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2)
퀭한 눈, 지친 발걸음.
라모스에서의 수색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정신이 깎여가고 있는 나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라마누스의 단서를 놓쳐버릴 순 없었다. 더군다나 여기까지 오는데 그 어떤 고생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소홀히 조사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 노력과는 다르게 라마누스의 흔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실망감과 초조함이 커지는 나는 죽음의 신전을 제외한 이곳 라모스에서의 모든 신전들을 돌아보았지만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라마누스는 나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죽음의 신전은 출입할 수 없다는 말로 나를 뜯어말리는 앤더슨과 날카로운 대립을 하고 있다.
앤더슨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나를 말리고 있지만 그것은 지금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신전의 출입을 막는다는 행동이 지금 저 자가 라마누스와 연관되어있다는 의심만 도리어 키워 내 안의 분노를 끌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막아댄다면, 무력으로라도 지나가겠어,”
나는 결국 앤더슨을 향해 마법을 꺼내기 시작한다. 앤더슨은 회전하며 마력을 끌어 모으고 있는 마법진들을 보더니 나에게 슬쩍 말한다.
“2대 1 싸움은 아무래도 좀 너무하지?”
“왜? 1이라 부담되나? 알 게 뭐야. 이기기만 하면..”
자신 있게 대답하는 나의 말을 끊은 것은 굵은 사슬들. 갑자기 내 주위에 생겨난 사슬들은 나를 옭아매어 버린다. 옴싹달싹 못하는 나를 보며 앤더슨은 한숨을 푹 쉬더니 말한다.
“그쪽이 1이야.”
이것은 앤더슨의 마법이 아니다. 직감적으로 나는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이 마법의 식을 건 것은 샬롯, 확실히 샬롯이다.
“샬롯..? 어째서?”
나를 강하게 조이고 있는 사슬덕분에 몸이 전혀 움직여지질 않는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앤더슨은 짧은 수면마법들을 지속해서 실행시키기 시작한다.
수면마법에 재능이 영 없는 것 같은 앤더슨이었지만 피할 수 없는 나를 앞에 두고 지속적으로 주문을 거듭해 많은 양을 주입시키는 앤더슨의 연속적인 마법에 몸이 엄청나게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지는 나, 그동안 라모스에서 참아왔던 피로감이 단번에 밀려와 내 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쩔그럭거리는 사슬 속에 파묻힌 나는 조금씩 눈꺼풀이 무거워짐을 느끼며 차츰차츰 정신을 잃어간다. 그것을 지켜보는 앤더슨은 나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좀 편안히 자 두라고.”
바닥에 쓰러진 나는 샬롯과 대화하는 앤더슨, 그리고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나비를 눈에 담고 그대로 잠에 빠져버린다.
- 작가의말
다이어트는 글렀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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