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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님의 서재입니다.

슬기로운 색마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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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
작품등록일 :
2022.05.16 23:47
최근연재일 :
2022.05.22 19:4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60
추천수 :
37
글자수 :
51,459

작성
22.05.22 10:25
조회
97
추천
2
글자
9쪽

화양궁 마마

DUMMY

11.


'정말이냐?'


예징의 말이 갑자기 전음으로 변했다. 사마수는 마음 속으로 부처님께 합장했다. 무엇인지 몰라도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저는 장악원 교리 사마수입니다.'


예징의 숨소리는 크게 들렸지만 아무런 말이 없었다. 사마수는 자신이 사마가의 다섯째 공자임을 다시 상기시켜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놓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평소 화양궁 마마를 마음 속에 그리고 있었습니다. 하여 이번 임무를 수행하는데 미처 제 사심을 참지 못하고...'


예징은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숨소리가 달라진 것은 확실했다.


'화양궁 마마의 허리를 한번 만져보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


예징의 숨소리가 멈추었다.


'용서하십시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구슬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예징의 새끈한 숨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너는 책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구나.'


'황공하옵니다. 마마.'


'그럼 너는... 그 방이 나의 방인지도...'


'네, 마마. 마마의 방에서 책을 보고 방중술을 익히시는 줄 알고 다급한 김에 공주마마께 전할 서찰을 그만 마마께...'


구슬이 흔들리며 위태롭게 움직였다. 허나 이미 예징은 그 구슬을 보고 있지 않은 듯했다. 꽤 오랜 시간 침묵이 이어졌고 구슬은 흔들림을 멈췄다.


예징의 향기가 불쑥 다가왔다. 마침 야한 이야기를 주고 받은 참이라 사마수의 몸은 심하게 떨렸다. 구슬이 흔들렸다.


'네가 감히 나를 만지고 싶다고?'


'아닙니다. 제가 설마...'


구슬이 흔들리더니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턱.


왼팔의 결박이 풀렸다. 예징의 손이 사마수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사마수의 팔을 잡은 예징의 손은 천 사이를 제치고 들어갔다. 이어 사마수의 손에 느껴지는 야릿한 느낌은. 사마수는 거의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사마수의 손에 거칠게 뛰는 예징의 맥박이 강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사마수는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로또를 정성스럽게 쓰다듬었다.


"사마가의 다섯째 아들. 이건 너와 나만의 비밀이다."


예징이 아득히 울리는 목소리로 사마수의 귓전에 속삭였다. 사마수는 거세게 뛰는 심장 소리를 느끼며 예징의 맥박과 호흡을 움켜쥐었다.


"으음."


예징이 낮게 신음 소리를 내뱉았다. 사마수는 예징의 부분부분들과 전체를 차례차례 강약을 바꾸며 음미했다.


'그만.'


예징이 차갑게 말하며 손을 뺐다. 그리고 사마수의 손을 다시 결박했다. 늙은 남자가 돌아오고 사마수는 점혈을 당했다



. 까무룩 정신을 잃었던 사마수는 흥왕사의 한쪽 구석 으슥한 곳에서 깨어났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마수는 하늘의 해를 보았다. 이제 많이 기운 해.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어디 갔었나?"


털레털레 걸어 나오는 사마수를 발견한 장태산과 도민혁이 뛰어와 다그쳤다.


"잠깐 쉬려고 앉았다가 저도 모르게 그만..."


장태산과 도민혁은 사마수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보다 빨리 복귀하라는 명령일세."


"공주마마는..."


"별일 없이 잘 지켜지고 계시네."


세 사람은 말을 달려 대도로 복귀했다. 대도로 복귀하는 도중 사마수는 오른손을 코에 갖다 대고 뿌듯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예징의 거기, 예징의 맥박, 예징의 떨림, 그 모든 것이 사마수의 오른손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동창에 엮여 생각치도 못했던 횡재를 하다니. 사마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았다.


흐흐흐. 정신나간 놈처럼 혼자 싱글거리던 사마수는 대도가 가까워지자 인상이 찌푸려졌다. 예징의 몸을 음미한 것은 좋았다. 허나 이건 1점의 득점도 되지 않았다. 사마수는 이마를 찌푸리며 직사마존을 욕했다.


무조건 해치워야만 점수가 인정되는 방식은 옳지 않다. 점수는 색마에게 주는 만족도에 비례해야 맞았다. 좌표를 꺾는 것이 100점이라면 이건 10점은 되야 했다. 이 정도의 만족감에 좌표 정복의 1할에 해당하는 점수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것도 일종의 정복이 아니겠는가. 예징의 진실을 점령했는데 1점도 안되다니 이치에 맞지 않았다. 나중에 밀몽이 마존의 자리에 올라가면 이런 경우는 1할이나 2할의 점수를 줄 것이다. 그러면 이 경우는 60점이나 120점에 해당했다.


아, 억울한 내 점수.


요 며칠간 1,238점에서 한 점도 추가 득점하지 못한 사마수는 속이 쓰렸다. 하지만 오른손의 냄새를 맡아볼 때 느껴지는 행복감. 거기에 홀린 사마수는 반드시 예징 좌표를 꺾어 600 득점을 올리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헌데 대도로 돌아온 장태산은 그들을 안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한곳의 주점에 말을 맡긴 후 장태산은 바삐 종루거리로 향했다.


"안가로 복귀하는 것이 아닙니까?"


도민혁의 질문에 장태산이 인상을 썼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소."


종루거리를 헤매던 장태산은 한 포목점 앞에 이르자 안으로 들어갔다. 각종 천이 쌓여 있는 전시공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그들은 뒤쪽의 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여기요."


아무것도 없는 방으로 안내된 도민혁과 사마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때 그들을 안내했던 자와 장태산이 도민혁과 사마수의 수혈을 눌렀다.



앗, 차거.


한 바가지의 물을 덮어쓰고 사마수는 깨어났다. 어두운 암실. 몸을 확인했지만 결박되거나 금제가 가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곁에 도민혁과 장태산이 같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의 앞에는 검은 옷을 입고 검은 고깔과 두건까지 덮어쓴 자 둘이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였다.


"이건 뭡니까?"


도민혁의 질문에 장태산이 손을 입에 갖다 대고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눈이 부셨다. 앞쪽에 환한 불이 켜진 것이다. 불의 뒤쪽에는 반사경이 있어 모든 불빛은 사마수와 도민혁 쪽으로만 집중되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발걸음 소리.


사마수는 두 사람이 새로 방안에 들어온 것을 알아챘다.


"너희가 특수임무대 제4조냐?"


비열하고 음침하게 들리는 목소리.


"네, 그렇습니다."


"네가 장태산이냐?"


"네!"


흠. 음침한 소리가 방안에 낮게 깔렸다.


"너희는 모두 서약을 하였지?"


장태산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너희들 말이다"


음침한 목소리가 사마수를 향했다.


"네!"


도민혁이 힘차게 대답했다. 사마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나 비열한 목소리는 더 이상 사마수를 추궁하지 않았다.


"장태산, 너는 조원들을 어떻게 관리한 것이냐?"


장태산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장태산, 동창의 임무 실패와 기밀 누설, 기강 해이의 대가는 무엇이지?"


음침한 목소리가 더 음침해졌다. 그 음침한 목소리의 말에 사마수는 덜컥 겁이 났다. 예징과 접촉이 들킨 것인가. 사마수는 잠깐 움찔했지만 예징이 일러 바쳤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상황을 더 보기로 했다.


"죽음입니다."


장태산이 대답했다. 그러자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제4조 임모라는 자가 공주사저의 담을 넘으려다가 금의위에게 체포되었다."


아, 임회덕이 혼자 공주의 답장을 확인하려다가 금의위에게 잡힌 것이군. 사마수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마음을 놓았다.


"헌데 그자가 금의위에 자신이 동창의 일원이며 임무 수행 중이라고 기밀을 누설했다."


그랬군. 원래 황상의 직속기관인 금의위와 동창은 사이가 좋지 않다. 태감 위평과 상장군 심의경, 황상의 총애를 다투는 두 권력기관의 수장은 서로를 원수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임회덕이 금의위에 자신의 멍청한 짓이 동창의 일이라고 털어놓았으니 바보짓을 한 것이다. 임회덕의 죄는 금의위에 사로 잡힌 것보다 동창의 일원이라는 기밀을 누설한 죄가 더 문제였다.


"물론 우리는 그걸 부인했다. 하지만 기밀을 누설한 죄의 대가는 뭐지?"


"삼족을 멸하는 것입니다."


"그래, 임모의 삼족은 멸해야 하지. 그런데 조원들의 기강 단속에 실패한 죄의 대가는 무엇이냐?"


"참수이옵니다."


장태산이 처연하게 말했다.


"네 놈들 셋, 모두 참수감이지."


그 말에 사마수는 반발심을 느꼈다. 그건 동창의 장태산이나 조장을 맡은 도민혁의 죄지 사마수의 죄는 아니었던 것이다. 사마수가 임회덕의 행동을 어떻게 통제하겠는가.


"허나 이번 임무가 타기관의 관료들을 동원한 것이고 임무의 특수성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여 너희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


"감사합니다."


장태산과 도민혁이 고개를 조아렸다.


"장안에 있는 금의위 감옥에 갇혀 있는 임모는 곧 중림산의 금의위 뇌옥으로 이송된다. 그곳에 가면 고문을 당해 너희들의 이름을 모두 불고 말 것이다. 허니 임모가 이송되기 전에 그를 죽여라."


죽여? 동창이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진짜로 죽인다고?


"이송 전에 그를 죽이면 너희들의 죄를 경감해주겠다. 허나 그 임무도 실패하면 너희 모두는 참수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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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동지를 죽여라 22.05.22 72 2 10쪽
» 화양궁 마마 22.05.22 98 2 9쪽
10 거짓말 탐지기 22.05.20 74 3 9쪽
9 함정 +1 22.05.20 71 2 9쪽
8 흥왕사 22.05.19 74 1 9쪽
7 예징 22.05.19 108 2 10쪽
6 핵심좌표의 향기 22.05.18 102 2 10쪽
5 자현 공주 22.05.18 132 5 10쪽
4 동창 안가 22.05.17 114 4 11쪽
3 연애편지 색마 22.05.17 144 5 9쪽
2 1 득점 +1 22.05.16 181 4 10쪽
1 밀몽 22.05.16 29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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