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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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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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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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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성검련(聖劍聯)(1)

DUMMY

무현은 피로 얼룩진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곧바로 낭인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도착했을 때쯤,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던 낭인전주 곽걸이 무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반가운 표정으로 달려왔다.


무현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뒷걸음질 쳤다.


“징그러우니깐, 다가오지 마시오.”

“에잉. 반갑다는 표시도 못 하나. 근데 그 모습은 뭐냐?”


곽걸이 손가락으로 무현의 모습을 가리켰다.


“독사파는 처리했소. 문제는 납치된 매화루주와 기녀들, 그리고 주민들이오. 전부 독사파의 지하감옥 안에 갇혀있어 전부 풀어줬지만, 수가 너무 많아서 부탁드리러 찾아왔소.”


그 말에 곽걸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매화루주? 얼마 전에 실종되었다는 소식은 듣긴 했는데, 독사파에 납치되었던 거였어?”

“어쨌든, 독사파는 멸문했고, 방주는 내가 죽였소. 여기 방주의 목이오.”


무현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보자기를 곽걸에게 건넸다.


“···독사방주 그놈의 면상이 맞군.”

“전주, 할 말이 있소.”

“뭔데?”


무현이 사뭇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곳 영등현에 연합을 창설할 것이오.”

“···뭐?”


그 말에 곽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변했다.


‘세상에 이런 놈을 봤나.’


연합을 창설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산골 구석에 자그마한 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문도들을 가르치는 데 드는 비용과 식비, 그리고 무공까지 많은 재물이 요구된다.


더구나 이곳은 영등현, 흑도들의 세력 다툼이 가장 거친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 흑도들이 팽배한 이곳에서 고작 삼류 낭인이 연합 창설을 지껄이며 떠들어대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우리 낭인들도 먹고살기 바쁜데.”

“독사파가 무너졌소. 이대로 다른 흑도 세력이 들어올 수도 있는데, 전주도 흑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않소. 놈들은 제 잇속을 채우기 전까지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탐욕스러운 아귀 같은 존재요.”


곽걸이 진지한 표정으로 무현의 말을 경청했다.


“···자세히 말해봐.”

“상납금 따위는 일절 없되, 상하 관계는 어느 정도 필요한 세력. 내가 바라는 건 이곳 영등현만큼은 오로지 각자가 번 돈을 애먼 곳에 뺏기지 말자는 것일 뿐이오.”

“적어도 오랜 기간을 잡아야 실행할 가능성이 있겠군.”


곽걸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곱씹다가 뒤늦게 대꾸했다.


“그래서 연합의 이름은 무엇인가?”


무현이 곽걸과 눈을 마주치며 대꾸했다.


“성검련(聖劍聯).”


***


성스러이 여기다(聖), 검(劍).


검을 성스러이 여기는 조직이라는 뜻이고, 이는 무현의 목표와 관련이 깊었다.


하지만 연합체를 상징하는 단어로 많이 쓰이는 련(聯)이 있다는 점을 놓고 본다면, 이는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와 같은 구속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곽걸은, 팔짱을 풀고 무현에게 말했다.


“삼류 낭인이 연합을 창설한다고 하니 이것 참 재밌군. 이런 촌구석 동네에 재밌는 구경거리를 볼 날이 올 줄이야.”


곽걸은 의자를 끌고 앉아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목표는 영등현의 모든 흑도 조직을 소탕하는 것뿐.”

“영등현에 뿌리내린 흑도 조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라도 있소?”

“잠깐만···그거라면 어디에다가 적어놓은 게 있을 텐데.”


곽걸은 탁자 서랍을 마구 열고는, 잠시 뒤 낡은 종이를 꺼내 펼쳐 보여줬다.


“어디 보자···일단 철혈방(鐵血幇)이랑 호혈채(虎穴砦). 철혈방은 여기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호혈채는 모르겠구나.”

“그 전에 낭인전을 독사파가 있는 장원으로 옮기는 게 어떻겠소?”


곽걸이 웃으며 대꾸했다.


“적어도 이런 촌구석보단, 공기 좋고 물 좋은 그곳이 낫겠지.”

“사람을 불러 그곳을 수리하겠소.”

“도울 일이 있으면 미리 말해. 밑에 애들도 도와줄 수 있으니깐.”

“알겠소.”

“그 전에, 이거 가져가라.”


곽걸은 무현에게 낡은 보자기에 감싼 무언가를 건넸다.

안에는 금속 덩어리 한 개가 있었으며, 전부 검게 칠한 듯한 짙은 검은색이었다.


“묵철(墨鐵)이다. 검 하나 만들 수 있으니깐 근처 홍철이 대장간으로 가서 하나 장만해 와라.”

“···고맙소.”


무현이 떠난 자리를 쳐다보며, 곽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성검련이라. 제법 거창한 이름이군.”

“전주. 그래도 삼류 낭인인데, 너무 기대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 삼류 낭인이라는 자가 상처 하나 없이, 독사파를 없애버렸다. 너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혹 어디서 좋은 무공을 배워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기대되지 않겠어? 삼류 낭인이 세운 문파라니.”


곽걸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조금 전에 련주님이라면서요?”

“두 놈을 쓰러뜨린 뒤에서야 련주다. 지금은 일개 낭인이고.”


곽걸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성검련이라···이름도 참 거창하군.”


***


철혈방을 치기 전, 대장간을 방문할 필요가 있었다.


영등현에서 대장간이라 하면, 한 군데밖에 없지만, 그곳만큼 뛰어난 곳은 적어도 감숙 내엔 없었다.


적룡철방(赤龍鐵坊).


곽걸이 말한 철홍이라는 자가 운용하는 대장간이다.

곽걸이 묵철을 준 것을 생각한다면, 그가 묵철을 다룰 수 있는 장인일 것이다.


주로 검이나, 도를 다루는 대장간.


흑도는 복잡한 무기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점을 놓고 본다면, 검이나 도는 다른 병장기들에 비해 다루기 쉬운 편에 속했다.


딸랑-!


“어서···무현이 네가 웬일이냐?”


예상외의 손님이 대장간에 온 것이 의문이었는지, 여기저기서 눈빛이 쏟아졌다.


무현이 대장간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병장기 만들러 왔다.”

“병장기는 무슨 이유로? 저번에 검 하나 사고 가지 않았어?”

“몇 놈 조지는 데 써서. 거의 부러지기 직전이다.”

“···뭐?”


무현은 허리춤의 검을 검집과 함께 건넸다. 검을 면밀하게 살피던 그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지간히도 험하게 다뤘나 보네. 이도 다 나가고, 특히 손잡이는 거의 빠지기 직전이구나.”

“상대가 상대여서 좀 험하게 다뤘다.”

“누군데?”

“독사방주 사공혁.”

“뭐?!”


적룡철방의 일꾼들이 헉! 소리를 내며 놀랬다. 적룡철방의 부방주인 우공이 말했다.


“자네를 폄훼하려는 건 아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삼류였던 자네가 어떻게 독사파를 쓰러뜨렸는가?”

“운이 좋았소.”


우공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참 반가운 소리군, 요새 독사파 놈들이 하도 성을 부려서 곤란했는데.”

“그나저나 철용이 형님은 안 계시오?“


이때, 바깥에서 소란이 일자 적룡철방의 주인인 철홍이 나왔다.


철홍은 사내다운 면모가 가장 짙게 드러난 자였다.

철방의 주인답게, 팔뚝이 남들의 배 이상으로 두껍고, 곳곳에 화상 자국이 있었다.


“무슨 소란이냐···응? 무현이 아니냐?”

“오랜만입니다, 형님. 그간 무탈하셨는지요.”

“뭐, 겸사겸사. 그나저나 주변에 널린 게 병장긴데···주문 제작을 맡기러 왔냐?”

“재료는 가져왔는데, 이게 형님밖에 다루지 못한 것이어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철홍이 팔짱을 풀고 말했다.


“줘봐라.”


무현은 손에 든 보따리를 철홍에게 건넸다. 철홍은 보따리 안의 묵철을 꺼내 천천히 살피고는, 두들기거나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상품(上品)의 묵철이군. 잘만하면 제대로 된 검 한 자루는 장만할 수 있겠어.”

“가능하겠습니까?”

“대장간의 주인이 묵철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나가 뒈져야지.”


철홍이 헛웃음을 픽-! 하곤 턱을 쓸어내렸다.


“혹시 구체적인 구상도라도 있나?”

“무게는 두 근 반, 검날의 길이는 4.5척 정도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흠. 그 정도면 사철(沙鐵)을 섞어 무게를 맞춰야 하는데, 괜찮겠냐?”


무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철홍이 눈빛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구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무현은 팔짱을 낀 채로 철홍을 납득시킬 만한 짧은 대답을 궁리했다.


“독사파를 치는 과정에서, 놈들이 납치한 사람들을 봤습니다. 개중엔 매화루의 기녀들과 루주도 함께 있었습니다.”

“루주가 거기에 있었다고?”

“그래서 형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무현은 곽걸을 만났을 때와 똑같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이곳 영등현에 세력을 하나 창설할 겁니다. 낭인전주를 포함한 낭인전, 그리고 매화루주의 매화루 또한 같이 합세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거기에 나도 들어가라?”


철홍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목적은?”

“적어도 이곳만큼은 흑도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영등현의 기녀와 낭인, 주민들이 합세하여 지키고자 합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보냐?”


철홍은 헛소리 말라며 눈썹을 찌푸렸다.


“낭인전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들은 소수다. 매화루의 기녀들은 무공 하나 익히지 않는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주민들은 어쩌고? 피죽 하나 제대로 못 먹어서 빌빌 기는 놈들이 대부분이다. 그건 어떻게 책임질 거냐?”


무현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들에게 무공을 가르칠 생각입니다.”

“···뭐라고?”


철홍이 팔짱을 푼 채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설마 독사파의 무공을?”

“적어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가르칠 생각입니다.”

“···네 말대로 우리가 네 아래에 들어간다 치자. 그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있을 게 있더냐?”


무현은 혼란스러워하는 철홍을 지그시 한 번 보며 답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 그리고 여벌의 목숨입니다.”

“정보와 여벌의 목숨이라···.”


철홍은 턱을 쓸어내리며 한참을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참의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돈은 받지 않겠다. 대신 이거 하나만 약속해다오.”

“말씀하십시오.”


철용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대꾸했다.


“적어도 이곳만큼은, 사람들이 모여 평화롭게 살아가는 동네로 만들어 줄 수 있느냐?”


무현이 그의 눈빛을 바라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만들겠습니다.”


***


- 임시지만, 이거 한 자루 가지고 가. 가서 흑도를 쓸어버리고, 네 목적을 이뤄라.


적룡철방에서 가져온 검 한 자루와 피 묻은 도복 그대로 입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철혈방.

이곳 영등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흑도 조직으로, 잔혹함만으로는 독사파도 한 수 접을 정도였다.


주 사업은, 인신매매.

사람들을 납치해 색(色)을 좋아하는 놈들에게 팔거나, 노예로 삼아 부려 먹는 악질이다.

철혈방은 타 흑도들과 달리, 체계적인 조직력을 가졌다.

이는, 철혈방을 세울 때 혈맹이라는 강령을 내세우며 세웠기 때문이다.


무현은 철혈방으로 걸어가면서 틈틈이 건곤신결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건곤신결은 무공이 아니다.

육체를 단련하고, 그릇을 단단하게 다지는 수련법이다.

그래서 이렇게 걸으면서도 건곤신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세 시진을 걸었을 때, 나무들 사이로 붉은빛이 아주 환하게 비쳤다.

무현은 불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피 냄새?’


무현은 걸음을 재촉했다.

우거진 수풀과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며 불에 다다르자, 그곳엔 시체들이 널려져 있었다.


‘하나같이 베이고 찔린 상처. 전부 일격으로 죽였군. 상당한 실력자다.’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피 냄새가 이전보다 짙어지더니 이어서 안쪽에서부터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누가 방주랑 싸우고 있는 건가?’


정말 싸우고 있다면, 어느 정도 수하를 대동한 채 싸우고 있을 터.


흑도방파가 조용한 것은, 애초에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물론, 이것은 예측이라서 아직은 반신반의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거리가 너무 먼 탓에 자세히 보이지 않았으나,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니 병장기 소리가 뚝 끊겼다.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먹물을 흩뿌리는 것처럼, 창호지에 피가 잔뜩 튀었다.


‘대체 누구지?’


무현의 기억대로라면, 철혈방의 붕괴는 급속도로 확충된 인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내부 분열로 인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느껴지는 인기척으로 보건데, 상대는 단 한 명 뿐이었다.


무현은 희미한 등불에 의존하며 발걸음을 계속 옮겼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서서히 불빛이 확장되어 드러나다 싶더니, 이윽고 발소리의 근원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무현은 발걸음을 멈추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눈앞의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마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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