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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근력 만렙 둔재는 영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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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5.23 08:20
최근연재일 :
2024.06.28 12: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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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수 :
18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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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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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DUMMY

태산격을 연마하고 또 연마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연마했던 기술인데, 젊어진 몸으로 펼치는 태산격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태산격을 수련하면서 동시에 재생 능력도 길렀다.

27초 정도 걸렸던 첫 시도에 비해서, 지금은 약 10초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결과.


이곳에 들어온 지 어느덧 3년이 다 된 시점.


아서는 태산격 4성에 진입할 수 있었고, 이젠 집채만 한 바위는 근력만으로도 부술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

못 먹고 굶는 게 일상이었던 3년 전에 비해 그 크기는 가히 성인 남성에 육박하는 키를 가질 수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진가.”


남은 삼 일은 조용히 심신을 다스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정리했다.


‘15살이 되기 전까지 태산격 6성에 진입한다.’


지금으로선 바깥을 나가긴커녕, 가문 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에 지나지 않았다.


‘단순히 근력만 키운다 한들 만사가 능통한 것이 아니다.’


외부 신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손짓 한 번에 산맥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가르는 힘을 가진 오황과 삼악의 수장들조차, 외부 신들의 권능 앞에선 한낱 재롱에 지나지 않았으니.


단순히 오러나 근력과 같은 필멸자의 한계를 벗어난 힘이 필요했다.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지.’


마이어의 일원은 15살이 되기 전까지 가문 바깥으로의 출입이 불가능하다.


아서의 나이는 아직 10살.


앞으로 5년이 더 지나야 그가 원하는 첫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앞으로 고생 좀 하겠군.”


형제자매들의 견제와 가문 내의 정치질.


과거의 아서라면 치를 떨고 피했을 테지만, 이젠 망설이지 않았다.


‘내 앞에 이빨을 드러낸다면···.’


으득-!


아서는 남은 마수의 뼈를 어금니로 잔뜩 씹어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모두 짓밟아 버리겠다.’


***


영산에 들어온 지 3년이 다 된 날, 아서는 동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살갗을 아리는 차가운 삭풍이 지나갔지만, 극한으로 단련된 아서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후우, 시원하군.”


크게 기지개를 켜며 그곳을 걸어 나왔다.


영산 입구에 한 무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기사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아서를 쳐다보았다.


“···창궁으로 모시고 오라는 가주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3년을 다 채우고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상세히 보고하라 하셨습니다.”


창궁(蒼宮).


가주의 알현실이자, 집무실의 역할을 동시에 겸비한 마이어의 건물.


오직 가주의 신임을 받은 자들만이 모일 수 있는 창궁은, 직계나 방계조차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가주님은 내가 살아서 돌아올 거라는 걸 알고 계셨나?”

“어느 정도 짐작은 하셨습니다.”


지그하르트는 아서의 생존을 확신했다.


3년 전 아서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검가의 수장이자, 절대자의 입장에선 신선한 반응이었으니까.


‘적어도 나쁘지 않은 반응인가.’


어쩌면 자신을 영산에 집어넣은 게 벌이 아니라 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기사를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


창궁에 도착했을 때, 지그하르트는 혼자 있었다.


지그하르트가 앉아 있는 책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측근들 사이에선 이곳을 용담호혈(龍潭虎穴)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을 지나 가주가 있는 책상으로 가기 위해선 그의 기백을 버텨내야 하는 일종의 시험 때문이었다.

거의 대부분은 몇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하거나 의식을 잃었다.


‘3년의 성과를 보고 싶다는 건가.’


그렇다면 보여줘야지.


저벅.


아서가 한 발을 내디뎠다.

지그하르트에게 다가갈수록 그에게서 뿜어지는 기세가 급격하게 강대해졌다.


‘이 정도로는···.’


과거로 돌아온 직후 마음먹은 이후엔 가진 능력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증명하라면 증명하는 것이 사내의 법도이자,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성과였으니.


아서는 엄청난 압박감에서 잠시 멈칫했다.


‘결국 여기까지인가.’


이 앞으로는 지금으로선 버틸 수 없었기에, 그는 미련 없이 걸음을 멈추려고 했다.


그때.


고오오오-!!


가슴 속에서 들끓는 용암처럼 미지의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건···?’


과거 한 외부 신의 권속을 격살한 이후, 느꼈던 고양감이자 태생부터 지녔던 힘.


‘거인의 혈통이 왜······?’


쿠웅!


아서는 본능적으로 지그하르트의 영역에 한 발짝 걸음을 내디뎠다.


아서의 작지만 단단한 기세 위로 수많은 사지를 헤쳐 나간 거인의 후예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푸스스스스.


그의 발밑으로 반투명한 붉은빛 아우라가 치솟았다.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투지가 아서의 투쟁을 증명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대체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 낼 줄 아는가.

수많은 죽음을 얼마나 넘나들었으면 의도치 않았는데도 투기가 새어 나오는가.


고작 3년의 시간이 아서가 가진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저벅, 저벅.


침묵 가득한 창궁에는 아서의 발소리만이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모두가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음에도, 정작 아서는 그들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이윽고 탁자 앞에 당도한 아서가 지그하르트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가문의 절대자 앞에서 상당히 무례했지만, 당사자인 지그하르트는 개의치 않았다.


잠시 후, 아서가 고개를 숙였다.


“아서 마이어. 3년의 수련을 마치고 가주님을 뵙습니다.”


지그하르트가 펜을 내려놓았다.


아서를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에 이제껏 아무도 보지 못한 미소가 어려있었다.


“···훌륭하다.”


기사들이 경악했다.


지그하르트가 말을 이었다.


“그곳은 어떠했느냐.”


아서가 답했다.


“살만했습니다. 먹을 것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공기가 매우 좋더군요.”

“마수라도 먹었나?”


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기가 느껴지지 않은 걸 보니, 스스로 마수의 독기를 해독했을 테고···어떻게 했느냐?”


아서의 얼굴이 점점 개구쟁이와도 같은 어린아이의 표정처럼 변해 갔다.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대전의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절대자의 앞에서 감히 웅성거리는 자들은 없었지만, 풍겨 나오는 기세만으로 저들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


흥분, 당황, 경악 등등,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가 따로 없었다.


특히나 기사들이 더했다.


그의 입에서 최고의 찬사가 튀어나왔다.

지그하르트는 지금껏 직계 자식들은 물론이거니와 휘하 어떤 기사들에게도 훌륭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지그하르트가 손을 저었다.


“오늘은 모두 돌아가라. 막내는 나 좀 따로 보자꾸나.”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랑으로 이어지는 문을 나섰다.


모두가 심장 부근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들이 한 행동은 기사의 정점에 오른 절대자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의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뒤를 단 한 명.


아서만이 지그하르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렇게 두 사내가 완전히 자리를 뜨자, 창천검대(蒼天劍隊)의 수장 새턴이 모두에게 외쳤다.


“모두 이만 퇴실하십시오.”


그제야 기사들이 하나둘 걸음을 옮겼다.


“가주님의 입에서 훌륭하다는 말이 나올 줄은 내 생전에 듣도 보도 못한 말이었소.”

“동감이오. 그나저나 불과 3년 새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분위기 자체가 변해버린 건지.”

“능히 영산에서 무슨 영약을 먹은 게 분명할 테지. 초대 가주께서 남기신 영산이라면 가능할지도.”

“하긴, 그곳은 아직 다 둘러보지도 못할 만큼 넓고 험준한 곳이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오.”


기사들은 저마다 아서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그들의 머릿속엔 아서는 그저 둔재이자, 저능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턴 님께선 어떻게 보셨습니까?”


한차례 대화를 나눈 가시들이 새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냉혹함.


전장에서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낸 사내였기에, 자연스레 목소리가 차가웠다.


새턴은 그 말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고개를 돌려 창궁을 나섰다.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새턴은 문득 드는 생각에 걸음을 멈추었다.


‘어떻게 가주님의 기세를 버틴 거지?’


새턴이 보기엔 아서의 모든 행동이 의문투성이 그 자체였다.


‘아무리 가주님께서 기세를 조절하셨다지만···.’


아서를 떠올린 새턴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서 마이어.’


3년 전 방계인 레이몬드를 초주검으로 만들어 버리고, 가주님의 은혜를 거절한 아이.


가문의 기사들은 아서가 며칠 버티지 못하고 영산에서 죽을 거라 호언장담했지만, 3년 동안 영산에서 버틴 것도 모자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새턴은 아서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것은 절대로 하수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느껴지는 기세로만 보면 절대 자신에게 꿇릴만한 자가 아니었다.


“···정보를 수정해야겠군.”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송곳니를 숨기고 몸을 웅크린 자다.

가문의 둔재이자 저능아라고 불렸던 그가 불과 3년 새에 완전히 달라졌다.


창궁을 나서는 새턴의 얼굴에 미세한 웃음이 드리워졌다.


‘재미있군.’


북천검가라는 이명답게 가문의 역사에서 검을 쥐지 않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허나 선별식에서 아서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검을 쥐지 않겠다는 말은, 결국 마이어의 눈 밖에 나는 일.

새턴은 아서의 행동이 치기 어린 판정이라 판단하며, 그를 무시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 버렸다.


‘어쩌면 가문 역사상 최초로 검을 쥐지 않은 기사가 나올 수도 있겠군.’


***


아서는 지그하르트를 따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원?’


정원에는 인공 연못과 눈처럼 새하얀 백설화(白雪花)가 심어있었다.


가문의 마술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곳이기에, 이곳만큼은 사시사철 적절한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앉아라.”


아서는 의자를 끌고 지그하르트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에 아서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동안 아서에게 지그하르트는 넘볼 수 없는 존재이자 공포였다.


저 눈을 봐라.


저게 자식 앞에서 할 눈빛인가?


아서는 지그하르트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모든 걸 받아들이며 담담히 그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

그런 아서가 영 만족스러웠는지, 지그하르트가 찻주전자를 내밀었다.


“받아라.”


공손하게 들어 올린 찻잔 위로 영롱한 붉은빛 액체가 채워지고 있었다,


“따라라.”

“예.”


아서가 그의 찻잔을 채우자, 지그하르트가 잔을 들었다.


“검을 내려놓을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나.”


그 말에 찻잔을 아서는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700년이라는 긴 역사 속에서 마이어는 수많은 기사를 배출했다. 너는 그런 가문의 역사를 무시하고 기사가 아닌 무인으로서 정녕 나설 것이냐?”


아서는 차를 홀짝이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그런가.”


아서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저는 마력을 쌓을 수 없는 몸입니다. 가진 거 하곤 이 미련한 몸뚱이밖에 없습니다. 더 강해지려면요.”

“그래서 찾은 게 격투술이었느냐.”

“그렇습니다.”


지그하르트가 잔을 들어 올렸다.


“네 신체 능력이라면 대검으로 방향을 잡는 게 좋았을 텐데? 먼 거리에서 적을 상대하려면 격투술을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되었을 거다.”


아서 역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대검도 엄연한 선택지일 수도 있다.

전생의 경지를 이룩한다면, 불사에 가까운 재생 능력으로 전장을 휩쓰는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수적으로 훗날에 다가올 이점을 생각한다면, 대검은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격투술을 고르는 건 엄연히 제 선택입니다. 대검으로는 온전히 제 실력을 커버할 수 없기에, 육체 능력을 온전히 쓸 수 있는 격투술을 고르는 것 또한 이 때문입니다.”


아서는 뜨거운 차를 입안에 완전히 머금고 자리를 떠나려 일어섰다.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이걸 가져가도록.”


지그하르트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서는 그것을 손으로 냉큼 받았다.


“창천서고(蒼天書庫)로 가는 출입증이다. 받아 가라.”


가문의 모든 오러 연공법과 검술이 기록된 서고이자, 마이어의 방주라 할 수 있는 장소.


아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복잡한 표정으로 출입증을 들고 빠져나왔다.


아서가 사라지자 지그하르트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격투술이라.”


지그하르트의 눈이 깊어졌다.


“단순히 재능이 있다는 이유만은 아닐 터.”


아니면 모종의 목적이 있는가.


가만히 상념에 잠기던 지그하르트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알아서 하겠지.”


무감한 일상에 막내의 존재가 지그하르트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다음에 나타났을 땐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까?


“재미있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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