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사건파일 4869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드라마

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8,441
추천수 :
681
글자수 :
492,160

작성
23.11.01 08:00
조회
91
추천
6
글자
9쪽

제19화. 귀신 헬리콥터(1)

DUMMY

우리가 두 가지 사건에 매진해 있을 동안, 우리 서에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한 달 넘게 공석이었던 서장 자리에 새로운 서장이 부임한 것이다.


전임 서장과는 다르게 풍채가 있고 굳게 다문 입에서 강단이 있어 보였다.


사건 해결 후 정식으로 인사를 하기 위해 불려 갔던 우리는 형식적인 인사를 나눈 뒤 서 반장만 남겨 두고 서장실을 나왔다.


“안 들어가세요?”


“담배 한 대 피우고, 먼저들 가.”


정 형사와 나머지 팀원들을 먼저 보낸 뒤 난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빼 물고 서장실을 향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날 저녁, 서 반장과 술을 한잔하면서 앞으로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에 이윤정의 부친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살아 있는 권 서장, 그리고 미스터리의 인물인 최 부장에 대해서도 지금껏 우리가 해결했던 사건 중에도 이것들과 연관이 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힘만으로는 베일에 싸인 것들을 파헤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신임 서장을 떠보는 것이었다.


소스를 하나 던져 주고 권 서장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하면 최 부장이라는 작자와 한패이고, 한번 수사를 해보라 찬성하면 그와 아무 연관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결론을 내기로 했다.


잠시 후 서 반장이 서장실 밖으로 나온 후 나를 보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 싸인은 선임 서장도 그들과 한패라는 것이다.


“이거 뭣 같네.”


짧은 탄식에 서 반장이 쓴웃음을 보이며 스쳐 지나갔다.


퇴근 후 나와 서 반장, 그리고 채 형사. 세 사람은 우리가 자주 가는 선술집에 모였다.


선술집에 들어선 서 반장과 채 형사가 가게 구석구석을 두리번거렸다.


“야, 한주야. 어제 술 먹다 뭐 잊어버렸냐? 뭘 그렇게 찾아.”


수색을 마친 채 형사가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새로 온 서장님한테 지금 조사 중인 거 말씀하셨다면서요? 우리 편이 아니라면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우리가 자주 가는 곳에 도청 장치 같은 걸 설치 해놓지 않았을까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 했다.


가게 안을 살피려 일어서려는데 서 반장이 한쪽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자리에 앉았다.


“역시 채 형사가 너보다 낫네. 없는 거 확인했으니까 뒷북 칠 필요 없어.”


이렇게 말한 뒤 주머니에서 기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거 그거죠. 도·감청 방해하는 거.”


“맞아. 혹시 몰라 통신과 애들한테 뺏어 왔어.”


서 반장이 기계의 스위치를 켰다.


“이게 말이야. 우리 귀에는 안 들리는데 도청기에는 삐 하는 소리가 들린대. 근데 어린아이들 귀엔 그 소리가 들린다네. 참 신기해.”


“어, 내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내가 손으로 한쪽 귀를 막고 마치 소리가 들리는 듯한 시늉을 했다.


“지랄하지 말고 술이나 쳐 잡숴. 꼭 맞을 짓을 해요.”


서 반장이 내 뒤통수를 치며, 막걸리가 담긴 사발을 권했다.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들이키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정말 너무하잖아. 전부 다 적이고, 이제 우리 어떻게 하냐?”


내 말에 서 반장이 주머니에서 종이 쪼가리를 우리 앞에 내놓았다.


펼쳐 보니 거기엔 「카메라」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서장실에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순간 가게 문이 열리고 누군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멈춰 섰다.


그 사람은 바로 신임 서장이었다.


“여긴 예전과 바뀐 게 없네. 주인 말고는.”


아주 중후하고 묵직한 남자다운 목소리다.


일어나려는데 서장이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 그동안 조사는 어디까지 진행이 됐냐?”


서장의 말에 언제 준비를 했는지 채 형사가 가방에서 자료들을 꺼내 서 반장에게 전달하고 서 반장은 전달받은 자료들을 다시 서장에게 보여주며 보고를 했다.


“워낙 비밀이 많은 자들이라 제약회사와 최 부장이란 자가 연결되어 있다는 거밖에는 없습니다.”


서 반장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서장이 중대한 결정을 한 듯 술잔을 쭉 들이킨 뒤 입을 열었다.


“뭐. 이제부터 시작이니 조사를 하며 천천히 그 베일을 벗겨 보자고.”


그러곤 얼떨떨해 있는 나를 보며 한번 씨익 웃더니 한마디 더 덧붙였다.


“누가 저 친구한테 설명 좀 해 주지. 어찌 된 건지 영문을 모르는 거 같은데.”


서 반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신임 서장 장길수. 그 역시 20여 년 전 발생한 화재사건을 조사하던 중 알 수 없는 세력의 외압으로 인해 좌천되었다가 권 서장의 위장 죽음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시 우리 경찰서로 오게 되었다. 권 서장의 동기이며 무엇보다 서 반장의 사수였다.


오늘 오전, 서 반장이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서장실이 그들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서장이 「카메라」라고 적은 종이를 서 반장에게 보여주며, 서 반장의 말을 묵살해 버렸다.


그걸 간파한 서 반장이 따로 연락해 오늘 약속을 잡은 것이다.


“야, 그럼 나한테 살짝 귀띔이라도 해 주지 그랬어. 서운해.”


“서장실도 감시당하는데, 경찰서 어디라도 안전한 곳이 있겠어요.”


채 형사의 말이 맞다. 누군가에 의해 살아 있는 권 서장이 찍힌 영상이 지워졌고 영상이 담긴 sd 카드와 권 서장이 준 USB도 포맷되어 있었고, 물론 경찰서 CCTV에는 그 범인이 찍혀 있지 않았다.


“내가 허락했다고 대놓고 조사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네.”


“서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 두 사람 단도리 잘 시키겠습니다.”


“내가 봤을 땐 자네만 잘하면 될 거 같은데.”


나를 단번에 간파한 서장의 말에 우리는 너나 할 거 없이 빵 터졌다.


한참을 웃던 서장이 테이블에 구형폰 세대를 꺼내 놓았다.


“앞으로 이 사건 관련 통화는 이걸로 해 주게. 그나저나 수사본부는 어디에 차리지?”


“우리 집으로 하죠. 그동안 조사한 자료들도 거기 다 있고요.”


서장의 말에 채 형사가 선뜻 자기의 집을 내놓겠다고 했다.


자기 가족을 몰살시킨 자들을 잡기 위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채 형사가 걱정이다.


그날의 조촐한 회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다음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건 현장으로 가고 있다.


이른 새벽 조깅을 하던 한 남성에 의해 한강 둔치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됐다.


변사체로 발견된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배를 갈랐다 닫은 흔적을 품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누워있었다.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인데도 현장을 접할 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늘 하던 대로 팀을 나눠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혹시라도 있을 사건 현장을 찍은 CCTV 확보와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


일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


남들이 봤을 땐 그냥 띵까띵까 노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일을 한다.


나처럼 위에 자발적으로 찍힌 만년 말단 형사라면 모를까 형사라는 직업도 성과를 내야만 높으신 분들의 이쁨을 받는다.


아무튼, 서장도 새로 오고 했으니 사건이 마무리되는 대로 충원요청을 해볼 생각이다.


현장을 마무리하고 서로 들어오는데 부검센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배를 갈라 보니까 장기가 없어.”


“장기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센터장의 말에 서 반장이 다시 반문했다.


“보는 대로야. 심장에서부터 콩팥에 간까지 싹 다 적출 했어. 눈은 기본이고.”


우리 앞에는 속이 텅 빈 여성이 누워있었다.


“전문가의 소행인가요?”


내 질문에 센터장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피해자의 신원은 신속하게 밝혀졌다.


서른 중반의 결혼을 하지 않은 보통 보통의 직장인이다. 직장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집안 형편도 어렵고 집을 구하기 위해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2금융권이 대출을 받기 쉬운 데 반해 1금융권보다 이자가 터무니없이 비싸고 자칫 잘못하다 기한을 넘기면 눈덩이처럼 이자가 불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악덕 채권자를 만날 경우, 갖은 협박을 받는다거나 강제로 신체 포기 각서를 쓰게 해 고기잡이배에 팔려 간다거나 여성의 경우 섬 같은데 팔려 가기도 하며, 이번 피해자처럼 몸에 있는 장기로 대출금을 대신하기도 한다.


허무맹랑한 소리 같겠지만 이 모든 게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다.


우린 일단 그 대부업체부터 털기로 했다.


대부업체 사장을 소환해 조사한 결과 그가 장기밀매 업자에게 피해자의 신상을 돈을 받고 넘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는 이참에 그들을 일망타진하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건파일 4869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제21화. 완전 범죄를 꿈꾸며 +2 23.11.03 76 6 10쪽
20 제20화. 귀신 헬리콥터(2) +2 23.11.02 94 7 10쪽
» 제19화. 귀신 헬리콥터(1) +2 23.11.01 92 6 9쪽
18 제18화. 십 사만 사천 명 +2 23.10.31 94 7 10쪽
17 제17화. 독극물 테러 사건 +2 23.10.30 93 9 9쪽
16 제16화.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 +2 23.10.27 92 7 9쪽
15 제15화. 보고픈 엄마 +2 23.10.26 102 8 9쪽
14 제14화. 불효자 +6 23.10.25 107 10 9쪽
13 제13화. 누명 +2 23.10.24 104 7 9쪽
12 제12화. 권 서장의 죽음 +4 23.10.23 105 7 11쪽
11 제11화. 여아유괴사건(3) +6 23.10.20 116 6 9쪽
10 제10화. 여아유괴사건(2) +6 23.10.19 120 8 9쪽
9 제9화. 여아유괴사건(1) +6 23.10.18 121 8 9쪽
8 제8화. 엔젤 사수작전! +4 23.10.17 131 7 11쪽
7 제7화. 사이비 +6 23.10.16 140 7 13쪽
6 제6화. 사이코패스 +7 23.10.13 138 8 9쪽
5 제5화. 연쇄 살인 +6 23.10.12 196 8 11쪽
4 제4화. 천사의 탈을 쓴 악마 +4 23.10.11 197 12 9쪽
3 제3화. 어디로 갈까나-어느 노파의 죽음 +4 23.10.10 206 9 9쪽
2 제2화. 누구를 탓할까-어느 매춘부의 죽음 +6 23.10.09 257 9 11쪽
1 제1화. 누가 죽였을까.-어느 고등학생의 죽음. +4 23.10.06 428 1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