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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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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19
추천수 :
2
글자수 :
147,050

작성
19.06.02 19:57
조회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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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Ep3. 에덴왕국 탈출편 (3)

DUMMY

에덴왕국으로부터 도망친 이후로 내가 알아낸 사실들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었다. 내가 깨어났다는 석관은 생명유지장치로 추정되는 무언가였다. 그리고 악마들은 그저 에덴왕국에 초대받지 못한, 백여년 전의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나는 차원을 이동한 것이 아니라 냉동수면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아직까지 100% 확신할 순 없다. 100%의 확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나는 그 증거를 찾기 위해 다시 에덴왕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외에 의아한 점은 악마와 마법사들 간에 벌어진 충돌에서 그 어떠한 무력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배신한 에덴왕국의 마법사들 역시 여전히 나를 왕국으로 데려가려고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알게 된 것은 많았지만, 그만큼 혼란스러운 점도 많아졌다.


그렇게 지난 일을 잠깐 회상하고 있으니 나의 바로 뒤에서 낯익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야?”

안면이 있는, 다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흑색의 로브를 어깨에 대충 걸친 긴 흑발의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냥 별것 아니야.”

나는 그렇게 답하며 그녀, 마리아와 보폭을 맞추며 같이 교육센터를 향하여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에덴왕국에서의 일상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이전과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하였듯이 이런 건 그저 평화를 가장한 일상에 불과하다. 언제까지고 이런 것이 이어질 수는 없다.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내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걷고 있으니 마리아는 나의 얼굴 가까이로 몸을 내밀며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물어왔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들이지.”

“시험부터 걱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난 이제 모르겠다. 시험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세상이든 저런 세상이든 시험 걱정은 끝이 없구나.

“나중에 커서 뭐가 될려고 그러는 건지······.”

마리아는 내 말을 듣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저번에도 한 얘기같지만, 나는 마법을 쓸 수 없으니까 말이야.”

“저번에도 한 얘기같지만, 교육자님은 그런 변명을 안 들어주실 걸?”

“험난한 세상이구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을 둘러보았다.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마리아와 교육센터로 걸어가는 일뿐만이 아니었다. 거리의 상인들 그리고 사람들, 모든 게 내가 떠나기 전 그대로였다. 마치 에덴왕국을 벗어났던 일이 꿈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명백하게 꿈은 아니었다. 나는 로브 안 수납 공간에 넣어둔, 지금은 전원이 꺼져있는 작은 트랜스시버의 세월이 묻은 플라스틱 촉감을 다시금 손으로 느껴보았다. 이 감촉을 몇번이고 맛볼 수 있는 한, 그때 있었던 일은 절대로 꿈이 될 수 없었다.

이 트랜스시버는 반란군 측으로부터 받아놓은 일종의 보호장치이자 중재 장치였다. 에덴왕국 측에서 약속을 어기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내가 에덴왕국으로 돌아간다는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반란군들이 납득한 이유이기도 하였다. 에덴왕국 내부의 상황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찰 가능한 인원이 있는 편이 그들에게도 좋을 테니까.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양쪽 모두에게 적절하게 유효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본 나는 한 가지 의문을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다들 왜 이리 친절한가 몰라.”

반란군이든 마법사들이든 꼭 내가 무엇이라도 된 듯 대우해준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렇지 않은 이상에야 에덴왕국으로 돌아간다는 선택의 결과가 이렇게 좋을 리도 없었고, 애초에 내가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 리도 없었다.

“네가 착하니까 그런 거겠지.”

뭐, 적어도 마리아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무슨 산타할아버지 논쟁에서나 나올법한 답변이라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나는 스스로를 딱히 나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실제로도 나쁘다는 말을 들을만한 행동을 한 기억도 그다지 없다. 하지만 에덴왕국과 반란군 간의 충돌에서 내가 착하고 나쁘고 하는 것이 소용이 있을 리는 없었다.

“착한점을 인정해서 시험 가산점을 주는 건 없을까?”

“교육자님에게 말씀드려봐.”

“그런 건 안 통할 거라고 안 했어?”

그러한 생각과는 별개로 결국 이야기의 주제는 모든 학생들의 대화가 그러하듯 시험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이전과도 똑같은 일상적인 이야기.

내가 에덴왕국을 나갔을 당시의 일에 대해서 마리아에게 이야기해본 적도 있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화제를 일상적인 주제로 돌리려고 하였기에 나는 이내 해당 주제에 대해서 그녀와 이야기 하는 빈도를 줄이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그녀와 하게 되는 대화는 대부분 이런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화뿐이었다. 적어도 마리아는 이런 평범한 대화들을 통해서 아무 일도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듯하였다. 확실히, 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입을 닫고 있는다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지내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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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2) 19.07.14 44 0 14쪽
12 Ep4. 어서 오세요, 오컬트부에! (1) 19.07.07 43 0 16쪽
11 Ep3. 에덴왕국 탈출편 (6) 19.06.30 56 0 6쪽
10 Ep3. 에덴왕국 탈출편 (5) 19.06.16 46 0 6쪽
9 Ep3. 에덴왕국 탈출편 (4) 19.06.09 43 0 8쪽
» Ep3. 에덴왕국 탈출편 (3) 19.06.02 58 0 6쪽
7 Ep3. 에덴왕국 탈출편 (2) 19.05.26 49 0 6쪽
6 Ep3. 에덴왕국 탈출편 (1) 19.05.12 142 0 9쪽
5 Ep2. 에덴왕국 탐험편 (4) 19.05.05 66 0 6쪽
4 Ep2. 에덴왕국 탐험편 (3) 19.04.28 62 1 8쪽
3 Ep2. 에덴왕국 탐험편 (2) 19.04.21 79 0 11쪽
2 Ep2. 에덴왕국 탐험편 (1) 19.04.14 136 0 11쪽
1 Ep1. 에덴왕국 일상편 +1 19.04.06 366 1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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