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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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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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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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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독사파(2)

DUMMY

독사방주 사공혁.


그는 영등현에서 왕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마음먹으면 영등현의 모든 여자를 취하고, 남자는 노예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의 뛰어난 지능과 제 수족을 받드는 수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피를 나눈 형제도 거리낌 없이 배신했다.


무림은 약육강식의 세계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독사방주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곳으로 간 놈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기대는 없었다.

최선이라 해 봤자 칼 맞고 돌아오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등현 전체를 통일하기 위한 원대한 과제. 그 과제가 교활함과 노련함을 잔뜩 품은 이리 무리에 의해 방해받고 있었다.


낭인전.


그들은 소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자들이다.

특히 낭인전의 주인 곽걸은, 자신도 목숨을 놓고 겨뤄야 할 정도로 강한 자였다.


그러나 독사방주는 자신이 있었다.


‘늑대를 사냥하는 방법은, 창칼 따위만 있는 게 아니지.’


그는 자신의 품에 고이 간직해 둔 비단 주머니를 살며시 만지작거렸다.


‘이걸 구하기 위해서 무려 금자 세 냥을 바쳤다.’


출혈은 크겠지만 낭인전만 치운다면, 비로소 영등현은 자신의 손아귀로 들어오게 된다.


“···피곤하군.”


수하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머리 쓰는 일은 본인이었다.


‘나머진 총괄에게 인수인계해야겠군.’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희미한 달빛만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피 냄새!’


숨을 쉬기 힘들 만큼 느끼하고 역겨운 피 냄새.

독사방주는 등골이 잔뜩 오싹해졌다.


‘습격이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마친 그는 벽에 걸린 검을 들었다.

방을 나서려는 그 순간, 창호지를 뚫고 들어온 섬뜩한 살기에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


독사방주가 할 수 있는 건 검을 휘두르는 것뿐.

그는 눈으로 살의를 힘껏 내비치며, 문밖 너머를 노려보았다.


“독사방주 사공혁. 맞나?”

“······!”


어둠 속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검은 인영의 존재.

그의 손에는 피가 잔뜩 묻은 검이 들려 있었다.


“영등현의 왕이라 자칭한 놈을 만나러 왔건만···.”


무현은 널브러진 시체를 지나쳐 독사방주에게로 향했다.

그러곤 녀석의 흉흉한 눈동자를 마주 보며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약하군.”

“···죽어!”


기회를 틈타 독사방주가 비단 주머니를 무현에게 던졌다.

비단 주머니는 무현에 적중하더니 적록색 가루를 흩날렸다.


‘됐다!’


독사방주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승리를 확신한 독사방주.


공기 중에 퍼진 가루를 맡았으니, 얼마 못 가 중독되어 쓰러질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곧 얼마 못 가 무너지고 말았다.


“산공독(散功毒)인가.”


내공을 흐트러뜨리는 성질의 독극물.

내공을 가진 무인에겐 효과가 있겠지만, 내공도 없는 무현에겐 먼지에 지나지 않았다.


“···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자, 독사방주의 눈에 깃든 여유와 오만함이 사라졌다.


“크윽-!”


악에 받친 독사방주가 달려들었다.

무현은 어림없다는 듯 녀석의 공격을 받아쳤다.


“죽어랏!”


독사방주는 허리를 쪼갤 기세로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무현은 유연하게 허리를 숙여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이 미꾸라지 같은 놈!”


독사방주는 씩씩대면서 검에 힘을 더했다.


채앵!


쇠끼리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무현의 검이 독사방주의 검을 막아냈다.


‘이것밖에 안 되나.’


탐색전은 끝났다.

막고 있는 검을 비틀어 흘려낸 동시에, 검집을 휘둘렀다.

옆구리로 들어오던 검이 검집에 튕겨 나갔다.


‘무, 무슨!’


일순간 정신을 차린 독사방주.

내공을 담은 검을 고작 검집 하나만으로 가볍게 튕겨냈다.

상대는 내공 한 줌 사용하지 않는데, 잘리긴커녕 간단히 튕겨 나갔다.


“네놈 정체가···!”

“네가 알 바는 아니다.”


무현이 말을 끊으며 검을 휘둘렀다.

급소를 노리는 서늘한 궤적이 녀석을 집어삼키는 건 한순간.


서걱-!


검이 살갗을 찢어발겼다.


“으어억!”


왼쪽 어깨에서부터 길게 쭉 베인 상처에서 핏물이 울컥 쏟아졌다.

무현의 검은 계속해서 급소를 공략해 나갔다.

어지러울 정도의 검로가 무수히 펼쳐지며 독사방주를 덮쳤다.


“끄어억!”


독사방주의 몸에 무수한 검상이 남았다.

거기다 과도한 내공의 사용으로 인한 내상으로, 상처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네놈···!”


독사방주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무현을 노려봤다.


내공을 모조리 끌어모았음에도, 이길 수 없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로. 독사방주는 무현을 죽일 듯이 쳐다봤다.


“신문하기 전에 그 태도부터 고쳐야겠군.”


무현은 발목을 붙잡고 채도를 내리쳤다.

날이 서지 않은 묵직한 일격이 살을 찢고 뼈를 부쉈다.

무현은 독사방주를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살처분 당할 돼지처럼.


“으아아아아악!”


살을 가르고, 뼈를 부수고, 근육을 찢는다.

살아있는 채로 도축 당하는 고통이 독사방주의 이성을 좀먹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그만!”


산채로 해체당하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아까 전의 악독한 인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죽음을 앞둔 돼지만이 남아 있었다.


“납치한 사람들을 어디로 팔려고 했지?”

“흑, 흑사방입니다!”


흑사방(黑蛇幇).


감숙 일대에 걸쳐있는 거대 흑도 조직이다. 인신매매, 마약, 매춘을 주 사업으로 하는 악질 조직이다. 독사파가 영등현에서 설치고 다닌 이유가 뒷배에 흑사방을 뒀기 때문이다.

흑사방과 독사파는 매우 긴밀한 관계다.

과거 흑사방이 감숙을 집어삼키려 할 때, 선두로 독사방주가 나선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이젠 다르지.’


중원 무림엔 죽여야 할 쓰레기가 너무도 많았다.


눈앞에 있는 독사방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모든 쓰레기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랬다간, 과거의 삶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깐.


“납치한 이들은 어디에 가뒀지?”

“저, 저기에 있습니다···!”


두려움 끝에, 독사방주는 인질들의 위치를 털어놓았다.

그의 이성은 최소한이라도 깔끔하고 고통 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렇게나 살고 싶었나?”

“네?”

“설마 편하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게 무슨···?”


무현은 피식 웃었다.

남의 목숨은 벌레만도 못하게 여기면서, 살기를 희망하는 저놈의 눈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자, 잠시만! 모두 성실히 대답하지 않았습니까!”

“사람들을 납치하고, 팔아버릴 때 그런 생각을 하지 그랬나.”

“······!”


독사방주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딴 벌레 새끼들 가지고···내가, 내가 방심만 하지 않았었더라면···끄아아아악-!”


무현은 바닥의 흙을 집어 독사방주의 손목에 잔뜩 비볐다.


“끄아아악! 그, 그만! 제, 제발!”


기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고통에 오히려 정신이 더 또렷해졌다.

살과 뼈를 부수는 채도의 시퍼런 날이 닿을 때마다 고통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살을 가르고, 뼈를 부수고, 근육을 찢는다.

독사방주가 할 수 있는 건 이성을 잠식한 고통에 침만 질질 흘릴 뿐이었다.


“끄어어어···! 으어어···!”


독사방주 입에서 비명과 울음이 섞여 있었다.

살고자 하는 생존 본능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에게 고통받았던 주민들, 채무자, 창기, 여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삶과 죽음의 기로 앞에선, 그 어떤 존재도 결국 무너지게 되니깐.


***


“···제, 제발 죽여줘···.”


그 말이 나오는 데까지 한 시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무겁의 고통 속에서 독사방주는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포기했다.

무현이 누군가의 고통을 즐기는 가학적인 변태는 아니다.

단지 그의 입장에서 필요한 일이었을 뿐.


“···죽었나.”


독사방주가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한 무현은 놈의 목을 베어 옷가지에 대충 둘러 싸맸다.

원하는 목표를 이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독사파에서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끼이익-!


장원의 계단을 타고 안으로 들어간 무현은 다시금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과거의 검마(劍魔)가 강호 무림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과거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


독사방주의 수급을 취한 무현은, 녀석이 말한 감옥 안으로 다가섰다.

퀴퀴한 곰팡내가 진동하는 감옥.

철장 너머론 사람들이 잔뜩 웅크리고 앉아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절망, 고통, 해탈과 같은 온갖 부정 가득한 눈동자가 어둠 속을 떠돌고 있었다.

무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현실을 막아 세우는 철장을 부수는 것밖에 없었다.


서걱-!


철장이 말끔하게 잘렸다.

그 너머로 사람들의 눈동자엔 희미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독사방주는 죽었다. 그 휘하 또한 전부 죽었다.”

“······!”


무현은 열쇠 꾸러미를 사람들 발치 근처에 던져주며 뒤돌아 입구로 걸어갔다.

열쇠 꾸러미를 받아 든 일부 주민들은 열심히 힘을 합쳐 팔다리에 찬 족쇄를 풀기 시작했다.

한참의 씨름 끝에, 모든 주민이 풀려난 것을 본 무현은 곧장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굳이 따라오라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오리처럼 천천히 무현을 따라 함께 나섰다.


그렇게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능선을 타고 흐르는 아침의 여명이 무현과 사람들을 맞이했다.


“아, 아아···!”


서로 부둥켜안은 채 해방감에 안도하고 있던 주민들 사이로, 한 여인이 다가왔다.

구정물과 때가 잔뜩 끼었지만, 숨길 수 없는 기품이 존재한 여자.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무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는 매화루(梅花樓)의 루주 일화라고 합니다. 이들을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협객 따위가 아니다.”

“그래도 은인께서 저희를 구해주시지 않으셨다면, 저희는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었거나, 어디론가로 팔려가 창기가 되었을 겁니다.”


매화루주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삼켰다.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복받쳐 그제야 터져 나오려 하는 것이다.


‘···이거 곤란한데.’


흑도의 지배 아래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일까, 자신을 도울 우두머리가 없으면 큰일이 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영등현에 사는 이들은 전부 가난했다.


300년 전 마교의 침공으로 인해, 곤륜파와 공동파가 멸문지화를 입게 되면서, 그 자리를 흑도가 꿰차게 되었다.


흑도가 자리를 잡은 동네는 절로 질이 나빠져만 갔다.

흑도의 주 수입은, 각종 불법적인 일부터 시작해, 인간이라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도 서슴지 않게 진행했다.

독사파가 얼마나 영등현의 고혈을 빨아먹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존의 권력이 사라진다면,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개싸움이 벌어진다.

그 싸움이 끊이지 않았기에, 믿었던 정도 무림맹도 등을 돌렸기에···이 모든 상황이 감숙의 주민들을 궁지로 몰고 있었다.


아직도 무현의 머릿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수가 너무 많다. 조만간 영등현을 떠나야 하는데, 내가 직접 이들을 보살필 수 없어.’


무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근처에 무림맹 지부가 있거나, 정도 문파가 있다면 깔끔하게 그들에게 인솔하면 된다.

그러나 이들은 엄연한 민간인이고, 영등현은 현재 그 어떤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할까?


흑도의 쥐새끼를 처리했더니, 갈 곳 잃은 새끼 오리들이 생겨버렸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니, 이들을 인솔하는 몫은 무현이었다.


‘이왕 구해준 김에, 끝까지 책임져야겠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무현이 말했다.


“사람을 데려오겠다. 너희들은 전부 이곳에서 내가 지원군을 데려올 때까지, 바깥으로 나가는 건 웬만하면 자제해라.”


무현이 얼추 손짓과 턱짓을 몇 번 섞어 정리하더니, 알아들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서 빠르게 흩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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