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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근력 만렙 둔재는 영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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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5.23 08:20
최근연재일 :
2024.07.05 12: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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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9,683

작성
24.05.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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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화

DUMMY

“너희들 중 무학을 배운 녀석도, 배우지 않은 녀석도 있을 테니,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르겠다.”


아이들을 가리키던 아론의 손가락이 손목에 찬 철환을 가리켰다.


“이 철환은 마력의 흐름을 봉인하는 재질로 만들었다. 이걸 차고 내가 그만이라고 할 때까지 연무장을 전력으로 뛰어라!”


아이들은 순간 아론이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사람이 어떻게 딱딱한 검은 빵과 식은 주먹밥만 먹고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마력을 쓰지 않고 마이어의 고된 훈련을 견딜 수 있단 말인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가 움직였다.

양 손목과 발목에 철환을 찬 아서였다.


“이익!”

“가, 가자!”


아서를 따라 다른 아이들도 헐레벌떡 연무장을 뛰기 시작했다.


아서는 먼저 치고 나아가 규칙적인 보폭을 유지하며 숨을 고르며 내쉬었다.


‘이것도 오랜만이군.’


아서는 이미 몇 바퀴째 달리고 있었다.


또래에 비해 남다른 신체 능력을 갖췄기에, 이런 것쯤은 크게 문제없었다.

마력의 유무를 떠나서, 지난 3년간 영산에서 육체와 정신을 단련했기 때문이다.


‘근데 얼마나 더 달려야 하지?’


아서는 곁눈질로 단상 위에 서 있는 아론을 보았다.

그는 여유롭게 한 손에 커피를 든 채로 홀짝이며 연무장을 달리는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그런가.’


아서는 차오르는 숨을 내뱉고 두 눈을 빛냈다.


‘여기서 끝까지 버티는 자가 이기는 건가.’


기사의 자질을 마력의 양과 질로 따지는 사람이 많지만, 마이어에선 조금 다르다.


그것은 마이어의 원칙 중 하나이자, 기사가 지켜야 할 기사도와 연관되어 있었다.


용기, 인내, 그리고 협동.


이 모든 것을 갖춘 기사만이 오직 마이어가 인정하는 기사가 될 수 있다.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


체력으로 버리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는 일이었다.


***


“호오.”


단상 위에서 아이들 모두를 살피던 아론은 선두를 달리는 아서를 보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신기하군.’


아론의 푸른빛 눈동자가 빛이 반득거린다.


‘지금 대략 서른 바퀴째지?’


다른 아이들이 제풀에 지쳐 연무장에 드러누워 있을 때,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신체 능력이 남다르군.’


아론은 과거 3년 전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올렸다.


‘분명 영산에서 살아 돌아왔었지?’


영산은 자신조차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험준한 장소였기에, 저 아이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수에게 뜯어 먹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그 생각이 처음으로 변했다.


단순히 운이 좋아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영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모종의 과정을 겪으면서 각성하게 된 것으로 보였다.


“재미있군.”


아론이 빙긋 웃었다.


수년 전 팔을 잃고 허송세월 보낸 삶.


오랜만에 흥미로운 아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


“저 녀석 대체 뭐야······?”

“지치지도 않나?”

“아까부터 계속해서 달리고 있잖아?”


방계의 아이들은 계속해서 달리고 있는 아서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녀석 분명 우리랑 같은 철환을 찬 거 아니었어?”

“저거 가짜 아니야? 꼴에 직계라고 교관을 매수해서······.”

“그렇다기엔 저 체력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세 사람 외에 다른 아이들도 이에 동조하여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다만 아이들은 아서의 혹독한 수련 과정과 삶을 모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심심하군.’


전생에서 아서가 체력 부족으로 지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외부 신의 권속을 쓰러뜨렸던 그 시절에 비하면 이건 누워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이제 슬슬 끝날 때가 된 거 같은데.’


아이들이 연무장을 뛰기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지났다.


아서는 여전히 선두에 달리고 있었고, 그 뒤로 방계와 봉신 가문의 자재들이 뒤따라 달리고 있었다.


물론 300명 모두가 달리는 것은 아니었다.


체력이 떨어진 아이들은 이미 포기해서 연무장 구석에서 숨을 헐떡이고, 지금도 포기자가 줄줄이 속출하고 있었다.


“흐음.”


아론은 단상 위에서 지쳐 쓰러진 아이들을 곁눈질하다, 빠르게 연무장을 달리는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3번, 11번, 48번은 늦게 출발한 것 치곤 제법 오래 버티고 있군.’


아론이 보는 건 아이들이 가진 체력이 아니었다.


체력은 상대적이다.


비슷한 체력을 가졌음에도 숨이 차오르면 포기하는 아이가 있는 방면, 숨이 턱끝가지 차오르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달리는 아이도 있다.


누군가는 가진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쉽게 포기하고,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은 한참 미숙한 저 정신력의 격차가 미래엔 어마어마하게 벌어질 거다.


체력과 재능 그리고 마력은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저런 인내심을 키우는 건 숙련된 기사들도 어려운 일이다.


처음부터 타고난 재능과 인내심으로 성공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오랜 무명 시절을 이겨내고 늦은 나이에 인정받은 대기만성의 전형도 있다.


‘어느 정도 결론이 났군.’


이미 반수 이상의 아이들이 포기했고, 나머지도 지쳐서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그런 아론의 눈엔 다시 한번 선두를 달리는 적발의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서 마이어.’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유일한 아이.


‘가주님이 관심을 가지신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아서는 마력을 쌓을 수 없는 몸이다.

기사가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건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건만,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발버둥 치고 있다.


‘대체 저런 인내심은 어디서 기른 거지?’


수많은 전장을 돌며 온갖 인간군상을 봐 온 아론조차, 아서보다 지독한 아이는 본 적이 없었다.


저건 생사를 가르는 전투를 수없이 넘나드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정신력이다.


“후후후.”


아론의 푸른 안광이 유난히 빛이 났다.


“이번 생도 수업은 제법 가르칠 맛이 나겠어.”


***


두 시간하고도 한 시간이 더 지났을 때 단상 위에서 쿵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동작 그만!”


발을 구른 아론이 마력을 담아 크게 외쳤다.


“으으윽···!”

“아이고···.”


중간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아이들의 입에서 노인네 호소가 절로 쏟아졌다.


“후우···.”

“죽는 줄 알았네.”

“지독하군. 이게 마이어의 시험인 건가.”


반면 끝까지 버틴 아이들의 얼굴에는 지쳤지만, 웃음이 걸려있었다.


“2번, 4번, 8번, 12번······.”


아론의 입에서 해당하는 번호가 나오자, 아이들의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 호명하는 번호는 전부 탈락이다.”

“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론의 말에 아이들이 눈을 부릅뜨며 크게 반발에 나섰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왜 탈락해야 하는 겁니까?!”

“다시 시험을 치르게 해주십시오! 이건 부당한···!”


아이들의 분노가 극적으로 치닫자.


“그 망할 주둥이 닥쳐라!”


아론이 살기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그의 살기에 그대로 노출된 아이들은, 입안이 바싹 말랐고, 난데없이 딸꾹질이 나오려 했다.


“난 분명 연무장을 돌라고 지시했지만, 너희들은 처음부터 전력으로 달렸지. 300명이나 되는 놈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린 녀석은 딱 한 명뿐이다.”


아론의 시선에는 아서에게 찰나 동안 머물렀다.


“그 녀석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산책하듯이 아주 느긋하게 달렸지. 그래 놓고 포기한 한심한 녀석들이 바로 너희들이다.”

“으으···.”

“그건······.”


아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탈락한 아이들이 부끄러워 감히 고개를 함부로 들지 못했다.


“이 시험을 통해서 내가 알아보고자 한 건 바로 인내심이었다. 내가 호명한 번호를 제외한 아이들은 전부 이걸 받도록.”


아론의 옆에 대기하던 교관들이 합격한 아이들이 찬 철환을 풀어주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수련생이다. 3개월마다 치르는 중간 평가를 통과한다면 성적에 따라 특별 보상을 주도록 하마.”

“그 특별 보상이라는 게 뭡니까?”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질문을 던졌다.


“청홍단(靑紅丹)이라고 다들 들어봤겠지?”

“오오!”

“그게 정말입니까?”


청홍단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좋은 반응이 튀어나왔다.


“물론 아무나 주는 건 아니고, 3개월 뒤에 있을 중간 평가에서 5등 안에 들어간 수련생들에게만 줄 거다.”


5등이라는 어마어마한 격차임에도, 아이들의 눈빛은 여전했다.


“그러니 3개월 동안 내가 지시하는 훈련을 그대로 따라오면, 중간 평가에 합격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겠지?”


아론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허나 쉽지 않을 거다. 내 수련은 너희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혹독하고 엄격할 테니까. 오늘처럼 너희들 맘대로 움직였다간 그 자리에서 바로 탈락시킬 거다.”

“으음······.”

“쉽지 않겠군.”


여기저기서 조급함이 묻어나는 말이 나오는 도중.


반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무심한 사람도 있었다.


‘청홍단이라.’


청홍단은 마력을 이제 막 다루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은 영약이다.

허나 마력을 다룰 수 없는 아서에겐 청홍단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 아론이 씩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참고로 1등 상품은 가주님이 ‘직접’ 선사하신 영약이니, 기대해도 좋을 거다.”

“그 영약이 뭡니까?”


조금 전에 질문을 던졌던 갈색 머리 여아가 질문을 던졌다.


“그걸 말해주면 재미없겠지. 참고로 중간 평가 순위는 매번 달라지니 신중히 선택해서 행동하도록 하도록.”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아이가 손을 들어 질문했다.


“총교관님. 저희 숙소는 어디에 있습니까?”

“숙소는···.”


아론은 씩 웃으며 숙소가 아닌 성인 상체 크기의 배낭을 가리켰다.


“저게 숙소라고······?”

“우리보고 지금 야영하라는 거야?”


적어도 침대와 따듯한 물을 기대했던 아이들의 표정이 단숨에 어두워졌다.

온실 속의 화초라는 말답게 한평생 가문 내에서 영광을 누리며 자라왔기 때문에, 텐트는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첫날이니, 여기까지만 하겠다. 가서 텐트를 펼치고 잘 사람은 자고, 수련하고 싶으면 연무장 내에서만 활동해라. 참고로 식량을 원한다면 저 뒷산에 직접 가서 사냥을 해오도록.”


아론은 그 말을 끝으로 단상에서 내려갔다.

그러다 계단 중간에서 걸음을 멈추고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한 가지만 더. 이곳에서 살인을 제외한 모든 행동이 허락되니 알아서들 생활해라.”


이제 정말 할 말이 없다는 듯 손을 흔들며 연무장을 떠났다.


그 뒤를 따라 교관들이 탈락한 아이들과 함께 나섰고, 나머지는 연무장에 털썩 주저앉은 채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미끼를 던졌군.’


이로써 아이들은 서로를 향한 약탈과 파벌을 만들어 견제할 것이다.


‘참 지독한 양반이야.’


속으로 피식 웃고선 스트레칭으로 잔뜩 수축된 근육을 마구 풀어주었다.


‘뒷산이나 가 봐야겠군.’


아서는 아이들의 시기 어린 눈빛을 무시하고 뒷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계들과 봉신 가문의 아이들은 뒷산으로 향하는 아서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식량을 구하러 가는 거겠지?’

‘저 녀석이 가지고 오면 뺏어야겠어.’


그런 아이들의 탐욕 어린 눈빛을 보며 빙긋 웃는 사내아이가 있었으니.


“···그래서 말인데.”


처음 아이들을 선동하여 아서를 욕했던 방계, 세르타 마이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저 건방진 놈이 식량을 가지고 오면 함께 힘을 합쳐서 뺏지 않겠어?”


그 말이 기폭제가 되어 아이들의 탐욕을 더욱 부추겼다.


“그래, 총교관님도 아까 말씀하셨잖아?”

“살인을 제외한 모든 행위가 허락된다.”

“그럼 오늘 저 녀석이 하산하면···.”


아이들이 아서를 습격할 계획을 짜고 있을 때 옆에서 그것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한심한 것들.’


아서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방계, 시에란 마이어가 차가운 눈빛으로 방계들을 훑었다.


스스로 노력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누군가의 결과물을 빼앗기 위해 수작을 부리다니.

저들의 수작은 마이어의 원칙에 정면으로 부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뭐, 그 녀석도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그녀는 한심하다는 듯 눈매를 좁히고 연무장을 나갔다.


그리고선 한 마리를 중얼거렸다.


“머저리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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