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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2077약먹는 천재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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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웰시꾸기x
작품등록일 :
2023.03.06 18:06
최근연재일 :
2023.03.15 18:2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883
추천수 :
38
글자수 :
63,107

작성
23.03.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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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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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조연이 되었다

DUMMY

먹구름 잔뜩 낀 어두컴컴한 밤하늘.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쏴아아아.

 

투명한 유리 지붕을 타고 흐르는 빗물은 물길을 이루며 나의 볼에 한 방울씩 떨어졌다. 하필 내가 누워 있는 공간에만 유리가 없다.

비는 내 몸뚱이 위에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내가 부수면서 들어왔나.’

 

옆을 보니 창밖에 수직으로 뻗은 빌딩들이 어두컴컴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빌딩의 벽면에는 요란한 광고가 가득했다. 한자와 영어 따위가 뒤섞인 홀로그램 간판, 네온사인이 그것이었다. 

 

-쓔우웅.

-휘웅.

 

날아다니는 차들은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빌딩 사이를 휘젓는다. 불빛들이 요란한 탓에 눈두덩이에 통증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어지럽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방 안에 누워있었는데.

 

“위험해!!”

 

누군가 외쳤다. 나도 순간적으로 으악하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불량배 하나가 2층의 난간을 부수며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음식과 그릇들이 죄다 바닥에 쏟아져 나뒹굴었다. 그때야 내가 빌딩의 꼭대기에 위치한 루프탑 술집의 내부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와장창!

 

“꺄악!”

 

비명을 지르는 손님들이 혼비백산 달아났다. 술집은 중앙에 거대한 홀이 있어 2개 층을 모두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어떤 새끼야?!”

 

홀 바닥을 뒹구는 남자를 확인한 가드들이 시선이 2층 난간으로 향했다. 이곳은 갱단 하오문(下汚門)이 직접 운영하는 곳. 이런 곳에서 대놓고 행패를 부릴 인물은 흔하지 않다.

 

“나다, 이 십새끼들아.”

 

방독면으로 얼굴을 가린 정체불명의 남자가 난간 옆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비수(匕首)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씨발, 누군지는 몰라도 업장 분위기를 이 꼴로 만들어?!”

 

가드들은 정장의 소매 부분을 확 찢었다. 그러자 크롬으로 이루어진 기계 팔이 드러났다. 손목 주변의 근력과 내구력을 극대화 한 타입.

그들은 권술(拳法)을 즐겨 쓰는 무인들이었다.

 

“좆까.”

 

그러거나 말거나 방독면 사내는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가드를 도발했다.

그 순간, 최루탄이 데굴데굴 굴러들어왔다. 투박하게 생긴 녀석은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를 가득 내뿜었다.

 

-와장창창창!!!

 

그나마 남아 있는 유리 지붕이 일제히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고글을 쓴 대원들이 들이닥쳤다.

뚫린 지붕에서 빗물이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어느새 항공 차량이 서치 라이트를 비추고 있었다. 

 

“경찰이잖아 씨발!!”

 

누군가의 외침. 

 

여기저기 취해서 널브러져 있던 손님들이 기침을 해대며 탈출구를 찾았다. 아수라장이었다. 

일단 나는 지금 정신이 너무 없다.

 

“정신 차려.”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조금 전 2층 난간에 있던 방독면의 남자였다. 그는 어느새 1층으로 내려와 있었다. 

 

“빨리 따라와!!!”

 

그는 내 어깨를 확 잡아끌었다. 덕분에 엉거주춤하게 따라야 했다. 초면에 반말이라니. 아닌가? 아마 이 남자는 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제기랄, 벌써 무장 경찰들이 왔어.”

 

그는 다급하게 말을 쏟아내며 주위를 둘러봤다. 출구를 찾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나를 데리고 주방에서 이어지는 비상구로 향했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군.”

 

남자와 나는 몇 개의 문을 밀치며 빠르게 이동했다. 곧이어 직원들이 물건을 나르는 데 사용하는 넓고 긴 복도가 나왔다. 화물용 엘리베이터 옆으로 비상구 표시가 보였다.

그렇게 무사히 빠져나가나 싶었다. 하지만 일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

 

“여,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

 

복도 너머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여섯 명의 덩치가 나타났다. 그들은 경찰도, 하오문의 가드도 아니었다.

 

‘철두회(鐵頭會).’

 

구성원 대부분이 신체 개조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쪽에서 유명한 놈들이었다. 돈을 위해 다른 갱단과 전투도 마다하지 않는 호전적인 갱단.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10개가 넘어가는 인공 안구의 렌즈가 반짝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거미를 연상시켰다.

 

“이런 비상시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빡대가리들이 너희구나.”

“하하. 기다리고 있었다. 네 놈을 죽이라는 요청에 돈을 꽤 받아서 말이지.”

 

그들의 목에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완전한 기계음.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듣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래? 어지간한 액수로 날 죽이러 오는 또라이들은 별로 없는데. 게다가 이렇게 경찰까지 들이닥친 상황에서 말이야.”

“우린 미친 걸로 둘째가면 서럽거든.”

 

놈들은 양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이 있어야 할 공간에 전부 총구가 달려있었다.

 

“칫.”

 

-투두두둣.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맹공이 펼쳐졌다. 좁은 복도라 피할 방법이 마땅히 없었지만 공격은 오직 방독면의 남자에게 향했다. 그들에게 나는 중요한 표적이 아니었다.

 

-채챙! 채재재쟁!

 

곧 놀라운 장면이 이어졌다. 남자가 양손의 비수를 회전시켜 총알을 쳐낸 것이다. 그는 바로 벽을 딛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의 손에서 대여섯개의 비수가 ‘퓨퓻’ 소리와 함께 쏘아지듯 복도를 가로질러 날았다. 비수가 도달하는 동시에 ‘윽, 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 명이 힘없이 고꾸라졌다.

 

“비켜! 이 답답한 새끼들아.”

 

그러자 뒤에서 지켜보던 제일 큰 덩치 하나가 동료를 밀치며 나타났다. 그의 팔에는 거대한 회전식 기관총이 달려있었다.

 

‘철두회’의 두목. 방대륜. 

 

뇌까지 쇳덩어리로 채웠다는 소문이 도는 사이코. 보스급인 빌런이 벌써 나온다고?

 

-키이이이잉.

 

기분 나쁜 금속음과 함께 거대한 총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누가 날 죽이라 사주했나?”

“그걸 쉽게 말해주겠나. 끌끌.”

 

남자의 물음에 방대륜은 혀를 차는 소리를 내더니 총을 갈기기 시작했다. 바닥을 통해 진동이 전해질 만큼의 강력한 힘의 총기였다.

방독면의 남자는 튕겨낼 수준의 총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방대륜을 향해 강한 힘이 실린 비수 하나를 투척했다. 방어보다 선제 타격을 선택한 것이다.

 

-까앙.

 

그러나 방대륜의 몸체에 먹혀들지 않았다. 아마 방대륜은 사내의 무기에 맞춰 대비를 하고온 것 같았다. 이래저래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다.

 

“하핫! 지금 내 몸체는 타이탄급 장갑으로 이루어졌다. 아무리 내공인지 뭔지 사용한다 해도 그따위 무기로 상대할 급이 아니란 얘기다.”

 

나는 슬슬 이 장면이 어느 시점인지 깨달았다.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점차 확신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이 남자 설마······.’

 

방대륜은 사격을 통해 남자의 발을 묶고, 차근차근 거대한 몸을 움직이며 접근했다. ‘쿵쿵' 거친 소리와 함께 다가온 그는 남자의 코앞에서 가스탄을 발포했다. 초록빛이 도는 유독 가스가 복도에 짙은 연기를 내며 퍼졌다.

다행히 사내의 방독면은 독성 물질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을 막아 준 것 같았다.

 

“날 상대로 독을 쓰는 녀석은 오랜만인데.”

 

사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방식이라면 네가 방심할 거라 생각했거든.”

 

방대륜이 작정하고 휘두른 팔이 남자의 얼굴을 가격했다.

 

“······지금처럼!”

 

결국 남자의 방독면이 벗겨지면서 얼굴이 드러났다. 묶어 감추었던 긴 은색 머리칼이 공중에 휘날렸다. 

선이 가늘고 차갑게 생겼지만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호탕한 성격이 보이는 남자.

 

‘당조한.’


몰락한 사천당가(四川唐家) 출신이자, <제살법>의 주인공이 이끄는 무력 집단 ‘활빈단(活貧團)’의 3번대 대장.


아, 물론 그건 초창기 한정이다. 원작대로라면 함정에 빠진 당조한은 여기서 죽는다. 

 

-쿠웅.

 

방독면이 벗겨지며 당조한은 독성 물질을 흡입할 수 밖에 없었다. 만독불침의 체질을 가진 그에게 먹힐지, 먹히지 않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강한 일격에 당조한은 복도 벽을 부수며 몸의 일부가 파묻혔다. 방대륜은 쓰러진 그를 노리고 손을 뻗었다. 

일단 공격에 의해 중추 신경이 손상되면 아무리 사이버펑크 세계의 기술이라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다.

 

‘어라?’

 

그때 문득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는 내가 단순히 <제살법>을 읽었기 때문에 느끼는 감각이 아니었다. 내가 여기서 이야기의 전개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을 수 있을까?’

 

생각과 달리 내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완전히 무장한 방대륜의 공격을 단 한 번이라도 버텨 준다면 좋으련만.

 

“뭐야, 이 새끼는?”

 

방대륜은 내가 갑자기 끼어들자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당조한 외에 자신의 움직임을 읽고 따라올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고수, 혹은 고가의 사이버옵틱으로 안구를 개조한 것이 아니라면 방대륜의 움직임을 보는 것조차 불가능하니까.

 

-터엉!!

 

죽음의 단 한 순간. 녀석의 공격을 버텨낸 내 의수는 여기저기 앓는 소리와 함께 조각들을 흩뿌렸다. 양쪽 팔 모두 3등급 미만의 하급 전투용 사이버웨어 였으니 형태를 유지하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그 순간 내 초조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마법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상황의 반전을 의미하는 클리셰로 가득 채워진 한 문장.

 

“거기까지.”

 

벽이 부서진 복도 너머에서 한 사내가 나타났다.

 

“누구냐!!!”

 

「······가문을 등지고 뛰쳐나간 후, 섹터 일레븐의 지배자로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당시 그의 별칭은 11구역의 작은 호랑이였다.」

 

타는 듯한 적금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를 알아볼 수 있다.

 

도시에서 손에 꼽히는 무력 집단, 활빈단의 단장이자 제갈세가 제일의 무인. 

서자의 신분으로 훗날 제갈세가가 이끄는 초거대 기업, 제갈 코퍼레이션의 수장이 될 남자.


제갈진.

<제살법> 주인공의 등장이다.

 

그렇다면 난 주인공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겠다.

 

「그것이 세진과 진의 첫 만남이었다.」

 

나는 소설 속 조연,

미칠듯한 재능으로 훗날 8번 대 대장의 자리에 오르는 ‘빙백검귀(氷白劍鬼) 세진’. 

 

다른 이름으로는 ‘활빈단의 미친 약쟁이’였다.

 

‘거기다 이건 소설에서 직접 나온 적 없는 부분이야.’

 

눈앞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원작이 시작하기 직전의 사건들이다. 여기서 당조한의 희생으로 세진은 살아남는다. 

이후 ‘나’는 정신적인 스승, 당조한의 의지를 이어 ‘활빈단’의 대장급으로 성장한다.

 

“다, 단장?”

 

당조한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 등장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마주하니 가슴이 뛰었다. 마치 연예인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살았다.’

 

그가 앞으로의 모든 상황을 정리할 것이다. 

 

-텅!

 

제갈진은 손가락을 튕겨 무엇인가 날려 보냈다. 작고 가벼운 총알이 스쳤다. 하지만 복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파공음은 절대 작지 않았다.

 

-투쾅!!

 

“커헉!!”

 

내공이 실려 날아간 총알은 방대륜의 몸체와 닿자마자 폭발하듯 파열을 일으켰다. 그의 단단했던 크롬 바디가 산산조각이 나며 허공에 흩어졌다.


작가의말

제갈세가는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그리고 돈은 곧 힘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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