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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근력 만렙 둔재는 영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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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5.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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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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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39

작성
24.05.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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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5화

DUMMY

다음 날 새벽부터 아서는 창천서고를 향해 걸어갔다.


가주만이 이용할 수 있는 창궁서고(蒼穹書庫)를 제외한 지고의 지식을 모아둔 장소.

창천서고는 마이어의 근본이자, 가문의 절기를 모아놓은 서고 중 하나였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가문에 공을 세우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 창천서고의 출입증을 지그하르트가 건네준 것이다.


그렇게 창천서고의 입구에 서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창천서고를 지키고 있는 기사가 물었다.


“창천서고에 들어가려 합니다.”


아서는 주머니에서 창천서고의 출입증을 기사 앞에 내밀었다.


“···확인됐습니다. 이용 시간은 총 3일. 단, 이용 시간을 초과하거나, 서고에 책을 훼손하는 행위를 벌이면, 그 즉시 퇴출당할 수 있음을 아십시오.”


경고의 말과 함께 기사는 창천서고 내부로 향하는 입구를 열어주었다.


아서는 고개를 까딱 숙이며 창천서고 내로 진입했다.


***


‘이곳이 창천서고인가.’


목이 아플 정도로 들어야 언뜻 볼 수 있는 서고는 거대했고, 칸막이마다 형형색색의 책들이 꽂혀 있었다.


‘이곳에서 완전히 본전을 뽑고 가야 한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책장으로 다가갔다.


하도 올려다보니 목이 아플 정도로 서고의 높이는 상상을 초월했다.


‘전생에선 그렇게 들어오고 싶었는데.’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직계임에도 뚜렷한 재능도 없었고, 무엇보다 마력을 쌓지 못한 몸뚱이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고 여겼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던 중.


‘여기에 출입증을 갖다 대면 되는 건가?’


눈앞의 놓인 타블렛엔 출입증 크기 정도 되는 구멍이 새겨져 있었다.


‘격투술이나 신체 단련과 관련된 서책이면 충분해.’


태산격보다 뛰어난 무공서가 나오길 바라면서 타블렛에 출입증을 꽂아 넣었다.


그러자.


우우우웅-!


책장이 들썩이며 한창 진동하다가 이내 타블렛에서 인위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 카테고리를 불러주십시오.


아서는 생각해 둔 서책의 내용을 읊었다.


“격투술과 신체 단련에 대한 서책.”


우우우웅!


- 격투술 관련 서책은 총 2백. 신체 단련 서책은 1권입니다.


생각보다 적은 권수에 아서는 미간을 좁혔다.


“전부 꺼내줘.”


우우우웅!


책장은 회전하다가 우뚝 멈춰 섰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서고 꼭대기 위에서 저절로 책이 빠져나왔다.

서책들은 날아오면서 이내 아서의 손 위로 무사히 안착했다.


“그렇게 많지는 않군.”


아서는 새것처럼 반들반들한 서책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검술을 숭상하는 마이어에선 격투술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나 다름없었다.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디야.’


아서는 자신의 앞으로 떨어진 세 권의 서책을 펼쳐 대충 훑어보았다.


‘흑진류(黑震流), 뇌천파쇄(雷天破碎), 레미디오스의 신체 단련술.’


하나같이 패도적인 성향이 가득한 무공서.


“태산격하고 어느 정도 비슷하군.”


다만, 이 셋은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다룰 수 있었기에, 불사에 가까운 재생 능력을 기반으로 싸우는 태산격과 성향이 달랐다.


‘일단 신체 단련술부터.’


아서는 ‘레미디오스의 신체 단련술’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속된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


“···제시간에 나오셨군요.”


기사는 놀랍다는 표정과 함께 창천서고의 출입증을 받았다.


“성과는 있으셨습니까?”


이에 아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습니까.”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이 이상으론 입을 열지 않았다.


“수고하십시오.”


아서는 복도를 걸어가며 미리 외워둔 서책의 내용을 되새기며 훑어보았다.


대충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서가 읽은 3권의 서책은, 직계들이 익힌 검술과 오러 연공법에 비교해도 절대 꿇리지 않았다.


‘거기다···.’


서책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머릿속에 각인된 서책뿐만 아니라, 다른 무술을 경험해 본다면 전생과 다른 경지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무황성(武皇城).’


오황의 일인이자, 마이어와 마찬가지로 대륙의 패권을 쥔 세력.


야수와도 같은 격투술과 인간의 신체 능력을 아득히 초월한 그들이라면, 아서가 원하는 무술을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황성으로 가기 위해선 15살이 되어야 가능한데.’


문제는 무황성과 이곳까지의 거리가 한참이나 멀었다.

마이어가 북쪽을 다스리면, 무황성은 그 정반대인 남쪽을 지배하기 때문이었다.


‘일단 나중에 고민해 보자.’


앞으로의 계획까진 5년이 남은 상황.


아서는 이 기회에 차라리 가문 내에서 입지를 다스리고, 전생의 경지를 이룩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일단 돌아가자.’


지금은 기억만 있을 뿐 체득한 게 아니기 때문에 돌아가서 단련해야 한다.


아서는 복도를 빠르게 지나쳐 저택으로 향했다.


빠르게 걸어가는 그의 눈빛은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아서는 돌아오자마자 방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저택엔 아무도 없었기에 신경 끄고 수련에 집중해도 되지만, 혹시나 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방문을 걸어 잠갔다.


‘일단 레미디오스의 신체 단련술부터.’


아서는 레미디오스의 신체 단련술의 내용을 복기하며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했다.


“···단순 무식하군.”


아서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태산격이 신체를 부수고 재생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레미디오스의 신체 단련술은 구호 자체부터 살벌한데···.


‘격투기의 본질은 자기 수련에 있다. 자기 수련과 순수한 무도의 추구 외의 행위는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단순 무식한 구호에서 무자비함이 엿보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나머지 두 개의 서책에서도 이와 같은 비슷한 구호가 적혀있었다.


쉽게 풀이하자면.


“그냥 개싸움이라는 거네.”


흑진류가 상대를 죽이기 위해 그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뇌천파쇄는 상대를 찢어발기고 부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고 적혀있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꺼리는 문장으로 가득했지만.


“존나 마음에 드는군.”


아서에게 있어서 이 세 권의 서책들은 적을 죽이는 데 집중을 가할 수 있는 인연과도 같았다.


‘전부 놓칠 수 없지.’


이런 좋은 서책을 그대로 두자니 아까웠다.


아서는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서책 내용을 복기하며 다시 음미하기 시작했다.


“흐으음···.”


아서는 레미디오스의 신체 단련술을 읽으면서 중간에 적혀있는 설명을 주목했다.


‘인위적으로 신체 능력을 끌어올릴 방법이라.’


내용은 이렇게 적혀있었다.


‘갖가지 영약과 약초를 우린 물에 3일 정도 들어가면 마력을 자유자재로 두른 기사에 맞먹는 신체를 가질 수 있다.’


몇 번이고 읽어봤음에도 알 수 있었다.


이 서책의 적힌 훈련 방도는 단순 무식하다.


하지만 신체 단련으로만 따졌을 땐, 대륙의 내로라하는 단련법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제대로 익혀봐야겠어.’


한동안 레미디오스의 신체 단련술에 모든 것을 바쳐야겠다며 다짐한 뒤 일어섰다.


‘그 전에.’


아서는 창문 너머로 비치는 그림자에 살기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쥐새끼부터 처리해야겠지.’


***


‘지금 불을 껐군.’


제프린은 둘째 부인 로페나의 명령으로 아서를 감시하고 있었다.


깔끔한 일 처리 능력으로 단숨에 둘째 부인의 신뢰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둘째 부인의 명령으로 아서를 감시하던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둠 속에서 그를 은밀히 감시하고 있었다.


‘대체 어딜 갖다가 왔길래 삼 일이나 걸렸지?’


제프린은 아서를 보고 눈매를 좁혔다.

가끔 외출한 적은 많았지만, 사흘 만에 귀환한 건 처음이었다.


‘창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창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사의 수는 얼마 되지 않다.

직계 자식들이라고 해도, 가주의 허락이 있기 전까진 절대로 출입할 수 없었다.


‘둘째 부인께 보고해야겠군.’


제프린은 아서의 방에 불이 꺼지는 것을 보고, 어둠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수풀이 우거진 작은 숲에 숨겨둔 종이와 연필을 꺼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종이엔 아서에 관한 내용과 창궁에 관한 내용을 전부 적었다.


‘이 정도면 둘째 부인도 만족하겠지.’


내용을 적은 종이를 죽통에 보관하여 땅속에 묻어두었다.


저 종이는 이곳을 순찰하는 둘째 부인 산하의 기사단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럼 돌아가···.’


푸욱-!


등 뒤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제프린이 눈을 부릅떴다.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단검은 등 뒤를 뚫고 심장에 박혀 가래 끓는 소리만 나왔다.


“···끄으으!”


어쩔 줄 모르게 눈동자를 굴릴 때 뒤에서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둘째 부인이 보냈나?”

“······!”

“쯧.”


아서가 혀를 차면서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그렇게 대놓고 감시하면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아서는 심장에 박은 단검을 뽑아 들었다.

커억, 이라는 옅은 비명만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아······.”


어둠이 내리 앉은 숲.


아서의 황금빛 눈동자만이 아름답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어, 어째서······?’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아서가.

그것도 기척을 숨긴 채 자신의 급소에 단검을 박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쿨럭-!”


도망치고 싶었지만,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그의 이성을 점점 좀먹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유아 시절부터 받은 첩자 교육을 통해 기척을 죽이고, 존재감을 감추는 수련을 누구보다 잘했던 자신이.

이렇게 가문의 둔재에게 당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죽어라.”


아서의 단검이 쭉 나아가 목덜미를 깊숙이 찔렀다.


“끄르르···!”


제프린이 고통에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목덜미를 깊숙이 찔린 제프린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걸로 감시망은 줄어들었다.”


아서는 목이 잘린 제프린의 시신을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회귀 이후 첫 살인이지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서는 죽은 제프린의 시신을 뒤로, 수풀을 뒤져 그가 숨겨놓은 죽통을 가지고 나왔다.


‘역시.’


종이를 편 그의 눈동자는 등선 너머로 드리운 어둠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내일 새벽인가.”


마이어의 기사들은 구역을 나눠 일대를 순찰하는데, 이곳을 순찰하는 기사단이 둘째 부인 산하의 ‘건명전(乾冥殿)’이다.


‘둘째 부인이라.’


아서는 머릿속으로 둘째 부인을 되뇌었다.

그녀가 왜 자신을 감시하려 했는지 대충 예상이 갔다.

아마 창궁에 있던 기사 중에 둘째 부인의 끄나풀이 있었던 거다.


‘그렇다면 어울려 주마.’


내용을 읽은 아서는 다시 흙을 파 그것을 다시 집어넣었다.


‘어차피 녀석은 피라미에 불과하다. 뒤통수를 치려면 이 정도는 내버려둬야겠지.’


이 녀석의 죽음만으로 둘째 부인에게 영향이 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소식이 끊기면 둘째 부인은 이곳으로 감시자들을 보내겠지. 며칠은 당해주는 척하다, 간격을 두고 죽이면 창궁 쪽에서도 눈치챌 거다.’


마이어의 원칙 중 하나는 투쟁.


후계자들끼리의 싸움은 인정되나, 암중으로 치닫는 경쟁은 마이어의 원칙에 위배된 행위 중 하나였다.


‘조만간 그년의 일그러진 표정을 볼 수 있으려나?’


아서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별관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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