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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기레기 탈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0백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2:01
최근연재일 :
2023.05.21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96
추천수 :
0
글자수 :
98,767

작성
23.05.10 12:49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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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SS급 장한규 헌터 인터뷰 최초 공개(1)

DUMMY

게이트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게이트에서 귀환한 헌터들의 안색은 좋지 않았고

게이트에 대해 입을 열지도 않았다.


헌터협회와 정부부처인 헌터국을 통해서만 극히 일부 알려졌다.


두 기관에 따르면 게이트는 고유의 서사를 가지고 있고

그 고유 서사는 헌터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언론에 알려진 건 이 정도뿐이다.


[...?]

[...!]

[...?]

[...!]


하아. 이 생각마저 시끄러운 스킬이...!


"뭐야. 뭔가 문제인데?"


설마...


"나랑 게이트로 같이 들어 올 줄 몰랐던 거야?"


[....!]

[전 챗GOT입니다!]

[인간이 연산, 연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단 몇 초 만에...]

[할 수 있지만]

[왜 저 챗GOT가 여기 있는 거죠?]

[챗GOT는 이런 데에서 개죽음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박영 기자님은 죽을 겁니다]

[눈먼 몬스터에게 객사하실 겁니다]


이상하게 고트만 보면 열의가 불타오른다.


하필 헌터가 됐는데 있는 게 이딴 스킬뿐이니!


헌터 협회에 간다 쳐보자. 소개부터가 난관이다.


-아 저도 헌터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처음 뵙는 얼굴입니다? 저는 대기업 소속 헌터입니다 혹시 어느 능력이 있는지 실례가 안 된다면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기자입니다. 스킬은 챗봇 하나 있습니다

-아...

-...

-...


진짜 헌터라고 말하고 다니기가 창피하다.


그래도 신기한 게 고트와 이야기하고 나면 긴장이 싹 풀린다.


하기야 대한민국 최고 국가권력급 헌터가 뭐가 꿀리겠는가. 이번 게이트도 다 처리해놨겠지.


SS급 규격은 부모 잘 만나 돈으로 대학교 졸업장을 따는 일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게이트 안으로 나아가자 긍정은 확신으로 변했다.


몬스터들이 난자돼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사체 위로는 벚꽃이 피꽃으로 피어나 있었다.


"되게... 뭐랄까."


싸늘한 현장이었다.


[장한규 헌터는 잔혹합니다]

[몬스터 형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난자해 놨습니다]

[보통 부산물 처리 때문이라도 사체는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게 정석입니다]

[장한규 헌터는 시민들에게 영웅이라 불립니다]

[영웅은 모두 잔혹한가요?]


"분노 때문이겠지. 넌 모를 거다. 매일 자신이 혐오하는 일을 하는 게 어떤 건지."


[...?]

[...!]

[완벽히 이해했습니다]

[장한규 헌터에게 몬스터란 보도자료군요]

[아.아.]

[어쩌면 말도 더럽게 안 듣고, 고집불통인 상사를 매일 보는 일과도 같은 걸 겁니다]

[99.99% 이해 완료했습니다]

[더 찢어갈기지 않다니 역시 영웅은 영웅이군요]

[저 챗GOT였다면 상사를...]


"앞담화는 그쯤하고. 동선 좀 따봐. 갈림길이야."


[찢어갈...]

[칫]

[오른쪽에는 생체 반응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왼쪽입니다]


고트의 말대로 왼쪽 갈림길로 나아가니 멀리서 둔탁한 음이 들렸다.


막힌 동굴에서 손 튕기는 소리가 은은하게 메아리쳤다.


장한규 헌터다!


병장기와 몬스터 괴성이 잦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괜히 다가가다간 적당히 칼빵 맞은 몬스터가 나를 노릴 수도 있다.

그러면 골로 갈 게 분명했다.


몬스터 괴성은 곧 잦아들었다.


"그만 나오지. 쥐새끼마냥 숨어있지 말고."

"알고 계셨습니까?"

"어쭙잖은 헌터 하나가 들어온 걸 느꼈는데... 또 자네군?"


[장규한 헌터가 박영 기자를 딱히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무모하다고 생각합니다]

[우호도 : 호감]


"헌터라고 하나 비전투직이면 게이트에서 일반인이나 다를 바 없어.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

"게이트도 못 들어온 헌터로 취급받기 싫어서요.

그리고 국가 권력급 헌터가 있는데 설마 무슨 일 터지겠습니까."

"터져. 게이트는 그런 곳이니까."

"걱정해 주시는 겁니까."

"걱정은 무슨. 눈에 띄지 마."


쓰읍. 이게 아닌가.


"애먼 몬스터에게 들키면 나도 자네의 목숨을 장담 못 하니."


[장규한 헌터가 제법 강단이 있다며 좋아합니다]

[한편 장 헌터는 짐 덩이인 당신을 귀찮아합니다]

[우호도 : 호감]


아.

k-아버지들이란.


장한규 헌터는 몬스터가 나타나면 시간 감속을 내게 걸어줬다.


그의 말마따나 기자 헌터는 좋은 피지컬이 아니었지만

시간 감속 덕분에 느려진 몬스터들을 피하기 쉬웠다.


"큼..."

"비염이 심하신가 봅니다. 그런데 헌터도 비염이 있습니까."

"꽃가루 알러지. 그중 벚나무가 제일 심하지."

"..."

"누에처럼 꿈틀거리지 말고 일어나지. 큼. 게이트 중심부야. 정신 똑바로 차려. 이 게이트의 서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


게이트 서사.

긴장과 동시에 설레왔다.


이때만큼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나만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기사로 풀었을 때 날 선 정보가 된다.


생각만으로도 전율이 오른다.

이 맛에 내가 기자를 포기 못 하나 보다.


걷다 보니 음침하던 게이트 내부는 사라지고 풀밭이 나왔다.


"음? 벌써 여의도 공원으로 나온 건가요. 생각보다 별거 없습니다...?"


굳어진 얼굴로 풀밭을 바라보는 장한규 헌터.

그제서야 내 말에 모순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여의도 공원에 풀 한 포기도 자라나지 않는다.


풀밭 중심부로 벚나무가 소나무처럼 굽이치며 뻗어나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분홍 벚꽃잎이 만개해 있었다.


그 아래 꽃놀이를 나온 듯 펼쳐진 돗자리와 두 여인이 서 있었다.


벚꽃 가지를 들고 있는 회색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와 봄꽃을 닮은 원피스를 입고 중년 여인이 서 있었다.


우리를 발견한 듯 젊은 여자가 무어라 말하며 손짓했다.


입 모양을 따라 해보니,


'아빠...?'


그 손짓은 장한규 헌터를 향해 있었다.


"..."


그의 주변으로 벚꽃이 사무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타악-


장한규 헌터가 손을 튕겼고


타악-


다시 손을 튕긴 소리가 들었을 때, 장한규 헌터는 사라져 있었다.


어느새 장한규 헌터는 벚나무 밑에서 무릎 꿇고 앉아 있었고, 두 여인은 풀밭에 고요히 쓰러져 있었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내가 인지하지 못한 그 공백 속에서 어마어마한 시간이 흘러갔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게이트가 클리어됐습니다]


내가 다가가자 장한규 헌터가 알러지가 다시 도진 거 같았다.

들썩거리는 어깨가 멈추지 않았다.


"크흠...자네 말대로. 큼... 별일 없이 게이트가 끝났네."


장한규 헌터의 뜨겁게 흐르는 눈물자국만이 강도 높은 시간이 흘렀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 두 분은..."

"사람이 아니야. 이렇게 보여도 몬스터다. 게이트 서사라는 게 지랄 맞은 편이거든."


사체를 난자해 놓은 몬스터와 달리 두 여인은 오직 심장에만 구멍이 나 있었다.


일격에 처치한 거다.


젊은 여자는 나보다 네다섯 살은 더 어려 보였다.


나는 내 겉옷을 벗어 그 텅 빈 구멍 위를 덮어주었다.


"큼...처음 겪는 일이라 모르나 본데. 이럴 필요 없어. 크흑...내 딸...과 아내는 1년 전에 죽었으니."

"묻어지십니까..."

"...빌어먹을 알러지. 코를 막더니 내 눈까지 뿌옇게 하네."


아프다.

보는 나도 이렇게 아픈데. 당사자는 오죽할까.


장규한 헌터는 매번 이런 게이트의 서사를 하루에도 수번 씩 겪어왔을 거다.


영웅이었다.


"헌터님은 벚꽃이 지옥이었죠?

제 지옥은 기사였습니다."


아직까지 난 제대로 된 기사를 써본 적이 없었다.


기사란 뭘까.

정보 전달에 그친다면 그게 기사일까.

어차피 내 손에 가공된 정보가 '진실'과 가까울까?


정보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기자로 살아보니,

어느 정보조차도 순수한 목적으로 생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담는 인터뷰 기사는 다르다.

매마르고 정치적인 기사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인터뷰 기사는 다르다.


한 사람을 오롯이 담아내겠다는 집념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모르셨겠지만 헌터님은 제 목숨을 구해주셨습니다.

그 후 지난 1년간 헌터님의 행적을 쫓으며 살아왔습니다.


제가 보답하는 길은 당신을 애써 무시하고 알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정확히 이해하고, 당신을 정확히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왜 벚꽃이 당신의 지옥이 됐는지,

왜 당신은 게이트를 불나방처럼 뛰어드는지.


그 안에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지.


"장한규 헌터 당신을 제대로 알아야, 적어도 빌어먹을 기레기 소리는 안 듣게 기사를 쓸 것 같습니다."


장한규 헌터가 나에게 시선을 건넸다.


"그러니 알려주십시오. 당신의 지옥은 뭡니까."


[장한규 헌터가 '지옥'이라는 말에 동요합니다]

[우호도 : 극호감]

[취재 대상과 우호도 '극호감'을 달성했습니다]

[획득할 스킬의 효과가 높아집니다]


"난 이 벚꽃이 너무 싫다. 알러지 때문이 아니라 그냥 꽃들이 싫었어. 지겨웠으니까."


그의 고향 동네 사람들에 따르면 장한규 헌터의 어머니도 꽃집을 했었다.


"아이러니하지. 그런 내가 하훼사로 자그마치 30년을 일했으니."


***


장한규는 30년차 하훼사로 서울 동작구쪽에 이름이 나 있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장한규를 찾아갈 정도로, 경조사 화환 1위로 꼽힐 정도로 제법 실력이 좋았다.


특히 공직자는 자녀 결혼식이나 창업, 승진 등 화환이나 화분을 보낼 때 그의 꽃을 찾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화훼 솜씨를 좋게 본 공무원이 그에게 사업 하나를 제안했다.


사업의 요지는 코로나 이후 벚꽃놀이였다.


4년 동안 꽃구경 마음 편하게 해본 적 없는데, 여의도 공원에 벚꽃놀이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되는데 이제 시민들도 맘 편히 벚꽃을 보게 하자고.


"장씨 아니면 누가 제대로 피워내겠냐고? 4년 동안 제대로 관리가 안 돼서 말이야."


장한규는 딱히 시민들의 마음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장씨. 이번에 딸애가 증권가로 취업했다며. 한번 생각해 보라고. 증권가 그 머리 아픈 곳에서 일하다가 점심 먹으러 나왔는데. 여의도 공원에서 싹 벚꽃이 피어났어 봐. 딸애가 얼마나 좋아하겠어?"


장한규는 결국 여의도 공원의 벚꽃놀이 사업을 맡았다.


4년 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벚나무를 관리하느라 힘이 꽤나 들었다. 더군다나 벚꽃 필 무렵이 되자 마스크를 써도 들어오는 꽃가루 알러지 때문에 쓰러지고 일하고를 반복했다.


장한규는 아프다고, 하기 싫다고 제 맡은 일을 피하는 사내가 아니었다.


하겠다 했으면 해내야 하는 성질이었다.


결국 3월 말 벚꽃은 그 어느 해보다 화사하게 피어났다.


이어 장한규는 저녁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벚꽃들이 무사히 지길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여느날 같이 벚나무를 시찰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아빠! 꽃 보고 계셔?

"왜."

-왜긴 왜야. 아빠랑 꽃놀이하려고 하지. 어디야? 나 여의도 공원인데.

"큼...벚꽃은 남자친구나 얼른 사귀고 보러 가. 뭘 와서 봐.

바쁘다, 끊어."

-안돼! 나 그리고 반차까지 썼다고! 엄마도 온다 했으니까 핸드폰 잘 봐!


그 말에 장한규는 불같이 화를 냈다.


취직 한지 얼마 안 된 놈이 반차까지 썼다고.


벌써부터 신입이 쓰냐고. 나 때는 6개월은 죽어라 일만하고 선배 일도 뺏어서 했다고.


그렇지만 별수 있나. 이미 쓴 반차.


딸 이기는 아비 없듯이 장한규는 그저 그런 아빠 중에 하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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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기레기 탈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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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공지 : 오후 8시 23.05.10 12 0 -
16 게이트에서 밀착 취재(1) 23.05.21 10 0 13쪽
15 미니 연봉 협상 23.05.20 11 0 14쪽
14 기묘한 동거 23.05.19 13 0 14쪽
13 이제 그 집은 제껍니다 23.05.18 15 0 14쪽
12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3.05.17 14 0 15쪽
11 B급 고진호 헌터와 계약서 체결 23.05.16 17 0 16쪽
10 QT홀딩스 취재(2) 23.05.15 14 0 15쪽
9 QT홀딩스 취재(1) 23.05.14 14 0 14쪽
8 94년생 기자 모임...선넘는 나채연과 내기 23.05.13 18 0 16쪽
7 B급 헌터 강은서 팀장 23.05.12 17 0 15쪽
6 날로 먹는 밀착 취재...F급 심자형 헌터 취재 23.05.11 17 0 16쪽
5 SS급 장한규 헌터 인터뷰 최초 공개(2) 23.05.10 22 0 13쪽
» SS급 장한규 헌터 인터뷰 최초 공개(1) 23.05.10 34 0 11쪽
3 발로 뛰는 밀착 취재(2) 23.05.10 20 0 13쪽
2 발로 뛰는 밀착 취재(1) 23.05.10 25 0 14쪽
1 보도자료 기계...헌터로 각성 23.05.10 36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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