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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K의 서재

전치 12주의 역대급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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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즉
작품등록일 :
2021.08.18 00:47
최근연재일 :
2021.09.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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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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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1차 업그레이드: 전투깁스]

DUMMY

진현은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최근 그가 진행하는 훈련은 크게 세 가지.


우선은,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대결 장소가 될 섬에 간다.


진월도(眞月島)라 불리는 이 섬은, 숲과 바위 지형이 공존하는 무인도.


진현은 그곳의 지형을 익히며, 동시에 관엽과 함께 대결을 위한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두 번째.


섬에 가지 않는 날이면 온종일 연구소에 머무는데, 그땐 또 다른 훈련을 한다.


바로 하루 두 번, 아침 저녁으로 'EC 샘플'을 주사받는 것.


"저번에도 말한 바 있지만, 능력자가 강해지는 제일 쉬운 방법은 보다 많은 EC를 보유하는 것이다. 다만 사람마다 한계치란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무작정 많은 EC를 투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


관엽의 말대로, 능력자로서의 재능은 곧 'EC를 받아들이는 재능'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런 주사 과정은 업그레이드를 위한 필수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바로는, 진현이 너는 아직 그 한계치에 다다르지 않았다.-


다행히 진현의 신체는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그의 오른팔에는 하얀 응고성 액체가 지속적으로 주사되었다.


그러면서 진현의 깁스는, 양질의 EC와 함께 더욱 견고해져 갔다.


물론 새로운 EC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마냥 순탄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내가 주사하는 EC는 '자연 상태의 EC'. 반면 네 깁스를 이루는 EC는 그 자체로 온전한 '너, 즉 이진현의 EC'야. 새로 주사된 EC를 너의 것으로 만드는 게 조금 힘들 수는 있을 거야."


마치 야생마를 경주마로 길들이는 것처럼.


자연의 EC를 진현 본인에게 동기화하는 작업은, 꽤나 상당한 고통을 요구했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독감 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직후에는 몸살에 걸리는 것처럼.


진현도 새로운 EC를 받아들일 때마다, 오른팔을 찌르는 듯한 격통에 시달려야 했다.


"느낌이 어때?"

"처음 주사했을 땐 오른팔을 송곳으로 쿡쿡 찌르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점차 고통이 온몸으로 번져나가고······조금씩 조금씩 완화되는 것 같아요."

"EC가 온몸 구석구석을 강화시키는 작업이구만. 그래도 너무 아프면 안 되니까, 주사량을 조절해 봐야겠구나."


물론 관엽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진현에게 특수 진통제 등을 권했다.


그리고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라고······진현 또한 서서히 그 고통이 익숙해졌다.


그렇게, 우려가 많았던 '자연 EC 주사' 훈련은 어찌어찌 잘 진행되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마지막 세 번째 훈련.


관엽은 특히 이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해 마지않았다.


"너가 선대 한국인 능력자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그 여부가 이 훈련에서 결정될 거다."


'전투깁스 적응 훈련', 이것이 이 훈련이 이름.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이 훈련은 철저히 전투를 대비하기 위한 훈련이다.


처음 이 훈련을 소개할 때 관엽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간단히 설명하마. 지금부터 너의 깁스를 '전투깁스'로 개조할 거야. 지금까지는 너가 일상 복귀를 위한 깁스 컨트롤에 중점을 두었기에, 딱히 이 방법을 권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석고마괴의 출현과, 테츠야와의 대결까지 닥쳐오니······이 카드를 쓰지 않을 수 없구나."

"개조라······어떤 방식으로 하는 거죠?"

"간단해. 너의 깁스 붕대에 여러 무기를 장착할 거고, 화학 물질을 첨가해 신축성과 경화성을 극대화시킬 거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지만······1차 업그레이드는 이 정도면 충분해.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니까."


대충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지만, 아무래도 듣는 것만으론 감을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관엽도 그걸 알았기에,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낫다 생각했다.


"이 전투깁스를 장착한다 해도, 실전 경험의 차이는 무시 못해. 테츠야를 이기려면 이 정도론 안 된다 이거야."

"뭔가 더 방법이 있나요?"

"지금부터 전투깁스 속 모든 '비밀 무기'를 다루는 것에 주력한다. 이게 메인 과제야."


진현의 오른팔을 휘감고 있는 투박하고도 새하얀 깁스.


그 깁스는 관엽에 의해 겉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것이 되었다.


그리고 진현이 그 깁스를 실전에서 활용하는 것은 조금 후의 이야기.


어쨌든,


"결론짓자면······우선 EC 보유량을 늘려 원초적인 강함을 키우고, 전투깁스를 장착해서 기술적인 부분도 갖춘 다음, 진월도에서 이 모든 걸 이용한 실전 연습을 한다. 이거 맞나요?"

"그래. 가장 기본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확실한 3단계지."


진현은 관엽의 지휘 아래 훈련을 계속했다.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훈련에만 쏟았고, 쉬는 날은 열흘에 한 번 정도.


그리고 그 쉬는 날, 진현은 학교에 갔다.


갖은 핑계를 대며 결석을 해 왔지만 핑곗거리는 언젠간 떨어지기 마련이다.


학우들에게 잊힐 무렵마다 진현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강정민을 비롯해 그간 사귄 친구들이 여러 질문을 해 댔지만, 진현은 그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오로지 출석일수를 채우기 위해 들린 것이기 때문에······그는 학교에서 잠만 잤다.


정말로 잠만 잤다.


'어중간한 능력자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는데······그러면 학교도 그만두고 능력자 일에만 집중해야 되는 것 아닌가? 내가 뭐 공부해서 대학 갈 것도 아니고······.'


자주 이런 의문이 드는 진현이었지만, 그렇다고 자의로 학교를 관둘 순 없었다.


그를 학교에 보내준 것은 관엽이었기에, 그만두는 것 또한 관엽이 결정할 사안이었다.


'소장님은 왠지 몰라도 학교에 대해서만 고집이 세시단 말이야······.'


진현은 여전히 마음 한켠에 이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 * *




그렇다면 관엽과 진현이 뼈빠지게 고생할 동안, 관엽을 돕는 연구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민우진, 도병호, 차민희······이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연구소의 잡일을 도맡았다.


하지만 진현의 새로운 훈련에 관해선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전투깁스에 쓰일 기구를 운반하고, 진월도를 왕래하는 모터보트를 점검하는 것 정도?


때문에 연구원들은 모처럼 바쁘지 않은 나날을 맞이했다.


"소장님도 요즘은 진현이한테만 신경 쓰시니까, 빡세게 일할 필요가 없어졌어."


물론 여유를 가지는 건 좋은 현상.


다만 연구원들 또한 관엽과 걱정거리를 공유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벌써 약속한 한 달의 반이 지나갔네······."

"그러게. 센도 테츠야라는 사람······진짜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믿어 봐야지, 뭐. 그리고 설령 진다고 해도 소장님께서 어련히 대책이 있지 않으시겠어?"


연구원들이 아는 김관엽 소장은, 매사에 신중하고 철저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늘 관엽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존중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C급 능력자······진짜 쉽지 않을 텐데."

"우리가 못 보는 재능을 소장님께선 보신 건가?"


이들은 능력자가 아니다.


그러나 수 년간 관엽의 곁에서 EC를 연구한 만큼 능력자에 대한 지식은 풍부한 것이 바로 이들, 연구원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더욱 걱정이 되었다.


"뭐······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우진 선배."

"솔직히 전 좀 부정적이에요. 그런 내기는 우진 선배님이 통역을 요령껏 하셔서 막았어야죠!"


도병호와 차민희가 각자 한 마디씩 거든다.


그 말들을 들으며, 모든 연구원들의 리더인 민우진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일이 이 지경까지 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바로 한국의 능력자 기근이 심해질 대로 심해졌기 때문.


"하······."


다신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회상하며, 이내 민우진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연성이, 나연성이만 한국에 있었어도······상황이 이리 되지는 않았을 텐데."




* * *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여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여객기 안.


그 중에서도, 가장 널찍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퍼스트 클래스.


가죽으로 된 의자에 몸을 기대며, 나연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흥미롭군.'


그는 방금까지 휴대폰 화면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며칠 전 모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게시글이 담겨 있었다.


* * *

[제목: 설악산에서 괴물 목격했다······너네도 갈 일 있으면 조심해라.]

작성자: Wkrtjdwk97

내 용: 미리 말하는데 이 내용은 믿거나 말거나니까 주작이라고 시비 걸 사람들은 뒤로가기 눌러라.

간단하게 설명하면, 며칠 전에 친구가 설악산 가자고 해서 얼떨결에 따라감.

그냥 설렁설렁 올라가는데······저기 절벽 쪽의 경치가 ㄹㅇ 기가 막혔음.

그래서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등산로 조금 이탈해서 절벽 쪽으로 감. 사진 찍으려고.

험한 절벽도 아니고 해서 여유롭게 사진 찍고 있는데······사건이 그때 일어남.

사진 다 찍고 경치 구경하는데, 친구가 반대편 절벽에 뭐 있다 해서 같이 봄.

그런데 ㅁㅊ······난 처음에 겁나 큰 냉장고가 버려진 건줄 알았음.

진짜 주작 안치고 SF 영화에 나오는 기갑병 같은 짐승놈이 반대편 절벽에서 날 노려보고 있더라.

그때 경황이 없어서 사진도 못 찍었음. 그러니 이거 보는 너네들이 주작이라 하는 것도 이해는 감.

아무튼 난 사실을 말했고······앞으로 설악산 갈 사람 있으면 조심하라고 알려 줌.

아니 그냥 잘 알려지지 않은 산짐승일 수도 있지 않냐고?

.

.

.

너네가 그 괴물의 눈빛을 봐야 했음. 그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뿜어낼 수 있는 섬뜩함이 아님. 확실히.

* * *


나연성은 문제의 글을 다시 한번 정독한 후, 이내 이유 모를 미소를 띠었다.


'재미있군. 석고마괴가 드디어 일반인들에게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거지. 내가 처리한 놈들 말고도 남아 있었던 거야······.'


그는 완숙한 경지의 석고마괴 사냥 기술로 인해, 미국에서는 '사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


그렇기에 나연성은 알고 있었다.


석고마괴라는 것이, 그리 쉽게 나타나는 괴물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더더욱 지금 상황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조만간 한국에도 큰 재앙이 닥칠 수 있겠어. 그런데 과연 그걸······풋내기 능력자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김관엽 소장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연성의 입에는 다시금 미소가 떠올랐다.


일이 꽤나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진현······센도 테츠야와의 내기에 석고마괴의 출현까지······감당할 일이 많아지겠구나.'


나연성은 놀랍게도 진현과 테츠야의 내기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도 처음부터 알았던 건 아니고, 비행기가 뜨기 직전에 전달받은 것이었다.


EC 연구소에 근무하는 그의 친구로부터.


허나 비행기는 이미 출발했기 때문에, 나연성은 결국 이진현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이진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충분했다.


'이진현······. 아마 지금은 들떠 있겠지. 자신이 대단한 능력자의 운명을 타고난 것 같겠지. 그리고 김관엽 소장은 옆에서 그걸 부추겼겠지.'


아직 자신의 운명을 깨닫지 못한 불쌍한 아이.


나연성은 진현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 역시 과거 미성숙한 능력자일 때가 있었으니까.


'김관엽 소장이 헛된 희망 심어주는 것 하나는 끝내주지.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위선적인 사람도 없고 말이야. 과연 그 아래서 한국 능력자계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까?'


그는 여전히 김관엽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김관엽, 이진현, 센도 테츠야, 그리고 석고마괴.


이 4개의 키워드에 대한 잡생각을 이어가는 동안, 나연성이 탄 비행기는 푸른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다.




* * *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찾아왔다.


2021년 10월 중순, 이제 제법 선선해진 날씨가 돋보이는 어느 날.


결전의 날이 밝았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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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호랑이굴로] +1 21.09.04 32 1 16쪽
27 26화.[지워진 능력자 (3)] 21.09.03 24 1 13쪽
26 25화.[지워진 능력자 (2)] 21.09.02 24 0 14쪽
25 24화.[지워진 능력자 (1)] 21.09.01 46 1 13쪽
24 23화.[깁스의 목소리] 21.08.31 42 1 13쪽
23 22화.[한/미/일] 21.08.31 38 1 12쪽
22 21화.[범지구적으로] 21.08.30 51 0 13쪽
21 20화.[진월도(眞月島)의 총성] 21.08.30 39 1 11쪽
20 19화.[합법적 하극상 (3)] 21.08.29 45 1 12쪽
19 18화.[합법적 하극상 (2)] 21.08.28 42 0 13쪽
18 17화.[합법적 하극상 (1)] 21.08.27 52 0 12쪽
» 16화.[1차 업그레이드: 전투깁스] 21.08.26 46 1 12쪽
16 15화.[전초전] 21.08.25 47 1 12쪽
15 14화.[한일전, 자신 있어?] 21.08.24 46 0 12쪽
14 13화.[내기 할래?] 21.08.23 48 1 12쪽
13 12화.[바다 너머의 불청객] 21.08.22 56 0 13쪽
12 11화.[헬레나 브리스니체] 21.08.21 55 1 13쪽
11 10화.[히어로 (2)] 21.08.20 50 1 13쪽
10 9화.[히어로 (1)] 21.08.20 51 0 14쪽
9 8화.[서열 정리 (2)] 21.08.20 53 1 11쪽
8 7화.[서열 정리 (1)] 21.08.20 54 0 15쪽
7 6화.[전학생 아니고 편입생] 21.08.20 55 0 12쪽
6 5화.[8,760시간의 고난] 21.08.20 65 1 13쪽
5 4화.[EC 연구소, 그리고 능력자] 21.08.20 67 0 13쪽
4 3화.[새로운 세계] 21.08.20 71 1 11쪽
3 2화.[Emperor Cast.황제의 깁스] 21.08.20 78 1 12쪽
2 1화.[다시 없을 기회] 21.08.20 85 1 13쪽
1 프롤로그.[불행은 대부분 성실한 사람에게 일어난다.] 21.08.20 13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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