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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님의 서재입니다.

슬기로운 색마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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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
작품등록일 :
2022.05.16 23:47
최근연재일 :
2022.05.22 19:42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66
추천수 :
37
글자수 :
51,459

작성
22.05.17 19:48
조회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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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동창 안가

DUMMY

4.


특수임무대 제4조의 본부는 황궁 서쪽 서문거리의 동창 안가에 차려졌다.


제4조의 임무는 2가지다.

하나는 연애편지 색마에 대한 수사고, 또 하나는 좌표를 지키는 일이다.


마교학원이 목표물을 좌표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것과 동일하게 동창도 지킬 대상을 좌표라고 지칭했다. 이상하게 마교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다.


제4조가 지켜야할 좌표는 무려 공주마마다. 자현공주는 당금 황상의 일곱 번째 딸로 현재 황궁을 나와 인근의 사저에 살고 있다. 또한 세 달 후 대리국 태자와 혼인을 앞두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좌표 수호에 실패한다면 이는 국가 외교와 안보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을 명심해주시오."


장태산이 엄포를 놓고 사라졌다.


참 웃기는 일이다. 강제로 겁탈하는 것도 아닌데 공주가 연애편지 색마에게 넘어갈 정도라면 그 결혼 안 하는 게 맞는 것 아니겠나. 또 처녀가 아니라고 대리국 태자놈이 싫다고 한다면 그놈도 국가 안보에는 결격사유로 태자 자격이 없는 놈 아니겠는가.


하지만 임무는 임무. 사마수에겐 자현공주가 연애편지 색마를 비롯한 색마들에게 당하지 않게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사마수는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완수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사마수가 애국자인 까닭이다.


헌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현공주가 색마에게 당했다는 것이 드러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하면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사마수는 먼저 직사마존의 100 좌표를 점검했다.


자현공주가 그 좌표에 들어있는지 그걸 확인해야 한다. 머리 속으로 좌표를 점검한 사마수는 자현공주는 100좌표에 속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별로 대단한 미인도 아닌 것이다.


사마수는 바로 자현공주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아울러 임무 수행도 어렵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교 좌표가 아닌 이상 경쟁자인 다섯 명의 색마과정 우등졸업생은 관심을 둘 리가 없고 그렇다면 남는 것은 연애편지 색마 한 놈 뿐이다.


이제 연애편지 색마 그놈에 대해 연구를 하면 된다. 그러면 색마 검거와 좌표 수호,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예문관의 임회덕도 열심히 서찰들을 연구하고 있다. 천상 문관인 그는 공주에 대한 물리적 수호는 무관인 도민혁에게 미뤄 놓고 지능적, 정서적인 대응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사마수도 문관이니 그를 본받아야 했다.


사마수는 색마의 편지를 하나 꺼내 놓고 필사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궁전에 아름다운 천사의 마음이 깃드니 어쩌구저쩌구하는 연애편지 색마의 글을 옮겨 쓰며 사마수는 나중에 활용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교학원 출신이 아니면서도 이런 놈이 있다니, 무림맹이나 어디 다른 곳에 색마과정이 생겼는지도 모를 일이다.


몇 개의 서찰을 베끼고 나니 심심해졌다. 육합검이나 연습해볼까. 사마수가 쉬려고 할 때 도민혁이 방으로 들어왔다. 세 사람은 탁자에 모여 앉았다.


"그래 그동안 무슨 단서를 찾았소?"


단서? 사마수가 찾아낸 사실은 연애편지 색마가 마교학원 우등졸업생이 아니라는 사실 뿐이었다. 하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었다.


"먼저 이 정도의 문장을 쓸 수 있는 자라면 이 나라에 그런 사람이 많지 않소."


임회덕이 차분하게 범인을 추론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 서체 역시 꽤 독특한 것으로 흔한 것이 아니오."


도민혁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또한 이 종이 역시 제법 비싼 고급 종이요."


"그렇기는 하지요. 헌데 실은 동창에서도 이미 많은 문관과 유림의 서체를 검토했소이다."


동창이 서약서를 묵필로 쓰라고 했던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참여자들의 서체를 확인했던 것이다. 서체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사마수가 덧붙인 내용도 머리에 안 들어왔을 테고. 어쩐지 동창 놈들이 문명화했나 했네.


여하튼 동창은 많은 사람의 서체를 뒤졌음에도 이런 서체를 쓰는 자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겠지. 사마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아니, 그럼 색마가 나 잡아가라고 자신의 평소 서체로 썼을까.


"한 가지 더 있소."


"뭐요?"


"종이에서 뭔가 은은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오."


임회덕의 말에 사마수는 서찰을 집어 코에 대보았다. 코끝에 느껴지는 은은한 향기.

그 냄새를 맡은 사마수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도민혁이 바로 물었다.


"사마교리, 그 냄새가 무엇인지 아시오?"


사마수는 알았지만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이건 대가집 규방의 여자들이 합궁에 들어갈 때 품고 가는 사향인 것이다. 사마수도 색마 노릇을 하면서 처음 맡아본 냄새이니 하급 관료인 저들이 알 리가 없지. 사마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먼저 이 냄새가 무엇인지 알아달라고 포도청에 알아보겠소."


포도청에도 국과수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냄새를 맡아본 사마수는 혼란에 빠졌다.


사향은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쓰는 것이지 색마가 여자를 유혹할 때 쓰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연애편지 색마가 설마 여자?


결국 임회덕과 사마수가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한 것을 깨달은 도민혁은 실망해서 맥이 빠졌다. 문관인 임회덕과 사마수야 사건이 끝나면 원대 복귀하면 그만이지만 포도청의 도민혁에게는 이 사건이 자신의 앞날과 연관이 큰 까닭일 것이다.


허탈해하던 도민혁이 다시 서찰 하나를 집어 들여다보다가 종이를 코에 대보았다.


"이 서찰에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데..."


도민혁의 말에 사마수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연애편지 색마의 서찰이 아니고 자신이 베낀 서찰이었다.


"그건 내가 쓴 거요."


사마수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는데 갑자기 도민혁과 임회덕의 눈이 자신에게 향했다.


"왜 그러시오?"


도민혁이 일어나 칼을 빼 들었다. 의아한 사마수가 도민혁을 보다가 탁자 위에 놓은 서찰을 보았다.


비슷하긴 했다. 연애편지 색마의 서체와 사마수가 베낀 서찰의 서체가.


"저건 내가 흉내 내보려고 했던 거요."


사마수의 말에도 도민혁은 칼을 거두지 않고 임회덕에게 눈짓했다. 임회덕이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이봐, 도참위. 나는 사마수라고. 장악원 교리이며 사마가문의 다섯째 공자인 사마수란 말이야."


가문을 들먹인 겁박에 도민혁의 칼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칼을 치우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보시오."


도민혁은 칼로 위협하며 임회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봐, 이러고 있는 동안 혹시 색마가 공주마마를 공략하면 어쩌려고 그래?"


"걱정마시오. 지금 공주마마는 동창이 지키고 있으니."


아무 말도 통하지 않았다. 사마수는 불안해졌다. 사마수가 연애편지 색마는 아니지만 동창에 끌려가서 엄밀한 조사를 받으면 밀몽의 존재가 탄로날 지도 몰랐다.


지금 동창의 특수임무대 7개조가 활동하고 있다. 다른 조도 4조와 같은 방식의 임무를 맡고 있다면 각조는 모두 각기 다른 색마를 쫓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중에 단순색마 밀몽을 쫓는 조도 있을 것이다, 아니 틀림없이 있다. 최근 밀몽의 득점이 너무 많았다. 동창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사마수는 도민혁을 보며 이놈을 해치우고 도망칠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헌데 도민혁에게 느껴지는 기도를 볼 때 쉬워 보이지 않았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화산에 갔을 때 좀 제대로 배워 놓을 걸.


하지만 화산놈들은 쓸데없는 도학공부와 체력단련만 시키고 제대로 된 무학은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이십사수 매화검법을 배우려면 오 년 후 자격 검증을 마치고 십 년을 더 배워야 한다나.


그러고 있는 사이 장태산과 임회덕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달려온 장태산은 먼저 도민혁을 꾸짖으며 칼을 치우도록 했다. 서로 어색한 표정이 되어 네 사람은 다시 탁자에 마주 앉았다.


"사마교리가 연애편지 색마가 아닌 것은 동창이 보증하오."


장태산이 아직도 의심을 갖고 있는 도민혁에게 설명했다.


"사마교리가 서체는 흉내 낼 수 있을 지 모르나 그의 문장력으로는 절대 이런 글을 쓸 수 없소."


뭐, 뭐야?

도와주는 줄 알았더니 사람을 뭘로 만드는 거야.


사마수의 얼굴이 시뻘개졌으나 장태산은 거침이 없었다.


"동창이 사전에 모두 조사한 것이니 도참위는 의심을 거두시오. 조원 간의 단합이 중요한데 이래서야 되겠소."


"사마교리는 문관이 아니오?"


도민혁 이 새끼가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자 장태산이 귓속말 비슷하게 도민혁에게 이야기했는데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문관이지만 음서요. 글공부는 1도 안 했다고 하오."


야, 이 새끼야. 그런 말은 좀 안 들리게 하란 말이야.


"그럼 사마교리는 왜 우리 조에 차출된 거요?"


너무나 조리 있는 도민혁의 의문에 장태산이 다시 귓속말을 하였으나 이번에도 다 들렸다.


"사마교리는 한량으로 소문났으니 색마의 사고방식을 잘 알 것이라 생각해 차출한 것이오."


헉.


사마수는 자신이 색마라는 것이 들킨 것처럼 놀랐다.


도민혁의 의문을 풀어준 장태산은 이제 사마수가 쓴 서찰을 보았다.


"정말 비슷하게 쓰기는 했군요. 사마교리, 다른 사람의 서체도 흉내 낼 수 있소?"


"조금은..."


"잘 됐소. 그럼 만일 연애편지 색마가 공주마마께 서찰을 보낸다면 답장을 사마교리가 쓰시오. 함정을 만들어 잡는 거지요."


"그러려면 공주마마의 서체와 문투를 알아야 하는데..."


아무리 동창이라지만 공주의 문건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었다. 사마수의 말에 장태산도 고민에 빠졌다.


"색마가 어떻게 공주마마의 서체와 문투를 알겠소? 동창도 모르는 것을."


역시 도민혁이 합리적인 생각을 했다.


"아무렇게나 여자 서체처럼 써서 보내면 되지."


하지만 장태산은 도민혁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 그 색마는 그리 허술하지 않소. 그 색마가 모를 수도 있지만 알 수도 있소. 우리는 운에 의존해서는 안되오. 우리는 동창이오.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오."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임회덕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사마교리가 색마 흉내를 내 서찰을 써서 우리가 공주마마께 몰래 전하는 거요. 만일 공주마마가 답장을 한다면 그때 우리는 마마의 서체와 문투를 알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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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핵심좌표의 향기 22.05.18 103 2 10쪽
5 자현 공주 22.05.18 132 5 10쪽
» 동창 안가 22.05.17 115 4 11쪽
3 연애편지 색마 22.05.17 144 5 9쪽
2 1 득점 +1 22.05.16 181 4 10쪽
1 밀몽 22.05.16 29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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