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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610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3.15 07:10
조회
837
추천
17
글자
11쪽

팔자가 핀다(2)

DUMMY

병철의 길고 유려한 손가락이 건반 위를 춤추는 것처럼 격렬하게, 바쁘게 움직였다.

부드러운 건반 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다.


“어어?”


공원에 있던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피아노를 치던 병철에게 쏠렸다.


“체키 삼총사다!”


아는 노래가 흘러나와 아이들은 팔을 크게 벌리고 폴짝폴짝 뛰었다.

아이들이 신나게 춤판을 벌리는 것을 보고 몸이 근질근질했는지, 병철의 옆에 있던 은혜가 앞에 튀어나와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췄다.


“체킷! 체킷!”


피아노 소리에도 묻히지 않는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은혜의 노래와 춤에 금방 관심을 보였다.


“와아아아아!”

“아이고, 우리 애들 완전 신났네.”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병철의 즉흥 피아노 연주에 맞춰 은혜는 완벽한 음정과 박자로 체키 삼총사를 열창했다.

피아노와 아이들의 함성소리에 은혜의 목소리가 조금 묻히기 시작하자 병철이 가세해 같이 노래를 불렀다.


「보글보글 다시 한 번 모두를 생각하는 마음 담아 톡톡톡톡~」


병철의 음색은 역시 튀지 않고 평범했고, 가창력도 특출나지 않았다.

하지만 뿜어져 나오는 표현력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마음도 마음껏 흔들어놓고 있었다.

어느새 부모들도 하이라이트 부분이 흘러나오자 병철의 연주와 노래에 감탄하며 수군거렸다.


“이게 이렇게 좋은 노래였나?”

“난 시끄럽기만 한 줄 알았는데···”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아이들은 어느새 앉아서 멍하게 병철의 피아노 연주와 노래에만 집중했다.

자신들의 산만한 노래와 춤이 이 멋진 쇼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될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이미 병철이 편곡해서 원본과 상당히 다른 노래가 됐음에도 아이들과 부모는 감동한 얼굴로 연주와 노래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기서 뭐 하나?”

“보러 갈래?”


어느새 사람들이 점점 병철과 은혜의 무대 근처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 현장의 열기를 놓칠세라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아직 노래를 즐기기에는 어린 아기들까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엄마의 품에 안긴 채 공연에 열중했다.


“어머, 집중하는 거 봐. 공놀이할 때보다 더 집중하는 거 같은데?”


아기를 안은 엄마가 놀라며 아기의 등을 토닥였다.

엄마가 등을 토닥이건 말건 아기의 시선은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병철과 은혜에게 일직선으로 꽂혀있었다.


“저 애기도 노래 잘 부른다.”

“그러게.”


아빠가 하는 말에 맞장구를 치던 아기 엄마는 은혜의 얼굴을 보고 잠시 갸웃했다.


‘그런데 저 애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나이와 세대를 초월하여 모든 이들의 이목을 끌던 공연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연주를 끝낸 병철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이들이 듣는 동요만으로 이런 굉장한 연주를 해낸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내가 친 거 맞아?’


병철이 멍하게 앉아 있는 사이, 누군가 일어나 크게 박수를 쳤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공원을 가득 채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은혜는 배꼽에 손을 대고 꾸벅 인사를 했다.


‘쟤는 저런 걸 어디서 배웠대.’


병철은 은혜의 모습에 풋 하고 웃으며 의자에서 서둘러 일어났다.


“가, 감사합니다. 은혜야, 이제 가자.”


병철은 귀를 붉히며 대충 고개를 숙인 후 은혜를 안아 들었다.

아직도 박수 소리가 등 뒤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병철은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피아노를 당연히 칠 줄 알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방금 자신이 친 연주는 어디로 보나 프로 연주자 같았다.


‘게다가 노래를 부를 때도 뭔가 평소랑 달랐어.’


그야말로 노래에 제대로 심취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노래를 부를 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

체키 삼총사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부분에서 병철은 저도 모르게 은혜에게 볶음밥을 만들어줬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감정 이입이 잘 됐던 거구나.’


요리와 음악은 완전히 동떨어진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어질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빠, 피아노 잘 쳐.”

“응?”


병철에게 안긴 은혜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병철은 그런 은혜를 보며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아까 볶음밥 만들 때도 이런 소리를 들었던 거 같은데···’


이젠 확신할 수 있었다.

은혜가 신비한 마법을 걸자마자 병철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해냈다.

이전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재능으로 그 일을 완벽하게 해냈다.


‘은혜 덕분이야.’


병철은 감격한 얼굴로 은혜를 쳐다보았다.

노래를 부르고 신나게 춤까지 춰서 그런지 은혜는 병철의 품 안에서 졸고 있었다.

병철은 은혜를 힘을 주어 꽈악 끌어안았다.


‘분명 이 아이는 하늘이 준 선물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병철은 들뜬 발걸음으로 단번에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노트북을 켜 오디션 홈페이지에 들어가 참가 신청서를 작성했다.


-


병철과 은혜가 떠난 후에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아저씨, 갔어?”

“그래. 아저씨 갔으니까 우리도 가자.”

“더 했으면 좋겠어···”


부모들은 버티고 가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아쉬운 건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돈 주고 들어도 아쉽지 않을 것 같은 명연주를 공짜로 듣고 나니 아쉬움이 더했다.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은 그날 있었던 일을 너튜브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올리기 시작했다.


‘지리는 체키 삼총사 연주’

‘너무 귀여워서 미쳐버리는 체키 삼총사 부르는 애기’

‘현역 피아니스트가 체키 삼총사를 치면 벌어지는 일’


온갖 제목이 붙여진 영상들이 너튜브에 업로드되고, SNS에서도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너 그 영상 봤어?”

“그 체키 삼총사 피아노로 친 거?”

“완전 힐링되더라~애기는 귀엽고, 그 피아노 치는 사람은 엄청 잘생겼어. 개존잘임.”


영상은 금방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

그 영상을 불펌하고 또 불펌하는 작자들도 당연히 끊이지 않았다.

해외 불펌러들은 영상에 여러 언어로 자막을 붙여 해외에까지 영상을 소개했다.


“와우, 이거 정말 굉장한 연주인데? 이게 정말 동요를 연주한 거란 말야?”


그 덕에 영상을 접하게 된 외국인들도 많았다.

영상 속 병철의 연주에 눈을 떼지 못하는 그도 이렇게 영상을 접하게 된 외국인들 중 하나였다.


“공연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매니저의 말에 그는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의 매니저는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누군가의 연주 영상을 본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아쉬워하는 모습은 매니저를 맡은 이래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병철과 은혜의 영상이 유명해지면서 따로 영상을 리뷰하는 너튜버들도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수많은 리뷰 영상들 중에서 화제를 불러 모은 것은 키즈 너튜버들의 리뷰였다.


“아빠! 아빠다! 나도 나와!”


병철의 스마트폰으로 키즈 너튜버 영상들을 보던 은혜가 병철에게 알려주었다.

병철은 온갖 유명 키즈 너튜버 영상들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쑥스러워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설마 이때의 일이 영상으로 찍혀서 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니 조금 아쉽기도 했다.


‘나도 누군가한테 찍어달라고 부탁할 걸 그랬나?’


자신의 연주 영상은 그렇다 치고, 노래하는 은혜의 모습을 놓친 게 아쉬웠다.

영상 속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은혜의 모습은 그야말로 스타 그 자체였다.


“우리 은혜, 아이돌 하면 잘하겠는데.”

“아이돌?”


병철은 그렇게 농담하며 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혜는 자신이 나오는 영상에 완전히 넋을 빼놓고 있었다.

은혜와 함께 영상을 보면서 병철은 다시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반응이 좋다니···오디션 촬영할 때 꽤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물론 이대로 너튜브에 영상을 올리며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병철의 꿈은 달라지지 않았다.

뛰어난 요리 재능을 얻고 난 뒤에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음악으로 순수하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렇기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서를 낸 것이었다.


“어? 아빠, 이거 봐.”


병철은 은혜가 가리킨 영상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 공원에서 쳤던 체키 삼총사를 쳐보도록 하겠습니다. feat. 딸아이의 특별 공연】


이런 식으로 병철과 은혜를 사칭한 영상들이 우르르 올라와 있었다.


“거짓말을 하다니···”


병철은 고민하다가 자신의 채널에 정체를 밝히기로 결심했다.

아무래도 아이까지 영상에 나오는 만큼 사칭 영상이 더 나오기 전에 방지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으음···뭐라고 적어야 하지···”


병철은 노트북을 켜고 커뮤니티 란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이 채널의 주인인 은둥이 아빠···”


타자를 타닥타닥 치다가 병철은 한 단어에서 멈췄다.


“아빠···”


은혜의 아빠라는 위치를 받아들이기로 살기로 결심했지만, 여전히 입안에 넣고 굴릴수록 생소한 느낌을 주는 단어였다.


“할 수 있을 거야.”


병철은 다시 마음을 잡고 차분히 공지 글을 적어 내려갔다.

공지에서 병철은 공원에서 피아노를 친 남자가 자신이 맞다고 적었다.

그리고 사칭 영상을 올리지 말아 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말고 적었다.


“별 내용 없는데도 오래 걸렸네···”


병철이 기지개를 펴자 은혜가 금방 달려왔다.


“아빠, 뭐해?”


병철은 자신에게 서스럼없이 찰싹 달라붙어오는 은혜를 뚫어져라 보다가 이름을 불렀다.

어쩐지 가슴이 다시 뭉클해졌다.


“은혜야.”

“왜애?”

“아니···아무것도 아니야.”


병철은 웃으며 은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앞으로 이 마법사 아이와 살아갈 날이 기대되었다.


-


오디션 예선 날이 다가왔다.

병철은 긴장한 얼굴로 은혜를 품에 안고 왔다.

자신이 기억하는 오디션 예선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아 보였다.


‘이상하다. 많긴 했지만 이렇게 북적거리지 않았는데···’


게다가 카메라의 수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병철은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튜브에서 가끔 추천 영상으로 뜨던 아티스트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저 사람들을 찍으려고 이렇게 카메라가 많은 건가?’


또 다시 자신의 기억과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흔들릴 거라면 참가 신청도 내지 않았을 것이다.

병철은 침착해지려고 애쓰며 잠자코 은혜와 함께 오디션장이 열리길 기다렸다.


“어, 저기!”

“피아노 치던 그 사람 아니야?”

“애기도 있어! 데리고 왔나 봐.”


병철과 은혜를 발견한 사람들이 바로 알아보고 수군거렸다.


“음?”


병철은 갑자기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져 무심코 소리가 난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어어?”


그 많던 카메라들이 일제히 병철에게만 향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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