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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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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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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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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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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호혈채(2)

DUMMY

“제길······.”


부채주는 온몸에 쇠사슬로 꽁꽁 묶인 채 꼼짝달싹도 할 수도 없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애초에 신나 가지고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와중에 독사방주를 행세하는 정체불명의 사내가 나타나면, 어떻게 그를 구슬릴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 그와 검을 맞댔을 때,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공을 쓰지 않고도 날 쓰러뜨렸다고?’


광적으로 외공(外功)에 집착하는 외골수 따위가 아니다.

그 느낌은 단순한 외공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했다.

평범한 근력에서 나올 수 없는 힘은 물론이고, 절정을 앞둔 자신의 검조차 쉽게 파쇄했다.

한마디로 보통 미친놈이 아니라는 것이 부채주의 결론이었다.

무공을 겨뤄보고, 당해봤기 때문에 도출된 결론이었다.


“네년이 감히···.”


잠시 후 창고에서 불쑥 등장한 사람은 가짜 독사방주가 아니라, 몇 차례나 본 적이 있었던 일 총관이었다.


“오랜만입니다, 부채주 왕악.”


일 총관이 들어오면서 대답했다.


“···독사방주의 노리개가 어떻게 출세라도 했나 보군. 아, 그것도 전처럼 아랫도리나 놀려서 얻은 자리인가?”

“이 자리에서 죽고 싶으면 열심히 떠들어 대시죠.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그 말에 부채주는 입을 꽉 다물었다.

일 총관이 말했다.


“련주께서 당신을 신문해 정보를 얻으라고 하시더군요. 이곳에서 영원히 뼈를 묻기로 한 이상,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지요. 악감정은 없습니다.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호혈채에 대한 모든 정보를 털어내시죠.”

“내가 그걸 네년에게 말할 거 같으냐!”


부채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말하기 싫으시다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명심하십쇼. 버티면 버틸수록, 당신만 손해라는 걸. 지금부터 벌어질 일은, 련주께서도 허락하신 일이니.”

“뭐?”


부채주는 어리석었다.


일 총관이 부채주의 다리를 단도로 찔렀다.

날도 채 서지 않은 단검이 상처 부위를 헤집어 가며 다리를 찢어발겼다.


“끄아아아악!”


산 채로 도축 당하는 고통.


실제 피부로 전해지는 고통이 상상 이상이다 보니, 부채주의 입에서 절망 어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악!”


일 총관이 단검을 빼자, 상처 사이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나왔다.


“최근 철혈방하고 거래한 적이 있죠?”

“그, 그렇다······.”


산 채로 도축 당할 수 있다는 공포에 질린 탓에, 부채주의 목소리가 고분고분해졌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금원보 열 관.”

“······!”


대체 그 정보를 어떻게?


뒤에서 알음알음 진행되었던 거대 사업이 눈앞의 일개 총관의 입에서 나왔다.

이게 가능하리라곤 생각하지도 않았다.

설령 호혈채의 간부라도 채주의 신임을 사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내용이었다.


“그, 그건···!”

“뭐,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십시오. 손해는 당신뿐이니.”


일 총관이 조금 더 가까이 왔다. 단검을 치켜든 그녀의 모습에 부채주는 눈동자가 격하게 떨렸다.


“최근 호혈채와 철혈방과 무슨 거래를 했습니까?”

“그건······.”


부채주가 망설이려 하자, 일 총관이 다시 단도를 치켜세웠다.

부채주가 다급한 말투로 답했다.


“고, 공동파의 무공! 그걸 철혈방이 갖고 있었다!”


공동파(崆峒派).


과거 구파일방의 일원이었지만, 300년 전 마교의 침공으로 곤륜파와 함께 멸문지화를 당한 비운의 문파.


“공동파의 무공은 대부분 무림맹의 손에 넘어간 걸로 아는데. 대체 어디서 구했죠?”

“···난주의 한 흑시(黑市)에서 구했다고 철혈방주가···.”


부채주는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가 아차 했다.


“금원보 열 관이 왜 적혀있나 했는데···공동파의 무공에 전부 쓴 거였군요?”


일 총관은 단도를 집어넣은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독사방주는 죽었습니다.”


부채주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일 총관의 말을 들었다.


“고깃덩어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련주님은 흑도를 매우 싫어하시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도 갈가리 찢겨 고깃덩어리가 될 거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니 숨이 붙어있을 때 최대한 모든 걸 털어놓으십시오. 가능한 선에서 련주님께 말씀 드려보도록 하죠.”


한참의 고민 끝에, 부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 무공의 이름이 뭔지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


신문이 끝났다는 보고를 듣고, 무현은 창고로 향했다.

그곳엔 추례한 모습으로 기절한 부채주와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일 총관이 있었다.


‘아까보다 더 커진 거 같은데?’


원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상한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니, 얼굴이 맞긴 하다.

이목구비가 있으니 사람 얼굴이 맞지만, 원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퉁퉁 부어있어 도저히 사람 얼굴이라 부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곰팡이가 잔뜩 낀 돼지고기처럼 보였다.


“련주님, 오셨습니까?”

“오냐. 보고서는?”

“여기 있습니다.”


무현은 일 총관이 건넨 보고서를 살폈다.


‘소양신공(小陽神功)···.’


양기를 다루는 무공 중에서도 천하에 손꼽히며, 공동파 8대 장문인 선천(善天)이 만들었다고 알려진 신공절학.


‘놈이 직접 나서지 않은 이유가 이거였군.’


양기나 음기의 무공과 같이 한쪽으로 치우친 무공을 익히려면, 적지 않은 노력과 영약이 소모된다.

자칫 한순간의 실수라도 생긴다면, 그대로 주화입마에 들 수 있다.

무현이 물었다.


“네 생각은 어떠냐.”

“가짜라고 생각됩니다.”

“어째서지?”

“공동파의 신공절학이 고작 흑시에서 발견됐다는 점. 그리고 무림맹의 개입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될 일입니다.”


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대로 소양신공은 가짜다. 흑사방은 지금껏 이 방식으로 무공서를 뿌리며 맹주들의 목숨줄을 붙잡고 있지.”

“혹, 그들이 눈치채고 오지 않겠습니까?”


일 총관의 물음은 타당했다.

흑사방은 자신들의 돈줄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무인들을 내보낼 수도 있었다.


“지금은 흑사방이 영등현에 신경을 쓸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지. 아마도 세력 확장에 힘을 쏟느라 이런 촌구석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을 거다.”

“···오히려 지금 당장 호혈채를 칠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겠군요.”


눈치 빠른 일 총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지금이라도 준비하라 지시할까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지. 그냥 빠르게 갖다 오마.”


일 총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왜 련주님 혼자서···.”

“이번 일은 은밀히 진행되어야 한다.”


무현이 다시 한번 말했다.


“아무튼 병력은 대동하지 않은 것이다. 전부 쓸어버릴 이유는 없으니, 간부와 채주 녀석만 쓱싹하고 오면 알아서 와해 되겠지.”


그리고는, 품에서 서책을 꺼내 그대로 일 총관 앞으로 건넸다.

조금 전, 일 총관을 위해 따로 무공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 오직 일 총관을 위한 무공서였다.


“총 일곱 초식으로 이어진 단검술이다. 네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호신술로서는 쓸만할 거다.”

“······.”


이를 받아 든 일 총관은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꿀 발린 말보단, 네 행동으로 직접 증명해라. 그것이 내게 보답하는 길일 테니깐.”


그 말을 끝으로, 무현은 자신의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그런 일이 있었군요.”


무현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여인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문도들은 데려가지 않을 거다. 기왕이면 채주와 휘하 간부들만 처리하고 돌아올 거다.”

“기습이라 한들, 호혈채의 병력은 어떻게 뚫고 가실 겁니까? 그들의 숫자가 제법 많을 텐데.”


무현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비밀 통로를 이용할 거다.”


흑도에 살다 보면 여러 해괴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언제 어디서든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비밀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겉으로 산적이라 한들, 녀석들의 본질은 흑도다. 제 목숨을 금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놈들이라면, 필시 대피하기 위해 한구석에 비밀 통로를 마련하지. 우린 그걸 이용할 거다.”


흑도의 비밀 통로는, 방파의 수장이 살기 위해 쓰거나, 재물을 옮기기 위해 쓰는 경우 두 가지가 존재한다.

빠른 기습을 위해 무현이 사용할 건 전자였다.


“채주와 간부들만 죽이고 빠진다면, 나머진 알아서 와해 될 거다. 놈들과 전면전으로 싸워봤자 힘만 들 테니, 굳이 수고를 들일 필요는 없겠지.”

“···시간은 언제로 하실 예정입니까?”


무현이 말했다.


“오늘 새벽.”


***


호혈채.


감숙에서 가장 잔혹한 흑도 문파를 꼽으라면 일 순위로 거론될 정도로 잔혹한 녀석들이었다.

보통 산채라 하면, 녹림칠십이채(綠林七十二寨)에 소속된 것이 보통이라 생각하지만, 호혈채는 어디까지나 흑도를 지향한다.

그들은 규모를 키워도 짐승만도 못한 짓을 마다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들의 본질은 흑도였으며,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약자는 철저하게 짓밟는다.

그리고 협박해 이용한다.

그런 녀석들이에 자신들이 당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오랜 동업자였던 철혈방이 무너진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왕악은?”


호랑이 가죽을 얹은 단상 위, 그곳엔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앉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심복, 부채주 왕악이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토하고 있었다.


“독사파의 방주를 만나러 간다는 말 밖에···.”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이미 뒤졌다는 거네?”

“그건···.”


콰앙-!


호혈채주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며 탁상을 부숴 버렸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날리며 몇몇 이들이 맞았지만, 아무도 신음을 내뱉지 않았다.

지금 호혈채주의 심기를 건드리면 목숨을 면치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호혈채는 철혈방을 없애버린 원흉을 찾고 있다.

그래서 영등현의 각 흑도 방파에 사람들을 보냈다.

하지만 독사파로 보낸 부채주 왕악이 돌아오지 않았다.


‘놈들이 일부러 철혈방을 없애버렸군. 설마···?’


호혈채주는 자신의 품 안에 갈무리된 낡은 서적을 만지작거렸다.


‘고작 뱀 새끼가 아니라, 속에 수천 마리의 구렁이를 품은 녀석이었나.’


분명 독사파는 영등현의 왕을 자처할 만하다.

삼류 흑도 조직 치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방파의 성장세는 무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독사파는 힘이 있더라도 정면 대결을 선호하지 않는다.

최대한 힘을 숨기고, 상대의 빈틈을 노린다. 그것이 독사파의 방식이었다.


“독사파를 치실 겁니까?”

“그럼 가만히 두고만 보자고?”

“······.”


호혈채의 간부 중 하나인 조상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출혈은 크겠지만, 소문의 발원지를 없애버리는 방법 또한 최선의 선택.

거기다 소문이 일파만파 번지는 순간, 감당할 수조차 없는 폭풍이 이곳 영등현에 몰아칠 것이다.


“대동할 수 있는 수는 얼마나 되지?”

“이곳을 지킬 최소 병력을 제외하면 3백 가까이 됩니다.”

“놈들을 치겠다.”


호혈채는 철혈방과 꽤 가깝게 지내지만, 서로의 이익을 위해 거래하는 사이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복수심이라는 귀여운 감정에 휘둘리거나 하지 않는다.


‘대계를 앞두고 무공을 시연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자신의 품 안에 갈무리한 낡은 책.


오래전 멸문한 공동파의 장문인만 익힐 수 있는 신공절학이 호혈채주의 손에 있었다.

신공절학이 왜 신공절학이라 불리겠는가.

기존의 내놓으라는 무공을 따졌을 때, 익히는 건 어렵겠지만, 그만큼 강해지는 속도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다르다.

비록, 지금은 산적들을 이끄는 채주로 있지만, 과거 정계에 입문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가 지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늘 새벽에 출발한다.”

“예, 애들을 다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영등현을 집어삼킨다.”

“예, 채주님.”


놈을 죽이고, 영등현을 차지한다.

놈들의 모든 것을 없애버릴 것이다.

감히 자신의 대계를 방해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줘야 한다.

호혈채주가 잔혹한 미소를 머금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할 때였다.


“채, 채주님···!”


수하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숨을 연달아 내쉬며 다급한 표정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도, 독사방주가···.”

“누구라고?”

“독사방주, 그가 찾아왔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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