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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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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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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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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성검련(聖劍聯)(2)

DUMMY

칠흑같이 어두운 방 안에서 두 존재가 호롱불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여인?’


굴곡진 몸. 여성으로서의 몸보단, 무인의 균형미가 돋보이는 육체였다.

특이한 점은, 면사(面紗)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무현은 여인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목이 잘린 철혈방주로 시선을 옮겼다.


‘깔끔하군.’


잘린 단면엔, 파단면(破斷面)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라면 시도조차 하기 힘든 내공의 조절.


하지만 눈앞의 여인은 무현의 기억 속에서도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인물이었다.


‘내 기억 속엔 없는 존재다.’


잠시 여인의 검을 바라보던 무현이 중얼거렸다.


“멋진 검술이군.”

“···용건만 말씀하시죠.”


여인은 경계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이곳에 온 사람이라면 필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일 터.

또한 이곳은 흑도에게 점령당하다시피 한 장소이기에, 섣불리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돌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여인의 정신을 일깨웠다.

뭔가 하며 고개를 돌리자, 무현이 쓰러진 녀석들의 품을 뒤지며 전부 주머니에 집어넣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죠?”

“보면 모르나? 당연히 돈을 챙기고 있는 거지.”


품을 뒤지던 무현은 은자 한 냥을 꺼내곤 여인에게 던졌다.

포물선 방향으로 날아가 여인의 손에 툭 떨어졌다.


“···더 줘요.”

“이게 전부다.”


‘거짓말.’


조금 전 상당수의 은자를 챙기는 걸 봤다.

적어도 수십 냥은 될 법했는데, 무현은 품 안에 전부 집어넣기 바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고 누가 그러던가?


그래서인지 이렇게 은자 한 냥을 받으니, 뭔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거래 장부를 찾으러 왔나?”

“···그렇습니다.”

“마침 나도 필요한 참이었는데 잘 됐군.”


무현은 여인의 곁을 지나친 다음,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검집으로 벽과 바닥을 이리저리 두들겼다.

반각 정도 두들기자, 무현은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켰다.


“저곳을 베어봐라.”


여인은 빠르게 검을 휘둘러 벽을 베었다.

먼지구름이 일면서, 안에선 금은보화와 각종 책이 있었다.


“장부는 보통 안쪽에 있을 테니, 가서 살펴보고 와라.”

“···알겠습니다.”


무현은 손을 내저어서 여인을 안으로 들여보내고 내용물을 살폈다.


***


영약은 중원 무림에서 볼 수 없는 극히 드문 희귀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인조형이 있다.


정말 희귀한 영약을 먹은 자들은 극소수다.


세가나 문파의 후계자, 깨달음을 얻은 장문인, 혹은 엄청난 기연으로 희귀한 영약을 손에 넣은 무림인 등.


고금의 역사를 통틀어 이들을 다 합쳐봤자, 그 수는 채 천이 넘지 않았다.

그래서 대다수 무림인은 인조형 영약을 복용하는 게 고작이다.


인조형은 말 그대로 사람이 만든 영약이다. 그 때문에 영약을 만들고 다룰 수 있는 자들을 일컬어, 무림인들은 그들을 신의(神醫)라 불렀다.

소림의 대환단(大還團), 무당의 태청단(太淸團)이 이에 속했다.


무현은 이런 자를 한 명 알고 있었다.

본질 자체엔 문제는 없지만, 훗날 그가 만든 한 영약이 중원 무림에 크나큰 재앙을 불러올 만큼 반드시 먼저 찾아내야 하는 자였다.


어쨌든 이자도 흑도와 깊은 문제로 엮여있는데, 시기상 지금은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무현이 영등현을 빨리 통일할수록 그를 찾는 게 빠르다는 점이다.


물론 전생으로 따지면 아직 삼류 낭인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절이어서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한 상황.


서랍을 뒤지던 무현은 그제야 제대로 된 영약을 찾았다.


“태화단(太火團). 상품(上品)의 인조형인가.”


태화단은 극양의 내공을 쌓은 이들에게 좋은 영약이다.

상품의 인조형은 좀처럼 찾기 힘든 영약 중 하나다.

물론, 단전도 채 만들지 않은 무현에겐 허울뿐인 영약이지만.


잠시 후, 안쪽으로 걸음 소리가 들렸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 여인의 발걸음 소리였다.


“원하시는 건 찾았나?”

“···암어(暗語)가 적혀있습니다.”


암어는 뒤가 구린 문파나 조직이 사용하는 고유의 언어다.

흑도에선 장부를 기재할 때 사용하기도 하고, 중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했다.


“정 뭐하다면, 내가 한번 살펴볼 수 있는데.”

“···암어에 대해 아시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이곳에 오래 살면 싫은 것도 자주 알게 되더라고.”


전문적인 암어 해독 전문가를 대동하지 않은 이상,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다.

여인도 그것을 알기에, 조금이나마 무현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여기요.”


여인으로부터 장부를 건네받은 무현은, 한 장씩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장부를 넘길수록, 무현의 표정엔 흥미가 감돌기 시작했다.


‘독사파와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흑사방이 관련되어 있군.’


그렇게 한참을 장부를 읽던 중. 궁금증을 참지 못한 여인이 말을 걸었다.


“뭔가 나왔습니까?”


여인의 물음에, 무현이 답했다.


“장부의 해석대로라면, 이곳 사람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 갔다. 위치는 가욕관시(嘉峪关市). 감숙 일대를 지배하는 거대 흑도 조직 흑사방의 관할 도시다.”


장부에 적힌 사람의 수는, 족히 수천 명에 이르렀다.

인신매매라기엔, 그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사도천(邪道天)의 중원 확장이 시작되었나.’


흑사방의 방주 고득현은 사도천 내에서 심어놓은 간자다.

사도천에서 고득현에게 내린 지시는 감숙 내의 흑도 방파를 모조리 흡수하는 것이었다.


광서성(廣西省)과 광동성(廣東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도천.

그들은 주인이 없는 감숙과 청해를 손에 넣어 중원 확장을 시작하려 한다.


“최근 감숙 곳곳에서 발생하는 인신매매 사건의 배후자는 흑사방이다. 놈들은 각지의 흑도 조직으로부터 거금을 주는 조건으로 인신매매를 시켜왔지.”

“조직력이 약한 흑도 방파가 어떻게 감숙을 지배할 수 있었던 거죠?”

“녀석들이 보통 흑도가 아니라는 거겠지.”


애초에 방주부터 사도천의 일원이고, 그를 호위하는 수뇌부도 마찬가지다.


‘장부의 내용대로라면, 조만간 흑사방에서 수하들을 내려보낼 터. 그들이 오기 전까지 호혈채를 쳐서 세력을 흡수해야 한다.’


상황이 달라졌다.


작금의 무현에겐 흑사방을 전멸시킬 힘도, 세력도 없었다.


‘···아니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조금 이르지만, 머나먼 인연을 어쩌면 만나야 할 때.


생각을 마친 무현은 장부 여인에게 돌려줬다.


“어떻게 할 거지? 고작 철혈방을 없앴다고 해결된 문제라기엔 일이 너무 커졌다. 네가 강하다고 해도 결국 혼자에 불과하다.”

“······.”


무현의 말대로 여인은 혼자다.

상대는 거대 흑도 조직이자, 사도천의 일인 중 하나.

여인 홀로 감당할 상대가 아니다.


“이렇게 하지. 내가 널 고용하겠다. 물론 돈은 주마.”

“고용이요?”


무현이 답했다.


“내 목적은 흑사방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 네 목적은 감숙 내의 흑도를 전부 정리하는 것이 아닌가?”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현이 말을 이었다.


“현재 영등현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감숙을 통일할 힘도 세력도 없는 상황 속에서, 흑사방이 이곳을 집어삼키고, 청해마저 손에 넣는다면 어떻겠나?”

“···중원 전체에 혼란이 찾아올 수 있겠군요.”


그 말을 듣고 여인은 생각에 잠겼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뭐지?”

“흑사방을 없애고 감숙을 통일한다면 그다음엔 무엇을 할겁니까?”

“······.”


이윽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사람답게 살아야지.”


영등현만큼은, 흑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사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무림맹의 구원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는다.

놈들은 겉으론 정파 행세를 하지만, 본질은 위선자 그 자체니깐.

그렇다고 사도천이 좋다는 것도 아니다.

사실 둘 사이를 놓고 본다 해도, 둘도 별반 차이 나지 않는다.


“무림맹은 이곳에 관심이 없다. 사도천의 동향이나 주시하느라, 감숙의 사람들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좋든 싫든, 우리의 힘만으로 흑사방과 전쟁을 준비해야지.”

“······.”

“지금은 여러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널 고용하고자 한 것이고.”


그리 말하며 어깨를 으쓱이자, 여인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더욱 깊어진 한숨을 내뱉은 여인이 물었다.


“···얼마죠?”

“은자 열 냥.”

“열다섯.”

“열두 냥. 그 이상은···.”

“열다섯이요. 그 정도는 해야 할 거 같지 않겠어요?”

“······.”


당차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욕심이 그득하다 해야 할지.


여인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소.”


이윽고 성사된 거래.


무현은 이날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이가 없는 날이라 생각했다.


***


철혈방주의 목을 들고 여인과 함께 귀환한 무현은, 오자마자 영등현의 수장들을 모두 소집했다.

매화루부터 시작해, 적룡철방, 그리고 낭인전과 비교적 최근에 합류한 청야문(淸夜門)의 유백까지 모두 합류했다.

자신 있게 앉은 자들도 있었고, 눈치를 보다가 구석에 앉는 자들도 있었다.


“다 모였나?”


자연스러운 하대에도 아무도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이들 역시 무현이 수장을 자처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매화루주가 대꾸했다.


“네, 다 모였습니다.”


무현이 크게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철혈방을 치는 과정에서, 놈들이 장부를 발견했다. 장부의 적힌 내용에 따르면···.”


무현은 철혈방에서 있었던 내용을 자세하게 풀어서 수장들에게 설명했다.


“···해서 영등현에 크나큰 위기가 찾아왔다. 너희가 만약 흑사방이 뭐부터 할 거지?”

“관련된 조직을 찾아 모조리 죽이겠죠.”

“매화루주의 말대로, 놈들은 흑도 중에서도 잔혹하고, 무자비한 뱀 새끼들이지. 그렇다고 가만히 물릴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니겠나.”

“영등현의 세력만으로는 부족할 터. 혹, 련주께서는 방도가 있소?”


낭인전주 곽걸이 물었다.

무현이 대답했다.


“우린 외부의 조직과 손을 잡을 것이다.”

“외부라면···?”


수장들의 입이 근질근질해 보여서 무현은 손가락으로 지도의 한 곳을 가리켰다.


“이곳. 유중현(榆中县)의 일검문(一劍門)으로 가 동맹을 요청할 거다. 그들이 합세한다면 흑사방을 치는 건 불가능하지만은 않겠지.”


무현은 매화루주를 보며 말했다.


“성검련의 련주로서 첫 번째 할 일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영등현의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다.”


매화루주가 물었다.


“전부 통제합니까?”

“가능하다면 그게 좋겠지만, 할 수 없으면 최대한 늦추는 선으로.”

“난 뭘 하면 되겠나?”

“수하들에게 무공을 가르쳐라. 무공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기초 토납법(吐納法)과 외공 단련부터.”


무현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에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사업체는 전부 내려놓아라. 이건 련주로서의 명령이기 전에, 기존의 폐쇄적인 흑도 조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니. 물론, 돈벌이가 쏠쏠하니 좋다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어떤 문제가 있소?”


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역이 활성화되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지? 개인의 사사로운 영리활동에서 나온다. 그 말은, 곧 사회 전체의 공적 이익을 증진 시킨다는 의미지. 지역의 토착민들이 많을수록, 우리가 얻을 이득은 더욱 커진다. 북경(北京)에 사람이 왜 많겠나.”


북경은 대대로 황제가 기거하는 장소이니, 안전은 보장된다.

그렇게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들고, 북경의 주민들은 타 도시에 비해 매우 풍족한 삶을 살고 있었다.


“명심해라. 우리는 흑도가 아니다. 가령 인신매매나, 도박 빚으로 사채를 받거나, 마약에 손대는 놈들이 있으면 내게 찾아와 말해라. 같이 한 놈도 죽일 거고, 관련된 자들도 함께 죽여버리겠다.”


살을 아리는 살기에,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한편으로는, 흑도의 생활을 청산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겠다는 기대심도 있었다.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럼, 연무장으로 가 있겠네.”

“전 루주를 돕겠습니다.”

“나는 병장기부터 조달해 놓겠네.”


눈치 빠른 매화루주부터, 낭인전주, 최근에 합세한 청야문(淸野門)의 유백, 그리고 적룡철방의 철홍까지 모두 제 할 일 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모두 해산하도록.”


무현은 떠나는 간부들의 뒷모습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전생에는 사람이 없었고, 지금은 있다.


향후 무현이 성검련을 잘 보살펴야만 앞으로 사도천과 싸울 수 있고, 마교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 무림(武林)이라는 비틀린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무림인(武林人)이라는 광기의 산물에 대항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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