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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블루
작품등록일 :
2024.07.02 08:47
최근연재일 :
202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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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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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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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

DUMMY

@회상


기억 상점에서 기억을 파는 대가로 현금 삼천만 원을 받은 삼영은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돈.

품 안에 꼭 안아 든 채로.


“야! 너 그거 뭐야?”


어떻게 알고 왔는지 막아선 사채업자 둘.


“모, 몰라요.”

“돈이지?”

“흐흐, 이런 재수가 있나. 얼마지? 이리 줘.”

“안 돼요. 이건 누나 수술비에요.”

“그딴 거 관심 없고 좋은 말할 때 내놔. 너 밀린 이자 합해서 지금 갚아야 하는 돈이 얼마인 줄 알아? 자그마치 오천만 원이야.”


빌린 오백만원이 1년도 안돼 오천만원이 되어버린 게 삼영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그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하루빨리 원무과에 접수해야 누나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좋은 말 할 때 내놔라. 안 그러면 알지? 전에 너 몸 사진 찍은 거. 네 가족, 친적, 학교 전부 뿌려버릴 거야.”

“사, 상관 없어요.”


누나만 살릴 수 있다면 삼영은 상관없었다.

부끄러움, 체면, 쪽팔림 이딴 거 신경 안 쓴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온몸에 문신 가득하고 덩치 큰 사채업자의 폭력 앞에서 어린 삼영은 그저 속절없이 돈봉투를 꼭 품에 안은 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 지독한 새끼.”

“야! 돈 안 내놔!”


완력으로 따지면 건달인 사채업자가 훨씬 힘이 세지만 삼영의 의지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빼앗기지 않았다.


‘이 건 안 돼. 절대 안 돼.’


하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기에는 이미 한계.

서서히 의식이 멀어져갔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구경꾼들은 폭력이 두려워 직접 도울 수는 없었지만 전화는 걸 수 있었다.


“여보세요. 지금 어린 학생 한 명이 건달에게 엄청나게 맞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아. 어째. 빨리요.”


112 지령을 받은 순찰자가 출동하고.

사이렌 소리도 들려왔다.


“야. 포기하자.”

“아우! 이 새끼 너 다음에 보자.”


순찰차가 보이자 내빼는 사채업자 둘.

경찰은 즉시 상황을 살펴봤다.


‘전에 만났던 학생이잖아?’


“학생, 학생 정신 차려.”


119를 부르고 경찰은 삼영을 깨웠다.


“괘, 괜찮아요. 감사해요.”


경찰 아저씨 덕분에 정신을 차린 삼영은 피를 흘리면서도 몸을 일으켜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지금 119 불렀어. 학생 그 몸으로 가면 안 돼. 조금만 기다려.”

“아니에요. 갈 곳이 있어요. 누나 있는 곳에 가야 해요. 죄송해요.”


말려봤지만 삼영은 멈추지 않았다.


“누나라면? 병원?”

“네. 빨리 수술비를···.”

“알았어. 우리가 데려다줄 테니까 어서 가자.”


순찰차에 태우고 119에 상황을 설명하고 다시 병원에 도착.


“학생 치료부터 받아.”

“괘, 괜찮아요. 이것부터···.”


하지만 이미 자정이 넘는 시간.

병원 업무과는 수납이 끝난 상황.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누나 수술비와 밀린 병원비를 결제하려는 삼영은 자꾸만 병원비, 수술비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보다 못한 병원 관계자가.


“응급실 수납은 가능해요. 자, 나를 따라와요.”


상당한 출혈로 피가 묻어있었지만 수납을 담당하는 직원은 불편한 기색 없이 절차를 마무리.


“총 삼천만원 ···확인했습니다. 여기 영수증이에요.”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의지로 버틴 삼영은 그 자리에서 혼절.


“학생! 학생!”


멀리서 자기를 부르는 거 같은데 ···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삼영은 눈을 떠보니 응급실.

팔에 주사기가 꽂혀 있었다.


“정신이 들어요?”

“네. 괜찮아요.”

“큰일 날뻔 햇어요. 출혈이 얼마나 심한 줄 알아요?”

“죄송해요. 저기 접수는 누가?”

“그걸 걱정할 때예요! 학생은 환자예요. 환자.”

“전 하나도 안 아파요. 이것 좀 빼주실래요? 누나가 날 기다릴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누나는 잘 자고 있어요. 지금 이 모습으로 가면 누나가 얼마나 마음 아프겠어요?”

“······.”

“삼화 환자 그렇지 않아도 특별히 얘기해서 지켜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날 이후로 행복과 기적은 계속됐다.

빠르게 잡힌 누나의 수술, 그리고 경과는 의료진이 기적이라고 할 만큼 대성공이었고 수술 후 한달도 지나지 않아 퇴원할 만큼 회복도 빨랐다.


“감사합니다.”

“고생했어요. 앞으로가 중요한 거 알죠? 지금 상태가 좋아졌다고 무리하면 안 됩니다.”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하는 남매가 병원 밖을 나가자.


“선생님, 잘 됐으면 좋겠어요.”

“하늘이 감동한 거지. 이런 남매를 하늘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누굴 도와주겠어?”

“선생님도 고생하셨고 원무과도 정말 많이 힘써주셨어요.”


간호사 이정란은 마치 자기 일처럼 남매를 도와주고 협조를 받았다.

밀린 병원비와 수술비, 그리고 한 달간의 치료비는 3천만원이 훌쩍 넘었지만, 남매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이정란 간호사와 병원 관계자는 거의 반이나 깎아주고 수납한 3천만 원 중 5백만원이나 현금으로 돌려주었다.


이미 신용불량자, 현금이 생길 때마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돈을 원무 창구에서 접수한 걸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작지만 소중한 반지하 월세방에 모처럼 다시 찾아온 남매.

사람의 온기 때문인지 무척이나 이 허름한 집이 대궐보다 아늑해 보였다.


함께 식사를 마치고.

삼화는 그동안 참아왔던 궁금증을 동생에게 물어봤다.


“영아.”

“응?”

“누나 정말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얘기해줄래?”

“뭔데?”

“정말 이거 사채 아니지?”

“진짜 아니야. 사채 아니야.”

“누나 다 이해하니까 하나만 물어볼게. 혹시 남의···.”

“아니야. 아니야. 정당하게 팔고 받은 거야.”

“너 너 설마? 어디 봐.”


삼화는 혹시나 장기 밀매를 한 게 아닌지 걱정.


“아니야. 봐봐. 내 몸에 아무 수술 자국 없지?”


신장을 팔든 뭘 팔든 수술 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없어 안심.


도둑질도, 장기 매매도, 사채도 아니라면.

삼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이 돈을 구할 방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영아. 누나 믿을게. 그럼 뭘 주고받은 거야?”

“그 그건···.”


삼영은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물건을 팔았어.”

“물건?”

“응.”


삼화는 이때만은 동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집안에 돈 나가는 물건이 있을 수가 없으니까.


“영아, 괜찮으니까 누나에게 솔직하게 얘기해봐.”

“진짜야. 물건 팔았어. 나에게 소중한 물건.”


‘아이템? 아니야.’


학교에서 지원한 노트북이 있었지만 게임을 할 형편이 되지 않는 집안 사정, 한 번도 영이 게임을 한 걸 본 적도 없었다.

더구나 잘은 몰라도 아이템을 사고 팔려면 기본 장비는 갖춰야 하는 걸 알고 있기에 피시방 갈 돈도 없는 영이가 게임을 해서 돈을 번다는 건 상상도 안 되는 일, 게임은 제외.


불안했다.

사채도 아니고 장기매매도 게임 아이템도 아니라면.

삼화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딱 하나 있다.

어린 동생이 그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영아야, 아니지? 정말 아니지?’


다른 건 몰라도 착하고 올곧은 동생.

설마 보이스 피싱에 가담했을까 걱정됐지만 묻지 않았다.


누나 마음을 아는지.


“나, 절대 나쁜 일 한 거 아니야. 진짜야. 기억을 팔았어.”

“기억?”

“응. 우연히 어떤 아저씨한테 명함을 받았거든. 나도 처음에는 안 믿었는데 정말 돈을 주더라구. 기억을 대가로 돈을 받았어. 진짜야.”


이건 아무리 동생을 믿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기억을 팔았다니.

누가 그걸 사겠는가.


혹시나 소재가 좋아 작가가 이야기를 살 수 있지만, 남매의 이야기는 특별할 게 없었다.


지독하게 가난한 것?

부모가 자식들을 버린 것?


이런건 돈 안주고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오히려 흔하니까.


“영아, 누나한테···.”

“정말이야. 정말.”

“그럼 나랑 가보자.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만 해볼게.”


혹시나 설마 그럴 리는 없지만 독지가 어느 분이 기억을 산다고 얘기하고 도움줄 수는 있으니까.


“알았어.”


그래서 찾아간 상점.

들어가니 이상하게 생긴 아저씨 두 사람이 있었다.


“불청객이 찾아왔네.”

“죄송해요. 제 동생의 기억을 사셨단 말을 들어서 확인해보려고 왔어요.”

“······.”

“누나, 정말이야. 여기 사장님께서 내 기억을 대가로 삼천만원 주셨단 말이야. 그것도 현금으로.”

“사장님!”

“응?”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너무 큰 은혜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장은 갚을 능력이 없으나 일하면서 조금씩이나마 갚아나가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난 주고 받은 거야. 네가 오해하나 본데 난 쓸데 없는 선의를 베풀지가 않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장님들이지만 사람은 사람.

아무리 세상 물정 어두워도 기억을 어떻게 사고 판 단 말인가.


“다시는 찾아오지마. 이건 경고야. 너희들이 이곳에 오는 건 좋지 않아. 가라.”

“에이 그래도 손님이 오셨는데 차라도 한 잔 대접해야지.”

“네가 하던가.”

“나보고 차까지 대접하라고? 미쳤어?”

“밥도 안 해. 설거지도 안 해. 청소도 안 해. 네가 하는 게 뭐 있어? 이왕이면 이 아이들이랑 같이 나가. 어서!!!”

“내가 왜 일을 안 해! 이 녀석을 데려···.”


이악은 아차! 했다.


‘혹시?’


삼영은 어렴풋이 사장님 중 한 분이 그때 명함을 줬던 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외모도 목소리도 다 바뀌었지만, 이상하게 그 사람 같았다.


결국 쫒겨난 남매는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누나, 사장님 있잖아.”

“응. 왜?”

“검은 옷을 입고 계신 사장님, 전에 나에게 명함을 주신 분 같아. 얼굴은 변했는데 이상하게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그래?”

“응.”


삼화는 오늘만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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