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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블루
작품등록일 :
2024.07.02 08:47
최근연재일 :
2024.07.07 00: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85
추천수 :
1
글자수 :
37,794

작성
24.07.03 07:40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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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

DUMMY

@절망의 시작


-와장창


“돈, 돈 어디 있어?”


도박에 빠진 남매의 아비는 집안 살림을 다 때려 부수면서 돈을 찾고 있었다.


“가서 죽어라. 우리가 돈이 어딨어! 네가 돈 한 푼 벌어온 적이 있어!”

“그거 있잖아. 생활 보조비. 빨리 내놔.”

“네가 다 가져갔잖아. 차라리 같이 죽자. 이대로는 더이상 못살아.”

“이놈의 집구석, 어떻게 돈 되는 게 하나 없어. 비상금이라도 내놔. 어서.”

“없다니까.”


그때가 마지막 아빠의 모습이었다.

도박만 빠진 게 아니라 약에도 빠진 아비는 집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폐인이 되어 노숙자 생활을 하다 시비가 붙어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매일 술만 마시며 신세 한탄만 하는 어미는 자식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먹는 것도 모두 배달 음식뿐, 그마저도 배부르게 먹은 적이 없었다.


가끔 화장을 짙게 하고 외출할 때 평소와 달리 현금을 주고 가 짜장면이라도 먹을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어느 날.


“집이 좁네.”

“우리 사는 데는 문제 없어요. 얘들아, 인사해. 너희들 아빠 될 사람이야.”


아빠로 인정하지는 못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어도 살만했다. 엄마의 술주정이 그쳤기 때문.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점차 외출이 잦은 엄마와 아저씨 사이가 금이 가면서 자꾸 싸움이 일어났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싫어. 아저씨 싫어요. 제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아니 짐승이 누나에게 몹쓸 짓을 시도하고 있었다. 옷이 여기저기 찢긴 채로···.


삼영은 이성을 잃었다.


“이 새끼야!”


달려들었지만 일방적으로 맞는 건 삼영.

건장한 체격을 가진 성인 남자의 완력 앞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란 10살 남자아이는 이길 수가 없었다.


“이 쪼그만 새끼가 어디서··· 너 오늘 한번 죽어봐라.”


맞아도 맞아도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처와 비명, 폭행은 늘어났다.


“이년 봐라.”


삼영의 누이 삼화는 주방 칼을 들고 짐승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어린 여자의 몸으로 칼을 쥐는 법도 찌르는 법도 잘 몰랐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찔러봤지만 그만 짐승의 손에 팔목이 잡혀버렸다.


-퍽퍽퍽.


“곱게 있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잖아. 이년아, 죽어! 죽어!”


이번에는 삼영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역시 칼을 빼앗기고 둘 다 폭행을 당할 뿐.


다행히 소란 때문에 주민의 신고로 폭행은 멈출 수 있었다.


짐승은 성폭행 미수와 폭행으로 구속되고 남매는 정상 참작이 되어 훈방, 겨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것 좀 참으면 어디가 덧나. 하여튼 남편 복 없는 여자는 자식 복도 없다고. 내가 못 살아.”


남매에게 비수 같은 말을 남긴 채 어미는 며칠 되지 않아 딴 남자와 살림을 차리고 다시는 집으로 오지 않았다.



* * *



@희망의 시작


삼영은 몇 번이나 전화기를 붙잡고 망설이고 있었다. 돈을 마련할 곳은 아니 희망은 없지만 시도는 해봐야 했다.


“여보세요?”

“누구?”

“삼영이에요.”

“······.”

“누나가 많이 아파요. 엄마! 제발 도와주세요.”


-뚜뚜뚜뚜!


몇 번이나 더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불가.

삼영은 다시 한번 절망했다.


‘제발 누가 누나를 살려만 주세요. 뭐든지 다 할게요. 제발요. 하느님. 도와주세요. 우리 누나만 살려주세요.’


삼영은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학생, 돈이 필요해?”

“누구세요?”

“글쎄··· 내가 누군가가 중요해? 돈 안 필요해?”

“필요해요.”


평소 같으면 의심하겠지만 삼영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자, 받아.”

“이건?”

“명함이잖아. 돈 빌려주는 곳이야.”


명함을 보니.


-급전이 필요한가요? 당신의 기억을 대가로 돈을 드립니다.


믿을 수 없는 문구와 함께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내 할 일은 다 했으니까. 결정은 학생이 해.”

“······.”


이 말만을 남기고 사라진 이상한 아저씨.

삼영은 이상하리만치 의심이 들지 않았다.

아니 이런 희망이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으니까.


‘가보자.’


지도에 그려진 가게를 향해 삼영은 발걸음을 옮겼다. 달리기 시작했다. 숨이 차도 시린 바람이 불어와도 그곳으로 달려 나갔다.



* * *



@일선, 이악, 삼화


“뭐 하러 또 왔어?”

“와야죠.”


삼영의 누이 삼화가 기억 상점에 온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은혜를 갚기 위해 매일 청소하고 식사까지 준비하는 삼화를 일선은 퉁명스럽게 얘기했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배고프죠? 준비 다했으니까 어서 식사하세요.”

“흐흐, 삼화 네가 이렇게 음식까지 만들어주니까 살맛이 난다.”

“밥만 축내지 말고 꺼져!”

“이봐. 이 가게에 내 지분도 반이 들어있어.”

“너 때문에 적자야. 적자.”

“죄송해요.”


일선 사장님이 하신 말씀, 삼화는 적자는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넌 신경 쓰지 마.”

“······.”


한 주 내내 일선 사장님은 퉁명스럽지만 삼화는 알고 있었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하신 말씀이라는 걸···.


“으. 그런데 왜 또 라면이야?”


삼화가 정성껏 준비했지만 가게 안에 있는 건 밥과 김치, 라면 뿐.

첫날에는 그래도 고기가 있었지만 둘째 날부터 갈수록 먹을거리가 사라져 갔다.


고마워서 미안해서 감사해서 삼화가 먹거리를 가져왔지만, 사장님 두 분은 이때만은 의견 일치, 절대 가져온 먹거리로 음식을 장만하지 못하게 하셨다.


“다 너 때문이잖아. 쓸데없는 일을 왜 하냐고!!! 하여튼 도움이 안돼.”

“야! 내가 고생해서 일거리를 물어온 거야. 넌 앉아서 편히 쉬고 있었잖아.”

“저기 라면 식어요.”

“먹고 얘기하지.”

“그러든가 말든가.”


삼화만은 먹을 수가 없었다.

동생이 기다리고 있었고 수술 후에 될 수 있으면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는 먹어서는 안된다는 사장님들의 말씀 때문.


“역시 라면에는 찬 밥이야.”

“일도 안 하면서 밥만 축낼 거야? 적당히 먹어야지.”

“그러는 너는?”


먹을 때만은 조용했지만 다 먹고 난 후에는 여전히 티격태격, 삼화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자! 받아.”

“이게 뭐예요?”


삼화 앞에 던져진 봉투.


“뭐긴 뭐야. 일한 값이지.”

“안 받을래요. 염치가 있지 어떻게 받아요?”

“정당하게 일한 대가야. 안 받으면 내일부터는 나오지 말아.”

“어서 받아둬. 이 녀석 짠돌이니까 다시 가져갈지 몰라.”

“내가 너냐!”


삼화는 마지못해 돈봉투를 집어 들었다.


“액수 확인 안 해?”

“네. 확인 안 할래요.”


삼화도 고집있다.


“어서 가 봐. 오늘 네 할 일은 끝났어.”

“설거지는 하고 갈게요.”

“이 녀석 있잖아. 놀고 먹기만 하는 녀석. 어서 가.”

“야! 내가 왜 놀고 먹어? 넌 편히 앉아 있기만 하지. 난 밖에서 어떻게든 손님 한 명 데려오려고 고생하잖아.”

“하고 갈게요.”


설거지를 마친 삼화는 퇴근 준비를 서두르는데.


“삼화야!”


처음으로 사장님이 이름을 불렀다.

야! 너! 였는데.

눈물이 나려 했지만 삼화는 참았다.

참는 건 자신 있다.

사경을 헤매면서 마약성 진통제조차도 듣지 않을 정도로 지독하게 아팠을 때보다는 훨씬 쉽다.


“네가 아르바이트하는 건 말리고 싶지 않은데 넌 아직 다 낫지 않았어. 여기서 일하든 아르바이트 하든 네가 결정해. 둘 다 다 하면 무리야. 병이 다시 재발하면 그 어떤 수술도 약도 널 고치지 못해.”

“사장님···.”


-뚝뚝뚝!


삼화는 참았던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만, 난 우는 거 딱 질색이야.”

“그건 나도 그래. 어서 가! 동생 기다리잖아.”

“그럼 내일 뵐게요.”



가게를 나와 삼화는 정육점부터 들렀다.

얼마가 들어있을지 모르지만 동생과 함께 삼겹살 한 근 정도는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장님, 삼겹살 좋은 걸로 한 근 주세요.”


‘더 살까?’


삼화는 고민했다.

한창 클 동생, 한 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하고


“목살도 반근 주세요. 소시지도 주세요.”

“여깄습니다.”

“이거 주문 안 했는데요.”

“파조리는 공짜예요. 자주 이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집에 도착하니 동생은 공부 중.


“누나 왔어? 들고 있는 건 뭐야?”

“고기.”

“정말?”

“배고프지? 누나가 금방 준비할 게. 기다려.”


어린 동생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삼화.

밥부터 먼저 하려 했는데 벌써 준비되어 있었다.


“영아, 이거 네가 한 거야?”

“응.”

“누나가 할 건데 왜 했어? 공부하느라 힘들 텐데···.”

“뭐가 힘들어. 씻고 물만 부으면 돼.”

“그래 잘했어.”

“나, 누나 없을 때 잘해 먹었다. 웬만한 건 잘해.”

“······.”


물론 거짓말.

삼영은 라면이나 밥에 김치 말고는 해 먹어본 적이 없었다.


어느새 돼지고기가 지글지글.


“누나부터 먹어.”

“너부터야.”

“그럼 같이.”


비록 밥과 삼겹살, 김치 그리고 누나표 된장국만 있었지만 삼영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있었다.


“누나, 우리 이렇게 행복해도 돼?”

“······.”

“나, 지금도 꿈이 아닐까 생각해. 혹시 꿈이면 정말로 깨지 않았으면 좋겠어.”

“꿈이 아니야.”

“그렇지?”

“응.”


삼영은 지금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건지.

누나의 병이 완치 될 수 있는 건지.

비록 큰 집은 아니지만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잘 수 있는 우리 남매만의 공간이 생길 수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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