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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블루
작품등록일 :
2024.07.02 08:47
최근연재일 :
2024.07.07 00: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88
추천수 :
1
글자수 :
37,794

작성
24.07.02 08:53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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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1.

DUMMY

@기억상점


“여기가 기억을 사는 곳인가요?”

“그래.”


언뜻 봐도 초라해 보이고 무척이나 지쳐 보이는 어린 학생이 가게에 들어섰다.

나이는 열다섯 열여섯?


주인은 단답형의 말 ‘그래’만 하고 기다렸다.

기억을 사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어린 학생 삼영은.

아직도 믿을 수는 없었지만, 급하게 물어볼 게 있었다.


“어, 얼마나 받을 수 있어요?”

“그건 기억에 따라 달라.”


‘정말이야. 그 아저씨 말이 사실이었어.’


“제가 3천만 원이 꼭 필요해요. 꼭 사주세요. 꼭!”

“감정을 해봐야지.”


꼭! 절박한 표정과 목소리.

하지만 주인은 무뚝뚝하게 한마디만 남긴 채 침묵을 지켰다.

기억의 가치에 따라 백만 원이 될 수도 있고 억이 될 수도 있기에.


“저기 그러면 어떻게 값을 매기나요?”

“여기에 손을 대.”


검은빛 석판이었다.


“네.”


석판에 손을 올리니


-번쩍.


눈부시게 환한 빛이 한동안 계속되고.


“3천만 원은 되네.”

“저, 정말이죠?”

“응.”


다행이었다.

여기가 마지막이었다.

신용불량자,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건 꿈도 못 꾼다.


장기라도 팔고 싶었지만 무서웠다.

장기 하나 없더라도 상관없었지만, 몸만 뺏기고 돈을 주지 않는 게 두려웠다.


“저기 기억을 팔면 다 기억 못 하나요?”


팔면 되는데 당장 모든 기억을 잃어서는 안 됐다.


“글쎄···. 전부는 아니야. 값어치가 있는 것만 사지.”

“그럼 어떤 기억을 사는 건가요?”

“그건 내 맘이야.”


기억을 다 가져가도 되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병원까지는 가야 했다.

어떻게든 누나의 수술비와 밀린 병원비는 가지고 가야 한다.


“···저기. 며칠만 기억을 잃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기억을 잃으면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그건 가능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도 남는 게 있으니까 하는 일인데···. 그런데 지금 안 갈 거야?”

“가, 가야죠. 저기 부탁 하나만 할 수 있을까요?”

“부탁?”

“현금으로 받을 수 있나 해서요.”


어린 학생은 혹시나 주인이 사고팔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이체를 화려한지 두려웠다.

이미 신용불량자, 모든 계좌가 정지되고 압류된 상태.


“가능해.”

“감사합니다.”


서둘러 현금 3천만을 받고 뛰어가는 학생을 바라보면서 주인은 흑판을 통해 전달된 기억 상자에 보관한 어린 학생의 기억들 다시 들여다보았다.


“어어! 웬일이야. 돈 앞에서는 냉혈한이나 다름없는 네가 이렇게 선행을 베푼 적이 없었는데···.”

“아직도 안 갔냐?”

“여기가 내 집이지.”

“꺼져.”

“갈 데가 없다.”


주인공 일선, 더부살이 이악은 오늘도 변함 없이 티격태격하며 손님을 기다린다.


* * *


@절망


‘뛰어내릴까?’


동호대교까지 걸어간 삼영은 망설였다.

죽고 싶은데.

저 강물이 나를 부르는데.

차마 죽을 수가 없었다.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겨진 누나를 생각하니.

죽을 수가 없었다.


바람이 불어온다.

시린 겨울바람이.

바람이 얘기한다.

가자고.

강물 속으로.


“여보세요? 112죠.”

“예. 말씀하세요.”

“지금 동호대교 난간에 남자 학생이 자꾸 서성이고 있습니다. 빨리 와주세요.”

“알겠습니다. 곧 출동하겠습니다.”


택배 운전기사는 미안했다.

차를 멈추고 도와줘야 하는데.

일 때문에.

가족 때문에.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112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뿐이었다.


-끼이익!


‘위험해.’


운이 좋은지 장거리 손님을 받아 제법 하루 일당치고 큰돈을 번 택시 기사는 오늘 일을 마감하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나이가 들어 야간 운전은 갈수록 힘들어서 천천히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중에 어린 학생이 난간에 서성이는 걸 발견.


30년 넘는 택시 경력을 가진 기사답게 동호대교를 자주 오가다 이런 경우를 많이 봐왔기에 차를 멈추고 어린 학생에게 다가갔다.


“학생.”

“······.”

“무엇 때문에 힘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만 참아볼래?”

“숨을 쉴 수가 없어요.”

“그래. 하루만 생각하자. 나도 젊었을 때 모든 걸 다 잃고 죽으려고 했거든. 그때 은인이 날 막아섰어. 내가 학생에게 얘기한 것처럼. 하루만 더 버텨보라고. 지금 이 순간이 힘들고 죽을 거 같지만 내일 달라질 수 있다고.”

“······.”


택시 기사의 설득이 계속되는 와중에 드디어 경찰차가 도착, 삼영을 차에 태웠다.


이미 동호대교에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을 많이 구조해 본 경찰들은 섣부른 위로나 질책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마음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면서 천천히 차를 몰았다.


“죄송합니다.”

“학생, 집이 어디야?”

“······.”


‘가출했나?’


“저기···.”

“오. 그래. 편하게 얘기해. 갈 곳 없으면 임시 보호소도 있어. 거기 이상한 데 아니야. 오늘 하루 마음 편히 쉬고 집으로 돌아가도 돼.”

“한국병원에 내려주세요. 죄송해요.”

“한국병원?”

“네. 누나가 입원해 있거든요.”

“그래. 그래.”


병원에 내린 어린 학생을 경찰은 그냥 두고 보지는 않았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알아봤다.


“어린 학생이 힘들겠어요.”

“어휴. 불쌍해서 어쩌나.”


병원 관계자를 통해 어린 학생의 사정을 들은 경찰은 오늘 있었던 일을 병원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혹시 모르니 주의 깊게 관찰해달라는 얘기를 남기고 업무에 복귀했다.


* * *


며칠 전까지 중환자실에 있다가 상태가 일시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전원한 누나를 삼영은 물끄러미 지켜봤다.


‘누나, 미안해. 나 정말 나쁜 놈이야.’


혼자만 편하겠다고 이제는 그만 쉬고 싶다고 죽으려고 했던 삼영은 반성했다.


“영아.”

“누, 누나 정신이 들어?”

“밥은 먹었어?”

“지금 밥이 문제야”

“공부는?”

“······.”


학교에 나간 지도 공부에서 손을 뗀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차마 누나 앞에서 얘기할 수는 없었다.


“영아, 누나 괜찮으니까, 밥부터 먹어.”

“나, 먹었어.”


이틀 동안 먹은 건 하나 없었다.

잠시 정신을 차린 누나는 약 기운 때문인지 잠이 들고.


“저기 보호자님.”

“네.”

“아직 못 구하셨어요?”

“죄송해요.”

“시간이 더 늦어지면 환자 수술 시기를 놓칠 수가 있어요. 어려운 줄은 알지만 어떻게든 구해보세요.”

“알겠습니다.”


병원비도 밀려있고 2천만 원이 넘는 수술비는 꿈도 못 꾼다.


잠이 든 누나, 절망적인 상황에 답답한 마음.

찬 바람이라도 쐴까 해서 병원 정문을 열고 나왔는데.


“야! 이 새끼야. 돈 언제 갚을 거야?”

“죄송해요.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꼭 갚을게요.”

“벌써 몇 번째냐고.”

“죄송해요.”

“그딴 말 필요 없고. 약속했지? 이제 더 못 기다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썼던 삼영, 신체 포기각서를 써야만 했다.


“며칠만 더 시간을 주세요. 꼭 돈을 구해볼게요.”

“이번 주말까지야. 도망갈 생각하지 마. 너 도망가면 누나 데려갈 테니까. 우리가 누군지 알지?”

“···예. 안 도망가요. 진짜예요.”


절망에 빠져 바닥에 주저앉은 삼영을 놔두고 사채업자는 병원을 빠져나왔다.


“형님, 그냥 콩팥 떼버리죠. 돈 나올 구석이 없는 놈 아닙니까.”

“야! 생각 좀 해라. 미성년자잖아. 잘못하면 우리가 크게 다쳐.”

“뭐 누가 신고하겠습니까. 병원에 있는 누나 오늘내일하던데요.”

“그러니까 기다려야지. 그 여자 죽으면 그때 처리하자고. 알아보니까 부모는 있으나 마나 해. 연락도 오래전에 끊겼고.”

“예. 형님.”

“이왕이면 콩팥 말고 다른 것도 돈 되는 건 다 적출해 버리자고.”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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