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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블루
작품등록일 :
2024.07.02 08:47
최근연재일 :
202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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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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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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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37,794

작성
24.07.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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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4.

DUMMY

다음 날.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죠?”

“네. 당장이라도 출근할 수 있어요.”

“오늘은 어렵고 내일 이력서 작성해서 와요. 인수인계부터 시작할 테니까 시간 맞춰서 와요.”

“예. 사장님.”


일거리를 찾아 나선 삼화는 편의점 앞 구인공고를 발견하고 혹시 몰라 사장님께 아르바이트 생 구하냐고 물어봣는데 바로 채용이 될만큼 행운이 시작됐다.


그리고 발걸음이 향한 곳은.


“안녕하세요.”

“왜 또 왔어?”

“은혜를 입었는데 그냥 모른 체 할 수는 없어요.”


미리 준비한 고무장갑을 들고 조리대에 가득 쌓인 설거지, 빨래, 청소까지.


몇 번이나 하지 말라고 해도 삼화는 못 들은 체 하고 일을 계속했다.


‘세상에···. 우리 보다 못 먹는 집이 있었네.’


언제 밥을 지었는지 모를 정도로 먼지만 푹 쌓인 밥솥, 주변에는 사용한 일회용 즉석밥 용기와 라면 봉지만 가득했다.


‘냉장고에는 그래도 먹을 건 있겠지?’


열어보니 김치와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오래된 고깃덩어리 하나 뿐.


‘이렇게 형편이 안 좋으신데도 우리를 도와주시다니···.’

삼화는 감동했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사장님, 쌀 어딨어요?”

“거기 있잖아.”

“이거 즉석밥이잖아요. 일반쌀이요. 밥솥에 밥 해 먹을 수 있는 쌀이요.”

“이 녀석에게 물어봐. 밥만 축내는 녀석이니까.”

“밥만 축내는 건 아니지. 라면도 흐흐흐.”

“자랑이다.”

“쌀 떨어진지 오래야.”


혹시 몰라서 뒤져보니 쌀통이 보였고 다행히 쌀은 있었다.


밥이 다 되고.

오래된 신김치와 라면까지 빠르게 완성.


“사장님들 드세요.”

“이게 얼마만이야. 진짜 밥을 먹어본 게.”

“냄새는 좋군.”

“까칠하기는···.”


또 티격태격.

다행히 아무 말 없이 잘 드신 걸 확인한 삼화.


‘내일은 먹거리를 사가지고 와야겠어.’


“역시 라면은 다른 사람이 끓여줘야 맛있어. 내가 식사 담당 하느라 고생햇는데 이제 끝이군.”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

“오늘만 오지 말고 자주 와. 난 안 말린다.”

“알겠습니다.”

“쓸데 없는 소리!”


‘첫째 사장님은 까칠한 성격이시구나.’


그런데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저기 사장님.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이름? 글쎄··· 내 이름이 뭐 였지? 누가 불러줬어야 기억하지. 아! 난 이악이야. 이 녀석은 일선이고.”

“전 삼화예요. 삼화. 참 이런 우연이 있을수가 없네요. 일선, 이악, 삼화.”

“그런가?”

설거지를 빠르게 마치고 삼화는 내일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


“왜 자꾸 일을 만들지?”

“영안이 열려 있는 아이잖아. 그냥 오지 말라고 하고 내버려둘까? 저 아이는 우리가 받아주지 않으면 무당이 될 팔자야. 너도 알잖아.”

“······.”


삼화는 이악의 말대로 영안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회복을 했지만 가끔씩은 이런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던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면 영안이 열리는데 삼화 역시 이 경우에 해당됐다.


“돈 내놔!”

“돈? 나 없어.”

“꿈쳐 놓은 돈이라도 내 놔. 쌀은 사야 할 거 아니야. 라면도 신라면 그만 먹고 다른 것도 먹어야지. 김치도 주문해야 하니 우선 비상금 내놔.”

“구두쇠가 따로 없군.”

“네가 쓸데 없는 일을 벌려서 그렇잖아.”

“이거 왜 이러실까. 너도 반대 안 했잖아. 삼영이란 아이의 기억은 값어치가 없어. 아니 넌 오히려 도와줬어.”

“됐으니까 내일 먹거리 살 돈 내놔.”

“지독한 놈. 알았다.”


* * *


삼화는 다음날 새벽 아르바이트를 몇 시간 하고 마트에서 장을 봐 다시 가게에 찾아왔다.


“사장님. 저 왔어요. 배고프시죠? 제가 먹을 거···.”

“그건 환불해.”

“먹거리는 환불 안 돼요.”


삼겹살과 마트에 파는 김치도 사왔기에 쌀은 몰라도 환불 안 되는 것도 있었다.


“그럼 냉장고에 보관하고 집에 가져가.”

“괜찮아요.”

“우리가 안 괜찮아. 절대로 네 돈 쓰고 가져 오지 마!”


언제나 자기 편을 들어줬던 이악 사장님마저 이때만은 일선 사장님과 의견 일치.

삼화는 사장님 말씀대로 고기와 김치는 냉장고에 넣어둘 수 밖에 없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바뀌었다.

김치도 있었고 삼겹살과 찌개용 고기까지.

그리고 쌀통에는 새쌀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이거 언제 사신 거에요?”

“어제 내가 무리했지.”

“잘하셨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맛있는 식사 준비할 게요.”


손이 빠른 삼화는 밥을 짓고 빠르게 세팅 시작.

분명 어제는 안 보였는데 전기그릴과 후라이팬까지 있어 준비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쌈장이나 야채가 없구나.’


하지만 이제와서 밖에 나가 사가지고 올 수도 없고 사장님이 받을 거 같지 않아 포기.


“식사 준비 다했어요. 빨리 오세요.”

“냄새가 좋구나. 고기를 얼마만에 먹어보는 거야.”

“······.”


말없이 고기와 밥을 드시는 일선 사장님.

맛있다고 연신 칭찬하면서 드시는 이악 사장님.

없는 반찬이지만 남은 신김치까지 후라이팬에 구워 더 맛있게 음식을 드시니 삼화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쌈장도 없고 상추도 없어.”

“그게 빠졌네. 버섯도 없어. 소시지도 없고.”

“쓰려면 통크게 써야지. 내일 당장 사라.”

“내 돈으로 또?”

“파산 직전이야. 싫으면 말고. 예전처럼 라면만 먹던가.”

“지독한 놈. 알앗다.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건 잘해야지. 대신 내 취향대로 산다. 돈은 못줘.”

“그러든가 말든가.”


삼화는 가게일을 마치고 사장님이 안 받으신 먹거리를 들고 집에 도착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삼영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여, 영아 무슨 일 있어?”

“나, 누나한테 고백할 게 있어.”

“알았어. 얘기해 봐. 누나 정말 괜찮으니까 뭐든지 털어놓을 게 있으면 얘기해.”

“나, 오늘 경찰서 갔다왔어.”

“경찰서?”

“놀라지마. 진짜 큰 일은 없었어. 사실 사채를 썼거든. 그런데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 피해자 조사? 받으라고 전화왔거든. 미안 누나한테 말 못했어.”

“괜찮아. 그래서?”


삼영만 전화가 있었다.

다른 건 연체해도 혹시나 병원에서 급한 전화가 올까봐 현금으로 납부하고 있었다.


“형사아저씨가 이 사람들에게 돈을 빌린 적 있는지 협박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봤어. 그래서 솔직하게 얘기했어.”


삼영은 누나가 놀랄까봐 몸사진을 찍고 신체 포기각서 쓰고 장기를 적출하겠다는 협박 받은 건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채업자가 죄를 많이 지은 거 같더라구. 그 뭐지? 불법 사금융. 그래서 나에게 선택하라고 했어.”


삼화는 동생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고소하든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죄를 감형받기 위해 선처를 바라는 사채업자의 희망대로 채무관계를 없애는 것 중에서.”

“그래서?”

“후자 선택했어. 미안해. 누나한테 상의 안하고 마음대로 결정해서.”

“잘했어.”


동생은 마음 여리고 착한 아이.

삼화는 동생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한다.

옳고 그름보다 동생이 더 소중하니까.


“영아, 배고프지? 오늘 고기 사왓어.”

“정말?”

“응. 잠간만 기다려.”

“같이 해. 둘이 하면 더 빨리 고기 먹을 수 있잖아. 나 밥 벌써 다 해놨어.”

“알았어.”


비록 고기 반찬이 있긴 하지만 조촐한 식사.

남매는 연이어 찾아오는 이 작은 행복이 깨질까 두려울 뿐이다.


식사를 마치고.


“누나, 나 두려워.”

“뭐가?”

“이렇게 행복한 거 말이야. 정말 우리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모르겠어.”

“앞으로도 행복할 거야.”

“히히 그랬으면 좋겠다.”

“공부할 거지?”

“응.”


삼영은 누나에게 미안하지만 꿈이 있었다.

꼭 의사가 되어서 누나처럼 아픈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공부는 자신있었다.

학원, 고액과외 없어도 충분히 의대 갈 수 있는 실력이었고 앞으로도 누나 실망하지 않게 죽도록 공부할 생각이다.


‘누나, 나 사실 누나에게 고백하지 못한 것도 있어.’


마음 아파할까봐 삼영에게는 또 비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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