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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백님의 서재입니다.

AI로 기레기 탈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0백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2:01
최근연재일 :
2023.05.21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95
추천수 :
0
글자수 :
98,767

작성
23.05.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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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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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94년생 기자 모임...선넘는 나채연과 내기

DUMMY

그 뒷문으로 따라 들어가자 류지환 과장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옥상으로 가는 계단 쪽에서 말소리 흘러나왔다.


"에이.씨! 옥상.이 잠겨. 있네!"


시간 감속 스킬 때문에 말소리가 조금씩 느리게 들렸다.

탁!


손가락을 튕기자 제대로 말소리가 들려왔다.


고진호 대표와 류지환 과장은 계단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추기원은 옥상으로 가려면 '>' 형태의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그 둘의 시야에서 최대한 보이지 않게 계단에 바짝 다가섰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류지환 과장의 비명이 들려왔다.


“커억-!”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노동청에 신고가 들어간 것도 모자라...! 벌써 기레기놈들이 냄새 맡고 묻고 있냐고! 대답해, 복날 개처럼 낑낑대지 말고!”

“대, 대표님... 외람되지만 더 이상 직원들에게 이 이상의 노동 강도도 말도 안 됩니다... 이러다가 또 과로로 사람 쓰러져서 민원이 들어오면 언론이나 노동청도 막기 힘들 겁니다. 앞전에 말씀드린 조간 일보뿐 아니라 다른 매체들도 벌써 냄새를 맡은 듯합니다...”

“하아...”

“벌써 밀린 소송 중인 산재처리만 3건... 송 이사님도 하나만 더 터지면 막기 힘들 거라면서...”


송 이사? QT홀딩스 송 이사라면 판사 출신 송치윤 이사 말하는 건가.


퍼억.


“끄윽-!”


[마나가 감지 됩니다]

[고진호 대표에게 마나가 요동칩니다]


일반인도 소량의 마나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새끼는 정관출신이라고 더럽게 돈, 돈, 돈 거리더니 제대로 처리하는 게 없어!

잘 좀 하자고. 내가 일 시키는 게 어려워?

그냥 부리기만 하라고. 부리기만!”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벽을 치자 건물과 철제로 된 계단 손잡이가 부르르 울렸다.


고진호 대표가 헌터였다니!


[마나 출력량을 보아 최소 강은서 팀장과 동급입니다]


“잘못 터지면 어렵게 잡은 헌터협회랑 업무협약도 끝이야! 책임져야 할 걸세.”

“죄, 죄송합니다.”

“쯧.”


포옹-


포션의 특유 개봉 소리가 들리며 뭔가 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진호 대표가 류지환 과장에게 체력 포션을 들이부은 것 같았다.


“가, 감사합니다.”

“요즘 애들은 매가리가 없어. 고작 주에 몇 시간 더 일했다고 픽픽 쓰러지기나 하고. 쯧쯧.

오늘 저녁 회의까지 어떻게서든 방법 마련해 와.

이번 달 목표한 생산량, 자네 손으로 직접 쓴 거야. 어떻게든 해내.”


고진호 대표가 계단을 내려오는 듯하자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고진호 대표가 기자들이 모여있는 회의실로 들어가는 걸 보자마자 세 계단씩 뛰어서 올라갔다.


옥상 문 앞에는 꽤 넓은 공간에 의자까지 있었다. 류지환 과장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붉은 포션으로 옷이 젖어있었다.


“류지환 과장님! 괜찮으십니까?”

“어, 어. 박 기자님. 제가 어제도 밤을 세서 그런지 잠깐 어지러워서...”


류지환 과장을 의자에 앉혔다.


붉은 포션이 그의 양복에 물들어 있었다. 잘못 보면 핏자국인 줄 알 것이다.


내가 그 붉은 자국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제야 류지호나 과장은 제 모습을 봤다.


“대, 대표님이 주신 포션인데. 제가 넘어져 버리는 바람에 깨졌습니다.”

“혹시 사이즈 몇 입으세요. 105 입으세요?”

“예? 아... 예.”

“저도 마침 딱 105네요.”

“기, 기자님. 이러실 거 없습니다. 진짜 포션 자국입니다.”

“발제 지옥에 갇힌 기자들이 아래 싹 깔려 있습니다. 정말 괜찮으세요?”

“...”


내 캐주얼 자켓을 벗어서 그에게 건넸다.

류지환 과장이 건넨 내 손을 붙여 잡았다.


“기자님, 혹시 이거 기사 나가시면 안 돼요. 정말 저 죽습니다. 제발 부탁드릴게요.”

“...”


이 사람은 고통 때문에 미간이 찌그러져 있는 데도, 기사 걱정을 하고 있다.


“이것만큼은 비밀로 지켜드릴게요. 대신 하나만 약속합시다.”

“아... 그렇죠. 예. 요즘 이슈가 많아 매체 홍보비로 넉넉하게 잡아놔서 여유가 있습니다. 회사 쪽으로 공문 주시면 저희가...”

“아뇨. 얼른 병원부터 가세요. 포션이 만병통치약도 아닌데.”


류지환 과장은 푹 고개를 숙였다.


뚝. 뚝.


눈물이 미처 흡수되지 못한 붉은 포션과 함께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마음 추스를 때까지 류지환 과장 옆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켰다.


출근하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하루가 너무 길어 퇴근만 기다려지는 그런 날이.


***


다음 날은 오랜만에 사무실로 출근했다.


연종합 뉴스에 올라오는 이슈를 팔로우하며 기사를 쳐냈다. 부장과 얘기하면서 오후를 보내니 벌써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다.


“박영아, 나 저녁 미팅이 있어서 먼저 간다.”

“예예. 살펴 좀 가십시오.”

“오냐, 넌 가다가 확 자빠져라.”


사무실을 살펴보니 나밖에 남지 않았다. 국장도 사장도 모두 미팅 중. 석달 뒤 창립기념일을 있어 영업 씨뿌리기에 한창이다.


“어후. 장한규 헌터님 아니었으면 허덕일 뻔했네.”


은행이나 대기업들이 주는 돈에 비하면 높은 수익은 아니지만 그래도 밥값 했다 안도할 정도의 실적.


아직 석달이나 남았으니 여유로웠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단톡방이 울리기 시작했다.


-오늘 만나는 거지?

-당연. 정모인데.

-장한규 인터뷰 딴 박영영이! 이번 주 모임 주인공이잖아! 한턱 쏴야지.

-장한규 헌터 기사를 단독으로 냈는데! 당연히 쏴야지.

-장안의 화제였지. 나였으면 2차까지 쏜다.

-ㅇㅈㅇㅈ


아 저녁에 오늘 94년생 헌터부 기자 정기 모임이 있었다.

누가 기자놈들 아니랄까 봐. 바람 넣으며 내 지갑을 노리고 있었다.


단톡방은 23명이나 됐다.

모두 연차는 달랐지만 신설된 헌터부로 넘어오면서 모두 이 업계는 길어봐야 2년차였다. 윗세대야 규율이 쎄서 연도별로 선후배가 존칭이 필수였다만.


MZ 턱걸이인 94년생인 우리는 다 친구로 편하게 지내기로 했다.


-내 중지가 그런 기능도 있었냐. 약 팔이 ㄴㄴ


내 한 문장에 몇놈이나 징그럽게 달라붙었다.


-쏴야지. 니가 쏘면 내가 2차는 쏜다.

-이럴 때 안 쏘면 재수 옴 붙어. 취재원 다 도망간다.

-ㅇㅈㅇㅈ

-나였으면 참치 쐈다. 참치! ㅊㅊ! ㅊㅊ!

-박영영, 돈 없으면 이 누님이 쏘고ㅋ


돈도 없는 놈들이 홍보팀한테 비싼 거 얻어 처먹더니 정신줄까지 놓은 모양이었다.


참치라니 택도 없다.


영등포 오겹살 맛집으로 장소 올렸다.


-와아아아!

-박영! 박영!

-가장 비싼 고기만 먹자.

-먹고 죽자!

-겨우 오겹살?ㅋ

-난 맛있겠는데 오겹살 ㅎㅎ

-규하는 오겹살에 진짜 잘 먹더라.

-ㅊㅊ!ㅊㅊ!


퇴근하고 단톡방에 올린 오겹살 집으로 향했다.

오겹살집에 들어갔을 땐 기자놈들이 벌써 득실득실했다.


심지어 오겹살 집에서 블링블링한 꽃등심으로 세팅까지 끝마쳤다.


미팅에 취재 핑계로 잘 얼굴을 비추지도 못하는 몇놈까지 보였다.


"오오오. 다들 박수!"

"와아아아아. 박영! 박영!"


물개 떼마냥 박수 치는 기자들.

그들 테이블을 보자 웃음이 안 나올 수 없었다.


“다 빠져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

“장한규 헌터 취재한 기자 만나러 간다니까 보내주던데?”

“어후. 우리 부장이 따라온다는 거 겨우 말리고 왔다.”

“나는 녹음까지 따오라는 밀명까지 받았다. 너 우리 매체로 이직할 생각 없냐?”

“야! 우리 박영영이는 조중동 와야지. 어때? 조중동 중에서 최고인 조간일보 어때?”

“어허. 조중동에서 최고는 동한일보지. 어딜 조간 따위가.”


흐뭇하게 모여든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꽃등심을 미리 시켜났겠다?”

“이미 시킨 거다! 일단 구워! 환불도 못 하게!”

“굽자!”

“침 뱉어!”


촤아아아악-

치이이익-

치익-


장관이었다.

4개 되는 불판에 고기를 굽는 기자들의 모습.

마치 김일성 탄생일을 맞이한 북한 동무들처럼 각 맞춰 굽기 시작했다.

야무지게 가장자리에는 양파와 버섯, 양념 콩나물을 플레이팅했다.


숱한 회식과 미팅으로 담그질된 솜씨들이었다.


"... 그래. 많이들 드셔요."


이달도 손익분기점이 수익도 0으로 수렴할 것 같았다.


고기가 불판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졌고, 누르스름한 소맥이 잔을 채웠다.

이번 모임의 키워드는 당연 장한규였다.


“조중동도 개무시하던 장한규 헌터 인터뷰 어떻게 따낸 거냐.”

“그냥 뭐 발에 땀이 나게 돌아다녔지.”

“좀 자세하게 말해봐!”

“그러니까...”


당연히 장한규 헌터의 주요 정보는 말할 생각이 없었다.

대충 이야기를 버무리고 중요한 알맹이는 빼는 식으로 말하자,


“오오!”

“그래서 그래서? 뭐가 더 있을 거 아니야.”

“그랬던 거구만. 역시 근성 하나는 너 못 쫓아간다.”

“1년 동안 개고생한 보람이 있네.”

“나도 이제 한 놈만 판다. 우리 박영이만 파야겠다!”


홍보팀이랑 헌터들이랑 굴러먹더니 애들이 리액션 화력이 장난 아니었다.

이러다간 통장 비밀번호까지 털릴 기세였다.


“자자, 내 얘기는 이쯤하고. 규하는? 안 보이는데?”

“임규하? 오늘 당직이란다. 선배가 갑자기 바꿔 달라고 했다나...”


쩝.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너네는 좀 어떤데. 넌 A급 진유한 헌터 만났다며. 쓸 거리가 돼?”

“영아, 말도 마라. 이번에 진유한 헌터가 글쎄...”


카더라 통신의 헌터 업계 썰과 반쯤 개소리인 저널리즘 논평이 오갔다.


고기 굽는 소리는 잦아들고 술잔 부딪히는 소리와 말소리만 커져 갔다.


“야 한 대 빨러 가자.”

“그래.”


담배 피우자는 말 한마디에 내 옆자리가 텅텅 비었다.


혼자 있자 잡생각이 다 난다. 만성질환처럼 달고 사는 두통이 찾아왔다.

생각을 지우기 위해 핏기 가시지 않은 고기가 달궈진 불판에 올랐다.


핏물이 뚝. 뚝.

이 고기는 역할 것 같았다.


“포션 색이랑 똑같네.”


[박영 기자님...]


잔을 들고 입안에 털어버렸다.


꿀꺽-


쓰다. 소주는 오질라 게 쓴데.

헌터가 된 이후로 술에 잘 취하지도 않는다.


대체 왜, 고 대표는 사람을 쥐어짜지 못해 안달일까.

성장 계획 때문이라고 했다.

헌터의 성장. 근로 강행. 산재처리.


소맥을 단번에 털고 나니, 조간일보 다니는 나채연이 어느새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 풀린 거 보니 벌써 많이 마신 듯했다.


“영영아, 제로야. 우리 제로.”


이 새끼는 단톡방에서 은근 긁더니, 술만 먹으면 개처럼 긁어댄다.


“뭘 보냐.”

“그딴 알맹이 없는 말 말고. 제대로 말해달라고, 제로야.”


난 대답하지 않고 글라스에 따른 소주를 따라 마셨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오. 매체가 힘도 없어서...

푸흡. 기사 50개나 써대고 있던데. 그 정도면 홍보 대행사 차려야 하는 거 아니냐.

제로야, 내가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거라니까아?”


익숙하다. 이런 취급 익숙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하다.

회사에서는 보도 자료도 다 돈이 된다고 다 쓰기 원하고.

정작 기자나 홍보 업계에서는 기사가 아니라 홍보팀 아니냐고 욕먹고.


세상이란 게 열심히 한다고 다가 아니다.


그래도 웃는 자가 일류라고 하지 않았나.


난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니가 말한 말도 까먹었냐. 니 채연아. 니 입으로 말했잖아. 요즘 매체 명이 아니라 기자 기사 따라간다고.”


타악-!

나채연이 술잔을 부실 듯이 내려놓으며 일어나자 분위기가 싸해졌다.


“야 씨발. 그것도 어느 정도 급이 맞는 매체 이야기지, 제로야.

아무리 그래도 중소 매체한테 조중동이 밀리냐고. 어떻게 따냈는지 그 팁을, 팁만 알려달라는 거잖아. 친구야.”

“적당히 하지?”

“새끼. 운 좋게 인터뷰 하나 얻어걸리더니 존나 비싸게 구네.”

“야야. 채연아 그만해. 얘 누가 이렇게 멕였냐. 누구야!”

“몰라. 아까 전부터 혼자 먹던데.”


나채연은 자신을 잡은 기자들을 뿌리쳤다.


“잡지 마아!”


씩씩거리는 걸 보면 뭐가 그리 분한 걸까.


어이가 없었다.


이래서 기를 쓰고 장한규 헌터 인터뷰도 따냈다.

뭐 좀 바뀔까 기대 안 했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런데도 바뀌지 않는다면,


“왜? 너는 물 먹었는데 내가 따내서 분하냐.”

“...뭐?”

“그러게, 적당하지 말지 그랬어.

잠도 안 자고 발발 뛰어다녔어야지.”


나 건드는 놈들 죄다 물어뜯으면 된다.


작은 소리로 고트에게 뭔가 하나를 주문했다.


[...]

[...]

[좋은 생각이십니다!]

[나채연 기자,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다 털어오겠습니다]


“나도 내가 기자라 생각 안 해. 보도자료 50건 60건 쳐내는 게 뭔 기자냐, 홍보팀이지.

근데 나채연, 넌 뭐 단독이라도 쓴 거 있냐. 너가 이제 5년차?”


엘리트에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나채연.

그녀의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으로 알려져 있다.


입사 처음부터 전기차 브랜드 SUV를 끌 정도로 재력이 빵빵했다. 동기의 부러움을 샀고 SNS에 올라오는 그녀의 인생이 부러웠다.

그녀는 좋은 대학에, 어학연수에, 메이저 언론까지 입사했다.


탄탄대로였겠지.


하지만 메이저 언론은 돈과 복지가 높은 대신, 단독에 대한 압박이 심했다.


그러던 중 국내 최고 헌터인 장한규 헌터의 인터뷰를 듣보잡 중소매체에 빼앗겼다?

그것도 보도자료는 우리 매체에만 단독으로 제공한다?


이것만으로도 시말서 감이었다.

기자 업계도 박 터지게 치열한 사회였으니.


"야 박여영! 지껄이면 다인 줄 알아앗!"


근데 그거야 니 사정인 거고.


[박영 기자님 알아냈습니다]

[나채연 기자의 기사 중 ICT 기업 QT홀딩스가 눈에 띄입니다]

[나 기자의 가사 중 최근 QT홀딩스 이슈는 과로로 쓰러진 직원]

[특히 마지막 기사에서 팩트 문제로 고소 시비가 걸렸습니다]

[조간일보 측에서 기사를 톤 다운 하는 걸로 일단락됐습니다]


아, QT홀딩스.

머리가 맑아진다.

알겠다. 오늘 진짜 기분 더러웠던 이유를.


“이채연, 너 이번에 QT홀딩스 기사 쓰다 고소 먹었다며. 매체가 막아주느라 고생했다던데.”

“너, 너가 그걸 어떻게!”

“오늘부터 나도 그거 팔 거거든.”


지랄맞은 나채연 성격 덕에 길이 잡혔다.

다음 취재 기사가 정해졌다.

헌터이자, QT홀딩스 대표 고진호.


“한번 붙어보자고. 매체 명 떼고 기자 대 기자로.”


나채연은 벙찐 얼굴로 쳐다봤다.

은근 사람 깔보고 급 나누는 나채연에게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왜 쫄려?”

“내가 무슨 너 같은 지잡대한테...! 한다고 해!”

“좋아. 여기 너네가 공증서는 거다. 지잡대랑 언론학과 원탑인 한국대가 붙는 걸로.”


나채연이 옆에 있던 아무 글라스를 들더니 원샷 때렸다.

그녀는 취기에 기대 악을 질렀다.


“승부면 이기고 질 때 리스크가 있어야 하지 않아? 지면 뭐 해줄 건데!”

“지잡대인 나한테 가지고 싶은 게 있나 봐?”

“장한규 헌터와 인터뷰! 너가 책임지고 자리 주선해!”

“하... 주선할 일 없을 거다. 안 질 테니까.”

“이이...! 너도 걸어!”

“글쎄, 나는 너한테 딱히 얻을 게 없어서.”


모욕이다. 정보로 승부 보는 기자한테 얻고 싶은 정보가 없다.

나채연은 귀까지 붉게 물들었다.


“내가 만약에 지면 뭐든, 그게 뭐든 들어줄 테니까. 당장 말해라고!”

“진짜? 뭐든?”


그녀에게 갖고 싶은 게 하나 있다면...

집.

여의나루 인근에 이어진 한강뷰 오피스텔. 근처 아파트는 부동산 대침체기에도 40억을 호가하던 알짜배기 땅 위에 선 집이었다.


SNS에서 올려놔 열심히 구경했었다. 언젠가 나도 저런 집에서 살고 싶었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내기 한 번에 집을 건다?

말도 안 됐다.


말도 안 되고, 말고. 흐흐흐.


니 무덤 니가 팠다, 채연아.


글라스에 소주 한 병을 가득 따르고 쭉 들이켰다.

끝맛이 씁쓸한 게 일품이었다.


“난 그만 일어나야겠다. 취재 때문에 바빠서.”


또 발이 땀나게 뛰어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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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기레기 탈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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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공지 : 오후 8시 23.05.10 12 0 -
16 게이트에서 밀착 취재(1) 23.05.21 10 0 13쪽
15 미니 연봉 협상 23.05.20 11 0 14쪽
14 기묘한 동거 23.05.19 13 0 14쪽
13 이제 그 집은 제껍니다 23.05.18 15 0 14쪽
12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3.05.17 14 0 15쪽
11 B급 고진호 헌터와 계약서 체결 23.05.16 17 0 16쪽
10 QT홀딩스 취재(2) 23.05.15 14 0 15쪽
9 QT홀딩스 취재(1) 23.05.14 14 0 14쪽
» 94년생 기자 모임...선넘는 나채연과 내기 23.05.13 18 0 16쪽
7 B급 헌터 강은서 팀장 23.05.12 17 0 15쪽
6 날로 먹는 밀착 취재...F급 심자형 헌터 취재 23.05.11 17 0 16쪽
5 SS급 장한규 헌터 인터뷰 최초 공개(2) 23.05.10 22 0 13쪽
4 SS급 장한규 헌터 인터뷰 최초 공개(1) 23.05.10 33 0 11쪽
3 발로 뛰는 밀착 취재(2) 23.05.10 20 0 13쪽
2 발로 뛰는 밀착 취재(1) 23.05.10 25 0 14쪽
1 보도자료 기계...헌터로 각성 23.05.10 36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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