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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y 님의 서재입니다.

남쪽 하늘에 뜨는 별, 天南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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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y
작품등록일 :
2019.01.24 00:53
최근연재일 :
2021.04.15 22:10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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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756

작성
19.04.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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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7화 약점에는 약점으로 공격할 것

DUMMY

한밤의 고요함을 밀어내고 아침이 다가왔다.


해가 뜨면 만물이 움직이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긴 하지만, 오늘 아침은 유독 무언가 부산스러웠다.


그것은 비단 궁 안뿐만이 아니었다. 궁성 밖 민가의 사정도 매한가지였다.


아직은 텅 빈 거리에서도, 마을 냇가 옆 공터에서도, 마을 전체가 결전을 앞둔 듯. 소란스러운 적막으로 둘러 쌓여있었다.


평소와 다른 아침 공기에 은은 의문을 품을 법도 했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어보였다.


“후-”


하루가 지났건만 은의 한숨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한숨은 그 의미가 조금 달랐다.


어제의 한숨은 여인 앞에서 서툴렀던 은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오늘의 한숨은 아주 어려운 숙제 때문에 일어난 답답함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럼 빈궁마마께 어떤 선물을 드릴 것인지, 생각해보시옵소서.’


오 내관이 은의 심부름으로 궁을 떠나기 전 남긴 말이었다.


“대체 무얼 선사한단 말인가. 빈궁전에 없는 게 대체 무에 있다고.”


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빙글빙글 방안을 자위돌았다.


“내가 괜한 이야기를 한 게야. 오 내관이 무얼 안다고......”


‘남자의 매력은 그것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옵니다.’


오 내관의 단호한 말이 은의 귓가를 맴돌았다.


“여인에게 선물을 주는 것조차도 이리 어렵다니......”


은이 다시 한숨을 내쉬며 보료에 풀썩 주저앉았다.


서안을 손가락으로 톡톡 튕기던 은이 갑자기 밖을 향해 외쳤다.


“수! 수는 어디 있느냐.”


“여기 있습니다.”


방문 밖에서 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잠시 안으로 들어오너라.”


“네.”


짧은 대답이 끝나고. 발걸음 소리도, 방문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수는 은의 곁에 와 머리를 조아렸다.


은은 멀뚱히 서 있는 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 서 있지 말고 이리 앉아 보아라.”


“네.”


수가 은의 곁에 무릎 꿇고 앉자, 은이 목을 쭉 빼 내밀고 은밀히 물었다.


“수야! 너는 여인에게 선물을 해본 적이 있느냐?”


“서, 선물 말이옵니까?”


여간해서는 놀라지 않는 수가 은의 질문에 말까지 더듬으며 당황했다.


“그래. 너도 이제 혼인할 나이가 지나지 않았느냐. 그만하면 여인에 대한 경험도 있겠지.”


“......”


수는 대답 없이 마른 침을 삼켰다.


여인이라......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단어다.


태어날 때부터 무인의 집안에서 자라 무과 합격을 목표로 무예만을 단련했었다.


세자의 익위사로서 가득 찬 충심에 연심이 자리할 곳은 없었다.


그런데 여인이라니......선물이라니......


세자의 하명이라면 망설임 없이 답하고 행하겠지만, 이 문제만큼은 그 어떤 것도 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수의 그런 속내를 알 리 없는 은은 잠시의 빈틈도 용납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래. 궁 밖의 여인들은 무슨 선물을 받으면 좋아하느냐?”


“......”


“여인들은 장신구를 좋아하려나? 맞느냐?”


“......”


“그러지 말고 이야기를 해보거라. 내 참고를 하려 그런다.”


은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수를 향해 더욱 얼굴을 밀착하며 대답을 재촉했다.


“여인이 좋아하는 선물이라면......”


“선물이라면?”


“그것은 양 상궁님께 여쭈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으련 지요.”


“내 그것을 몰라 그러느냐.”


은은 혹 방 밖에 있을지도 모를 양 상궁을 의식해, 한껏 목소리를 낮추어 이어 말했다.


“양 상궁은 미주알고주알 어마마마께 보고를 한단 말이다. 보고를!”


“아.....”


수가 짧게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내 경험을 좀 빌리자꾸나. 그래, 넌 여인에게 무얼 선물하느냐?”


“그것이.....실은, 저도 여인에게 선물해본 적이 없어서.......”


수가 사실대로 고하자, 은의 한숨이 다시 길게 늘어졌다.


“에휴.......어찌 너는 그것이 없는 오 내관보다도 못한 것이냐.”


“......송구하옵니다.”


송구하다 머리를 조아리는 수를 보며 은이 쯧쯧 혀를 찼다.


"바늘구멍 하나 들어갈 곳 없어 보이던 너의 약점 또한 여인이구나."


"......"


“대체 빈궁에게 무슨 선물을 한단 말인가. 선물을 고를 것부터 여간 힘든 것이 아니군.”


“허먼, 오 내관님께 물어보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오 내관은 지금 내 심부름을 하는 중이다.”


은은 차마 이것이 오 내관이 내어준 숙제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허나, 오 내관이 그의 심부름은 간 것 또한 거짓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기에 은은 한 치의 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그것이 아니라. 어제 낭자에게 뱉은 말이 있지 않으냐. 설화정의 행수에게 상을 내리겠노라고. 내 여인의 마음은 잘 몰라도, 한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해서, 행수기녀에게 단오선을 전달하라고 했느니.”


“단오선을 말입니까?”


수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오늘이 단오가 아니더냐. 그래서 아침부터 이리 공기가 번잡하건만. 너는 그걸 몰랐느냐.”


“그것이 아니오라 저하.”


“그것이 아니라?”


“허면 말이옵니다. 빈궁마마께도 단오선을 선물하시는 것이 어떨런지요. 오늘이 단오이니 딱 맞는 선물이 아니겠사옵니까.”


수는 가까스로 찾은 자신의 답에 제법 뿌듯해하며 은에게 말씀을 올렸다.


그러자 은의 고개가 살며시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래, 네 말이 일리가 있다. 단오선이라......”


은이 열려진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짙녹빛 잎사귀가 가득 들어찬 나무는 무거운 듯 가지를 길게 늘어 뜨이고 있었다.


한 자락 바람이 불어오자 오소소 이파리가 흩어져 내렸다.


봄바람에 휘날리던 꽃잎 대신 이제 잎들이 날리는구나......


은은 북둔의 복사꽃잎 사이에서 처음 만났던 세계를 떠올렸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 깊은 눈, 웃을 때 움푹 패이는 볼우물......


어제 보았는데도 또 보고 싶구나.


그리고 시선을 돌려 궁궐 담장 너머를 응시했다.


오 내관은 도착을 했으려나......혹 세계 낭자도 만났으려나......




***




안채로 가기 위해 방을 나선 세계가 대청마루에 우뚝 섰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마루 아래에 놓인 댓돌이었다.


댓돌 우에는 어제 은이 주고 간 도화문 꽃신이 간잔지런하게 놓여있다.


“예쁜 긴하네. 세자저하의 선물이라 그런지 아주 고급져.”


‘꽃신이다. 일전에 보니 신이 불편해 보여서. 아 그리고 그 밑에는 비단도 있으니 옷을 해서 입어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은이 눈도 못 마주치고 내뱉었던 말이 떠올랐다.


세자 저하는 정말 날 좋아하나 봐.


근데......대체 왜? 나처럼 존못이 뭐가 좋다고. 더군다나 옆에는 여신 같은 세자빈마마도 있잖아.


세계는 안형의 집에서 보았던 단혜를 떠올렸다.


깎아지를 듯한 날렵한 턱선, 오똑한 코, 날카로운 눈매. 완벽한 고양이상을 가진 나의 이상형.


“이상형이고 나발이고 돌아갈 생각을 해야지, 이 세계. 정신 차려!”


세계는 체머리를 흔들고는 댓돌 아래로 내려왔다.


도화문 꽃신에 발을 넣으려던 세계는 주춤거리다, 옆에 있던 제 신을 신고 일어섰다.


“아씨! 오늘도 안채에 가시려고요?”


“응”


어디선가 들려온 말녀의 목소리에 건성으로 대답을 한 세계가 협문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아씨, 어차피 오늘은 가셔도 사람 없을 거예요. 이거나 드세요.”


“응?”


그제야 세계는 말녀에게 시선을 맞추며 되물었다. 말녀는 들고 있던 나무 쟁반을 앞으로 슬쩍 내밀었다.


“수리취떡이랑 앵두화채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오늘은 사람이 없다니. 왜? 무슨 일 있어?”


세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못 심각하게 물었다.


“오늘 단옷날이잖아요. 아마 기녀들 죄다 밖에 나가서 풍물패 구경에 씨름 구경할걸요. 그러니 시원하게 이 떡이랑 화채나 드시고, 이따 저랑 창포물에 머리가 감으셔요.”


“아~단오라......잠깐 잠깐, 뭐라구?”


“이거 드시고 저랑 창포물에 머리 감자구요. 단오에는 매년 그렇게 하셨잖아요. 또 기억 안 나셔요?”


“아, 아니......그게 아니라......”


해보진 않았어도 단오에는 창포물에 머리 감는 거는 들어서 알지.


근데, 아무리 내가 지금 여자의 몸이 됐다지만......그래도 말녀랑 너랑 같이 목욕하는 건 좀 아니잖아.


당황해하던 세계가 안색을 바꿔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말녀야. 지금 중요한 건 아버님의 복권 아니겠어? 아무래도 행수 어른 뒤를 캐는 게 더 먼전 거 같다.”


“그렇긴 하지만 잠깐 머리 감고 하시면 되잖아요.”


“그 잠깐 사이에 뭔가 단서를 놓칠 수도 있잖아. 머리 감는 건 내 이따 저녁에 할 테니, 너 먼저 하려무나.”


말을 마친 세계가 말녀를 대답도 채 듣지 않고 황급히 협문을 나섰다.


‘휴-큰일 날 뻔했네.’


협문을 나선 세계가 잠시 멈추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안채 쪽으로 향하려는 찰나, 누군가 별채에서 나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는 황급히 협문 옆 으슥한 곳에 몸을 숨겼다.


아침부터 사람들의 눈을 피해 행수 어른을 찾아온 사람이라면......사 팀장에 대해 알고 있는 자일 확률이 높다.


세계는 눈을 벼리게 뜨고 방문자가 안채 마당에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의 눈에 잿빛 도포 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흑립 아래의 얼굴을 유심히 지켜보던 세계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저 사람은......세자 저하 곁에 있던 내관이잖아. 저자가 왜......


내가 여기 숨어 있음을 저자도 알았나? 그래서 행수 어른에게 경고라도 하려고 온 것인가?


세계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오 내관의 시선이 협문으로 향했다.


세계는 숨을 죽이고, 몸을 더욱 옹그렸다.


잠시간 협문에 눈을 두었던 오 내관이 천천히 솟을대문으로 발길을 돌렸다.




***




대문간으로 나온 오 내관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설화정으로 웬 가마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가마꾼들이 가마를 내리자, 안에서 옥색 쓰개치마를 쓴 여인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 여인을 본 오 내관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아니 저분은......중궁전의 김 상궁님이 아닌가......


오도가도 못 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린 오 내관을 김 상궁이 발견하곤, 낮은 목소리로 말을 붙였다.


“자네가 여기는 웬일인가.”


“그것이......그저 지나는 길에 잠시 들린 것이옵니다.”


은의 명으로 기녀에게 상을 내리러 왔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전했다간, 궁 안에서 펼쳐질 파란을 알기에 오 내관은 에둘러 답했다.


그러나 더 그럴싸한 답을 찾았으면 좋았으련만, 그의 말은 김 상궁에게 오히려 더 큰 의혹만을 안겨주었다.


“기방을 그저 잠시 들린 것이다?”


김 상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오 내관을 노려보았다.


오 내관은 등골이 서늘해져 왔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의혹에 더 큰 불씨를 댕길 것 알고 있었다.


약점에는 약점으로 공격할 것!


“그러는 김 상궁님은 이곳에 어인 일로 오신 것이옵니까? 저야 가끔 기방을 온다 하지만 상궁님은 기방에 오실 일이 없지 않으시옵니까?”


“다음 달에 있을 대비마마의 진연 때문에 이곳 행수를 좀 만나러 왔네.”


미리 준비라도 한 듯 김 상궁은 막힘없이 답했다. 그러나 오 내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일이라면 예조와 장악원에서 할 일이 아니 옵니까. 김 상궁님께서 직접 이곳까지 발걸음 하실 일이 아닌 줄 아옵니다.”


“......”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오 내관을 날카롭게 응시하던 김 상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 내관. 보아하니 우리 둘 다 이곳에 온 일이 알려지는 것이 싫은 듯하니, 서로 함구하는 것이 어떠한가?”


“......알겠사옵니다.”


머리를 조아리고 대답하는 오 내관을 뒤로한 채, 김 상궁은 설화정 안으로 향했다.




***




“오 내관이 왔던데, 그자가 여긴 왜 온 것인가?”


김 상궁은 별채에 들어 자리에 앉자마자, 오 내관과의 약속을 깨고 설화에게 물었다.


설화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저는 손님의 일을 발설치 않습니다. 그것이 기방의 규칙이지요.”


“기방의 규칙이라?”


“장악원을 나온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기방 밖에는 없지요. 저에게 돈을 내어주시는 귀한 분들의 말을 함부로 옮겨서야 되겠습니까?”


웃고는 있지만 묘하게 날이 선 대답이었다.


김 상궁은 그런 설화가 못마땅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김 상궁님께서는 예까지 무슨 일로 오셨나이까? 저를 더 이상 찾아오실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자네가 잠시 궁으로 와줘야겠네.”


“네? 궁으로 말입니까?”


예상치 못한 김 상궁의 말에 설화가 놀라며 되물었다.


“오해하지 말게. 정확히 말하자면, 빈궁전으로 말일세.”


“빈궁전엔 제가 왜 가야 합니까?”


“자네도 듣는 말이 있을 테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네. 저하와 빈궁마마께서 아직 합궁하시지 못하였다네.”


“그 일은 알고 있사옵니다. 허나, 그 일과 제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앞으로 3일 뒤. 합궁일이 잡혔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빈궁마마의 안위뿐만 아니라, 저하와 전하까지 대소신료들의 공격을 받게 될 걸세. 왕실 전체를 뒤흔들려 하겠지.”


“......”


설화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네가 도움을 주어야겠네.”


“......제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단 말입니까?”


“빈궁마마께 방중술을 알려드리게. 세자저하와 무사히 합궁을 이룰 수 있도록 말일세.”


“빈궁마마께 방중술이라니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왕실과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


설화가 김 상궁의 눈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자네는 해야만 하네. 이것은 부탁이 아니라, 중전마마의 명일세.”


“명이라......저에게는 여전히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또한 이 일은 비밀에 부쳐야 할 걸세.”


“......”


“한 시진 후, 가마를 보내겠네. 은밀히 빈궁전으로 올 수 있도록 손 써놓았으니 그걸 타고 오면 되네.”


볼일이 끝났다는 듯 김 상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설화는 시선을 방바닥에 내려둔 채, 김 상궁의 말을 곱씹었다.


세자저하와 빈궁마마께옵서 합궁하실 수 있도록, 빈궁마마께 방중술을 가르쳐드려라......


빈궁마마는 음전한 분이다.


방중술 따위 배우실 분도 아니고, 그 일은 가르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이 일을 어찌할꼬. 만약 합궁이 실패로 돌아가는 날엔, 꼬투리를 잡아 한양 밖으로 내칠지도 모를 일이다.


설화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설화가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세계였다.


“그것이 무슨 소리냐?”


“다 들었습니다. 제가 행수 어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하지 않았습니까?”


“네가 가겠다는 곳이 어딘 줄은 알고 떠드는 것이냐?”


“빈궁전 아닙니까.”


“정녕 다 들은 것이냐?”


“네. 감시해볼 테면 감시해보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다 들었으면 알 텐데. 네가 함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니 그만 물러가거라.”


설화는 두통이라도 몰려온 듯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세자저하와 빈궁마마께옵서 합궁할 수 있도록 방중술인가 뭔가를 가르치러 가셔야 한다지요. 그럼 제가 필요하실 텐데요.”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


“세자 저하께서 좋아하는 여인의 스타일 아니 아니 여인상을 제가 좀 알거든요.”


세계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눈을 찡긋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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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중요한 것은 밀당입니다. 19.05.11 70 0 13쪽
30 29화 마음과 반대로 말을 해라? 19.05.04 85 0 13쪽
29 28화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옵지요. 19.04.29 62 0 14쪽
» 27화 약점에는 약점으로 공격할 것 19.04.16 66 0 16쪽
27 26화 남자의 매력은 그것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 19.04.11 55 0 14쪽
26 25화 위험한 수 19.04.04 76 0 17쪽
25 24화 경고 19.03.30 74 0 15쪽
24 23화 연결고리 19.03.26 70 0 17쪽
23 22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19.03.19 70 0 15쪽
22 21화 백단향에 묻은 비밀 19.03.11 73 0 13쪽
21 20화 너는 대체 누구냐!! 19.03.07 79 0 14쪽
20 19화 마지막 행하(行下) 19.02.28 77 0 16쪽
19 18화 그를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19.02.24 74 0 14쪽
18 17화 위험한 적일수록 가까이에 두는 법 19.02.20 97 0 15쪽
17 16화 엇갈린 마음 19.02.17 110 0 17쪽
16 15화 이 세계에 있어야 할 이유2 19.02.15 93 0 15쪽
15 14화 이 세계에 있어야 할 이유 19.02.15 97 0 15쪽
14 13화 납득하고 포기할 수 있는 방법 19.02.11 89 0 16쪽
13 12화 실려병(實女病) 19.02.08 92 0 14쪽
12 11화 벚꽃과 매화, 살구꽃의 구별 19.02.07 97 0 14쪽
11 10화 곡우(穀雨) 19.02.06 93 0 15쪽
10 9화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오? 19.02.02 92 1 18쪽
9 8화 새로운 세상 19.02.01 141 0 18쪽
8 7화 그러는 그쪽은 누구세요? 19.01.31 98 1 15쪽
7 6화 개짐도둑 19.01.30 127 1 20쪽
6 5화 내가 있던 자리 19.01.29 104 0 16쪽
5 4화 합궁의 절차 19.01.28 164 1 17쪽
4 3화 이 세계의 살아가는 방식 19.01.27 117 1 18쪽
3 2화 나는 누구고, 어디에 있는 거지? 19.01.26 132 0 16쪽
2 1화 사팅장(史㯑障) 19.01.25 231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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