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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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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작품등록일 :
2018.06.14 12:41
최근연재일 :
2018.06.23 16:32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582
추천수 :
64
글자수 :
119,070

작성
18.06.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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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사도를 만나다 - (1)

DUMMY

* * *


나는 박신아헌터의 메시지를 받고 한 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제 막 일어나서 비비엔의 시선에 보인 ‘거짓’과 ‘진실’이라는 글자가 보여주는 신비한 체험을 한 직후라 약간 멍해진 상태였다.


-권승호 헌터님. 연락 부탁 드려요

그녀의 문자에 한참을 고심하다 조심히 통화 버튼 눌렀다.


“아, 여보세요? 저 권승호 입니다. 박신아헌터님이시죠?”

-아, 권승호헌터? 기다렸는데 전화 주셨네요.


그녀의 기다렸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리고 그녀의 홍조 가득한 미소와 늘씬한 실루엣이 떠오르자 이내 머리를 흔들어서 상념을 날렸다.

“기다리셨다구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건지...?”

-시간되시죠? 우리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녀의 만나자는 소리에 침을 삼켰다.

-내일 점심때 쯤 어떠세요?

“좋습니다. 내일 12시 30분쯤, 어디서 뵈면 될까요?”

-홍대 앞, 커피숍에서 뵈요. 큰 곳이니까 금방 찾으실 거 에요

“네. 알겠습니다. 내일 12시 30분에 뵙겠습니다.”


그녀와 전화를 끊고, 혼자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녀가 은근히 나에게 매력은 느낀건 아닐까 하는 허무맹랑한 망상.


“흐음.”


상상과 즐거움을 가득 담아 내일 그녀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헌팅에 대한 생각은 아예 저 멀리 던져버리고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약속한 날이 되어 그녀와 약속한 커피숍에서 2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내가 있었다.


딸랑

소리와 함께 새하얀 피부의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곧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눈웃음치며 내 건너편에 앉는 것이 보였다. 나풀거리는 프릴이 달린 블라우스에 짙은 청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은 마치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듯 했다.


잠시 동안 카페 안이 그녀의 등장에 정적에 휩쌓였다가 다시 대화소리에 시끌거리기 시작 했는데, 아마도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오늘은 홍대 근처라 절 알아보는 분이 계시는거 같아요. 항상 이러진 않아요.”

쑥스러운 듯 홍조를 띄우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까지 묘한 감정에 휩쌓였다.

아메리카노를 시킨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권승호헌터를 만나자고 한 건 두 가지 일 때문이었어요. 하나는 김철용대장님 일하고, 그 일에 연관된 데드스팟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대략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 협회에서 박신아헌터의 이름으로 기부내역을 매스컴에 노출 시켜 버렸는데 그걸 취소하기 애매하기도 해서 나는 그냥 말없이 넘겼었다.


또 하나는 초반에 리자드맨에 대한 배려 때문에 그냥 넘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을지 몰랐고. 확신은 없었지만 그녀와의 만남을 다시 기대한 것도 있었다.


“일단, 저도 말을 듣고 당황스럽긴 했는데요. 제 이름으로 기부금이 들어갔는데 사실 그거 권승호헌터가 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기부를 그대로 한 것으로 하고 그 기부금은 권승호헌터에게 돌려드릴까 하는데요. 굳이 기부금을 환급하고 싶진 않아요. 그게 아니라면 권승호 헌터의 이름으로 변경할까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까지 안하셔도 되요. 매스컴에서 뿌린 걸 되돌릴 수 없다는건 저도 잘 알구요. 그래서 굳이 제 이름으로 변경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보내 드릴려고 했던 돈인데 그걸 박신아 헌터에게 받고 싶지는 않아요.”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그녀는 이내 가볍게 미소를 짓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권승호 헌터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도 될까요? 그렇게 하면 공평해 질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굳이 그렇게 안하셔도...’라고 작게 말했지만 그녀는 도리질을 치며 ‘절대 진행 할 거에요.’라고 말해 피식 웃고 말았다.

역시 대한민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여자라서 그런 가. 돈도 그렇고 마음 씀씀이도 그렇고 부럽고 자랑스러웠다.


“음. 그럼 대장 건은 그렇게 일단락 하구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그녀는 나를 바라보더니 집게손가락을 들어 강조하듯 말했다.

곧 그녀는 주먹을 쥐며 작게 한 숨을 뱉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허리를 깊게 숙이며 사과를 전했다.


“죄송합니다. 당신과 김철용 대장님 일행에게.”

그녀의 사과에 나는 당황함을 느끼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어,어... 박신아씨.. 박신아씨... 빨리 앉으세요. 왜 그러세요? 당신은 잘못한 거 없어요.”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놀라, 그녀의 이름을 재차 부르며 앉으라고 설득했다.

잠시 후, 그녀는 자리에 앉아 나와 시선을 맞추며 고해성사를 하듯 조용히 그리고 나지막히 말을 전했다.


“그날 저는 용산 2 던전에서 당신을 만났었죠.”

“네. 그렇죠.”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 때 쯤 그녀를 보았었으니까.


“당신에게 데드스팟에 대해 경고를 주려다가, 저의 소심함에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했어요. 저는 던전 조사를 위해 방문 한 것이었는데. 제가 제대로 전달만 했었어도 당신의 파티는 전멸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그녀는 눈을 감고 한동안 있다가, 조용히 다시 눈을 뜨고는 시선을 맞추며 다시 사과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당신과 당신의 파티에.”

“아. 박진아헌터... ”

나는 그녀의 말에 한동안 고심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박진아헌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우리가 그날 데드스팟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니었어요.”

“네? 하지만, 그때 김대장님 파티는 모두 전멸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녀의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김혁수와의 악연과 그날 있었던 김혁수의 짓으로 인해 발생된 참사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내 설명에 당혹스러운 표정과 그리고 김혁수의 행동에 화를 내던 그녀는 마지막 데드스팟으로 인해 구조대가 급파 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모든 근본 원인은 그 김혁수 미친놈 때문에 생긴 거 에요. 지금 그 부분에 조사가 들어갔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거 에요.”

“하아, 그래도 어쨌든 구조대가 갔었더라면 더 살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안타까워요.”

그녀는 두 손을 잡으며 한 동안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더니, 이내 나를 향해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구조대가 오지도 않았다면. 대체 그 오크들을 처리 한 것은 누구죠?”

그녀의 질문에 순간 입이 굳었다. 설명하다 보니 나도 깜빡하고 말았다. 분명 물어 볼 것이라 생각 했었는데. 모범답안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 부분은 나도 대답하기가 정말 곤란했다. 비비엔이 어떻게 소환되어 나를 도왔는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내가 그랬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부분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결국 입을 다물기로 결정 했다.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허세도 아니었다. 그저 그녀에게는 진실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녀가 아메리카노가 놓인 테이블을 손가락 끝으로 토옥,토옥 건드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깊은 눈동자의 시선이 마주칠 때 마다 뜨끔뜨끔 거렸지만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알았어요. 본인이 꾹꾹 눌러서 숨기고 싶다고 하시는데 제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니까요. 그럼 하나 더 물어 봐도 될까요?”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생글 거리는 미소를 보였다. 그러나 그 미소에서 보이는 화가 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네. 물어보세요. 너무 무리한 것만 아니라면.”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녀가 할 질문에 긴장감을 느꼈다. 그녀는 내 말에 자세를 편히 바꾸며 기다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고서는 가볍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처음의 그 리자드맨은 누구 솜씨 인가요?”

그녀의 말에 순간 내 몸이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지 못했던 연속 크리티컬 히트였다.

“더 첨언 할까요? 제가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리자드맨이 무언가에 공격 당하는 걸 얼핏 보았어요. 그때에는 헌터도 없었죠. 우리가 출동하기 전이니까.”


그녀의 마지막 결정적 말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제가 한 걸까요?”

바보다! 나는 바보인거야. 이딴 걸 대답이라고 내놓다니!


내 말에 눈이 동그랗게 변한 그녀가 이내 웃음보를 터트렸다.

“호호호. 권승호헌터 재밌는 분이시네요. 뭐, 좋아요. 비밀이 많은 남자는 싫지만.”

말을 하다가 나를 지긋히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마냥 싫지는 않았다. 마치 장난 넘치는 고양이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하다.


“뭐 알았어요. 권승호헌터는 예외로 해두죠. 그럼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자는 의미에서 승호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당연히 부르셔도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박신아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후후. 신아라고 부르셔도 되요.”

그녀의 말에 나는 기뻐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 헌터에게 이름만을 불러도 된다고 허락 받다니.

“혹시 제가 알기로는... 제가 29살인데요. 신아씨가 더 어리니까 그냥 승호씨 말고 오빠라고 불러도 되는데요.”

그녀의 유명세는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검색해도 나이 정도는 나올 정도여서 나보다 어리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호기롭게 질러보았다.

그녀를 나를 한동안 새초롬하게 쳐다보더니 가볍게 웃음을 이어며 입을 열었다.

“호호! 오빠요? 좋아요 오빠. 그런데 오늘 너무 진도 빨리 빼는 거 아닌가요?”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이어지는 그녀의 농담에 나도 웃으며 말했다.

“하하. 사실 많이 고마웠어요. 그때 만약 신아가 아니었으면 나는 그 자식한테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죠.”

“흥, 그런 생명의 은인에게 비밀이나 만들고. 오빠 신비주의 남자에요?”

“아, 그건 아니고. 말 못할 사정이 있어서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게 해주세요.”

그녀는 팔짱을 끼고서는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올렸다.

“좋아요. 어차피 비밀은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을 테니까. 자, 그럼 다음 비밀은 무엇일까요? 신비주의 오빠님?”

“아, 더 이상은 없어요. 미인 동생.”

내 말에 작게 웃음 치던 그녀가 작게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아! 참. 오빠. 그 김혁수 헌터 말인데요. 지금 한국에 없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눈을 치켜세웠다. 그 자식으로 죽은 사람이 몇 명인데 한국에 없다는 게 말이 될 성인가.

“뭐? 그 인간이 지금 한국에 없다니요?”

“네. 얼핏 듣기론 중국 쪽에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말요? 그 인간이 중국으로 넘어 간 게?”

“아마 정확할거에요. 벌써 죄다 소문이 난 상태라서 곧 오빠 귀에도 들어갈걸요?”

그녀의 말에 나는 한숨을 크게 쉬며 분을 삼켰다. 아마도 중국에서 영영 오지 않을 생각 일수도 있었다. 헌터의 범죄는 법정 최고형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안 좋은 인연도 있었지만 좋은 인연도 있었잖아요. 그렇지 않은가요?”

나를 바라보며 위로하듯 미소를 띄우는 그녀를 보고, 나도 그녀를 따라 애써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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