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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사건파일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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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8,446
추천수 :
681
글자수 :
492,160

작성
23.10.26 08:00
조회
103
추천
8
글자
9쪽

제15화. 보고픈 엄마

DUMMY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 한쪽 구석에서 한 여인이 초라한 모습으로 도시락을 가슴에 품은 채 아이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에 도시락을 가져가지 않은 아들이 걱정되어서 장사하던 리어카도 옆 가게에 맡겨 두고 부랴부랴 점심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아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윽고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중 한 아이가 한참을 망설이다 그 여인을 못 본 척 그냥 들어가 버린다. 생판 모르는 사이인 것 마냥..


그 여인은 그 아이를 그저 바라볼 뿐 붙잡을 수도 말을 걸 수도 없었다.


그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지켜본 뒤 다시 장사하던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전쟁터보다 더한 마치 지옥과 같았다.


이틀에 한 번꼴로 들이닥치는 노점상 단속에 항상 조바심을 내며 도망 다녀야 했고, 자릿세를 내놓으라며 행패를 부리며 장사하는 리어카를 박살을 내놓고, 빈번히 벌어지는 장사꾼들 간의 다툼까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날 아침에도 채소를 파는 여편네와 자리 때문에 머리끄덩이를 잡고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악담들을 주고받았다.


어영부영 장사를 접고 하루 종일 쫄쫄 굶고 혼자 집에 있을 아이가 걱정되어 서둘러 집으로 갔다.


아침에 차려 놓은 밥상이 그대로 있었고 아이는 등을 돌리고 누워있었다.


그 여인도 말없이 아이의 등을 맞댄 채 누웠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밤새 내리던 비처럼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는 듯 아무 말 없이 하염없이 울었다.


그렇게 나는 리어카에 과일을 실어 놓고 파는 그 아주머니에게서 과일 장사를 하시던 그러다 도시락을 가져가지 않은 아들이 걱정되어 장사도 내팽개치고 오신 그 초라한 모습이 너무 창피해 모른 척 도망친 나를 그저 말없이 지켜보시던 이제는 온기조차 느낄 수 없는 나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오늘 밤에도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떨어지는 빗소리에 그동안 참아왔던 슬픔을 힘겹게 토해낸다.


그때처럼 꺽 꺽 숨죽여 울고 있는 등 뒤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채 형사는 말없이 나에게 등을 맞댄 채 누웠다.


다음 날 밖으로 나가보니 채 형사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채 형사를 보니 밤새 울었는지 나와 마찬가지로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 고마움과 뻘쭘함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긴 시간 동안 우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거 두 사람 또 싸웠구먼. 너희는 왜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냐. 좀 친하게 지내면 어디가 덧나냐.”


서 반장이 잔소리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싸우긴 누가 싸워. 우리 안 싸웠어요. 채 형사 말해 봐.”


내 말에 무슨 상관이냐며,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형사가 우릴 지나쳐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 싸웠네. 채 형사한테 일방적으로 터졌구만. 쯧쯧. 근데, 너 정말 조사실엔 안 들어갈 거야?”


커피를 건네며 서 반장이 내 의견을 넌지시 물어본다.


“내가 들어가면 방해만 될 게 뻔한데, 차라리 관여를 안 하는 게 나을 거 같아. 나중에 결과만 알려줘.”


마시던 커피를 들고 나 역시 사무실로 갔다.


고작 일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만두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약 한 달여 간 떠나 있다가 돌아오니 묘한 기분이 든다.


동료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생각하던 정리가 되지 않은 뿌연 먼지가 쌓인 모습이 아닌 깔끔하게 정리된 자리가 왠지 낯설다.


책상 위에 서류봉투가 보였다.


전에 서 반장에게서 건네받은 권 선배를 죽인 범인이 내가 아니라는 증거들과 영장이 들어 있는 봉투였다.


보려다가 엄마 일이 터지는 바람에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것들이다.


봉투의 내용물을 확인하려는 순간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사람을 죽였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제가 우리 아들을 죽였습니다.”


조사실 안에는 나와 서 반장이 자신이 아들을 죽였다는 여성과 함께 있었고, 나머지 팀원은 사건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서 가 있다.


“무슨 이유에서 아들을 죽였습니까?”


서 반장의 물음에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


“우리 아들은 올해 마흔 살이 되었습니다. 마흔이 되긴 했지만, 장애가 있어 자기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식사는 물론이고 용변을 보는 거까지 전부 남의 손을 빌려야만 했습니다.”


갑자기 그녀가 오열하기 시작했다.


“제 나이가 젊을 때는 어느 정도 케어가 됐지만, 나이가 드니 모든 게 힘겨웠습니다. 더군다나 재작년에 남편까지 죽고 없으니 그 중압감은 말도 못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졌다.


“올 초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니 암세포가 온몸에 전이 되었다고, 수술도 어렵고 올해를 넘기기 힘들 거라고..”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저 죽는 건 겁 나지 않는데, 저 죽으면 우리 아들은 이제 누가 돌봐 주지. 그 누가 돌봐 준다고 한들 나만큼 정성스럽게 돌봐 줄까? 천덕꾸러기가 될 게 뻔한 데라는 생각이 들어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절벽에서 밀어 버렸어요.”


서 반장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엔 아들과 같이 죽으려고 했는데, 덜컥 겁이 나서 차마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형사님들 아들을 죽인 이 못난 어미를 제발 죽여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사건은 빨리 해결이 되었고, 우리 둘은 한 달 뒤 열린 공판에 참석했다.


형식적인 절차를 마친 공판은 금세 마무리가 되었고, 곧 판사의 판결이 내려졌다.


“친족 살해는 능히 엄중한 벌을 받아야 하나, 피고가 모든 죄를 인정하고 무엇보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사십 년 동안 돌봐 준 것과 현재 피고인의 몸 상태를 감안 해 무죄로 판결합니다.”


세 번의 판사의 망치 소리가 끝나고 그녀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주위의 여론도 판결에 모두 동조하며 그녀를 위로한다.


‘그만하면 할 만큼 했어. 나 같아도 그런 행동을 했을 거야. 나 같았으면 진작에 포기하고 내다 버렸을 거야. 장애인 가족으로서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무도 그녀를 비난하거나 하진 않는다.


“근데 말이야. 엄마에게 죽임을 당한 그 아들 마음은 어땠을까? 죄라면 장애인으로 태어난 거뿐이고, 또 자기도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몸을 움직일 수 없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것도, 죽고 싶었던 것도 아닐 거 아냐.”


차에서 서 반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린 그냥 범죄 저지른 자들 잡는 데서 끝이고, 판결은 판사가 하는 거야. 그것도 우리가 하려면 머리 아파진다. 가뜩이나 머리 아픈데. 너 정말 안 봐도 돼?”


서 반장의 머리가 아픈 이유는 우리가 재판을 봤던 바로 옆 재판장에서 우리 엄마를 죽인 범인이 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범인을 마주하면 분을 못 참고 날뛰다 범인과 같이 재판을 받을 것만 같아서 일부로 참석을 하지 않고 나머지 세 명에게 부탁했다.


“십 년 받았습니다.”


재판을 보고 온 정 형사가 차에 타자마자 내게 보고를 했다.


“모두 수고했다. 근데 채 형사는 왜 저렇게 씩씩 대?”


나 대신 서 반장이 응해 주었다.


“십 년이 뭐예요? 사람을 죽였는데 최소 이 십 년 이상, 무기징역, 아니 똑같이 사형을 때려야지요.”


채 형사는 아직 분이 덜 풀렸는지 씩씩대고 있었고, 그런 채 형사를 말리느라 동만이 옆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채 형사의 한 말과 좀 전에 내가 한 말이 오버랩 되어 괜히 웃음이 났다.


며칠 후 혼자 계신 엄마가 걱정되어 대문 앞에 몰래 설치해둔 CCTV를 회수하며 그 안에 있던 sd 카드를 확인 후, 지우려던 찰나 아주 충격적인 게 찍혀 있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잠깐 멍하니 있다가 서 반장을 부르려는데, 서 반장이 급하게 나에게 오는 게 보였다.


나에게 오자마자 서 반장이 소리쳤다.


“조금 전에 어머니를 죽인 그놈이 수감되어 있는 구치소에서 전화가 왔는데, 어젯밤 그놈이 스스로 목을 매달고 죽었단다.”


뭔가로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CCTV에 찍힌 내용을 서 반장에게 보여주었다.


서 반장 역시 그것을 보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노트북에서 플레이되고 있는 영상에는 사건의 주범과 함께 미스터리 인물인 최 부장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권 서장과 함께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우린 서둘러 구치소로 향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놈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을 것이다.


CCTV 속 영상이 조작이 아닌 이상 우리 엄마를 죽인 그 범인도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자살을 당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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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화. 보고픈 엄마 +2 23.10.26 104 8 9쪽
14 제14화. 불효자 +6 23.10.25 107 10 9쪽
13 제13화. 누명 +2 23.10.24 104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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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11화. 여아유괴사건(3) +6 23.10.20 117 6 9쪽
10 제10화. 여아유괴사건(2) +6 23.10.19 120 8 9쪽
9 제9화. 여아유괴사건(1) +6 23.10.18 121 8 9쪽
8 제8화. 엔젤 사수작전! +4 23.10.17 131 7 11쪽
7 제7화. 사이비 +6 23.10.16 141 7 13쪽
6 제6화. 사이코패스 +7 23.10.13 138 8 9쪽
5 제5화. 연쇄 살인 +6 23.10.12 196 8 11쪽
4 제4화. 천사의 탈을 쓴 악마 +4 23.10.11 198 12 9쪽
3 제3화. 어디로 갈까나-어느 노파의 죽음 +4 23.10.10 206 9 9쪽
2 제2화. 누구를 탓할까-어느 매춘부의 죽음 +6 23.10.09 257 9 11쪽
1 제1화. 누가 죽였을까.-어느 고등학생의 죽음. +4 23.10.06 428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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