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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석의 서재

귀환자는 신을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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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손영석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9.09 19:12
최근연재일 :
2024.09.18 19: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232
추천수 :
47
글자수 :
78,656

작성
24.09.09 19:25
조회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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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003. 신살자의 귀환 (3)

DUMMY

“요즘에도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는 애들이 있네.”

“우리 목에 걸린 펜던트가 안 보이는 거냐?”


번개가 치는 망치 모양의 펜던트.

아마도 토르 교단의 상징이다.


그것도 은으로 만들어질 정도면 나름대로 위치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 펜던트가 날아오는 주먹을 막아주기라도 하디?”

“참나.”


그들은 헛웃음을 치더니 안경을 바꿔 꼈다.

어쩐지 옛날 만화에서 봤던 전투력 측정기를 닮은 모습.


“이야. 어쩜 이렇게 재능이 없을 수가 있지?”

“그러게. 전투력이 겨우 1인데? 기계 오작동인가?”

“아니야. 내 거로 봐도 1이야.”

“평소에 맞고 다녔을 것 같은데 무슨 배짱이냐?”


진짜 스카우터냐?

전투력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안 되겠다. 따끔하게 교육해줘야지. 아~ 여러분. 예정에 없었지만, 무개념 참교육 방송 시작합니다.”

“예정에 없었지만, 갑자기 시비 거는 멍청이가 있어서요.”

“어떻게 조져볼까요? 아이고, 김시루님 1000개 미션 감사합니다. ‘일단 강냉이부터 털자.’ 예. 미션 받았습니다.”


무슨 약을 했기에 갑자기 저러는 거지?


“······.”


그의 안경을 유심히 보니 윈도우 같은 화면이 떠올라 있었다.


설마 저 안경으로 인터넷 방송이라도 하는 건가?

괜히 뉴스에 나와서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건······.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다들 들으셨죠? 아무래도 인생 막사는 놈인가 봅니다.”

“막살다 보면 훅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놈들의 몸에서 번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휙.


화려하게 앞차기를 날렸다.

발의 궤적에 따라 강렬한 황금색 번개가 선을 긋는다.


“······.”


가볍게 한 걸음 물러서서 피했다.


이상했다.

분명 느껴지는 역량으로 봐서는 이 정도 위력을 낼 수 없을 것 같은데, 생각지도 못하게 강력했다.


뭐라고 할까.

컨트롤을 보면 딱 봐도 초보인데, 레어 아이템을 둘둘 끼고 있는 느낌이랄까.


“오~ 놈이 피했네요. 그래도 가락은 있는 놈인가 봅니다.”

“······전투력 1인 놈이 저걸 피해?”

“우연이겠지. 초보자의 행운.”

“조심해. 뭔가 있는 것 같아.”

“있긴 개뿔이!”


빡!


이번엔 피하지 않고 막았다.


“역시나······.”


느껴지는 역량과 비교하면 위력이 상당히 높다.


마치 누군가가 강력한 버프 마법을 걸어준 것처럼.

아니면 마왕이 선보였던 강화 병사처럼.


“그 힘은 토르에게 받은 건가?”

“와. 한 번 막았다고 기고만장한 거 봐라. 토르가 네 친구냐?”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 일단 좀 맞자.”


움직였다.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빠르게.


빡!


눈 깜짝할 사이에 녀석의 강냉이가 공중에 흩날렸다.

동시에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약골이네.”

“어, 어떻게 전투력 1이······.”


남은 녀석은 이상한 안경을 여러 번 고쳐 누르며 현실을 부정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호, 혹시 로키 교단 소속입니까? 거기는 전투력을 속일 수 있다고······.”

“알아서 뭐하게?”

“가, 같은 아스가르드 교단 아닙니까. 우리가 남입니까?”

“남이지.”


천천히 다가가자 그는 슬그머니 뒷걸음질 쳤다.


“그 힘은 토르한테 받은 건가?”

“예? 예! 토르님께 신력을 받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힘을 키웠습니다.”

“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신은 헌터에게 힘을 주고, 헌터는 신에게 신앙을 바치는 식의 구조인 듯했다.


예전에 유스티티아가 말했다.

신도가 많을수록, 바치는 신앙이 많을수록 신의 힘은 강력해진다고.


그렇기에 신은 이적을 보여주고, 가호를 내려 인류가 바치는 신앙을 높이려 노력하지만, 결코 인간이 바치는 신앙보다 많은 힘을 소비하진 않는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장사꾼이 진짜 밑지고 팔지 않는 것과 같다.


“신선하긴 하네. 딱 거기까지지만.”

“자, 잠깐.”

“다음부터는 눈깔 착하게 뜨고 다녀라. 확 죽여버리기 전에.”


퍽.


아래턱을 후려치는 것으로 기절시켰다.


“아무래도······.”


신이라는 작자들은 지구에서 잘 적응해서 사는 모양이다.


유스티티아의 바람처럼 신을 끌어내릴 생각은 없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하지만 어쩐지 그들과 필연적으로 부딪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이 세워진 질서에서 나는 불청객이 될 테니까.


“지금은 밥이나 먹으러 갈까?”


***


이한결은 검진우와의 만남 뒤 일찍 귀가하여 생각에 잠겨 있었다.


‘본인이 만족할 수 없는 건 권하는 게 아니야.’


계속해서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만족하지 않는 건 아닌데······.”


그래. 만족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단지 상상했던 교단의 모습과 실제 교단의 모습이 달랐기에 괴로워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한결이 생각한 토르 교단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교단으로 선량한 약자를 보호하고 사악한 강자와 맞서 싸우는 용사의 교단이었다.


멋대로 착각한 것이 아니라 토르 교단은 그렇게 홍보했다.

실제 초기에는 ‘파주 공방전’에서 북한에서 밀려들어 오는 악마를 상대로 가장 용맹하게 싸워 국민의 안전을 지킨 교단이기도 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교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뭔가 바뀌었다.

악마와 싸워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멋대로 빌런으로 규정하고 참교육하는 데 더 열을 올렸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수 있는 약자를 대상으로 말이다.


그로 인해 이한결은 심각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런 면만 봐서 그런 게 아닐까?”


침대에서 누운 채 스마트 패드를 켰다.

토르 교단뿐만 아니라 수많은 교단에서는 너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교단 공식 채널뿐만 아니라, 헌터 개개인도 반 필수적으로 운영했다.

대중의 인기와 지지가 곧 강력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좋아요, 댓글, 구독자 수가 많은 사람은 그만큼 강력한 힘을 얻었다.

이는 교단이 종교나 악마와의 전투보단 엔터테인먼트 성향으로 변해가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역시나······.”


요즘 토르 교단의 헌터들이 올리는 영상은 주로 참교육 영상이다.

A급 이상은 주로 탑 공략 영상이나 악마 토벌 영상을 주로 올리지만, B급 이하는 주 컨텐츠가 참교육이다.


더욱 깊은 회의감을 느끼던 이한결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영상을 보며 잠시 멈췄다.

발두르의 카페에서 만났던 선배 헌터의 영상이다.


“뭐지?”


들어가 봐도 역시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영상의 시작점으로 되돌렸다.


‘아~ 여러분. 예정에 없었지만, 무개념 참교육 방송 시작합니다.’

‘예정에 없었지만, 갑자기 시비 거는 멍청이가 있어서요.’

‘어떻게 조져볼까요? 아이고, 김시루님 1000개 미션 감사합니다. ‘일단 강냉이부터 털자.’ 예. 미션 받았습니다.’


이한결은 눈을 크게 떴다.

영상 안에는 아까 전도하려고 했던 검진우의 모습이 있었으니까.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스마트 안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스마트 안경에는 그의 전투력이 1이라는 것도 표시되어 있었다.


곧, 번개가 호를 그리는 멋진 앞차기가 작렬했다.

하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가볍게 피했다.


다만 꽤 놀란 듯했다.

뭐에 놀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힘은 토르한테 받은 건가?’


이한결은 입을 쩍 벌렸다.


토르라니.

신의 이름을 이렇게 막 부르는 사람은 없다.

자칫 신성 모독으로 보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선하긴 하네. 딱 거기까지지만.’


그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결과는 이렇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스마트 안경 말이다.


대체 전투력 1의 힘으로 어떻게 이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해질 지경이었다.


띠리링~


이한결이 정신을 못 차릴 때 교단에서 알림이 왔다.


‘혹시라도 신도 중 이 사람을 본다면 곧바로 교단에 알려라.’


라는 내용.

첨부된 사진에는 검진우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아······.”


교단의 심판자가 출동하려는 모양이다.


말이 심판자지, 하는 일은 척살대에 가깝다.

죽이는 일은 드물지만, 간혹 구제불능의 흉악 범죄자나 제압이 어려운 강자는 현장 사살도 가능하다.


신들의 귀환 이후 이능력 범죄자는 경찰의 힘만으로 막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생긴 자경권이다.

아무 교단에 주는 건 아니고, 정부 기관이나 지방 자치단체와 협의가 이뤄진 특정 교단에만 부여한다.


한쪽에서 거부하면 파기될 수 있는 권리지만, 토르 교단같이 강력한 교단은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누리고 있다.

다만 너무 심하거나 민심이 악화하면 교단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정작용은 있다.


“참교육 컨텐츠가 흥하는 시점에서 자정작용이라는 말보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말이 더 맞지만······.”


이한결은 시선을 떨궜다.

먼저 시비를 건 사람은 검진우지만, 선배들이 평소에 시비를 걸거나 안하무인으로 행동하여 불쾌감을 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마워.’

‘예?’

‘너에겐 다른 목적이 있었고, 별거 아닌 선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에겐 많이 도움이 됐어.’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방긋 웃던 검진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 자꾸만 끌렸다.

마치 불을 발견한 부나방처럼.


‘언젠가 다시 보자.’


그리고 마지막 말을 떠올렸을 때, 이한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서울역 인근을 달리고 또 달렸다.


비록 F급 신도라지만 신도가 된 이상 일반인들과는 체력의 격이 다르다.

초인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도,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안으로 끊을 수 있을 정도다.


쾅!


저 멀리 거대한 번개가 내리꽂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도 있지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에 저런 번개가 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저기다.”


이한결은 달리고 또 달렸다.

일반인들과 체력의 격이 다르다고는 해도 집에서부터 여기까지 쭉 뛰어왔기에, 그것도 전력으로 달려왔기에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그런데 도착하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검진우 편을 들자니 교단에서 배신자 취급할 것 같고.

교단 편을 들자니 저기까지 갈 이유가 없다.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그래도 달리고 또 달렸다.


“헉, 헉.”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린 끝에 결국 도착했다.

예상대로 그곳에는 검진우와 교단의 심판자들이 있었다.


아니.

표현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검진우와 교단의 심판자였던 것들이 있었다.

오롯이 서 있는 건 검진우뿐이었으니까.


“너도냐?”


그가 물었다.


“예?”


A급 헌터로 구성된 심판자들을 모조리 때려 눕혔음에도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과 같았다.

심지어 생채기 하나 없고 숨소리도 평온했다.


“너도 심판인지 뭔지를 하러 왔냐고.”

“제가 그럴 힘이 어딨겠어요?”

“그럼 뭐하러 왔어?”

“진우 씨가 걱정돼서······.”

“잘 왔다.”

“예?”

“난 지금 큰 위기에 빠져있어.”


꿀꺽.


이한결은 절로 침을 삼켰다.


금단의 힘을 사용한 부작용이라도 일어난 걸까.

아니면 앞으로 토르 교단의 S급 헌터를 상대할 생각에 겁먹은 걸까.


“제가 도울게요.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말하고도 혼란스러웠다.

왜 오늘 처음 본 상대를 이렇게나 위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마치 그거 같다.


신들이 처음 귀환했을 때, 누군가는 신을 보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빠졌다고 한다.

극심한 사랑의 열병을 앓은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얼마 되지 않아 각 교단의 교황이나 사도급 신도가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검진우는 신이 아니라 인간인데.

그리고 자신은 F급이라고 해도 엄연히 토르 교단의 신도인데.


“고마워.”


검진우가 싱긋 웃자, 어쩐지 이한결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동성애자를 차별할 생각은 없어도, 엄연히 이성애자인데 대체 왜······.


“그러면 저기서······.”


검진우는 손가락을 들어 옆에 있는 가게를 가리켰다.

‘서울역 김치찌개’라는 이름의 음식점이었다.


“돈 좀 내줘. 2만 5천원.”

“······.”

“많이 안 먹었어. 김치찌개 딱 한 그릇만 먹었어. 진짜야.”


후에 이한결은 생각했다.

이 당시 검진우의 표정은 그 어떤 험난한 사건을 마주할 때보다 진지하고 엄격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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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신화의 탄생 (2) 24.09.12 179 4 12쪽
5 #005. 신화의 탄생 (1) 24.09.11 188 5 13쪽
4 #004. 성대한 환영 24.09.10 195 4 13쪽
» #003. 신살자의 귀환 (3) 24.09.09 238 5 12쪽
2 #002. 신살자의 귀환 (2) 24.09.09 268 7 14쪽
1 #001. 신살자의 귀환 (1) 24.09.09 324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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