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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백님의 서재입니다.

코인하는 헌터 영업사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0백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6.24 12:05
최근연재일 :
2021.07.13 20:2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3,161
추천수 :
75
글자수 :
127,911

작성
21.07.09 20:20
조회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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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8쪽

데스퀸의 둥지

DUMMY

베놈 헌터단장이자, D급 암살자 헌터 장유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리 호감형의 인간은 아니었다.

헌터들 중 유난히 불만이 많고, 유난히 요구사항이 많은 이들도 있다. 대우받고 싶어하는 사람.

한마디로 그녀는 피곤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데스퀸의 숙주로 다시 볼 줄이야.

선망받는 헌터의 삶은 코인과 똑같았다.

언제 떡락할지 누구도 모른다.


-키에에엑. 네 놈이 찬립자라니... 각성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데스퀸이 숙주의 경험을 공유한다?’


그리되면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왜 영국 같은 자본 많은 나라가 겨우 D급 게이트에 고생했는지 이해됐다.


‘친목질.’


[마나가 부족합니다.]


푸른창에서 경고음이 떴다.


‘지금 당장 마나 수급은 어려운데...’


어떻게서든 시간을 끌어야 한다.


“찬립자? 병사라니?”


찬립자.

가는 게이트마다 찬립자라며 나를 걸고넘어지지 못해 안달이다.

진심으로 궁금했다.


-찬립자가 뭔지도 모르다니! 제 자신의 손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구나!


대화는 실패로 돌아갔다.


데스퀸의 촉수가 날아왔고, 촉수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꺾여진다.


현 체내에 있는 마나는 1만도 채 되지 않았다.

굼떠진 몸으로 촉수를 피하기 위해 굴러다녀야 했다.


요즘 스킬에 너무 의존했다.

친목질은 스킬이 아니어도 영업사원의 필수 기능이었다.


‘장유진 헌터가 반응할만한 키워드가 뭐가 있지...? 어떤 걸... 아!’


장유진 헌터의 키워드를 굳이 뽑아보자면 [관종], [웅대한 자기상], [과시욕]이었다.

그걸 건드려야 했다.


“항상 궁금했어. 도대체 당신이 어떻게 몬스터 사체를 빼돌렸는지 말이야.”


그녀는 언제나 주목받고 싶어 했고, 게이트에 들어갈 때도 화려한 무구를 들고 다녔었다. 더군다나 며칠 동안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말도 못 했을 것.


사람이 친목질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입을 쉬지 못해서다.


‘회사의 A씨가...’

‘KP의 시스템이...’

‘연예인... Karina...’

‘내가 Bants 산 건 안 비밀...’


우리는 자신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심지어 허구이든 ‘스토리’를 소비한다.


사방에서 촉수가 다발로 날아들어 내 손발이 묶였다.


“정말이지 감쪽같았어. 아무도 당신이 사체를 빼돌리고 있다는 걸 몰랐으니까.”


그러나 나는 쉬지 않고, 사회생활로 단련된 말솜씨로 그녀를 올려 쳐 줬다.


“... 죽기 전에 알고 싶어. 내가 당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말이야.”


-당연히 네 놈의 수준 이하의 안목으로는 몰랐겠지. 내 스킬은 S급 헌터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아, 그녀의 키워드를 [허언증 말기]도 추가해야겠다.


데스퀸은 기분 좋게 웃었다.

약빨이 들어가기 시작한 거다.


“S급 헌터도? 그런 스킬을 얻다니...”


-왜 이빨을 놀리기만 하는 거지? 네 병사들은 어디 있지? 설마 ‘찬립자’ 증명 시험에서 제 병사들을 모두 없애버린 건가. 아둔하기 짝에 없어.


“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깼는지 알 수가 없다니까. 당신은 어떻게 그 시련을 뚫은 거지?”


-키히히히. 나도 아찔했었지. 베놈 헌터단원을 모두 잃었으니까. 내 약탈 스킬이 없었으면 나도 데스퀸에게 희생됐겠지.


데스퀸은 촉수 하나를 뻗었다. 그 안에서 뾰족한 송곳 같은 가시가 튀어나왔다.


-이제 자비는 끝났다. 내 아이들의 모반이 되어라.


‘현 시세.’


[M 코인 현 시세 : 109]

[M 코인 현 시세 : 110]


102원에 산 M코인.

퀸과 마주했을 때부터, 아주 조금씩 조금씩 올라갔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찬립자는 왕을 뜻하는 거고.”


-멍청한 놈. 이제야 그 뜻을 알게 되다니!


“나는 코인을 팔고.”


-코인?


버틸 만큼 버텼다, 고점에서 판다.

내가 참고 버텨왔던 시간만큼 보상이 뒤따른다.


[M 코인 현 시세 : 113]

[총 M코인 13,723개 매매가 완료되었습니다.]

[1,550,699마나를 주입합니다.]


무려 15만이나 늘어난 마나.


155만 마나가 몸으로 주입되었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넘실거렸고, 돌풍같이 마나 파장이 생성됐다.

마나 파장에 날 옭아매던 촉수들이 풀렸다.


-이... 이 마나 파장은!


급히 촉수를 회수하려 하자, 나는 촉수 하나를 잡아채 걸레 쥐어짜듯 짜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데스퀸은 자신의 촉수를 끊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키에에엑.


데스퀸의 괴성이 늪지대를 진동시켰다.

그녀의 부름에 데스윔들이 내 사위를 둘러쌌다.


퀸의 비명에 데스윔들이 나에게 덮쳤고, 그들을 하나하나씩 썰어냈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 약탈이란 스킬로 우리 유한 컴퍼니를 속였다는 거네?”


그녀와 맺은 건수는 총 세 건. 각 F급 두 개, E급 하나.

총합 12%의 수익이 덜 들어와 내가 욕먹었었다.

한창 1년 차라 뭣도 모르던 시절.


원래 뭣도 모르던 시절에 먹은 욕이 가장 아픈 법이다.

그때 뭐라고 욕을 먹었는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똑히 기억한다.


아직까지도 억울했다.


-나를, 여왕을 지켜라!


그녀의 울부짖음에 수면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청새치처럼 연가시들이 수면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나는 가볍게 도약해 연가시 위로 올라타며 머리 부근에 칼침을 놓았다.


“부정 거래는 계약금 다섯 배로 보상. 이 계약서 조항을 기억하지?

F급 1천만 원에, E급 3천이니까, 도합 5천 만원.

2억 5천만으로 합의 보자고.”


내가 횡령한 게 찔려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래도 1억 횡령하고, 2억 5천 벌어다 주면 면죄부는 주지 않을까.


나쁜 건 내가 아니라 다 저 기생충들이다.


“친목질.”


[2만 마나를 소모합니다.]


[데스퀸, 장유진 혼합체(C)

관심사 : ‘모반’, ‘병사’, ‘전쟁’, ‘상승욕구’

불호사 : ‘E급 헌터’, ‘패배감’, ‘열등감’, ‘벌레’

현 키워드 : ‘산성독(C)’, ‘물속으로’, ‘도망’, ‘산란(A)’]


먹힌 게 아니라, 장유진이 데스퀸과 혼합한 거였다.

저 헌터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인간을 이용한 기생충에 지나지 않았다.


손에 힘을 주자 마검이 나타났다.

단두대처럼 강하게 내리찍었다.


장유진의 육신의 밑으로, 데스퀸의 거대한 아가리가 벌려졌다.

마치 칼날 지옥을 보는 듯한 기분.


카아앙-


수백 개의 이빨로 내 검을 밀쳐냈다.


-저 녀석을 죽여라. 갈기갈기 찢어버려라!


데스윔들이 나에게 몰아닥쳤고, 그 순간을 틈타 데스퀸은 물밑으로 도망갔다.


나는 덮쳐오는 데스윔 떼들을 베어냈다.

작은 몸집의 데스윔도 있었다.


유충들이 부화하기 시작한 거였다.


‘시간이 많지 않겠어.’


나의 검로를 따라, 검은 연기들이 피어났다.


-주군이시어!

-저희에게 명을!

-이교도들에게 해방을!


검이 애타게 울부짖고 있었다.


이제 이 시스템이 뭘 원하는지 직감했다.

찬립자란 왕이었으며, [시련]은 찬탈의 전쟁이었고,

그 전장에선 내 병사들을 쓸 수 있다는 걸.


“나와라.”


검에서 무겁게 자리 잡고 있던 흑십자군은 내 앞에 도열했고, 장미칼은 점점 무게를 덜어갔다.


-충! 주군이시어 명령을!

-행운의 여신에 축복을!


“연가시들을 모두 썰어버려!”


-충!

-충!


흑십자군은 내 주변을 둘러싸며, 수면에서 튀어나오는 연가시들을 상대했다.


연가시의 무른 이빨은 흑십자군의 송곳니를 뚫지 못했다.

흑십자군은 제 몸을 내어주며, 무른 연가시의 살을 취했다.


처음에는 흑십자군이 우위를 잡는 듯했으나,

연가시들이 뱀처럼 똬리를 틀며 흑십자군을 찌그려트렸다.


기생충은 D급 몬스터, 흑십자군은 E급이었다.

상성 상 우위가 있을 뿐, 스펙으로는 밀렸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가장 선두에선 흑십자군에게 스킬을 썼다.


“친목질!”


[신실한 흑십자군단장 (D)

관심사 : ‘주군’, ‘흑십자군’, ‘이교도 심판’, ‘행운의 여신’

불호사 : ‘흑색마녀’, ‘주군 이외의 모든 생명체’, ‘이교도’

현 키워드 : ‘주군!’, ‘주군!’, ‘주군!’]


남의 마음을 훔쳐보는 건 항상 달가운 일은 아니다.


‘이 광신도들은 뭐지?’


생긴 건 암흑가 기사처럼 생겼는데, 사실 신실한 성기사였다니.


흑십자군은 싸우면서도 시선은 내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 123개의 뜨거운 시선을 마주하니,

무서웠다.


뭐라도 명령을 내려달라는 시선.


사회에서도 무신론자인 나와 종교인과의 케미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사기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행운의 여신께 승리의 영광을!”


-충! 찬립자에게 영광을!

-충! 행운의 여신께 승리를!


안면도 없는 여신을 팔아넘기자 효과는 굉장했다.

안 그래도 절도가 넘치는 이들이 활기까지 넘쳤다.


-이 사악한 이교도 놈들!

-간악한 흑색 마녀보다 못한 버러지들!


“머리가 약점이다! 머리를 베어라!

1대1를 하지 마라! 다구리가 최고다!”


군대에서 분대장을 일임했던 경력을 살려 소리치자 흑십자군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사기가 물오른 흑십자군은 차근차근 다구리를 이어나갔다.

몸집이 작은 연가시 유충들은 흑십자군의 아머 사이를 파고들었다.


숙주로 만들 속셈인 것 같은데,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그 안에는 너희들이 원하는 살이 없었다.

그들의 무딘 이빨로는 강철을 해할 수 없었다.


“유충들은 무시하고, 성충을 우선적으로 공격해라!”


옆구리에 상처가 늘어가던 연가시들은 머리가 쪼개지며 꼬꾸라졌다.


“이 정도면 내 부대에 폐급은 없는 것 같아.”


다들 만족스런 A급 병사들이었다.


흑십자군의 상성을 이용해 싸운 덕에 수면 위로 튀어나오는 연가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있어봤자, 유충들뿐이었다.


흑십자군이 연가시를 처리하고 있을 동안, 나는 데스퀸 둥지로 향했다.

알이 부화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둥지 안에는 수백 개의 알이 보였다. 몇 개는 벌써 금이 가져 있었다.


“체인 라이트닝!”


검과 전격을 쏘아내며 빠르게 해치워 나갔다.


위급함을 느꼈는지 알에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알의 액체는 전도가 참 잘 되었다.

나오다가 알의 체액에 족족히 지져졌다.


“여기에다만 알 깐 건 아니겠지.”


벌레들은 그랬다. 저그를 상대하다 보면 본진을 부숴도 게임이 안 끝난다.

맵 전역을 다 뒤지고 나서야 어느새 세력을 불리고 있었다.


몰아붙일 때 한 번에 조져야 한다.


데스퀸이 숨어 들어간 호수를 바라보았다.


마나 상점에서는 호수 안에서 숨 쉴 수 있는 스킬도 팔지 않았다.

들어간다고 해도 수중전은 자신도 없었다.


마나가 많이 드는 방법이라 꺼렸지만 이 방법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체인 라이트닝 풀 차징.”


이제 마나통과의 데스퀸의 생존력 대결이었다.


풀 차징한 체인 라이트닝이 호수 전역에 퍼져 나갔다.


***


‘왜 저딴 놈들이 나보다 더 잘나가는 거지!’


게이트에서 생사를 오가는 실전만 8년.

E급 헌터 장유진은 그 경험을 통해 헌팅 실력을 갈고닦았다.

그녀가 클리어해낸 게이트만 524건.


그러나 E급이라는 등급은 무슨 짓을 해도 뚫을 수가 없었다.

누구는 스폰받거나, 좋은 성좌를 만났다는 이유로 올라가기도 하던데, 자신에게는 그런 흔한 기회조차도 오지 않았다.


‘배후성도 없는 하류 헌터 인생.’


이게 그녀의 현주소였다.

그러던 중 만난 허주만 C급 헌터.

그녀가 여태껏 잡을 수 있는 줄 중에 가장 높은 헌터였다.


줄은 잡은 대가로 허주만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았다.

그렇게 돈도 안 되는 게이트 처리만 3년째.


무구 정비라도 하고 나면 적자를 겨우 면하는 정도였다.

그래도 참았다. 잠도 설쳐가며 게이트를 클리어했고, 인고는 결국 보상을 받으니까.


그러다 일주일 전, 허주만이 D급 게이트에 들어가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했다.


“아니, 헌터장님. 저희보고 D급 게이트 클리어하라니요? 저희 베놈 헌터단은 평균 등급이 E급입니다. D급이면 하루도 못 버티는...”

“산성 내성제와 체내 기생충 박멸제네.

약왕이라 불리는 헌터 알지? 그가 직접 조제한 것들이라 보증된 약품이야.

일주일. 딱 일주일만 버텨주게. 그러면 섭섭하지 않게 보상해주겠네.”


고민되었다. 일주일을 버티라는 말. 그 말은 곧 게이트 브레이크를 의미했다.


“류진화 헌터라면... 혹시 철혈에서 내려온 겁니까?”

“자네 같은 헌터에게 정보는 오히려 독이지.

단, 이것만 알아두게. 이 일을 성사시키면 너나 나나 제대로 된 스폰을 잡은 거야.

지겹지도 않나? 우리보다 실력도 없는 놈들이 운이 좋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설쳐 대는 꼴을 보라고.”


지겨웠다.

역겨웠다.

운만 뒤따랐다면, 등급이 높았다면!

그녀는 누구보다도 더 큰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네 실력으로 그 운을 잡을 수도 있어.”


허주만은 약품 키트를 톡톡 건드렸다.


결국 그녀는 약품 키트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게이트에 입장한 지 하루 만에 베놈 헌터단이 몰살당했고, 그녀는 게이트 입구에서 송신기를 붙잡고 끝까지 지원을 요청했다.


“제발 게이트를 열어주세요! 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라도 목숨을...”

-미안하게 됐어. 지금 다른 게이트들 때문에 지금 여력이 없다네.


3년이었다. 3년을 개같이 일했다.

그 대가가 바로 개죽음이었다.


“야 이 개새끼야!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이런 썩을 년. 너 같은 년은 언젠가 내 뒤통수를 칠 줄 알았지.

진실을 알려줄까? 이슈는 이슈로 덮어야 하는 법이지. 데스윔 브레이크. 철혈 이미지 쇄신에도 도움이 될 거야.

“이, 이!”

-그만 그 하찮은 인생을 내려놓게나.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운명이 정해졌다.


-키에에엑!


늪지대 멀리서 울려 퍼지는 데스퀸의 울음소리.

고약한 늪지대 습기와 함께 죽음이 밀려온다.


‘나도 등급만 높았다면... 내가 S급이었다면!’


-키에에에엑.


데스퀸의 촉수가 자신의 몸을 꿰뚫던 순간. 그녀는 염념을 담아 스킬을 사용했다.


‘약...탈...’


[데스퀸의 두 번째 심장을 집어삼킵니다.]

[데스퀸의 자아를 집어삼킵니다.]

[데스퀸과 동기화 중...]

[데스퀸을 집어삼킨 자에게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 찬립자]


그녀는 자신의 실력으로 운을 잡았다.

데스퀸으로 살아남았다.


-데스퀸... E급에서 두 단계나 올라갔어... 난 이제 C급이야.

그리고 유용한만 죽이면!


[몰락한 철갑성주가 도전을 해옵니다.]

[도전자 : 임시 헌터 ‘유용한’]

[보상 : 승급, 세력 확장, 영토 확장...]


그녀의 눈에는 다른 건 보이지 않았다.

단 하나,


-승급...!


다시 기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유용한이 빼앗은 자신의 둥지를 바라보았다.


-S급이 되어주겠어...! 그리고 허주만 네 놈을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로 만들어 주겠다.


그녀의 눈가에서 핏빛 눈물이 흘러나왔다.

빛 한 점 반가지 않는 호수의 심연.

아직 때가 되지 않았지만, 데스퀸은 산란하기 시작했다.


알을 가득 찬 몸은, 속도가 너무 떨어졌다.


그 순간 호수에서 날카로운 전류가 막 산란된 알들을 난도질했다.


-아, 안 돼! 전격계 헌터라도 들어온 건가! 도대체!


데스퀸은 산란된 알을 자신의 품으로 품었지만 자신까지 감전될 정도로 강렬한 전격.

자신의 왕국은 모두 물거품으로 되돌아갔다.


-아... 아...


데스퀸의 눈이 흰자 없이 붉어졌고, 온몸도 붉게 변색했다.


[데스퀸이 산란에 실패합니다.]

[격렬한 분노를 느낍니다.]

[광폭화(EX) 스킬이 발현됩니다.]

[죽어버린 데스윔에 비례해 신체 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공포에 잠긴 모든 데스윔들이 안락한 습지대에서 벗어납니다.]


[생존자여, 무운을 빕니다.]


-케에에에엑!


호수가 떨리는 그 진동에 데스윔들이 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습지대를 벗어나라.


그 본능에만 온몸을 맡긴 채로 데스윔들은 게이트 입구로 돌진했다.


***


12개의 기갑전차 중 단 6개의 기갑 전차만 게이트 입구로 들어섰다.

포구와 전차병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 채,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포구를 조절했다.


“시발. 오래도 걸린다.”


욕과 침을 걸게 내뱉은 한재상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병원복 차림이었다.

괜히 강철 갑옷이라도 입어봤자, 물 많은 습지대에서 온몸이 전기 찜질 당할 거다.


“이거 정말 효과 있는 거 맞지요?”

“네, 약왕님과 함께 만들 겁니다.”


투명한 유리병에 든 약을 바르던 한 헌터가 류진화에게 물었다.


기생충 박멸제의 다음 버전인 기생충 차단제였다.

철혈에서 기생충에 관련한 약을 일주일 내로 개발하라는 말에 S급 헌터 약왕과 함께 잠도 못 자고 만든 신제품이었다.


‘왜 이런 약을 만들라 했을까... 이 일을 예견했던 건가.’


철혈에서 떨어진 명령에 이 브레이크의 지원을 오게 되었다.

그런데 D급 게이트는 기생충이었고, 이번에 개발한 약은 대한민국에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우연치고 기가 막혔다.


툭. 툭. 투두두둑.


“뭐야, 소나기인가?”


위에는 해가 보였지만, 빗방울 타고 내렸다.

여우비였다.


“비 맞아서 몸 무거워지기 전에 들어간다!”


허주만의 말에 헌터들이 게이트로 입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메뚜기 떼처럼 몰려 있는 데스윔 유충들이 몰아닥쳤다.


“으으-!”


차단제 때문에 유충들이 피부로 파고들지 못했지만, 기분은 역했다.


옷 사이 사이로 뚫고 들어가 꿈틀대는 데스윔의 유충들.

작은 이빨로 차단제와 살을 갉아대기 시작했다.


“끄악-!”


데스윔은 집요하게 연한 피부로 파고들었다. 남자든 여자든 원치 않는 곳에서 고통이 터져 나왔다.


“라이트닝... 붐.”


“범위 스킬을 써라! 가까이 있어도 신경 쓰지 마! 우리에겐 류진화 헌터가 있다!”

“어떻게든 유충들을 못 빠져나가게 해!”


불과 전격, 얼음. 갖갖은 속성들이 헌터들과 유충들을 공격했다.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면서도 헌터들은 몸이 걸레짝이 되도록 스킬을 난사했다.


“어떻게든 유충들만은 막아!”

“성충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들만 처리하면 된다!”


꿈틀거리는 유충들이 움직임이 없고, 옷가지들까지 전부 넝마가 되었을 때,


홀로 보호막 안에서 주문을 중얼거리던 류화진이 외쳤다.


“... 바이럴 리듬.”


넝마 같은 옷들 사이로, 온 신체 조직이 복구되었다.


“흐아... 뜨겁고 차갑고, 할퀴고 미칠 뻔했어...”

“류진화 헌터가 없었으면...”


그러나 습지대 수면 아래가 시끄러워졌다.

다시 데스윔 웨이브가 온다.


“다시 온다. 이번엔 달라붙기 전에 죽여!”

“화상 입고 싶지 않으면 내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마!”


헌터들은 공포에 질린 데스윔 웨이브를 막기 위해 몇 번이고 그 짓을 반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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