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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2077약먹는 천재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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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웰시꾸기x
작품등록일 :
2023.03.06 18:06
최근연재일 :
2023.03.15 18:2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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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수 :
63,107

작성
23.03.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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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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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화 간부 소집

DUMMY

의식이 수면 위로 떠 오른다.

 

“오호.”

 

으윽, 구토가 올라올 것 같다.

흐릿한 시야에 먼저 보이는 것은 안경을 낀 중년 대머리다. 아니 두건인가? 그는 누워 있는 내 앞에서 혼잣말하고 있었다.

 

“이 녀석······. 몸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인자한 표정의 의사 선생님처럼 보였지만 그의 몸은 무슨 헬스 트레이너처럼 근육으로 울룩불룩했다.

 

그는 내 몸을 만지며 감탄을 연발했다.

 

“아차차. 이런, 보안 코드 때문에 접근할 수가 없군.”

 

나는 수술대로 보이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남자는 모니터를 유심히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 심박을 표시하는 기계는 규칙적인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디 기술인지는 몰라도 굉장하구먼······.” 

 

그는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이상한 곳은 아니겠지. 

 

“으음······.”

 

내가 옅은 신음을 내자 그는 나의 눈을 바라봤다.

 

“오, 일어났나?”

 

목이 말랐다. 그가 물었지만 난 대답 대신 주변을 둘러봤다. 의료 장비와 함께 뒤섞인 스패너와 렌치. 기계 장치들이 난잡하게 올려진 작업대. 얼음이 다 녹은 옅은 색의 커피 한 잔.

추측건대 리퍼닥(Ripperdoc)의 작업실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누군지 알 것 같다. 제갈진과 관련 있는 리퍼닥은 딱 한 명이니까.

이곳은 모용환이 운영하는 ‘모용의가'였다.


“괜히 또 시체나 처리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다행이야. 제법 강한 약을 투여했는데 잘 버티는군.”

 

그는 내 사이버 의족을 만지고 있었다. 보아하니 임시로 끼워 둔 일상용 사이버 웨어였다. 지난 싸움에서 방대륜의 일격을 막아낸 것보다 훨씬 더 조악한 물건이었다.

 

“대체 몸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몰라도 그게 바이탈 회복에 도움을 준 것 같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미 염라대왕 콧수염이나 보고 있을 테니까.”

 

무슨 짓? 나는 그의 말에 머리를 굴려봤지만, 세진의 몸에 대한 특별한 정보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양팔과 양다리 모두가 사이버 웨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그래서 자주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모른다.

 

-띠링.

 

그때 문이 열리며 방문객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들어온 것은 제갈진이었다. 

 

“오, 제 사장. 타이밍 좋구먼.”

“난 제씨가 아니라 제갈씨라니까. 제가 몇 번을 말합니까.”

 

가면 아래 가려져 있던 그는 짙고 시원한 인상을 가진 미남이었다. 상징적인 그의 머리카락은 사자의 갈기를 연상시켰다. 내가 읽었던 소설 속 묘사 그대로였다.

 

“그거나 그거나.”

“후우, 알겠소. 모 선생.”

“파하핫.”

 

제갈진이 ‘모 선생’이라 말하며 소심한 복수를 하자 모용환은 독특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었다. 시답잖은 농을 나누는 것을 보아하니 아재가 맞다.

 

“넌 좀 괜찮냐.”

 

제갈진은 나에게 물었다.

 

“예.”

“다행이군. 조한보다 상태가 좋아 보여서.”

 

조한보다 좋아 보인다? 

적어도 내가 당조한을 살리는 것에 성공했다는 말이었다. 원작을 바꾼 것이다. 고작 이야기 초반에 지나가듯 나오는 사건 하나를 바꾸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어때, 걸을 수 있겠어?”

 

나에게 물어본 것이지만 모용환이 대신 대답했다.

 

“누가 고쳐놨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

“그럼, 잠시 따라와라.”

“알겠습니다.”

 

우리는 “면역 억제제는 까먹지 마.” 라고 말하는 모용환을 뒤로 하고 방을 나섰다. 

밖은 정신병원을 떠올릴 만큼 깔끔했다. 흰 조명과 깔끔한 마감의 벽은 다른 리퍼닥의 작업실들과 아주 달랐다. 뭔가 갑자기 엄청난 진료비가 청구될 것 같은 시설이었다.

 

제갈세가의 후원 없이 이 정도의 센터를 운영하는 리퍼닥이 이 바닥에 몇이나 있을까? 

복도를 지나 도착한 병실 입구에는 활빈단원으로 보이는 가드 하나가 서 있었다. 그는 제갈진을 보고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비켜섰다.

 

“여기야.”

 

방 안에 들어가자 온몸에 붕대를 두른 당조한이 앉아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소리쳤다.

 

“이 나쁜 자식아! 일어났구나!! 걱정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그의 말투에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당조한과 ‘나'의 사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각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죄송하긴!! 우리 둘 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

 

비록 제갈진에게 쉽게 당하긴 했지만 방대륜은 불법 군용 장비로 무장한 무시무시한 살인 병기다.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정말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난 꼼짝 없이 죽었을 거다.”

 

그는 알고 있을까? 원래 그날 자신이 죽었으리라는 것을.

 

“녀석은 도망갔습니까?”

 

나는 방대륜의 행방을 물었다. 제갈진과 당조한을 번갈아 바라봤다. 나는 정신을 잃은 후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일까.

 

“혼자 너희 둘을 데리고 나온 것은 기적이야. 방대륜은 도주 중에 경찰에게 잡혔다. 애초에 목표는 우리였을 테지만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던 거지.”

 

제갈진이 대답했다. 하긴, 그가 사기적일 정도로 강하다 해도 쓰러진 동료들을 지키면서 쏟아지는 경찰과 하오문, 철두회 까지 전부 상대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작정하고 함정을 준비했으니까.

 

“몸은 좀 어때.”

“죽을 맛이야 단장.”

 

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갈진은 어딘가 모르게 슬픈 눈으로 조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이 분위기? 뭔가 잘못되었어.

 

“전혀 움직이지 않아. 임플란트로 교체해도 반응이 없어. 기존에 없던 특수한 신경독을 사용한 모양이야.”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우선 모용의가의 리퍼닥들이 방법을 찾고 있지만 글쎄.”

 

몸에 문제가 생긴 듯 보였다. 조한은 애써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방법이 있겠지. 꼭 찾을 거야. 아직 단장의 꿈······. 이루지, 못했잖아.”

“그 얘긴 됐어. 몸을 회복하는 것에 신경 써라.”

“어쨌든 당분간은 단장의 싸움을 돕기 힘들 것 같아. 그러니까······.”

 

그는 입술을 잘근 씹으며 침을 삼켰다.

 

“나를 대신할 차기 대장이 필요해.”

 

당조한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과정만 바뀌었을 뿐 결과는 바뀌지 않은 셈이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슬픈 눈을 하는 제갈진을 보자 나는 뭘 해야 하는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힘이 필요했다. 

원작의 전개를 확실하게 바꿀 수 있을 만큼 강한 힘.

 

“후우······. 그렇군. 3번대 대장의 자리가 공석이 되었군.”

 

제갈진은 한참 후에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현도야.”

“넵!”

 

제갈진은 밖에 대기하고 있던 활빈단원을 불렀다.

 

“대장들을 소집해라.”




***




우리가 탄 항공 차량이 빌딩 옥상에 거센 바람 소리를 내며 착륙했다. 엔진의 소음은 없다시피 했다. 고급스러운 외관의 차량답게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내린 곳에는 넓은 마당을 가진 거대한 저택이 있었다. 연못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인상적인 예쁜 정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빌딩의 미래적인 모습과 상반된, 오래된 전통 가옥 형태를 이룬 펜트하우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쓴 듯한 모양이었지만, 건물만 놓고 본다면 말쑥하니 운치가 있었다.

당조한을 태운 전동 휠체어가 먼저 내리고 제갈진과 내가 차례로 내렸다. 

정원은 고요했다. 우리가 저택 가까이 다가가자 보이는 입구에는 활빈당(活貧堂)이라는 현판이 붙어있었다. 이런 으리으리한 저택에 ‘활빈’이라니······.

 

“오셨습니까, 당주(堂主)님.”

 

입구에 서 있는 것은 외눈 안경을 낀 백발의 집사. 제갈진을 보좌하는 황 총관이었다.

그는 수 십명이 넘어 보이는 하인들과 함께 일렬로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그가 말한 바는 단순히 활빈당을 대표한다는 의미였겠지만, 훗날 제갈세가의 당주가 될 사람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언어유희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게 떡밥이었구나.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벌써 싸우고 있는 건 아닐 테지?”

“그럴까 염려해 각각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 모셨습니다.”

“대단해. 역시 황 총관이군.”

 

제갈진이 황 총관의 어깨를 두드리며 씨익 웃었다.

 

“대장들 전부 모두 불러 모아라.”

“넵.”

 

황 총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에서 그림자처럼 대기하던 이들이 사방으로 빠르게 흩어졌다. 

 

“우리는 이쪽이야.”

 

따라 들어간 건물의 내부는 마치 요새처럼 거대하고 복잡했다. 보기에 예쁘기는 하지만 외부의 출입을 불허하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제갈진이 겪은 수많은 암살 위협을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지이이잉.

 

아직 전동 휠체어에 익숙하지 않은 당조한을 배려하는지 일행의 이동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멀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셨습니까? 단장님!”

 

회의실 주변에는 각 대의 부대장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은 제갈진이 나타나자 양옆으로 갈라서며 회의실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냈다. 부대장들의 왼팔에는 ‘활(活)’이 적힌 검은 완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체에는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다 모였나?”

 

제갈진이 입을 열자 소음조차 그 입을 꾹 다물며 조용해졌다. 그의 물음에는 황 총관이 답했다.

 

“현재 극비 임무를 수행 중인 2명의 부대장 및 병가 상태인 당조한 3번 대장을 제외한 인원이 모여 있습니다”

“그럼 다 모였군.”

 

제갈진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회의실로 향했다. 외부와 다르게 내부는 다소 소란스러웠다.

 

“······이건 명백한 경고요!! 5번 대장!!”

“뭐래? 이 늙은 대머리독수리 새끼가.”

“뭐라 하셨소?!”

 

승려복을 입은 덩치 좋은 대머리 남자와 초록 도포를 두른 여자아이가 탁자 위에 올라와 있었다. 서로가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의 특징을 보고 각각 5번과 11번대 대장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내게는 익숙한 인물들이다.

 

“시끄럽다 앉아라.”

 

제갈진은 별스럽지 않다는 듯 말하며 회의실 끝에 놓인 의자로 향했다. 

 

“단장!”

“단장님!”

 

회의실에는 꼬마 여자아이와 늙은 대머리독수리 이외에도 등 굽은 노인, 냉미남, 늘씬한 누님과 수줍어 보이는 소년, 애꾸눈의 남자 등이 있었다. 

한 번에는 결코 다 묘사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연령대와 외모를 가진 각양각색의 사람들. 이들이 활빈단을 이끄는 11명의 대장이었다. 

나는 훗날 이들이 전설적인 집단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홀로 거대 갱단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초월적인 경지의 고수들.

하지만 어쩌면, 제갈진을 죽인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이들 중 한 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조한은 회의실에 비어 있던 3번째 자리로 향했다. 

 

“음?”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백발의 여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조한이 앉은 전동 휠체어를 갸우뚱하며 바라봤다.

 

“이런 걸 쓸 만큼 많이 안 좋은 건가?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다만.”

 

앞에 앉아 있던 남자는 조한을 비웃었다.

 

“낄낄. 머저리 새끼, 또 혼자 나대다가 당했겠지 뭐.”

“닥쳐라.”

 

조한은 곧장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조한과 평소에도 사이가 좋지 않은 7번 대 대장이었다.

 

“자자 조용. 조한 말대로 다들 닥치자. 적들이 호시탐탐 내부 분열을 바라는 상황에 우리끼리 싸워서야 하겠느냐.”

 

제갈진은 조한의 말을 대신 받아 말했다. 당조한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조한을 비웃던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하지만 그의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단장, 그래서 오늘 모이라 한 이유가 뭐야.”

“설마 저 두 녀석 때문인가?”

 

누군가 나와 조한에 관해 물었다. 딱히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그저 대장 전원이 모여야 할 만큼 큰일이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었다.

제갈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소소하게 의견을 나누던 대장들은 이제 제갈진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늘 저 녀석······ 아니.”

 

그는 가볍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고는 손이 어딘가를 가리키기 위해 움직였다.

 

“차기 3번대 대장의 임명에 대해 논의하려고 한다.”

 

차기 대장이라는 말과 함께, 어째서인지 그의 검지 손가락 끝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활빈당‘에는 홍길동 같은 익숙한 인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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