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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님의 서재입니다.

일단은 트럭에 치여 이세계물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이상훈
작품등록일 :
2019.04.06 16:19
최근연재일 :
2020.01.26 18:00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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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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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7,050

작성
19.04.1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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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2. 에덴왕국 탐험편 (1)

DUMMY

그 일로부터 하루 뒤, 교육센터에 다시 갔을 때, 우리는 평소와 달리 강단에 흰색 로브를 입은 고위마법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오늘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수군거리자 그 고위마법사는 입을 열었다.

“이전에 악마들의 지휘자, 루시퍼가 두 번이나 이 퍼즈 구역에 침입한 적이 있습니다.”

아, 그 사건인가.

“물론, 세 번째는 절대 없을 것입니다. 저희 고위 마법사의 명예를 걸고 약속드립니다. 아무튼 저희가 이렇게 교육센터에 찾아온 이유는······.”

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에덴과 악마의 역사에 대한 교육. 다른 하나는 혹시 루시퍼에게서 무언가를 받거나 들은 사람이 없는가 확인하러 온 것. 특히 악마는 사람을 홀려 그들의 부하로 만들기 때문에 그들을 발견하더라도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고, 혹시라도 악마들에게서 무언가를 듣거나 받은 것이 있다면 악마화를 막기 위해 고위마법사들에게 말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태초에 이 세상은 악마들이 가득한, 그야말로 혼돈의 상태에 있었습니다. ······.”

뭐,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도 교육센터에서 질리도록 듣던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신이 이 세상에 내려와서 그의 은총으로 악마들을 몰아내고 안전한 에덴왕국을 건설하였다거나 하는 식의 전형적인 신화 이야기. 뭐, 내가 있던 세상의 신화와 다른 점이라면 적어도 이 세계에는 실제로 신이든 천사든 있다는 것이려나? 뭐, 본적은 없지만. 어떤 점에서는 천사와 신이 머물고 있다는 카테드랄이나 이 에덴 왕국의 밖이나 우리들은 그 모습이 어떤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면에서, 미개척지와도 같은 공통된 이미지를 받을 수 있기도 하였다.

“그럼 이걸로 교육을 마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열심히 배움을 지속하여 우리와 동등한 위치에서 신을 모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종료하니 모두 딴 길로 새지 말고 곧장 바로 집으로 돌아가 오늘 배운 것을 다시 학습하기를 권합니다.”

늘 듣던 이야기의 반복이기도 해 사실상 언제 말이 끝나나만 고대하고 있던 중에 그는 오늘 수업 종료를 알려왔다. 짧은 역사교육만 하고 바로 집에 간다니. 나와 같이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앉아서 듣는 척만 하던 수련생들도 그 말을 듣고는 무표정한 얼굴에 밝은 무언가가 돌아왔다. 이런 걸 보니 어느 세상이든지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인즈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와 마리아는 아주 이른 시간에 다시 교육센터에서 나와 다시 그 시장길을 걸어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큰일이네. 너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이렇게 빨리 마쳐주다니. 그래. 오늘은 일찍 마쳤으니까 내가 좀 가르쳐줄까?”

“어차피 넌 교육센터 밖에서 마법을 못 쓰잖아.”

그녀의 마법이라고 해도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고 아직까진 물건을 움직이거나 하는 사소한 능력들이었다. 그리고 그마저도 마력을 집중시킨 교육센터 밖에서는 아직 제대로 발현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잖아. 수련생인걸. 그 이상은 현 단계에서는 허락을 안 해주는 것도 있고.”

악마와 상대할 수 있을 만한 위험한 마법들은 조금 더 능력이 증명되고 나이가 있는 수련생들에게 가르쳐준다고 한다. 하긴,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쉽게 가르쳐줄 순 없겠지. 뭐, 그렇게 말하는 나도 그 어린아이들에 포함되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도 결국 그 시장길을 지나게 되는데, 이번에도 악마 소동을 보게 되진 않겠지? 설마. 그렇게 되면 정말 이 왕국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해진다. 마리아도 나랑 비슷한 생각······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뭔가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었다.

“너 말야 근데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다?”

“웃는 건 좋은 거잖아.”

확실히. 잘 웃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들 하던가. 하지만 나는 그 반론으로 자신을 제시할 수 있다. 그녀가 웃는 걸 보면 뭔가 불길해진단 말이지.

“뭐, 그렇긴 한데. 뭐 재미난 거라도 생각하고 있었어?”

“그게 말이야. 여기 어제 그 길이잖아.”

뭐 그렇지. 애초에 항상 이 길이니까. 마리아는 몇 초 조금 말을 쉬고는 다시 이었다.

“설마 또 악마를 보게 되진 않겠지?”

“악마를 보면 좋겠다는 거야? 이거 사상이 수상한데. 마법사님들에게 일러야겠어.”

그렇게 말을 끝내자마자 나는 등에서 익숙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방심해버렸다.

“뭐라는 거야!”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하핫하고 크게 웃어넘겼다.

“뭐, 세 번씩이나 그런 일을 보게 되면 아무래도 이 왕국의 미래가 걱정되기는 한다.”

“언제는 네 세계가 아니라면서, 걱정은 해주네?”

“그거야 뭐······.”

일단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니까. 골치 아픈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게 좋잖아.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좀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원래 세계에서 골치 아픈 것도 싫은데, 전혀 다른 세계에서 골치 아픈 일이 여럿 생기는 건 정말 사양하고 싶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번에 겪은 형태는 아니었지만,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긴 하였다. 단지 집으로 돌아가는 때가 아니라, 그날 밤의 일이었을 뿐이다.

그날 밤 평소와 같이 밥을 먹고 잠깐 쉬고 있는데, 문 사이로 한 편지가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이 밤에 편지라니 드문 일이네’라고 생각하고는 그 편지를 들어 누구에게 온 것인지 읽어보았다. 나는 당연히 마리아의 아버님일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그곳에 쓰여있는 이름은 나의 것이었다. 심지어 그것도 내가 이 세계에 와서 받은 이름인 쟈기가 아니라, 내가 본래 있던 세계의 이름이던 김 재길이었다.

물론, 내가 본래 세계에서 쓰던 이름을 이곳에서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쟈기 렌츠라는 이름도 내가 본래 사용하던 재길 이라는 이름을 듣고 마리아의 아버님이 좀 더 이곳에서 쓰기에 적합한 쟈기라는 이름을 붙여준 후, 그의 가문에 편입되면서 가문명인 렌츠를 성으로 쓰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내가 재길 이라는 이름을 쓴 적이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나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나는 이름에 대한 건 아무래도 됐으니 내용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편지에 쓰여있는 건 단 한 단어로, 어떠한 장소에 관한 이름이었다. 퍼즈에서는 드물게도 나무가 빽빽이 숲을 이루고 있는 장소가 퍼즈 끝 외곽 근처에 한 곳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하인즈의 숲이었다. 이름에 하인즈라는 단어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명백하게 퍼즈와 하인즈를 구분짓는 성벽의 안쪽에 있는 숲이다. 즉, 퍼즈 구역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고서 가장 먼저 떠올린 추정은 이곳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편지에 쓰여있는 건 하인즈의 숲 하나뿐이었다. 그렇다면 언제 어느 시각에 만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누가 이 편지를 보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저 장난으로 넣은 편지일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본래 있던 세계의 이름이 쓰여져 있는 한 단순한 장난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시간도 날짜도 쓰여있지 않았지만 일단 가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해 나는 다음날 교육센터에서 나오고는 마리아에게 잠깐 어디 따로 갈 곳이 있다고 말하였다.

“어딘데?”

하지만 역시 순순히 보내줄 리는 없나.

“하인즈의 숲.”

“그 외곽지를? 거긴 뭐하러?”

사실 나도 그럴듯한 이유를 대라고 하면 말하기 어렵긴 하다. 편지에 적혀 있으니까? 별것 아닌 가짜 이유를 댄다면 마리아도 같이 올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사실대로 말하는 것은 어떨까? 마리아에게 굳이 숨겨야만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러브레터야.”

그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최대한 생각해낼 수 있는, 마리아가 의심하지 않고 따라오지도 않을만한 변명이었다. 그 말을 들은 마리아가 헤에하고는 음흉한 웃음을 짓더니 등을 손바닥으로 치며 말하였다.

“뭐, 그렇다면 열심히 해보라고.”

그러고는 마리아는 혼자 가볍게 앞으로 뛰어나갔다. 다 좋은데 제발 등은 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군.

그나저나 대체 뭘 열심히 해보라는 것일까. 아무튼 의외로 간단히 마리아와 떨어진 나는 편지에 적혀있던 하인즈의 숲을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하인즈의 숲이 퍼즈 최외곽에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하인즈와 달리 퍼즈가 아주 넓은 곳은 아니었기에 나는 아직까진 그럭저럭 낮이 밝은 시간 안에 그곳으로 다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엄연한 숲이라서 그 규모가 좁진 않은데다가, 시간도 상세한 장소도 무엇도 편지에 쓰여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일단 와보면 무언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으나, 그런 건 어디까지나 나의 낙관적인 기대에 불과하였던 것 같다. 그렇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저 숲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만 하던 중에 나는 나의 뒤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몸을 돌려 소리가 난 방향으로 추정되는 곳을 바라봤다. 나를 이곳으로 불러낸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실제로 그곳에 있는 건 책 한권이었다.

책 한권······? 저 자리에 원래 저런 게 있었었나? 만약 없었다면, 아까의 소리와 연결시켜봤을 때 누군가가 놓고 간 것인가? 그렇다면 아마 날 편지로 여기에 불러낸 그 사람이겠지. 그런데 그렇다면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거지?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진 않았다.

일단 주변을 더 둘러봐도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나는 떨어져 있는 책 한권을 주워들었다. 그러나 그 책을 들어 올릴 때부터 나는 무언가 익숙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익숙함의 정체는 책의 앞면을 확인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비록 먼지와 세월로 헤져있긴 하지만 내가 있던 세계의 책과 다를 게 없는 현대의 책이었으며, 심지어 그 제목도 어린왕자였다.

“이건······.”

나는 당혹감에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그 짧은 말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저히 종잡을 수 없기도 하였다. 세월에 바래 내용은 읽을 수 없었으나, 표지에서 언뜻 보이는 그림이 내가 알던 어린왕자임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대체 왜 이 책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 대체 나를 이곳으로 불러낸 사람은 누구고?

나는 나를 불러낸 사람을 찾기 위해 숲을 조금 더 둘러봤으니 수확은 전혀 없었기에 일단은 그 책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작가의말

물론 게임 개발을 접지는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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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p3. 에덴왕국 탈출편 (5) 19.06.16 46 0 6쪽
9 Ep3. 에덴왕국 탈출편 (4) 19.06.09 43 0 8쪽
8 Ep3. 에덴왕국 탈출편 (3) 19.06.02 58 0 6쪽
7 Ep3. 에덴왕국 탈출편 (2) 19.05.26 49 0 6쪽
6 Ep3. 에덴왕국 탈출편 (1) 19.05.12 142 0 9쪽
5 Ep2. 에덴왕국 탐험편 (4) 19.05.05 67 0 6쪽
4 Ep2. 에덴왕국 탐험편 (3) 19.04.28 63 1 8쪽
3 Ep2. 에덴왕국 탐험편 (2) 19.04.21 79 0 11쪽
» Ep2. 에덴왕국 탐험편 (1) 19.04.14 137 0 11쪽
1 Ep1. 에덴왕국 일상편 +1 19.04.06 366 1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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