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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남의 딸로 인생 대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까르보치킨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3.12 20:06
최근연재일 :
2021.04.15 07:1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6,609
추천수 :
346
글자수 :
193,549

작성
21.03.13 07:10
조회
993
추천
20
글자
11쪽

딸이 생겼다(2)

DUMMY

병철은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아 무심코 중얼거렸다.


“아직도 꿈에서 안 깬 건가?”


그런데 목소리도 병에 걸리기 전의 맑은 목소리였다.

병철은 간신히 정리한 자신의 머리를 다시 부여잡았다.


“아아~”


고민하고 있던 병철은 아이가 내는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아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블록 장난감을 입에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어어! 아, 안 돼! 스톱!”


병철은 다급하게 아이 손에서 장난감을 뺏었다.

아이는 뺏긴 장난감을 멍하게 보다가 장난감 대신 자신의 오동통한 손가락을 물었다.

아이한테 가져온 장난감을 손에 든 채 병철은 다시 의문에 빠졌다.


’그런데 내 집에 왜 이런 장난감이 있지?


게다가 장난감은 이 블록 한 개만이 아니라 꽤 여러 가지가 방에 널려있었다.

분명 이전까지는 없었던 것들이었다.


“배고파. 아빠, 배고파.”

“어? 배고프다고?”


아이는 한시도 병철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보고 병철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아침 일찍 일어난 병철 역시 허기가 진 상태였다.

갑자기 나타난 아이를 어떻게 할지도 일단 밥을 먹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병철은 있으나마나한 작은 부엌으로 향했다.


-


몸을 쭈그린 채 병철은 작디작은 냉장고를 뒤졌다.


“이건 애가 못 먹으려나? 어쩌지···다른 재료 뭐 있나?”


병철은 난감해하며 계속 냉장고에서 삐삐거리는 경고음이 울릴 때까지 뒤졌다.


“삐이! 삐이잇!”


아이는 냉장고 문을 계속 열어둔 탓에 울리는 소리를 따라 하며 까르르 웃었다.

하지만 병철은 정신없이 냉장고를 뒤지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병철은 얼마 안 되는 시들시들한 식재료들을 꺼낼 수 있었다.


“계란이랑 당근, 양파, 즉석 밥···아 애가 먹을 만한 게 없는데.”

“아빠아!”

“어, 잠시만. 잠시만.”


다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아이를 떼어놓기 위해 병철은 진땀을 뺐다.


“아빠아, 요리해. 요리.”

“요리하라고? 나보고? 에이, 난 요리 못해.”


병철이 한사코 고개를 젓자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다가 박수를 짝 쳤다.


“마법!”

“뭐?”

“내가 마법 걸어주께.”


아이가 내뱉은 뜬금없는 소리에 병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빠가 요리를 잘하게 되어라! 얍!”


아이는 마치 안테나처럼 손가락을 들어 귀 옆에 대고 병철에게 들이대었다.

병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이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빛이 나네?’


놀랍게도, 아이의 손가락 끝에서 잠깐 빛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이제 됐다!”

“어···어, 고마워.”


병철은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일단 고맙다고 전했다.

진짜 마법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짓던 병철은 이내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전에 본 빛은 분명 환각일 것이다. 세상에 마법 같은 게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아빠아, 요리. 요오리이!”


아이는 이상하게 병철에게 요리를 시키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떼를 썼다.

아이는 조그만 팔로 병철의 양다리를 꽉 껴안으려고 애를 썼다.

그래봤자 너무 조그매서 한쪽 다리도 붙들어놓지 못했다.


“그렇게 졸라도 못한다니까···”


병철은 난감한 표정으로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어릴 때는 요리와 관련된 꿈을 꿨을 때도 있었다.

단지 어머니께 맛있는 것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하지만 만들어내는 족족 망쳐서 그 꿈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음악에 빠져들게 되면서 어릴 때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한참 동안 잊고 있었다.

결국, 병철은 마음먹고 도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뭐가 어디에 처박혀있는지 하나도 몰랐는데, 이번에는 모든 게 선명하게 기억났다.


“어디 보자,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볶음밥 레시피···오, 금방 나오네.”


병철은 핸드폰으로 레시피를 검색했다.

수많은 레시피가 화면에 주르르 떴다.


“그런데 봐도 내가 따라 할 수 있어야···”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요리 블로그에 적힌 레시피를 훑어보던 병철은 눈을 크게 떴다.


‘어, 되겠는데? 그것도 엄청 잘 만들 수 있겠는데?’


원래라면 레시피를 똑같이 따라 해도 뭐가 타거나, 심하게 짜거나 아무튼 요리가 망가지는 일이 부지기수일 정도로 병철은 심각한 요리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레시피를 보자마자 온갖 요리에 관련된 지식과 아이디어가 물밀 듯 머릿속에 입력되었다.


‘아이 레시피라서 그런지 내가 먹기에는 간이 심심하구나. 잘게 잘라서 볶을 때 너무 식감이 뭉그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어.’


심지어 아직 만들지도 않았는데, 그 맛이 혀끝에서 살아나는 경험까지 하고 있었다.


‘어디 보자, 냉동 볶음밥에는 데울 때 기름을 너무 많이 두르면 느끼해지는구나. 이미 기름이 많이 함유된 상태니까. 양파를 더 썰어 넣으면 단맛이 더해지니까 맛의 균형이 좋아질 거 같은데.’


그야말로 무아지경이 되어 병철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온갖 요리 레시피를 흡수하고 있었다.

아이가 다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정신이 팔린 사이, 병철은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다 문득 병철은 아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마법 걸어주께!’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내뱉던 말과 손끝에서 나오던 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설마···?”


병철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도 않았는데 손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장난 아닌데. 내가 이렇게 칼질을 잘했나?’


한번 칼질했다가는 손가락을 베곤 했는데 지금의 병철은 주방장 뺨치게 칼질을 능숙하게 해냈다.

병철의 칼질에 잘린 식재료들은 절대 크기가 제각각이거나 형편없이 뭉그러지거나 하는 일 없이 가지런한 모습을 뽐냈다.


-


자신과 아이의 볶음밥을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한 병철은 자신이 해놓은 일이 믿기지 않아 입을 떡 벌렸다.

심지어 플레이팅까지 마치 가게에서 파는 것처럼 가지런하게 잘해놔서 더더욱 음식이 맛깔나게 보였다.


‘와, 냄새 죽인다. 내 부엌에서 이런 맛있는 냄새가 나다니.’


멍하게 보고 있던 병철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불렀다.

감상만 하고 있다가는 기껏 맛있게 만든 볶음밥이 식어버릴 터였다.


“와아!”


아이는 병철이 만든 볶음밥을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잠시만 기다려.”


병철은 무의식적으로 능숙하게 턱받이를 꺼내어 아이에게 채웠다.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져 있는 유아용 턱받이였다.

자신이 무심코 저지른 행동에 병철은 소름이 돋았다.


‘나 진짜 얘 아빠인가? 아니, 말이 안 되잖아. 내가 무슨 애가 있어.’


병철은 그렇게 생각하며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크게 떠서 입안에 넣었다.

빨리 점심을 먹고 이 아이를 경찰서에 데려가서 진짜 부모를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한 입 먹자마자 병철은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질렀다.


“헐, 개맛있잖아.”


평소에 대충 데워서 먹던 냉동 볶음밥과는 달리 텁텁한 맛도 없고 여러 맛이 훌륭하게 어우러진 감칠맛이 병철의 혀를 감쌌다.

그냥저냥 한 끼 때운다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요리 그 자체였다.


“맛있어!”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볶음밥을 퍼먹었다.

입가에 묻은 밥알도 하나하나 떼서 바로 입안에 쏙 넣는 것을 보면 아이는 볶음밥에 크게 만족한 듯했다.


“그래, 많이 먹어.”

“웅!”


볶음밥에 거의 얼굴을 파묻고 먹는 것에 열중하는 아이를 보며 병철은 뒤늦게 자신의 입을 막았다.


‘너무 놀라서 애 앞에서도 개맛있다고 해버렸네.’


하지만 아이는 병철이 그렇게 말하건 말건 볶음밥을 퍼먹는데 정신이 없었다.

금방 바닥을 보이는 밥그릇을 보고 병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더 줄까?”


마침 즉석 밥을 꽤 많이 부어서 한지라 양은 부족하지 않았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맛있어! 아빠, 요리 잘해!”

“아빠 아닌데···”


신이 난 듯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아이는 병철의 음식 솜씨를 마구 칭찬했다.

병철은 그런 아이의 반응이 쑥스러우면서도 무척 기뻤다.


‘진짜 맛있나보다.’


아이가 적당히 먹을 수 있는 양을 덜어준 병철은 다시 한 숟갈을 떴다.

누군가와 함께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일이었다.

그때 갑자기 병철의 핸드폰이 마구 울렸다.


“전화 왔어요!”

“어, 어?”


식사에 푹 빠져있던 병철은 허둥대며 핸드폰을 집었다.


그때, 병철의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여보세요?”


병철은 정신없이 전화를 받아들었다.


“어, 병철아.”

“민수 선배?”


아는 학교 선배로부터 온 전화였다.


“그냥 생각나서 전화 한 번 해봤다. 너는 술도 안 마시니까 영 만날 기회가 없어.”


병철은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아직도 음악 하냐?”

“아, 네···”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삼킨 채 병철은 어영부영 대답했다.


“너 애도 있는 놈이 조금은 정신 차리고 취업해야 하지 않겠냐? 아니, 네가 걱정해서 하는 말이니까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진 말고.”

“하하, 걱정해주셔서···네? 애요?”


병철이 깜짝 놀라 내뱉은 말에 민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래. 은혜. 아기는 잘 지내냐?”

“은혜···?”


병철이 아이의 이름을 생소하다는 듯 부르자 민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그래?”

“저한테 애가 있어요?”


병철이 어안이 벙벙한 어투로 묻자, 민수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심각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어···너 좀 상태가 안 좋은 거 같다. 그만 끊을게. 너무 무리하지 말고. 몸이 재산인데.”


끊을 때까지 민수는 훈계 질을 멈추지 않았다.

민수와의 통화를 끊고 나자 병철은 매우 혼란스러워졌다.


‘은혜라고? 얘가? 그리고 얘가 내 애고?’


병철은 얼마 안 되는 지인들의 연락처를 훑어보았다.

어쩌면 선배가 다른 이와 자신을 착각한 걸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카톡을 켠 순간 병철은 그대로 뒤로 넘어갈 뻔했다.


“뭐야 이게?”


자신의 프사가 눈앞의 아이와 같이 찍은 사진으로 바뀌어있었다.

어디로 보나 자신이 이 아이의 아버지인 것처럼 찍혀있었다.


‘난 이런 사진 찍은 기억이 없는데···’


병철은 결국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철이 잠시 머뭇거리며 자신에게 애가 있었냐고 묻자 다들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너 요즘 많이 힘드냐? 은혜한테 무슨 일 생겼어?”


모두 당연하다는 듯 아이를 알고 있었고, 당연히 병철의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전에 병철이 깊게 묻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던 것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아니, 그걸 왜 나만 모르냐고!’


병철은 답답했지만 지인들을 닦달할 순 없으니 결국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병철은 천장을 멀거니 바라보며 갑자기 자신에게 닥친 상황 변화를 곱씹었다.


‘이럴 때는 뭘 확인해 봐야하지? 주민등록등본?’


이에 그치지 않고 병철을 더욱 놀라게 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병철은 한숨을 푹 내쉬며 핸드폰을 내려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오늘이 2일이라고?”


핸드폰 속의 날짜는 3월 2일을 띄우고 있었다.

자신이 이미 참여했다가 망쳐버린 그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 마감일 일주일 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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