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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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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465

작성
20.03.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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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화. 내가 니 할애비다.

시작합니다.




DUMMY

1화, 니 할애비다 이놈아.







“아버지라고...요?”

“아니, 사내 녀석이 술이 왜 이렇게 약해? 말귀도 못 알아들어? 내가 니 ‘할애비’라고.”


할아버지?

친할아버지? 그분은 죽었다.

외할아버지? 친할아버지보다 훨씬 이전에 돌아가셨다.


“정확하게는, 니 친할애비의 애비다.”

“증조할아버지요?”

“그래, 이제야 알아듣는군.”


귀신이란 말이지? 나는 그만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


“하, 이런 미친...”


오늘 하루... 신은 내게 정말 너무하신다 싶다.


“이봐요 미친 할아버지, 돈 줄 테니까, 장난치지 말고 가요. 나, 오늘 사람 하나 묻을 수도 있는 기분이니까, 그만 가시라고요. 사람 봐가면서 장난쳐야지. 자, 여기 천 원 있다! 천원! 이것 밖에 못 주니, 가요, 가!”


잡상인이나, 구걸하러 다니는 노인인 줄 알았다.

요즘 이런 노인들이 얼마나 많던가.

손님을 보고 손주라고 하지 않나, 아들이라고 하지 않나, 효심을 자극에 용돈 벌이하는 수법이다.


“현승아, 이놈아. 네 놈이 우리 장씨 집안 3대 독자인거는 알고는 있느냐.”

“어...어떻게 내 이름을? 그리고 3대 독자인 건 어떻게 알았는데요?”


미친 할아버지가 진짜로 이상했다. 더 했다가는 진짜 쳐버릴 것 같다.

사람 놀리나? 그딴 정보는 또 어디서 주워들었지?


“세상엔 별의별 일이 다 있지. 지금 네가 겪는 일도 별의 별일이라고 생각하려므나...”

“뭐요?”

“나, 장필두다. 장현승. 너 내가 누군지 알지?”


우리나라 1세대 영화감독인 장필두 감독.

내 증조할아버지다.

감독뿐 아니라, 60년대는 제작자로 변신해 총 1000여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했다.

그 당시 영화는 장 프로덕숀이 전부 찍어내던 시절이었다. 장필두 할아버지는 영화계의 큰손으로 살면서 아주 큰 돈을 버셨다.


과거 우리 집안은 지금의 삼송보다 더 많은 현금 부자였다, 한다.

돈 세는 기계를 할아버지가 처음 고안하셨다고 하니, 당시 얼마나 현금이 넘처났는지 알만 하다.

제작, 유통, 극장사업까지.

엄청난 부는 그러나, 곧, 내 대에서 끊겼다.


한국영화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영화는 줄줄이 망했다.

특히 장 프로덕숀의 3대 망작이 봉자,아키코,쏘우냐, 날품팔이 소녀의 재림, 멘탈리스카인은 각각 100억원이 넘게 투자했으나 손익분기점도 못 넘겼다.


흥행참패의 연속이었다.

아버지 장이산 감독의 재능도 나와 비슷했다.

어중간한 재능에 이익에만 눈이 어두웠다.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자 아버지는 홧병으로 돌아가셨다.

집안에 하나 남은 아들은 나 하나.

집안의 유일한 기둥.

눈앞의 할아버지가 날 아득하게 처다본다.


“그러니까....너는 말이다.”


나는 미친 할아버지를 노려보았다.

집안 생각을 하니 더 열이 받았다.


“그러니까, 넌 이 조상을 원망하는 거냐?”

“집안 망한건 증조할아버지 탓도 있으니까요. 친일 논란만 일어나지 않았어도. 그렇게까지 쪽박은 아니었을 겁니다.”


나는 어느새 눈앞의 영감을 조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술잔에 다시 손이 갔다.


“술 좀 작작 처먹어라! 간 썩는다, 이놈아. 3대 독자라는 놈이 제 몸을 함부로 여기면 쓰겠냐.”


그만 울컥했다.


“조상들 보기 민망하다. 후손이라는 놈은 할애비가 친일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동조하고 자빠졌고. 항일 운동 안 했으면 다 친일이냐. 나는 충분히 영화로 저항하였느니라.”

“군영 열차, 가난한 천사, 징집등, 할아버지 영화 10편이 전부 친일 영화라고 판명났는데요. 그 일로 아버지와 내가 얼마나 개망신을 당했는지 아십니까. 집안이 이꼴이 난 건 할아버지 때문이에요! 관객이 불매 운동까지 벌이는데, 용가리 통뼈라도 별수 있나요?”

“그때는 조선영화 전부 일제 산하기관에서 만들어졌느니라. 나라고 별수 있냐, 니 말대로 내가 뭐 용가리 통뼈냐. 근데, 너는 내 초기작을 보고하는 소리냐.”


장필두 감독의 초기작은 한국 전쟁 때 전부 소실 됐다. 무려 100년 전 필름이니까.

그런데 지금 이 케케묵은 과거가 뭐가 중요한데?

내가 죽게 생겼는데.


“저 도와주실 거 아니면 그만, 가세요. 할아버지. 과거사는 시간이 해결해 주겠죠. 저도 지금 힘들거든요.”

“네 놈이 내 불명예를 씻어줘야 할 것이 아니냐. 우리 집안의 유일한 후손인 네가...”

“뭐라고 해주고 바라시죠. 전 집안에서 덕 본 거 하나도 없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친일하시는 바람에 손해만 봤죠!”

“이놈 새끼가! 나 친일파 아니래도! 그리고 물려 준게 왜 없어! 재능을 줬잖아!”

“흥, 재능은 무슨! 재능이 진짜 있었다면 만드는 영화마다 망했겠어요?”


격렬하게 욱하고 말았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조용해졌다.


“현승아, 하나만 물어보자.”

“뭐요.”

“너는 다시 태어나도 영화 할 거냐.”


나는 그 질문에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아뇨, 안 합니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영화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영화는 내게 독입니다. 날 망쳤습니다. 괜한 열정으로 세월만 낭비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안타깝구나. 세상은 미워하되 영화는 미워하지 말아다오.”


‘마치 영화의 신이나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할아버지 영화 얘긴 됐고요. 저 돈 좀 주세요.”

“뭐?”

“진짜 제 증조할아버지가 맞다면 로또 번호 좀 알려주세요. 저, 진짜 죽게 생겼습니다.”

“아니, 이놈이 세상 날로 살려고 하네.”

“돈 10억만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 제발!”

“이놈아! 고작 10억 돈 때문에 조상에게 로또 번호나 알려달라고 하는 거냐. 나 같으면 대박 영화 제작할 수 있게 도와달라 빌겠다!”

“영화는 싫다니까요!”

“왜!”

“이미 퇴물이란 말이에요!”


나이 50에 히트작이 곧 첫 입봉작인 감독에게 영화는 무슨 놈의 영화.

쌓아놓은 캐리어가 기껏, 조폭 코메디물, 에로물인데.


“이젠...세상에 하고 싶은 얘기도 없어요. 감도 잃었고요. 이젠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할아버지가 짧은 숨을 쉬었다.


“나의 불명예를 씻어줄 자손 하나 없단 말인가. 오호, 통제로다. 자식 농사 헛지었다.”


조상이라고 하면서 자기 입장만 생각하네.

나는 할아버지를 노려봤다.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모, 계산.”


새빨간 루즈를 칠한 젊은 아줌마가 눈치도 없이 사근하게 말을 걸었다.


“어머나, 장 감독님. 축하드려요. 친구분이 저런 훌륭한 상을 타서 정말 기쁘시시겠어요.”


또 괜한 허세를 부렸나 보네.

그와 난 언제 연락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왜 그런 헛소리를 했는지, 부끄러웠다.


“아니, 하나도 안 기쁩니다!”

“네?”

“저 친구가 상 받았지, 제가 받았습니까? 게다가 저 작품. 내꺼였습니다!”


나는 쏘아대듯 말하며 빈대떡 집을 나와 버렸다.

바보, 병신, 쪼다.

아이디어 하나 냈다고 진드기가 내 작품이라고 우기다니.

설사 내가 저 영화를 만든다 해도 방 감독만큼 만들 자신은 없다.

부끄럽다. 내 자신이 초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눈이 펑펑 내린다.

하늘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스산한 눈을 뿌렸다.



인근 찜찔방에 갔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곧장 잠에 빠졌다. 술을 깨고 일을 나가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오늘 같은 날은 꼭 일해야 했다. 이런 날은 부르는 게 값이니까.


영화사 대표로 있을 때 좋은 차를 많이 몰았다. 그래서 하게 된 일이 수입차 전문 대리기사다.

그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일까. 주로 프리미엄 고객만 상대했다.


누군가는 시나리오 강사라도 나가라 했지만.

어림없는 소리.

하트작 하나 없는 감독을 학벌만 좋다고 뽑아 주지 않는다.


3시간 후, 나는 술에서 깨어나 바깥을 보았다.

아직도 눈이 내린다. 대리기사 어플을 켰다.

그러자 바로 콜이 들어왔다.


인근의 고급 BAR.


“대리 기사왔습니다.”


종업원이 손님을 데리고 나왔다.

오늘 내 고객은 회사에게 특별 관리하는 VVIP다.

나는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박해운이다.

묵묵히 키를 받고 박해운의 아우디 차량으로 이동했다.


“오빠,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가도 되는데.”


늘씬한 20대 여자가 박해운을 배웅하며 말했다.


“미미야., 오빠도 너랑 함께 있고 싶은데 내일 진짜 중요한 미팅이 있어.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치...”


저렇게 느끼한 캐릭터였던가. 화면하고 달라도 너무 다르네.

박해운은 한참 여자를 달래더니, 차량에 올라탔다.

차에 타자마자 진한 향수를 뿌린다.


“반포 자이 맞으시죠?”

“네. 아, 잠깐...”


녀석이 갑자기 행선지를 바꿨다.


“약속한 돈은 드릴 테니까, 가까이 있는 힐튼으로 갑시다.”

“네? 네. 알겠습니다.”


백 밀러로 그와 눈이 마주쳤다.

박해운은 술기운인지 내 얼굴을 보기 시작했다.

무례하기까지 한 노골적인 눈빛이다.


“아저씨 저 누군지 알죠? 오늘 로드 매니저 잘라버렸어요. 말도 안 듣고, 이젠 내 물건까지 훔치더라고요.”

“네.”

“오늘 처음 기사 불러봤는데, 괜찮겠죠? 아까 본 거 어디 SNS에 올리고 그러지 마세요.”

“제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요.”

“물론. 그러시겠죠. 아무튼, 나중에 문제 생기면 회사에다 손해배상 청구할 겁니다.”


젊은 놈이 더럽게 깐깐하게 구네.


“잠깐,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보긴 봤을 거다. 내가 충무로 생활만 25년이다.


“음...분명 아는 얼굴인데..아! 기억났다. 장현승, 장현승 감독이다! 장 감독님! 맞죠?”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에잇, 맞는데 왜 그래요? 저 기억 안 나요? 저 동일이에요. 최동일. 감독님 입봉작에 출연했던! 이름 바꿔서 모르시나 보네.”

“최동일...?”

“피장파장에서 김도준씨 아역으로 나왔는데 나 몰라요? 나 13살에 찍은 작품인데.”


‘성형했나? 어릴 적 얼굴이 전혀 없는데,’


나는 애써 모른 척했다.


“그때 말이죠. 제가 감독님한테 아주, 눈물 빼면서 촬영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아, 잠깐만요.”


그때, 박해운의 휴대폰이 울렸다.


“응, 수진아, 지금 호텔로 가고 있어. 보는 사람 없지? 오빠가 가서 진짜, 재미있는 얘기 해줄게.”


수진? 걸그룹 멤버를 얘기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두 사람 스캔들이 터진 것 같기도 하다.


“길이 막히는군요.”

“좋네요. 뭐, 감독님하고 이런, 저런 얘기나 하며 천천히 가죠.”


저 새끼가 진짜!

어른이 모른 척하면 그냥 모른 척 할 것이지.

나는 끝까지 시침땔 생각이었다.


“제가 감독님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물어봐도 되죠?”

“사람 잘못 보셨다니까요.”

“감독님. 그때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왜, 저한테 넌 배우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제가 그렇게 별로였어요?”

“취하셨습니다.”

“아니, 왜 그랬냐고요. 저 지금 따지는 거 아니에요. 당신은 제 은인이거든요. 덕분에 이 악물고 연기했죠. 얼굴도 이름도 싹 다 고치고 충무로에 입성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나는 성공했고요. 하하.”


생각해 보니, 그때 촬영장에서도 유난히 말 안 듣는 애였다.


“감독님. 망했죠? 감독님 같이 위대하신 분도 망해요? 방지석 감독은 헐리우드를 휩쓸고 있는데... 하. 인생 진짜 아무도 모른다니까.”


낄낄낄낄

놈이 악당처럼 웃었다.


“이, 새끼가. 너, 입 다물지 못해!”

“와! 맞네! 저 성질머리! 아, 이거 너무 반갑잖아! 아저씨, 아니 감독님. 저 감독님이 영화 찍으면 무조건 출연합니다. 진짜 무모건! 무조건!”


녀석의 비아냥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는 사고 칠 것 같다. 눈길은 미끄러웠고, 호텔로 가는 차량은 꽉 막혀있었다.


“저, 내리겠습니다. 여기서부터. 알아서 가시죠.”


정차된 도로 한복판에서 내렸다.


“이런 씨바 어디가! 난 반가워 죽겠는데!”


박해운은 아귀같이 내게 달려들었다.

내 영화 인생 25년이 박해운의 얼굴과 겹쳤다.

저 아귀 같은 놈은 내 지난 과거다. 졸작 영화다. 진절머리나는 인생이다.


“따라오지 마! 따라오지 마! 이 새끼야! 꺼져, 저리 가!”


빠앙!

퍽!


반대편 차량이 나를 덮치는 시간은 단 3초.

중앙선을 넘었다. 힐튼 길의 반대편 도로는 교통이 원활했다.


내 인생은 여기서 FINE. 차라리 잘 된 일이다.

나는 절대로 깨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었다.

그러나 젠장...

의식을 찾고 말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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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시나리오부터(2) +4 20.03.17 3,366 53 11쪽
3 2화. 시나리오부터(1) +3 20.03.16 3,640 69 9쪽
» 1화. 내가 니 할애비다. +1 20.03.15 4,031 54 13쪽
1 프롤로그. +3 20.03.15 4,952 6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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