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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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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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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화. 캐스팅부터(1)

시작합니다.




DUMMY

5화. 캐스팅부터(1)






영화 ‘용서할 수 없는’의 연습 장소.

배우들이 빈 강의실에 모였다.

강태성과 그 외 배우들은 조연출 오영진과 함께 새로운 리딩에 들어갔다.

연습실 분위기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


“갑자기 캐스팅을 바꾸다니, 진짜 황당해.”


몇몇 단역을 맡은 배우들에게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최민호 선배를 캐스팅하겠다니, 연출 진짜 어떻게 된 거 아냐? 생각은 진짜 독창적이다.”


오영진이 수군거리는 아이들 쪽을 째려본다.

그러자 후배 중 하나가 영진에게 말한다.


“저...조연출님. 저는 그냥 연출부로 빼주세요.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그러더니 그 옆의 녀석도 말한다.


“맞아요. 저도 선배가 시켜서 배역 맡기는 했지만 원래, 제가 연기 전공도 아니기도 하고,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작품이 잘 만들어질지도 불안하고요. 선배, 우린 스텝으로 빼주세요.”


오영진이 참다, 참다 발끈했다.


“니들 정말 너무한다.”


아이들은 서로 눈치만 살폈다.

선배에게 따질 수는 없으니 입을 꾹, 다문다.

최고 선배인 강태성은 뒷짐만 지고 있다.


“연출이 민호선배 캐스팅 약속했고, 니들 배역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 주연배우가 바뀐 것뿐이야. 현장에서 별의 별일 다 생기는데, 고작 이런 거로 동요하냐. 너희는 영화 공부하는 학도잖아. 욕심은 사회에서 부리고 지금은 작품에 집중해.”

“선배 솔직히 바뀐 시나리오가 부담스러워요. 시간이 얼마 없는데,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는데...주연 캐스팅조차 되지 않았다니...창피 당할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니들이 안 도와주면 이 작품 끌고 갈 수 없다는 거야. 니들이 끝까지 작품을 믿으면 어떻게든 만들어지는 거고.”

“다른 조는 촬영 막바지예요. 근데, 우리는....”

“제발...얘들아. 믿자, 믿자 좀.”

“쳇, 말이 좋지.”


태성이 끼어들었다.


“애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너네 연출팀이 지금까지 보여준 게 바로 이 모습이야.”


태성이 묘하게 이죽거렸다.


“한마디로 신뢰가 없단 말.”


지금까지 수십 번 책을 고치겠다고 장현승은 잠수을 탔다.

애가 탔을 조원들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제 완벽한 완성고가 나왔는데, 조원들은 흔들리고 있었다. 감독은 원래의 시나리오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제일 높은 선배가 잡아줘야 하는데 오히려 더 이죽거린다.

오영진은 진땀을 흘렸다.


“내가 선배니까 참고 있는 줄이나 알아. 책임감 없는 새끼들.”

“선배님!”

“왜, 내 말이 틀렸어?”


오영진은 이를 물었다.


“일단 모였으니, 오늘 리딩은 하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분란은 영화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다들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만 있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저와 면담해요. 오늘은 시나리오를 다 함께 분석하면서 리딩 들어갑시다.”


오영진이 혼자서 애쓰고 있다.

강태성은 그 모습을 끝까지 삐딱하게 쳐다봤다.



***


드디어 홍보원에서 연락이 왔다.

국방 홍보지원부 마경수 소장이 아버지의 이름을 댄다.


“오...자네가 장필름의 장이산 감독 아들이야? 아이고, 이런. 그래 아버지는 잘 계시고?”


망했다는 소문이 아직 그쪽까지는 안 퍼졌나 보다.

1차 망했고 2차는 내년 IMF 때 완벽하게 부도난다.


“네. 잘 계십니다. 요즘 새로운 작품 구상에 들어가셨어요.”

“그래, 참 열심히 작품 하시는 분이지. 아버지하고 나는 한 5년 넘게 작품 했나? 빨간 마후라의 추억, 군대가 최고야. 육군 보다는 해병대. 아버님의 역대급 작품이지. 장이산 감독이 군영화 하나는 기가 막혀. 그쪽 상업 영화보다는 이쪽이....”


마경수 소장은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크름. 그래, 내가 뭐 도와주면 될까. 책도 좋더구만. 군 홍보에 아주 도움이 되겠어. 잘 읽었다네. 이게,,,요즘 말하는 그 브로맨스 그런건가?”

“그냥, 보통 남자의 이야기죠. 평범한 한국 남자 이야기.”

“그래, 심도 깊은 얘긴 만나서 하자고. 아버지한테 내 얘기 물어보면 아주 잘 알거야. 이 홍보원에서 외주 주는 건 내 한마디에 달렸거든. 얼굴 한번 보지. 안 그래도 우리도 홍보물 만들 시즌이거든. 대학생 영화라니, 신선하고 좋구만.”


다음날 난 바로 용산을 찾았다.

성미 급한 군인들이다. 얼굴 보자고 하면 당장 얼굴을 비춰야 한다.

그런데 그만 퇴근 시간에 맞물려 버렸다.

안성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만 시간이 4시간으로 늘어나 버렸다.


5시 40분. 홍보원에 도착. 그만 약속에 늦었다.

부랴부랴 마경수 소장을 만났다.


“아니, 이 친구. 우리 같은 공무원은 퇴근 시간에 민감한 거 몰라? 왜 이렇게 늦었나.”

“죄, 죄송합니다. 차가 너무 막혀서...”

“너무 늦게 왔군. 자네가 늦었으니, 오늘은 그만 가봐. 다음에 약속 잡지.”


황당했다. 생각보다 그는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그때 마경수 소장의 얼굴로 상태창이 떴다.


-국방 홍보원 마경수 부장의 상태입니다.


위치 –홍보부 서열 2위.

캐릭터- 꼰대, 보스기질.

좋아하는 것-술, 여자.

싫어하는 것 –남자, 상관, 노인.

특성– 술과 여자를 좋아하니, 접대하기 쉽습니다. 룸싸롱 보다는 나이트클럽을 선호합니다.



공무원들 퇴근 시간은 정확히 6시.

퇴근 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만, 가보라고.”


-적신호입니다. 마경수씨는 퇴근 시간을 엄수합니다.

시간을 지켜야 합니다.


“소장님! 딱 10분만 브리핑 하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단지 졸업영화제에만 출품하는 게 아니라, 세계영화제에도 출품할 생각입니다.”

“음, 영화제 좋지. 우리도 지난해 소규모 영화제에서 상 받았다네.”


마 소장이 분주하게 소지품을 챙기며 말했다.


-마경수씨의 이후의 스케쥴은 부킹한 여자와 데이트가 있습니다. 시간 엄수 바랍니다.


상태창이 요란하게 울렸다.


“저는 세계적인 영화제에 출품할 생각입니다, 자신있습니다. 선댄스 영화제 같은데 출품하면 못해도 해외 작품상 정도는 받을 수 있습니다.”

“선댄스? 댄스?”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군 생활을 서양인은 관심이 많습니다. 그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할 겁니다. 그들의 입맛에 맞게 제작한다면 국군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상을 타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제가 누굽니까, 장필름 이산 감독 아들 아닙니까. 그러니까 제작지원을...”

“나, 바쁜데.”

“부끄럽지만 최민호 선배님에게도 극찬을 받았습니다.”

“시나리오를 나 말고 민호한테도 줬어?”

“애초에 민호 선배님을 생각하며 기획했으니까요. 외람되지만 민호선배와 마부장님에게 동시에 책을 보내드렸습니다.”


마경수가 벽시계를 봤다.


“민호가 그렇게 칭찬했단 말이지...”


마경수는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는 타입이지만 영화는 잘 모른다. 스타인 최민호가 칭찬을 했다니, 솔깃한 모양이다.


“민호에게 한 번 작품에 대해 물어보지. 아무튼 오늘 자네는 나한테 실수 한 거야. 다음에 또 늦으면 나하고 얘기는 끝난 거로 알아. 그럼. 나 퇴근 한다.


정확히 6시였다.


“알겠습니다, 소장님! 언제 한번 제가 리버사이드 클럽으로 모시겠습니다!”


나이트클럽 얘기가 나오자 마경수의 눈빛이 달라졌다.


“오, 자네도 댄스 홀 좀 아는구만. 요즘 대학생들은 주로 어디를 다니는가.”

“강남역 월팝입니다.”

“아, 이름은 들어봤네, 물이 끝내준다지? 언제 한 번 데려가. 가서 구경 좀 하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잘 부탁드립니다, 부장님!”

“그래, 또 연락하지, 오늘은 내가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근데, 그 월팝이라는 곳... 학삐리들만 들어갈 수 있나?”

“아닙니다! 가신다고만 하면, 제가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학생이 접대하겠다는 태도에 마소장은 좀 놀라는 눈치였다.

미팅은 정확히 10분으로 끝났다.

그는 1분 1초도 지체하지 않았다.


“알았네. 기대하지.”


이로써 첫 번째 관문을 뚫었다.



대대적인 오디션 공고를 냈다.

타과까지 모집 범위를 넓혔다.

서류 모집에 3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오디션 날.

연극과 B스튜디오에 지원자 전부가 모였다.

카메라와 조명 셋팅까지 갖춘 그럴싸한 오디션장 현장이었다.


오영진은 오디션 직전까지 우리 팀 배우들을 달래느라 혼이났다.


“약속한다니까. 촬영은 연출 팀에게 맡겨. 너희들은 그냥 연기에 몰입해. 오디션 다시 본다고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어. 어차피, 이건 형식이니까. 그렇다고 너희 배역 줄어드는 게 아니야.”


주인공 한 명과 주요 배역을 뽑는 오디션이다.

최민호의 동창생인 무명(배우 이름으로 대체할 예정)을 뽑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대략적인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최민호(배우의 몰입도를 올리기 위해 실제 배우의 이름을 쓰기로 함.)의 군대 후임으로 고등학교 동창생이 들어온다. 둘은 처음에는 반가워하며 서로를 챙겨주지만 군 생활을 할수록, 무명은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다.

게다가 군 생활은 둘의 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입장 차이가 벌어진다.


신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최고 고참 강태성은 민호와 무명이 죽마고우라는 걸 알고 일부러 신참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신참인 무명은 외모도 여성스럽고 소심한 일병이다.


무명이 괴롭힘을 당하자 몇 번 최민호가 나서서 도와준다.

하지만 점점 무명의 따돌림이 심해지자 민호까지도 서서히 무명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민호는 끝까지 무명을 친구로 대하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악질 고참 강성태는 이 두 사람을 파멸시키려 별짓을 다 한다.

결국, 강태성이 무명을 성희롱까지 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무명을 감싸려다, 최민호는 고참과 싸운다. 이 일로 최민호는 심한 문책을 받게 된다.


그 후 민호는 무명에게서 완전히 멀어진다.



민호와 무명의 심리변화가 중요한 작품이었다.

실제 적나라한 군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릴 예정이었다. 상당한 연기력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이게 문제였다.


대체 무명을 연기할 인물이 연극과 내에는 없었다.

만약 이 배역을 구하지 못하면 캐릭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어쩌면 원점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었다.


나는 매의 눈으로 오디션 서류를 살폈다.

지원자 태반이 무명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다.

그 중 딱 한 사람.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27번 이찬영이라고 합니다. 조소과고요. 연기는 해본 적이 없지만 어릴 때부터 관심은 많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니터를 보기 전 이미 귀부터 반응했다.

맑고 깨끗한 울림의 목소리.

배우로서 최적화 된 목소리다.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은 듣기 좋은 소리.

귀를 잡아끄는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모니터로 시선이 갔다.


거기에 무명이 서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최민호의 상대역. 주인공 무명이 바짝 긴장하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저놈이다.

그때 모니터 위로 상태창이 펼쳐졌다.


-이찬영.

나이 25세.

키 178cm 8등신 황금비율.

외모 호감도 A+

연기력 A

사회성 D

작품 이해력 B

스크린 장악력 A


인간 이찬영에 대한 필요한 정보가 떴다.

나는 상태창을 보자마자 그에게 질문했다.


“지원동기는 무엇입니까?”


다소 딱딱하게 물었다. 오디션을 보면 의례 이런 식이 된다.


“미술 전공인 전, 언젠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조명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일단 영화라는 세계에 발 들이고 싶었습니다. 마침 공고가 나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배우에는 큰 뜻은 없다는 말이군요. 대략적인 시놉시스는 읽어 봤습니까.”


내가 건조하게 물었다.


“네.”

“주인공이니 분량이 꽤 됩니다. 연기력도 중요하고요.”

“노력해보겠습니다.”

“군대는 갔다 왔나요? 아니, 그것보다. 성추행 장면이 있는데, 때에 따라서는 노출을 할 수도 있거든요. 할 수 있겠어요?”

“아르바이트로 누드 모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한 번 이었지만요.”


찬영은 얌전히 침묵했다.


“시켜만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시작하시죠.”


나는 어느 때보다 집중하며 그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카메라에 붉은 불이 켜졌다.



“$#$#%#$%%&%$#”

“?”

“#$%%$%#$#$#%”

“???”


대체 어떻게 된거지?

못했다. 못해도 너무 못했다.


“완전 국어책 읽네.”


조연출이 아쉬운 듯 말했다.


“아, 모처럼 인물이다 했는데...연출님은 어떠신지?”


영진이는 내 눈치만 살폈다.


“아봐요, 이찬영씨! 또박또박. 그냥 책 읽는다 생각하고 읽어봐요.”


내 말투가 너무 감독님스러웠나.

이찬영이 흠칫하며 나를 본다.

나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감정 빼고 정확히 발음만.”


디렉션을 듣고 이찬영이 다시 카메라를 응시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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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캐스팅부터(1) +1 20.03.19 2,938 46 13쪽
5 4화. 시나리오부터.(3) +2 20.03.18 3,113 54 11쪽
4 3화. 시나리오부터(2) +4 20.03.17 3,365 53 11쪽
3 2화. 시나리오부터(1) +3 20.03.16 3,638 69 9쪽
2 1화. 내가 니 할애비다. +1 20.03.15 4,028 54 13쪽
1 프롤로그. +3 20.03.15 4,950 6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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