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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오! 작가님 잘 하시는데요?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윤한량
작품등록일 :
2021.12.15 12:11
최근연재일 :
2021.12.27 12:2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4,827
추천수 :
182
글자수 :
82,492

작성
21.12.2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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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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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4화 - 뭐 없어?

DUMMY

급한 상황이라 나도 모르게 움직였더니만 이거 너무 신 냈나?

하기야···.

사전 인터뷰 질문지라는 게 별거 아니긴 하다만.

막내가, 그것도 이제 출근한 놈이 그걸 뚝딱 해치웠으니···.

입장 바꿔 생각해봐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긴 하다.

그러길 얼마.

내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나를 보는 이영아의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이력서에 다른 프로 적힌 건 못 본 거 같은데···. 다른 프로그램 경험해 본 거 아니에요?”


이걸 어쩐다?

사실대로 진실을 얘기한들 미친놈 소리밖에 듣지 못할 거고.

거짓으로 경력을 지어내 봤자, 얼마 지나지 않아 들통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이번 프로그램이 처음입니다.”

“···정말?”

“예. 제가 문창과를 나왔다 보니까, 학교 선배 중에 방송 작가 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거든요.”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길을 보내는 이영아를 향해 재차 말을 이었다.


“사실 작가 시작하기 전에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분들한테 이것저것 여쭤봤거든요.”

“···.”

“그러는 김에 일하시는 자료도 몇 번 받아 봤는데, 그게 오늘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요.”

“음···.”


미간 사이를 찌푸린 채.

이영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졸업도 하기 전에 그런 걸 미리 준비했다고요?”

“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서요.”

“···.”

“뭘 걱정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만···. 다른 프로그램 하다 도망쳐 나오고, 경력에서 지우는 그런 놈은 아닙니다.”

“···아니 그런 뜻으로 말 한 건 아니고요.”


내 말이 제법 그럴듯하게 들린 걸까?

그녀의 눈가에서 조금씩 의심이 지워져 나가는 걸 느끼며.

마지막 결정타를 던졌다.


“아 참. 이건 비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한테 자료 보내 준 선배들이 신신당부했었거든요.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고요.”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이영아.

나 역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음···.”


조금 특이하긴 해도 아예 없을 법한 일은 아니라 결론 내렸는지.

날 서 있던 그녀의 눈매가 스르르 풀렸다.


“딱히 추궁하려고 한 건 아니고, 생각보다 성현 씨가 잘 해줘서 물어본 거예요. 기분 나빴으면 사과할게요.”

“아뇨, 별말씀을요. 칭찬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이영아가, 작게 한마디를 덧붙인다.


“아무튼 잘 했어요. 성현 씨 없었으면 골치 아플 뻔했어요.”

“···예?”

“샤인애들 섭외요. 그거 엎어졌으면, 아이템 다시 찾아야 할 뻔했거든요. 정신없었을 텐데 잘했다고요.”

“아···.”


이영아에게 고생했단 소린 몇 번 들어 봤었어도.

잘 했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있었나?

왠지 좀 간질간질 하긴 한데···.

나쁜 기분은 아니다.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선배들이 신경 못 써준 건 내가 사과할게요. 지금 팀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거든요.”

“괜찮습니다. 다들 바쁘신 거 봤습니다.”

“그럼 고생했고 가서 그만 일 봐요.”

“예.”


이영아에게 또 한번 고개를 숙이고.

내 자리로 되돌아왔다.


“···.”


살다 살다 이영아한테 칭찬을 다 받아보네.

이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색다른 기분을 곱씹던 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어우 추워···.”

“겨울이라도 좀 실내에 흡연장 하나 만들어 주면 안 되나?”


툴툴거리며 사무실로 들어서는 신나리와 배지현을 이영아가 쏘아붙였다.


“야! 너희 전화기 안 들고 다닐래?!”

“네? 언니 왜요?”

“섭외를 걸어놨으면 언제 연락 올지 모르는데, 전화기 들고 다니는 거 기본 아니야?!”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사무실에.

이영아의 뾰족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되돌아온 집에, 차가운 공기가 떠돈다.

그래도 추운 밖에서 떨다 실내에 들어와서 그런가?

꽁꽁 얼어붙었던 몸이 한결 녹는 느낌이 든다.


내일부턴 멋 부리지 말고 패딩을 입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보일러 온도부터 올리곤, 고단한 몸을 책상 의자에 기댔다.


“하아···.”


과거로 되돌아온 지도 벌써 며칠.

오랜만에 출근이라는 걸 해서 그런가?

딱히 야근을 한 것도 아니고, 크게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온몸이 마치 물에 젖은 것처럼 축축 처진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길 얼마.

이러다 깜빡 잠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자세를 고쳐잡곤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


어찌어찌 넘긴 출근 첫날은 묘한 기분이었다.

돌아가셨던 어머니를 다시 만났을 때는 놀라면서도 감격에 벅찼었다면.

오늘은 왠지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느낌이었으니까.

예전 알고 지냈던 이들과 새로 관계를 시작한다는 게 이런 기분일 줄은 몰랐거든.

아무튼.

여러 가지를 확인 할 수 있는 하루였다.


우선 첫 번째.

내 과거의 기억과 지금 이 현실이 일치한다는 거다.

이미 뉴스나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어림짐작하고 있었다만.

출근길 걸어가는 길부터.

작가 팀 인원 구성이나 그들의 성격, 그리고 오늘 벌어진 일들을 통해.

보다, 확실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껍데기만 비슷한 과거가 아니라.

내가 살았던 그 과거로 정확하게 돌아왔다는 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두 번째.

이게 핵심인데···.

내 행동으로 인해 내가 알고 있는 과거가 바뀔 수 있다는 거다.

과거로 되돌아온 이후 이게 가장 궁금했으니까.


오늘 오전 이영아가 날 쌀쌀맞게 대했던 것도 그렇고.

배지현의 전화를 내가 대신 받는 일도 기억에는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모든 게 바뀌었다.

처음 과거로 돌아와 했던 전화 한 통 때문에.

만약 내가 그때 제대로 통화를 했더라면?

이영아가 나를 차갑게 대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런 분위기에 숨이 막힌 배지현과 신나리가 담배를 태우러 나가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이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그 짧은 전화 한 통이 나비 효과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건 나에게 있어서 희소식이다.

앞으로 오 년 뒤의 미래.

어머니의 죽음 역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후···.”


만족스럽다.

과거로 되돌아온 것부터.

어머니를 만난 일.

그리고 오늘 확인한 내용까지 그 모든 게.


그럼··· 확인도 다 끝마쳤으니.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다.

지난번 내 삶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치열하게 사는 것.

앞으로의 내 인생은 나 하기 나름일 테니까.


“···좋네.”


그런 생각을 하며 정신 나간 놈처럼 히죽거리길 얼마.

무거운 몸과는 달리 날아갈 듯 산뜻해진 기분으로.

꺼져있던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


다음 날.

어제와는 달리 잔뜩 중무장한 차림으로, STV 본사 로비에 도착했다.

어제와는 달리 한산한 로비를 살피던 것도 잠시.

주머니에 넣어놨던 손으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이번에도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받는 이영아.

전화기 너머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아, 작가님. 지금 로비 도착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아, 나도 로비에요.

“어··· 아, 작가님 보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영아가 아이스 커피를 손에 쥔 채 내 쪽으로 걸어온다.

춥지도 않나?

아니, 그것보단.

아직 출입증이 나오질 않아 별수 없다는 건 알면서도.

막내 주제에 세컨 작가를 문지기처럼 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좀 불편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상관치 않는 건지.

이영아의 목소리가 가볍다.


“오늘도 일찍 왔네요?”

“아, 예. 좀 미리 나오는 게 마음 편해서요.”

“좋은 습관이네요. 아, 성현 씨도 모닝커피 한잔?”


어제와는 달리.

나를 바라보는 이영아의 눈빛이 솜사탕처럼 한결 부드럽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가요.”

“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연출한테 말해놨으니까 아마 오늘 안으로 출입증 나올 거예요.”

“죄송합니다. 번거로우시게 해서.”

“아뇨. 어차피 나도 이 시간엔 커피 사러 내려와서요.”


보란 듯 커피를 한 번 흔드는 이영아.

엘리베이터 앞에 선 그녀가 버튼을 누르자.

이내 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아 맞다. 아직 우리 팀 PD들이랑은 인사 못 했죠? 메인 언니는 면접 때 뵀을 거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다음.

17층 버튼을 누르며 대답했다.


“예. 아직 이요.”

“오늘까진 PD들 쉬는 날이라 그래요. 내일부터 출근하면 그때 인사시켜 줄게요.”

“감사합니다.”

“일단 성현 씨도 오늘까진 업무파악하고 있어요. 모르는 거 있으면 나나 나리한테 물어보고요.”

“예.”


내 대답에 이영아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

거기서 대화가 끊긴다.

그래도 어제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해야 하나?

나를 대하는 이영아의 태도가 사근사근해진 게 느껴진다.

하기야···.

어디 나사 하나 빠진 줄 알았던 막내가, 생각보다 멀쩡하고.

거기에 일머리까지 있어 보이면, 나 같아도 기분이 좋겠지.


-17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이영아가 먼저 내리길 기다렸다, 그 뒤를 따라 내린 다음.

불투명한 유리 복도를 가로 지으며 생각했다.

이영아는 오늘까지 업무를 파악하라고 했지만.

그런 건 어제 진즉 끝냈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프로그램이었으니.

다시 한번 확인만 하면 되기도 했거니와.

나도 그간 먹은 짬밥이 있으니까.


그럼 어디 보자···.

오늘은 미리 아이템이나 좀 찾아 놓을까?

오늘 할만할 일들을 정리하며.

이영아의 뒤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던 그때였다.


“어? 왔어?”


텅 비어있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사무실 안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이 나와 이영아를 반긴다.

신나리나 배지현은 아니지만 내게 익숙한 얼굴들이다.


“언니, 말씀도 없이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오전에 국장님이 잠깐 들어오라고 하셔서. 어?”


진즉 각오는 하고 있었다만.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질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았다.

[연예계 위클리 뉴스]팀 메인 작가 고정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던 막내 시절.

내 아이디어를 가로채 번번이 자신의 공으로 돌린 여자.

그런 그녀가 자리에 앉아 내게 손을 흔든다.


“어? 막내도 일찍 왔네?”


보이지 않게 주먹을 움켜쥐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어제 출근해 보니까 일은 할 만해?”

“예. 다른 작가님들이 많이 가르쳐 주셔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우리 팀 애들 다 일 잘하는 애들이니까, 모르는 거 있으면 선배들한테 많이 물어보고.”

“알겠습니다 작가님.”


썩 달갑지 않은 인사가 끝나자.

이영아가 내게 손짓한다.


“아, 성현 씨 잠깐 와봐요.”

“네.”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고정은 책상 바로 옆 이영아의 자리로 다가갔다.


“인사드려요. 우리 팀 김찬수 PD님.”

“아, 새로 온 막내 작가님?”


나름 한 고집 하게 생긴 남자가.

삐쩍 마른 손을 내 쪽으로 내민다.

김찬수.

STV 본사 정규직 소속임과 동시에 [연예계 위클리 뉴스]의 에이스이자.

사내 정치, 라인 같은 것에는 관심 없는 실력파 PD.

이전 삶에서 나와 죽이 제법 잘 맞았던 몇 안 되는 PD다.

고정은 때와는 다르게 반가움이 앞선다.


“아, 예 PD님.”


하지만 그런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패딩에 슥슥- 문지른 오른손을 재빨리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성현입니다.”

“앞으로 잘 해봐요.”


씩- 하고 웃는 김찬수.

그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그럼 PD님도 국장님이 불러서 출근하신 거예요?”

“아 참.”


이영아의 질문에.

악수를 끝낸 그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다.


“그것도 있는데 부탁 하나만 하려고요.”

“부탁이요?”

“네. 혹시 구연 디자이너 인터뷰한 거 오늘 저녁까지 프리뷰 해 줄 수 있나 해서요.”

“오늘이요?”


갑작스러운 말에 눈을 끔뻑거리는 이영아.

김찬수가 미안한 얼굴로 말을 잇는다.


“네. 깜빡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말이 아버지 생신이더라고요. 내일까지 편집 끝내고, 집에 좀 다녀와야 할 거 같아서요.”

“어···.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셔서···.”


고개를 돌린 이영아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되겠어요? 나리랑 나눠서 하면 될 것 같긴 한데.”

“안 될 것 같으면 되는 데까지만 이라도요.”


이번에는 내가 김찬수에게 물었다.


“혹시 구연 디자이너 부분만 있으면 되는 건가요?”

“네. 이번 주는 그것만 편집하기로 해서요.”


그래?

그럼 뭐···.


“구연 디자이너 부분은 팀 메일에 올려놨는데요? 혹시 못 보셨어요?”

“네?”

“응?”


순간 눈을 끔뻑이는 두 사람.

그중 이영아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팀 메일에 올려놨다고요?”

“네. 내게 쓴 메일함에요.”

“성현 씨···. 어제 설마 밤새웠어요?”

“아뇨. 두 시간 분량 밖에 안 되길래, 하다 보니까 금방 끝나더라고요.”


그 정도야 맘만 먹으면 금방이지 뭐.

멀뚱히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손가락으로 내 자리를 가리켰다.


“지금 노트북에 있는데 출력해 드릴까요?”


그런데···.

내가 뭐 실수했나?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 모두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하.”


웃음소리를 낸 김찬수가 고정은에게 말했다.


“막내 작가 제대로 뽑은 거 같은데요?”

“아이, 참. 내가 말 했잖아요. 우리 팀 애들 일 잘한다고.”


내가 일하는 걸 언제 봤다고 이런 소릴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감사의 의미를 담아 꾸벅 고개를 숙이고.

김찬수에게 재차 물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력할까요?”

“아, 네. 부탁해요.”


내 자리로 돌아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전원 버튼을 눌렀다.

프린터기는 어제 연결해 놨으니, 출력 버튼만 누르면 금방이다.

눈은 모니터에 고정한 채.

귀를 쫑긋 세웠다.


“좋겠어요 이 작가님? 요즘 제대로 된 막내 구하기 힘들다고 하시더니.”

“···그러게요.”


아직 얼떨떨한 것 같은 목소리의 이영아.

그런 그녀를 향해 고정은이 물었다.


“아, 영아야. 섭외는 다 됐니?”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이영아가 재빨리 대답했다.


“네. 어제저녁에 ‘샤인’도 하겠다고 연락받았어요.”

“그래? 잘 했네.”

“근데 언니. 브랜든 다니엘 인터뷰는 엎어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갑자기? 왜?”

“나리 말로는 대행사에서 좀 시큰둥 한가 봐요.”


고정은에게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걔 인터뷰는 꼭 잡았으면 좋겠는데···.”

“일단 최대한 잡아는 보겠는데요···. 다른 대안도 미리 생각해 놔야 할 거 같아요.”

“음···.”


잠깐 뜸을 들인 고정아가 대답한다.


“일단 그건 나 국장님이랑 회의 끝내고 다시 얘기하자.”

“네, 언니.”


그녀들의 대화에 집중하는 사이.

어느새 출력을 끝낸 프린터가 삐빅- 소리를 낸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프린터기 쪽으로 걸어가던 그때.

내 쪽을 신경 쓴 듯.

이영아가 작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근데, 국장님이 갑자기 언니는 왜 찾으시는 거예요?”


안 들리는 척하며 귀에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뭐긴 뭐겠어? 우리 시청률 안 나오는 것 때문에 그렇지.”

“아···.”

“전에 코너 한번 바꿔 보자고 하셨으니까 아마 그 얘기 하실 거야.”


조용한 사무실에 고정은의 혀 차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니, 아이디어 백날 내면 뭐해? 맨날 다른 거 없냐고 찾으시면서. 안 그래요 PD님?”


김찬수가 피식 웃는 소릴 내뱉는다.


“저한테 따져봤자 답 없는 건 아시죠?”

“따지는 건 아니고요. 하···. 이번에는 또 무슨 소릴 하시려고.”


다 출력된 프리뷰 종이를 꼼꼼하게 확인한 다음.

조심스레 세 사람이 모인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PD님 프리뷰 다 출력 됐습니다.”

“아, 고마워요 작가님. 어휴··· 고생하셨네.”


내 얼굴과 받아든 종이를 번갈아 보곤, 씩- 웃는 김찬수.

그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던 그때였다.


“우리, 일 잘하는 막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띤 채 나를 부르는 고정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예, 작가님.”

“우리 막내는···.”


십수 년 전의 일이.

마치 데자뷔처럼 또다시 벌어졌다.


“무슨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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