가미 카이는 기업의 일에 본격적으로 끼어들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보스가 가장 예민하게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었기에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사내는 그것을 위해 움직여야 했다. 사내가 앞뒤 분간이 없이 날뛰는 편이라 해도 ‘기업'이 요구하는 일의 중요성을 분별 못하는 바보는 아니었다.

 

“아쉽군, 아쉬워.”

 

사내는 전화를 끊으며 중얼거렸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그는 세진과 청아가 사라진 도로 너머를 봤다.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군.”

 

오랜만에 만난 의문의 강자. 사내는 가슴이 뛰었다. 역시 도시에는 즐거운 것이 많다. 당장 쫓아가서 겨뤄보고 실력을 가늠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지만,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다.

 

[불법 도로 점거자들에게 알린다.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어느새 그들 주위로 다가온 경찰차 십여대가 확성기로 외치고 있었다.

 

“하여간 경찰 새끼들.”

 

짜증 섞인 그의 말투에 주변에 경직된 자세로 서 있던 폭주족들은 슬그머니 옆으로 물러섰다.

 

-철컥. 철컥.

 

사내의 양쪽 팔이 각각 두 개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총 4개의 팔로 나눠진 그의 팔은 마치 곤충의 다리를 보는 것 같았다.

 

“눈치 없이.”

 

사내는 허리에 있던 남은 세 자루의 칼을 마저 꺼내 들었다.

 

사도류(四刀流).

 

그것은 오직 검은색으로만 이루어진 순수한 흑도(黑刀)였다.




***




“이쪽입니다.”

 

당직을 서는 은행 직원은 설란을 안쪽 문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VIP들에게 제공되는 물품 보관소. 그녀는 오래전 자신이 맡겨둔 물건을 찾고 있었다.

 

“기록을 보니 엄청 오래전에 맡기신 것 같던데요.”

“그랬지.”

 

직원은 은행에 근무한지 10년이 넘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생소한 장기 보관물이었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단순히 금전적인 가치가 높기보다 사연 깊은 물건들이 많았다.

 

“갑자기 찾으시는 이유가 있는 건가요?”

 

은행 직원이 쓸데없이 질문을 이어가자 설란은 그를 노려봤다.

 

“여기는 원래 이런 질문들을 하는 건가?”

 

괜히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자 질문했던 남자는 당황하며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찾으시는 물건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뭔가 잘못 질문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장기 보관 물품인데다,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괜히 자신이 얽혀봐야 좋은 것 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복도를 한참 걸었다.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복도에는 여러 개의 문이 존재했다. 각각의 문에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넘버가 존재했다. 남자 직원은 번호를 확인하더니 어떤 한 지점에 멈춰 섰다.

 

“이곳입니다. 여기 받으시는 키와 본래 소유하고 계시던 고유 넘버를 입력하시고, 마지막으로 제가 가진 키를 인식하면 최종적으로 보관함이 열립니다. 물론 물건은 방 안에서 단독으로 확인할 수 있으십니다. ”

 

은행 직원은 직사각 모양의 키를 건넸다. 설란은 그의 안내에 따라 방안으로 이동했다. 그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어두운 방 안에는 키를 인식하는 장치만 반짝거리며 설란이 쥔 키가 닿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삐릭.

 

키를 인식시키고 설란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마침내 푸쉬이익하고 보관함의 진공 상태가 풀렸다. 동시에 내부의 톱니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안을 위해 기계 장치도 전자 장치와 함께 쓰는 구조였다.

작은 문이 열리며 내부에서 낡은 상자 하나가 나왔다. 시간 여행이라도 한 듯 보이는 오래된 상자였다.

 

-달칵.

 

설란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영롱한 푸른 빛이 어두운 방 안을 고고하게 밝혔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허겁지겁 달려온 이유였다.

 

“드디어 네 주인을 찾은 것 같구나.”




***




-부아아아앙.

 

청아의 오토바이는 어느덧 9구역인 드래곤 포트를 빠져나와 브릿지 마켓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지났다. 주위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빌딩들이 점차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브릿지 마켓인가.’

 

갱단의 보스들과 계급의 최상층에 있는 기업가들까지.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모두 섞여드는 대혼돈의 중심지. 검은돈도 거리낌 없이 취급하는 도시 제2의 금융가.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센트럴보다 갱단이 세력이 위치한 노스 코스타, 드래곤 포트, 이스트 타운에서 더 가까웠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끼익.

 

주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청아의 오토바이를 힐끗힐끗 바라봤다. 다들 번듯한 정장을 입는 직장인들이었다. 밤이 늦었지만 도시는 잠들지 않는다. 노동법 따위는 개나 줘버린 세상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건 시니가미 카이가 사용하는 요란하고 불량한 장식이 달린 오토바이는 너무 눈에 띄었다.

 

그들이 내린 곳은 거대한 사옥이었다. 주변의 다른 빌딩들과 함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날아다니는 항공 차량이 많은 것으로 보아하니 여기도 부자들이 많기는 한가 보다.

회전형 출입구 옆에는 거대한 명패로 하북은행(河北銀行)이라는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새겨져 있었다. 

 

“실례하지만, 신원 확인하겠습니다. 복면을 벗어 주시겠습니까?”

 

입구를 지키던 무장 경비원이 청아와 나를 막아섰다. 그의 선글라스가 반짝거리며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가려주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딴 복장으로 다짜고짜 들어온 우리를 보고 아무렇지 않다니, 제법 강한 경비원인가?

 

“아.”

 

청아는 잠시 당황한 듯 나를 바라봤다. 나는 눈치껏 슬쩍 다른 곳을 바라봤다. 크게 의미가 없겠지만, 살문의 암살자가 얼굴을 누군가에게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모르긴 몰라도 남에게 일몸을 보여주는 것 같은 거부감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플래티넘 고객님. 신원 확인했습니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남자는 우리가 고객임을 확인하자 표정이 다소 누그러졌다.

 

“설란이라는 분이 먼저 오셨을 겁니다.”

“그 일행분이 안에 계십니까?”

 

경비원의 물음에 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경비원은 잠시 귀를 만지작거리며 누군가와 무전을 주고받았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쪽으로 들어와도 좋다는 의미였다. 안전문을 지나자 경비원이 다가와 옷 여기저기를 뒤졌다.

 

“딱히 무기는 없으시군요. 근데 이 임플란트 작동하는 겁니까?”

 

그는 축 늘어진 내 오른팔을 보다 못해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차, 생각해 보니 내 몰골이 말이 아니다. 옷도 여기저기 찢겨있었고 의수의 장치는 내부를 훤히 드러내고 있다. 노숙자로 오해받아 쫓겨나지 않은 게 다행이군.

경비 뒤에 있던 여자 직원이 앞으로 나와서 안내를 이어 나갔다.

 

“다 끝나셨으면 저를 따라오시면 됩······.”

 

직원이 더 말을 잇지 못하자 나는 뒤를 돌아봤다.

청아는 끙끙거리며 허벅지에서 섬광 수류탄 무더기를 꺼내는 중이었다. 이미 테이블 위에는 그녀가 꺼낸 열 종이 넘는 다양한 무기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작가의말

하북은행은 하북팽가에서 운영하던 전장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077약먹는 천재칼잡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안내입니다. 23.03.16 87 0 -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오후 6시 20분입니다. 23.03.06 23 0 -
12 12화 다프트 헬름 23.03.15 14 0 12쪽
11 11화 근데 착수금은 진짜 없나요? 23.03.14 19 1 12쪽
10 10화 한빙검(寒氷劍) 23.03.13 24 2 12쪽
» 9화 혹시 아공간 능력자세요? 23.03.12 33 3 13쪽
8 8화 일단 먼치킨 23.03.11 37 3 13쪽
7 7화 과속 23.03.10 49 3 12쪽
6 6화 조연이 재능을 숨김 23.03.09 61 4 12쪽
5 5화 오직 나만이 +1 23.03.08 82 4 12쪽
4 4화 간부 소집 23.03.07 82 4 13쪽
3 3화 원작을 바꾸는 방법 23.03.06 104 4 12쪽
2 2화 조연이 되었다 23.03.06 144 4 12쪽
1 1화 프롤로그 23.03.06 220 6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