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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608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3.17 07:10
조회
686
추천
15
글자
13쪽

아이와 함께 오디션(1)

DUMMY

병철은 피디의 제안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미영은 병철을 설득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보니까 아이가 카메라를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병철 씨도 아이 아버지라는 개성이 더해지면 프로그램 진행할 때 더욱 눈에 띄고 좋을 거 같은데.”


미영의 말을 듣고 병철은 은혜를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아까 카메라들이 많은 현장에서도 은혜는 떨지 않고 여유로웠다.


‘개성···’


병철의 마음을 잡아끈 것은 그 단어였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는 대중들의 기억에 남으려면 실력 이외에도 뚜렷한 개성이 필요했다.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병철은 결국 미영의 제안을 수락했다.

은혜에게는 뭔가 신비한 힘도 있는 것 같으니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검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랄게요.”


미영은 한 건 해냈다는 듯 활짝 웃으며 병철과 악수를 나눴다.

병철도 은혜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사실 자신도 옆에 은혜가 있는 편이 훨씬 마음의 의지가 됐다.


“꼬마 마법사님, 오늘은 수고했으니까 아빠가 맛있는 거 해줄게.”

“와아! 미트볼 스파게티! 스테이크! 삼계탕!”


병철은 눈이 휘둥그레 해져 은혜에게 물었다.


“그런 음식들은 어디서 배워왔어?”

“더 알아! 김치볶음밥, 삼겹살, 닭볶음탕···”

“그래, 그래. 그런데 아빠가 그거 다 만들면 은혜가 다 먹을 수 있어?”


지금 병철의 재능이라면 은혜가 늘어놓은 음식들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은혜는 활짝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안 돼, 안 돼. 배 터진다. 이렇게 뻐엉~”


병철의 말이 재밌었는지 은혜는 배를 잡고 까르르 웃었다.


-


병철과 이야기를 나누고 며칠 뒤, 미영은 급하게 방송국의 편집실로 향했다.

옆에 있던 조연출 후배가 미영에게 의문을 표했다.


“선배님, 굳이 아이까지 같이 나오라고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유가 있어.”


미영은 조연출의 의문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아이가 있는 사람이 나오면 어땠지? 신파 감동 서사로만 소비하고 말았잖아. 그리고 그 사람들도 정말 그 정도의 재능밖에 없었고 말야.”


편집실에 도착한 미영은 찬찬히 병철이 나온 부분을 집중해서 보았다.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의 호흡까지 사로잡은 강렬한 참가자였다.

미영은 눈을 빛냈다.


“하지만 저 사람은 달라. 내가 보기에. 우승도 노려볼 수 있어.”


같이 영상을 본 조연출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을 직접 보고 나니 납득 할 수밖에 없는 거물의 참가자였다.

아이가 있다는 것이 전혀 흠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선배님은 저분으로 프로그램의 차별점을 만드시려고 하시는군요.”

“그래. 설령 아이가 있어도 부모는 부모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거야.”


편집을 지시하는 미영을 보며 조연출은 고개를 끄덕였다.

출산 이후, 더더욱 악착같이 일에 몰두하려는 미영이 누구에게 감정 이입을 했는지 잘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예선 촬영본이 전파를 타고 방송되었다.

예선부터 두각을 드러낸 참가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병철과 은혜였다.


-애기 진짜 졸귀다. 옆에서 리듬 타는 거 봤어? 지구 뿌순다 진짜ㅠㅠ

-와, 방금 참가자 누구냐. 찢었다;;노래 개잘부름.

-그 애기 아빠라는데. 젊어 보여서 오빠인 줄.

-대박. 저 사람 동요 피아노로 쳤던 그 사람 아닌가?


익명 사이트와 SNS에서는 어딜 가든 병철과 은혜의 이야기로 넘쳐났다.

오디션에 나오기 전부터 유명해졌던, 병철과 은혜의 피아노 공연 영상도 다시 한번 사람들 사이에서 언급되었다.

그리고···


“세상에···은혜 아기 때 영상도 40만을 찍었잖아···”


지이이잉~

병철의 핸드폰은 하루종일 너튜브 알림 때문에 진동하고 있었다.


-헐 민둥민둥 키위 시절 너무 귀여워ㅠㅠ

-아버님 옛날에도 완전 꿀목소리였네요!

-완전 힐링~


갑자기 폭발해버린 채널의 알람에 놀란 병철이 진땀을 뺐다.

조잡하게 찍은 영상들도 기본 20만 재생을 넘어가고 있었다.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확실히 주목받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무슨 노래 영상을 올려도 최대 천 회 이상은 넘어가질 못했는데···’


그랬던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 받는 막대한 관심들이 그저 감개무량했다.

병철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댓글들에 하트를 찍었다.


-


오디션 1차 본선 날.

스태프가 나누어진 번호표를 가슴에 단 병철은 곧바로 은혜가 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예선 때보다 어림잡아 두 배는 더 늘어난 카메라가 병철과 은혜를 잡고 있었다.


‘그래도 예선 때보다 부담스럽진 않네.’


직접 프로그램의 피디가 찾아오기도 했으니 많은 카메라 정도는 이제 적응이 됐다.

하지만 예선 때와 달리 오디션장에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예선 때 불량하게 굴던 그 남자처럼 어중이떠중이들은 전부 걸러진 상태였으니까.


“안녕하세요! 여기서 또 뵙네요.”


그때 들어본 적 있는 익숙한 목소리가 병철에게 먼저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 그때 예선에서···”


예선 때, 은혜를 달래주고 젤리도 선물해줬던 그 여자였다.

다행히 합격하고 본선에 올라온 것 같았다.


“맞아요. 그때 제가 이름도 안 알려드리고 그냥 가버렸네요. 제 이름은 유미예요. 하 유미.”


병철은 환하게 웃으며 여자를 반겼다.


“유미 씨도 예선 통과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에이, 뭘요. 이제부터 시작인데. 병철 씨는 예선 때부터 아주 대단하셨다면서요?”

“네?”

“심사위원이 노래 듣고 감동받아서 울었다는 얘기 들었어요. 그분들을 울리시다니 병철 씨 진짜 대단해.”


유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병철을 칭찬했다.


“안녕하세요!”


그때 은혜가 유미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머, 은혜야. 은혜도 오디션 참가하는 거야?”

“네! 아빠랑 같이 해요.”


그렇게 말하며 은혜는 병철의 손을 꼭 쥐었다.

병철은 웃으며 유미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은혜를 좋게 봐주셨나 봐요. 피디님이 같이 참여하면 어떻겠냐고 하셔서···저도 은혜랑 좋은 추억 만들 겸 이렇게 같이 참가하게 됐어요.”

“정말요? 잘 됐다. 은혜야, 파이팅!”


유미의 응원을 듣고 은혜도 작은 주먹을 쥔 채 화답했다.


“응! 파이팅!”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같이 이야기라도 하실래요? 은혜도 유미 씨 좋아하는 거 같고···혹시 다른 일행 계시면···”


병철의 제안에 유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니에요. 좋아요. 예선 때는 친구랑 같이 왔는데 오늘은 혼자 와서.”


카메라가 선남선녀인 두 사람의 모습을 비췄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라이벌 구도만큼이나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러브라인이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카메라들은 앞다투어 병철과 유미의 모습을 찍었다.


“병철 씨는 이번에 어떤 노래 부르실 거예요? 아, 물어보면 실례려나.”

“하하, 아닙니다. 사실 이번에는 자작곡을 준비해왔습니다.”


유미는 병철의 대답을 듣고 깜짝 놀라 다시 물었다.


“자작곡이요? 작곡도 할 줄 아셨어요? 오디션에서 자작곡 부르는 사람이 진짜 실력자라던데.”

“에이, 아니에요.”


병철은 손을 내저으며 멋쩍게 웃었다.

병철 옆의 꼬마 마법사가 히죽 웃고 있었다.


-


본선이 시작되기 며칠 전, 병철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으음···이왕 같이 나가는 거 은혜랑 같이 부를 수 있는 걸 고르고 싶었는데.”


본선에서 부를 곡을 미리 알려야 했지만, 병철의 마음에 드는 노래가 없었다.

병철이 노래를 부르고 은혜는 율동만 추는 방식도 염두에 두고 있긴 했다.


‘하지만 아이와 같이 오디션에서 노래 부르는 아빠 이미지가 더 눈에 잘 띌 거야.’


병철은 공원에서 피아노를 치고 같이 노래를 불렀을 때처럼, 은혜와 정말로 함께 오디션을 보고 싶었다.

그쪽이 은혜와 자신의 매력을 더욱 잘 부각할 것 같았다.

병철은 그동안 애지중지 매고 다니던 어쿠스틱 기타를 꺼냈다.


“아예 내가 직접 만들까?”


하지만 전문 작곡 지식 없이 그저 기타를 마음 가는 대로 연주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곡이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은혜의 가사 이해력을 생각하면 어른인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만들 수도 없었다.


“아빠, 노래 불러? 나두!”


은혜가 관심을 보이며 병철에게 달려들었다.

병철은 결국 은혜가 부르고 싶다는 모든 동요들을 전부 연주해야만 했다.

음악적으로 탁월한 감이 있는지, 병철이 약간 변조해서 연주해도 은혜는 거기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우리 은혜, 노래 잘 부르네.”


병철이 감탄하며 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이 아이랑 같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철이 작곡을 하기 위해 꺼내든 빈 종이를 보며 한숨을 쉬다가 번뜩 좋은 생각을 떠올려냈다.


‘마법···’


벽을 마주할 때마다 이제는 은혜의 마법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병철은 은혜를 불렀다.


“은혜야. 아빠가 은혜랑 같이 오디션 나가기로 했잖아.”

“응.”

“아빠가 은혜랑 같이 부를 노래를 만들려고 했거든. 그런데 잘 안되네.”

“그래서 아빠 속상해?”


은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병철에게 물었다.

병철은 잠시 은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속상하지 않게 노래 잘 만들게 되어라! 얍!”


은혜는 벌떡 일어나 늘 그랬듯 병철에게 마법을 걸어주었다.

병철의 시선이 은혜의 손끝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하얀 빛이 잠깐 반짝이다가 사라졌다.


‘마법이 성공했구나.’


병철은 안도한 표정으로 은혜를 바라보았다.

은혜도 병철을 바라보며 웃었다.


“히히, 마법 걸어줬어. 이제 아빠, 잘할 거야. 아빠는 잘 해.”


병철은 은혜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무런 조건 없이 무조건 자신을 믿어주는 존재가 생겼다.

그것이 어머니를 여의고 고독하게 살아온 병철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다.


“아빠, 잘 할게.”


병철은 다시 작곡에 집중했다.


‘여기 부분은 은혜의 맑은 음색이 드러나게 하고···가사는 은혜랑 처음 공원에 놀러갔을 때 기분을 담아서···느리게 가다가 이 부분은 빠른 템포로···’


이번에도 병철의 머릿속에 온갖 아이디어들이 폭주했다.

텅텅 비어있던 종이가 악보와 지시 사항으로 빼곡하게 채워져갔다.


‘좋아, 여러 곡을 만든 다음에 은혜랑 같이 불러보고 제일 좋았던 곡으로 결정하자.’


은혜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곡에 담겨 어느 곳 하나 빈 곳 없는 알찬 곡이 실시간으로 탄생하고 있었다.


-


“다음 참가자 분, 들어오세요.”


병철과 은혜가 오디션 장에 들어왔다.

심사위원은 예선 때와 달리 세 명이 있었다.


“어머, 귀여워라.”


병철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긴장이 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세인 솔로 가수, 강보라가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최인 UV엔터테인먼트 소속이기도 했다.


‘음반을 냈다하면 무조건 차트 1위로 다른 음반들을 묻어버리는 제왕 중의 제왕.’


사실 제왕이 아니라 다른 가수들 입장에서는 재앙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들을 정도였다.

그래서 마치 영화계에서 마블 영화와 맞붙으려는 것을 피하는 것처럼, 그녀의 노래와 직접 맞붙으려는 것을 꺼려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존경하는 가수한테 노래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야.’


병철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부담스러워하거나 긴장해봤자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었다.

이럴 때는 다소 뻔뻔함도 필요했다.


“아이랑 같이 참여하셨네요?”

“네. 저희 아이가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좋은 경험 될 것 같아서요.”

“우리 아빠 노래 잘해요!”


은혜가 불쑥 튀어나와 병철의 자랑을 시작했다.

병철이 당황하며 은혜를 말렸지만, 심사위원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쳤다.


“아구, 그래요? 좋겠다~”

“그럼 노래 들어보겠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분위기를 갈무리하고 다시 진지하게 임했다.

병철과 은혜를 서로를 보다가 바닥에 털썩 앉았다.


‘앉아서?’


심사위원들이 일제히 놀란 얼굴로 병철과 은혜를 주목했다.

병철이 손으로 줄을 튕기며 연주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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