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돌킴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돌킴
작품등록일 :
2020.03.15 02:41
최근연재일 :
2020.04.14 08:3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80,194
추천수 :
1,504
글자수 :
179,465

작성
20.03.17 08:30
조회
3,366
추천
53
글자
11쪽

3화. 시나리오부터(2)

시작합니다.




DUMMY

3화. 시나리오부터(2)





“내 원한을 풀어다오. 녀석아. 내가 괜히 널 이 시절로 보낸 줄 아느냐.”

“할아버지. 저는 영화학도로 돌아왔지만, 영화 이제 안 할 거예요. 졸업하고 영진이 따라 증권맨이나 될 겁니다. 그리고 돈 엄청 벌 겁니다.”

“그렇게 되나 봐라. 당장 타임리프 행이지.”

“정말 제게 왜 이러세요? 복권 당첨이라도 되게 해주시던가요.”

“정말 몰라서 묻냐! 우리 집안은 이제 너 밖에 없어!”


고집이 정말 황소고집이시다.

후손이 이렇게 불행하게 살면 나 같으면 로또 번호, 주식 종목, 부동산정보까지 싹다 알려 주겠다.

아니면, 외환위기를 대비해서 금덩이나 달러 뭉치나 주시던가.

무슨 조상이 저렇담.


“이제와서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할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저보고 밝혀 달라는 건데...전 보시다시피 애송이입니다. 힘없는 애송이.”

“그러니까 이 녀석아! 널 이 시기로 보냈잖아. 다시 시작해! 그리고 집안의 불명예도 네가 씻어 주거라. 내 초기 작품만 찾으면, 그 말도 안되는 주장들 싹 들어 갈거다. 할애비는 친일파가 아니다. 나, 돈에 영혼을 팔았어도, 그렇게 막장으로 살지 않았다.”

“그러니까, 할아버지...!”

“내 명예만 찾아 주면, 네가 원하는 부와 명예, 그거 내가 다 보장하마.

“정말요?”

“그럼!”

“그렇다면 약속의 증거를 보여주세요. 로또 번호라던 가 돈이 될만한 정보 좀 주시죠. 좀 있으면 IMF인데, 집안 폭삭 망하는 거 아시잖아요.”

“이놈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할아버지가 너무 하신 겁니다.”

“쉰 소리 마! 이 녀석아. 그럴 기분 아니다. 네 눈앞의 신비한 문자들. 그게 계약의 증거다. 넌 그 정보를 십분 활용해, 승승장구하고 할애비와의 약속을 지켜라. 단, 요행을 바라지 말아야한다. 주식 투자 같은 걸 하거나 부동산 거래를 할 시, 바로 타임 리프다.”


할아버지는 어느새 내 곁에 바짝 붙었다.

영혼이라 그런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내 말만 잘 들어 봐. 그럼 인생이 달라질 거다.”

“정말이에요, 할아버지?”

“나, 장필두는 사기 치지 않는다. 아무튼 이왕 이렇게 된 거. 졸업은 해야지. 최고로 멋지게 찍어봐. 인생 처음이 힘들지 두 번이 어렵겠냐.”


일단은 알겠다고 했다.


“이 조상신이 우리 손주에게 주는 첫 임무다. 두고 보자 귀한 손주야. 과연 네게 어떤 보상이 내려질지.”


할아버지는 그렇게 본인 말만 하고는 연기처럼 사라지셨다.

뭘 준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주는 지 정도는 알려 줘야 하는 게 아일까?

조상신인 할아버지가 내게 해를 줄 리는 없지만 어떤지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당장 회귀시켜 놓고 도움없이 다시 시작하라는 건 무슨 심보일까.

보상을 준다고?

그게 돈이라면 대환영이지.



***




영화. 열혈남아는 기획부터 연출까지 1년을 넘게 준비했던 작품이었다. 수없이 고친 영화가 이정도라니, 둔재의 눈물나는 노력이다.

이 작품에 각본상을 준 교수들이 눈물나게 고마울 따름이다.

시나리오가 정말로 형편 없었다.


내 졸업 작품은 생생한 군대 생활을 담은 다큐형식의 영화였다.

리얼리즘 영화를 표방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평범한 다큐에 지나지 않았다.

뭐랄까... 그냥 학생다운 작품.

시험 정신도, 독특함도, 재미도 뭣도 없는.


출연진을 살펴봤다.


주요 출연진 모두 10명으로 연극과 영화과 선후배들 사이다.

몇 년전만해도 연극영화과인 학과였지만 지금은 분리됐다.

96년 현재까지도 아직 연극영화 통합 전통이 남아있었다.



주인공 강태성은 연극과 88학번 선배다.

훗날 티비 드라마에 반짝스타로 이름을 날린다.

이 배우의 문제라면 연기가 식상하고 임팩트가 없다는 점이었다.

일단 시나리오 수정에 들어가야겠지만, 강태성은 주인공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구형 노트북 앞에 앉았다.

당시 노트북은 소음과 발열이 심했는데, 나름 최신 노트북이었다. 아버지께 선물 받은 이 노트북은 10년 동안 잔고장 한번 없이 나와 함께 한다.



‘타,타타탁,탁탁.’


밤을 새며 뚝딱, 한 편이 완성됐다.

새로운 시나리오가 탄생했다.


제목 ‘용서할 수 없는.’


은은한 햇살이 비쳐드는 창가 아래, 또다시 상태창이 펼쳐졌다.


-영화 ‘용서할 수 없는’의 개작 평가입니다.


스토리의 주제 및 소재 상.

독창성, 예술성 상.

개연성 및 흥행성 상.

초반 흡입력이 상당합니다.

엔딩의 마무리가 인상적입니다.


미래의 내 영화의 평점이다.

하루 만에 고친 내용이 이렇게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또 다른 상태창이 펼쳐졌다.



중한대 졸업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최우수 연기상 수상.

최우수 감독상 수상.



졸업영화제 시상식에서 무려 4관왕을 수상한다.

그뿐 아니다.


제33회 백상 예술대상 대상수상.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상 수상.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서선 초청작

청소년 독립영화제 초청작.

서울 독립영화제 우수상 수상.


수 없이 크고 작은 영화제의 상과 초청 정보가 떴다.

수정한 내용만으로 영화가 이렇게나 흥한다고?


-‘영화 용서할 수 없는’의 평단의 평가는 위와 같습니다.


-‘영화 용서 할수 없는’의 손실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 ....당신은 불명예 졸업합니다.


하, 이건 또 뭐야.



***



“뭐? 시나리오를 또 바꿨다고?”


오 서방이 황당한 얼굴이 되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당황하지 말고 일단 책(시나리오로, 통상 완성본을 책이라고 부른다.)부터 읽어봐.”

“야, 50번이나 고쳤다. 50번. 그동안 하나도 나아진 것도 없더만. 너 대체 왜 그러냐. 대충 빨리빨리 하고 촬영 들어가자. 너 때문에 미치겠다 진짜.”

“대충대충 만들면 졸작만 나오는 거야. 예술은 그런거야. 그리고 캐스팅도 엎을 거다.”

“이 감독님이 갑자기 예술뽕이 도지셨나. 지금 캐스팅 바꾼다고 하면 조원들 얼씨구나 좋아요, 하겠네. 너는 지금 이 작품에 우리 졸업이 달린 거 알고나 있냐.”

“알아. 그래서 잘 해보려고 하는 거 아니야.”

“대체 뭐 얼마나 잘해보겠다는 거야!”


오서방이 불끈, 또 화를 냈다.

오영진이 책을 낚아채더니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책을 넘기는 손길이 거칠다.


“얼마나 대단하게 고쳤냐고.”


영진이는 씩씩거리며 식당 구석에서 수정된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오만 인상 다 쓰면서. 이해는 간다. 나 같았어도 폭발했을 것이다.


‘하긴, 조원들 불만만 높은게 당연하지. 그나저나 애들 잘 설득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오영진이 시나리오를 다 읽을 때까지 나는 쫄면을 먹으면서 기다렸다. 중한대 지하식당 쫄면은 미슐랭 급으로 맛있었다.

이 음식을 다시 먹게 되다니 꿈만 같다.


대략 고친 게 70쪽 분량.

집중해서 읽으면 30분이면 충분.

나는 쫄면을 후르륵 거리며 오영진의 표정을 살폈다.

조연출인 그의 의견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이거 원래 시나리오랑 완전 다르잖아.”

“응.”


쫄면을 먹고 후식으로 바나나 우유를 마셨다.

영진이가 정독을 끝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잘 쓰긴 했는데....우리가 만들기에는 어렵겠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나는 오영진의 눈치만 살폈다.


“작품은 좋아. 복선도 좋고 인물 간의 오해나 갈등도 심도 있게 풀었고. 군대 영화치고 여운도 깊어. 이건, 열혈남아와는 완전히 다른 톤인데. 갑자기 어떻게 확, 바뀐거야?”


약간의 경탄의 표정.

영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했다.


“학생 때 아니면 언제 이런 영화 찍어 보겠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쓰자고 생각했어. 웰메이드야 밖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지. 하지만 학교에서까지 그럴 필요 있어?”

“그거야 교수님들이나 하는 원론적인 얘기고. 평소 네 생각은 달랐잖아. 이건 완전 작가주의인데? 이건 새로 태어나서 새로 쓴 수준이다. 네 원래 작품하고 너무너무 달라. 어쨌든 우리가 만들기에는 어렵겠어.”


짜식, 또 뭘 그렇게 수준차이난다고.


“그렇지 않아. 배우만 잘 캐스팅하면 문제는 없어.”

“그게 어렵지. 우리팀 에이스는 강태성 선배인데, 이 주인공하고 이미지가 정 반대잖아. 그냥, 우리 열혈남아로 가자. 교수님도 나쁘지 않다고 하셨잖아.”


오영진의 설득이 이어졌다.


“얘들, 작품분석 이미 끝냈어. 단편도 아니고 50분짜리 중편이야. 이걸 다시 새로 판을 짜려면 시간이 너무 부족해. 현승아. 난 네가 고친 시나리오 진짜 좋아. 좋지만 그냥 원래대로 가자.”


작품에 대한 책임이 그와 나 반반이었다.

그가 이런 반응인 건 당연했다.


“주인공으로 최민호 선배는 어때. 지금 군대에 있는.”

“최민호? 너와 내가 아는 그 최민호?”

“그래, 충무로의 괴물 신인 최민호.”

“진짜 맛이 갔구나. 병원 가볼래?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졸업 선배에다가 게다가 군 입대 한 사람이야.”

“졸업 선배가 후배 영화 출연 못 하라는 법은 없지. 군대 영화에서 군인 배우가 출현하는 게 뭐가 이상해. 국방부 허락만 떨어지면 하는 거지.”

“말이 쉽지....”


얘기가 안 통한다 느꼈는지 오영진이는 한숨을 푹 쉬었다.


“다, 계획이 있어.”


국방부라면 내가 잘 아는 루트다.

아버지는 영화사가 어려울 때 국방 홍보 영화를 많이 제작하셨다.

그 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두어서 잘 안다.


솔직히 이런건 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 짬밥이 얼마인가. 충무로에서 영화밥 먹은 지가 20년이 넘는다. 문제는 조원들이 얼마나 나를 믿어 주느냐다.


내가 최민호를 떠올린 건 정말로 신의 한 수였다.

민호 선배와 난 전혀 친분이 없었지만, 미래 정보에 의해 그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최선배는 연기 욕심이 크다. 이 시나리오를 본다면 선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출연하겠다고 할 것이다.

연기자가 3년 동안 연기를 쉰다는 건 상당히 불안한 일이다.

대중에게 잊혀질 수도 있고, 연기가 퇴보될 수도 있다.

그가 이 영화를 마다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작품성까지 보장됐다.


“오서방 너는 일단 애들한테 잘 말해줘, 내가 말하면 반감만 살 테니까. 나는 군 홍보원에 연락해서 민호선배 캐스팅 의뢰할 거야. 그리고 주요 배역은 교내 오디션을 통해 다시 뽑는다.”

“아, 진짜 이 자식, 뇌 좀 해부해 보고 싶네.”

“미안하지만 다 계획이 있다고.”

“3개월이야, 3개월이다. 현승아. 나, 정상적으로 졸업하고 싶다.”

“두고 봐. 최민호만 캐스팅되면 일사천리로 해결 될테니.”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영화감독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5화. 캐스팅부터(1) +1 20.03.19 2,938 46 13쪽
5 4화. 시나리오부터.(3) +2 20.03.18 3,113 54 11쪽
» 3화. 시나리오부터(2) +4 20.03.17 3,367 53 11쪽
3 2화. 시나리오부터(1) +3 20.03.16 3,640 69 9쪽
2 1화. 내가 니 할애비다. +1 20.03.15 4,031 54 13쪽
1 프롤로그. +3 20.03.15 4,952 67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