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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근력 만렙 둔재는 영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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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5.23 08:20
최근연재일 :
2024.06.28 12: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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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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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수 :
181,417

작성
24.05.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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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화

DUMMY

사내는 천국 같은 개념 자체를 믿지 않았다.


죽음 앞엔 언제나 공허만이 존재하며, 지옥과 천국이라는 개념은 사내에게 불확실만 가져다주었다.


물론 신은 정말로 존재한다.

허나, 사내는 신을 믿지 않았다.


정확히는 존재의 믿음과 숭배의 차이를 가로 짓는 생각 때문이었다.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사내는 불신자였으며, 동시에 그들을 혐오했다.

신의 숭배하는 헛짓거리는 어렸을 때나 매달렸던 흑역사였기에, 그런 허무맹랑한 것 따윈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죽으면 그대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와아아아아-!!!”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에 눈을 뜬 사내.

낯익은 기사들이 연무장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내의 주위로 광장처럼 넓은 비무대가 펼쳐져 있었다.


관객석을 채운 수백 명의 기사들 너머로 낯익은 깃발들이 보였다.


푸른 배경에 벼락을 중심으로 두 개의 검이 교차하는 그림.

그리고 깃발의 문양은 사내에게 매우 익숙했다.


오황의 일원이자 북쪽의 지배자, 북천검가(北天劍家) 마이어의 상징.


‘주마등인가?’


그렇다기엔 피부 너머로 느껴지는 생생한 공기가 사내의 심기를 마구 건드렸다.


이때 건너편에서 한 남자가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유스테?’


마이어의 기사이자, 창천검대(蒼天劍隊)의 부대장.

대륙에서는 해랑검(海浪劍)으로도 불리는 사내인 그가 연무장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금부터 선별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그 발표에 일대의 공기가 마구 진동하듯 들썩였다.


‘선별식···.’


마이어의 전통이자, 수많은 아이가 폐기되어 버려지는 잔혹한 도살의 축제.

그리고 사내 또한 이곳에서 패배하여 버려졌다.


‘이게 꿈이었으면 정말 질 낮은 꿈이지만, 만약 이게 현실이라면?’


사내는 두 주먹이 하얗게 질리도록 세게 쥐었다.


“···역겹구나.”


관중의 환호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을 만큼, 축제는 뜨거울 정도로 열기를 자아냈다.


둘 중 하나가 무너져야 하는 광기의 무대.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미치광이들의 놀음에 아서는 어울려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레이몬드! 레이몬드!”


관중들이 상대 선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사내는 안중에도 없는 듯, 모두 상대 선수의 이름을 부르기 바빴다.


관중들의 환호에 상대 선수인 레이몬드는 한껏 펴진 인상을 자아냈다.


“오랜만이다, 아서.”


레이몬드가 사내의 이름을 불렀다.


부끄러웠던 과거와 함께 애써 잊어버렸으며, 마이어의 수장 지그하르트의 여러 자식 중 막내이자 직계.


아서 마이어.


“지금이라도 기권하는 게 어때? 마력도 못 쓰는 반푼아?”


놈은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실제로 아서는 이 선별식에서 패배했다.


단지 마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는 이미 마력을 깨우쳤고, 반면 아서는 마력이 없는 일반인에 불과했다.


어쨌든 이날 선별식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아서는, 방문을 걸어 잠가 쥐 죽은 듯이 숨어 지냈다.


자신을 향한 형제자매들의 경멸 섞인 눈초리는 눈만 감으면 아직도 떠올랐다.


모든 게 오늘의 패배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선을 그어버린 본인의 나약한 자존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후우.”


운명의 분기점에 선 아서는 결론을 내렸다.


자신은 검술에 재능이 없다.


녀석을 이기는 건 가능하겠지만, 맞지 않은 옷을 굳이 입을 필요성이 없었다.

비록 자신의 행동이 가문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기사다.’


기사는 약자를 지키며 항상 선두에 나서는 존재.

마이어의 원칙이자, 초대 가주가 세운 신념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터엉-!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함성이 확 사라졌다.

기사의 분신이자, 반려인 검을 비무장 밖으로 던져버린 것이다.


“···내 강점은 이게 아니었지.”

“이 빌어먹을 새끼가, 날 조롱해?”


아서는 놈의 살기를 그대로 받아내며 몸을 살피고 있었다.

맞지 않은 옷이라도 증명하듯, 검을 내려놓자마자 날아갈 듯이 몸이 가벼웠다.


그러자 사방으로 야유가 터졌다.


관중들이 보기엔 아서는 부적격자이자, 선별식에 물을 흐리는 한 마리의 미꾸라지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레이몬드 역시 폭발했다.


“무시하지 마!”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레이몬드는 아서 쪽으로 발을 박차고 나아가 거리를 단숨에 좁히곤, 급소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쐐애애애액-!


아서는 쇄도하는 검 끝을 끝까지 쳐다보다가, 고개를 젖혀 피했다.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예상보다 빠르고 민첩했다.

세삼 이게 과거의 나약했던 자신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물론 육체 한정이지만.’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픽-하고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레이몬드가 더욱 분노하며 소리쳤다.


“이 반푼이 새끼가!”


눈이 뒤집힌 레이몬드는 마력이 깃든 검을 내질러 노골적으로 급소를 노렸다.


아서는 집요하게 팔을 자르려 날아드는 검을 피하며 녀석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레이몬드는 다급한 헛숨과 함께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이미 아서의 주먹은 녀석의 턱 밑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고.


퍼어억-!


턱을 가격하여 뇌에 충격을 주자, 레이몬드의 육신이 일순간 휘청거렸다.

이때, 기회를 포착한 아서는 레이몬드를 집요하게 패기 시작했다.


아서의 주먹은 녀석의 급소에 연속해서 박혔다.


첫 방에 턱이 금 갔으며, 감정을 담은 두 번째 주먹에 코뼈가 부러졌다.


마력이 한 톨도 담기지 않은 주먹이라고 해도, 남들보다 수십 배 이상으로 혹독한 수련과 식단을 통해 성장한 아서였다.

반면 레이몬드는 마력만 주야장천 수련한 덕분에, 육체에 대한 훈련은 소홀히 했으니 버틸 리가 없었다.


아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이어의 상징이자 북천검가를 대표하는 검을 내려놓았다는 것은, 검을 뛰어넘어선 무언가를 보여줘야 저들이 납득할 것이다.


그렇기에 보여줄 것이다.


“이 손으로 내 이빨을 부쉈지.”


아서는 녀석의 팔을 잡은 채 팔꿈치를 위로 보이게 돌리다가 힘차게 발로 내려쳤다.


우드드득-!!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전완근과 상완근을 이어주는 팔꿈치 뼈가 부러졌다.


“으아아아아악-!!!”


참혹한 비명과 함께 놈은 그대로 눈을 뒤집어 깠다.


하지만 아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딜 함부로 기절하려고.”


그대로 놈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들어 올리며, 남은 한 손으로는 녀석의 인중을 계속해서 가격했다.


퍽, 퍽, 퍽, 퍽-!


살벌한 주먹질이 침묵이 내리 앉은 비무장 안에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아서는 녀석의 얼굴이 완전히 뭉개질 때까지 계속해서 얼굴을 가격했다.


“이 악물어. 개새끼야.”


그 뒤로 이어진 건. 대련을 가장한 압도적인 폭력.

막고자 하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머릿속을 휘젓는 고통도 잠시, 또 한 번의 일격이 날아들었다.


퍽! 퍽!


“끄르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듯. 비명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고통에 못 이겨 꼴사납게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맞을 뿐이었다.


“끝났다고 생각했지? 근데 어쩌나, 아직 안 끝났는데. 적어도 너 반병신은 만들어야 속이 풀릴 거 같은데.”


살벌한 경고 속에서, 아서는 놈이 의식을 잃을 때까지 내리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


“후우.”


한참 동안 두들겨 맞은 레이몬드는 작게나마 꿈틀거렸다.

아서는 기절한 녀석을 패대기치곤,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향해 바라보는 놀란 감정의 시선.


승자는 위에.

패자는 밑에.


결과가 정해진 대결의 양상이, 그들의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간 탓인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승리자인 아서를 바라보기 바빴다.

눈앞의 결과물은,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증명했다.


“이번 승부는 아서의 승리다.”


지그하르트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와 동시에, 함께 있던 형제자매들이 일제히 함께 일어났다.

그리고 모든 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절대자에게 예를 갖췄다.


뇌신(雷神) 지그하르트 마이어.

오황(五皇)의 일인(一人)이자, 이 시대의 절대자, 그리고 모든 기사의 우상.


그런 지그하르트가 아서를 쳐다보았다.

마치 폐부를 뚫어버릴 것만 같은 압도적인 시선이었다.


당시의 아서는 지그하르트의 존재 자체를 두려워했다.

이 시대의 절대자 앞에서 눈을 마주친다는 행위는, 그 어떤 이도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달랐다.


그 역시 사람이고, 한낱 필멸자에 지나지 않았으며, 법칙 너머의 존재를 벨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아서는 지그하르트의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과거의 치부에서 벗어나 작금의 현실을 마주 보기 위해, 오랫동안 지그하르트를 쳐다보았다.


“선별식은 끝났다.”


지그하르트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부분은 복잡한 심경을 감추느라 애썼고, 몇몇은 당장이라도 항의할 것처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부러진 팔다리.

함몰되고 크게 주저앉은 머리.


고작 어린아이들의 대련치고는 살벌하지만, 이곳에 모인 모든 인원은 감히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투쟁은 마이어에서 흔한 일이었으니깐.


“원하는 것이 있느냐?”


지그하르트의 묵직한 저음은 듣는 이를 위축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모두가 아서를 집중했다.


특히 지그하르트의 옆에 나란히 선 형제자매들은 아서가 어떤 대답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없습니다.”


생각지 못한 말이었는지, 지그하르트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지켜보던 형제자매들도, 기사들 역시 웅성거렸다.


직계로서 마땅히 누릴 권한이나, 적어도 가문의 연공법을 원할 것이라 다들 예상했다.


“마력을 쌓지 못하는 체질로서 영약은 죽 쒀서 개 주는 거나 다름없고, 기사로서 재능이 없는데 보검을 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서는 당당히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직계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권리를 되찾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본래의 나약함에서 비롯된 업보니, 스스로 달게 받겠습니다.”


잠시 말없이 아서를 응시하던 지그하르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내일 새벽, 뒷산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말을 마친 지그하르트가 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형제자매들과 기사들이 함께 따라나섰다.


절대자의 귀환에 모든 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수백 명의 관중이 모인 연무장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가주의 귀환에, 그들은 아서를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다가 이내 연무장을 떠났다.


‘뒷산이라······.’


초대 마이어의 가주가 터를 잡은 곳이자, 수많은 흔적을 남겼다고 알려진 영산(靈山).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라.’


어떤 운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서는 부딪치기로 마음은 단단히 먹었다.


***


저택으로 돌아온 아서는 거울 앞에 섰다.


달빛처럼 찬란한 은발이 아닌, 피처럼 검붉은 적발.

그리고 채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어린 시절의 모습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정말로 돌아온 건가.”


뺨을 꼬집어 보고 후려쳐 보아도, 고통은 아서의 뇌리에 깊숙이 남아있었다.


‘어째서 돌아온 거지?’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모조리 끄집어내 찾아봐도, 아무런 연결점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시간을 역행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으니.


아서의 고민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그 노인인가?’


오두막에 직접 찾아와 말동무가 되어주던 추레한 몰골의 노인.


허나, 이해되지 않은 점이 있었다.


‘노인은 어째서 날 회귀시킨 거지?’


시간을 되돌리는 건, 명백히 세계의 법칙과 근본을 뒤틀리는 역천(逆天)의 행위.


추측대로라면 노인은 어떤 방법으로 시간을 되돌렸을까?

어째서 본인이 쓰지 않고 왜 처음 보는 자신에게 넘겼을까?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그자를 찾아봐야겠군.’


잠시 그렇게 상념에 잠겨 있다가, 뒷산을 가기 위한 채비를 시작했다.


가죽옷, 여분의 식량, 헌팅 나이프 등등.

최소한의 용량만으로 생존에 필수적인 물건들을 옷 속에 모조리 집어넣었다.


단순히 산으로 가는 여정이라 생각하겠지만, 마이어의 영산은 그리 우습게 여겨봐선 안 된다.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니 단단히 채비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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