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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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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뒤돌아보면
작품등록일 :
2019.10.13 03:49
최근연재일 :
2019.10.18 02:0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395
추천수 :
70
글자수 :
137,924

작성
19.10.1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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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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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9장. 타이른다. 그러나

DUMMY

다시 산을 넘고 내를 건너, 암벽을 오르고 계곡을 내려갔다 오르며 동쪽으로 달린다. 내달린지 5일. 산맥을 타느라 방향이 정확하지 않았다.


인적이 있는 관도로 내려오니 해령과 남경 중간 지역.

사부에게 유선문 무공을 배우던 종향산 인근이다.

다시 관도를 따라 3일을 달려 결국 남경에 도착했다.


‘제발 무사해라. 손용아!’


남경 수룡문. 장강을 지배하는 문파.

장강은 사천부터 이어져 양양, 동정호, 무창(옛 강하)을 거치며 바다와 이어진다.

양양부터는 강폭도 넓어 바다 같은 강.

수상을 통한 물류 운송도 많고 그에 따른 수적(水賊)떼도 많다.

그 수적으로부터 운송선들을 보호하기 위한 무인들이 만들어졌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수룡문이 탄생했다.

수상 운송인들의 절대 지지를 받는 곳.

왜구들이 넘쳐나는 동쪽 해상에도 교역선 보호를 위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문파다.


강력하게 성장해서 십년마다 열리는 10대 문파 무림대회(아직 구파일방대회라고 많이 부른다.)에 3차례나 연속으로 뽑혔다.


내년초에 있을 대회때도 선정되었다는 소문이 있다.





10대 문파 선정은 대회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소림, 무당, 화산, 개방이 모여 10년간의 규모, 문도수, 정파로서의 행적, 영향력을 분석해 선정을 한다.


다른 문파들은 지역적 충돌, 외부문제 등으로 규모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기에 들락날락하는 문파들도 있다.


이번에 수룡문이 네 번 연속 정파 10대 문파에 들었다는 건, 이제 안정적인 대문파로 인정받는다는 소리다.

번화한 남경에 들어서서는 내공을 써서 달릴 수 없기에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물어물어 남경성 동쪽에 있는 수룡문 본거지를 찾아갔다.

산자락, 넓은 부지에 높다랗게 쌓인 석재 담벼락.

멀리서 수많은 전각이 보이는 데 으리으리하게 5층으로 된 건물도 있다.


최소 3천 명은 거주할 수 있을 듯.

건물이 많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은 게 나름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모양.

개인용 주거 공간들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정문 입구엔 양옆에 방어용 초소 건물까지 있다.


정문은 두툼한 기둥이 양옆에서 받치는 솟을대문으로 현판까지 달려 있다.


수룡지문(水龍之門).


수룡들이 드나드는 문.

자신들을 물에 사는 용으로 착각하는 모양.


‘뭐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무슨 상관. 내 관심사는 단 하나. 내 누이. 손용이 뿐’


정문으로 향하자니 초소에서 두사람이 나와 길을 막아선다.

“처음 보는 인물인데 누군가?”


30대 초반. 지금 경비초소의 대장인 듯.


“정표라고 합니다. 화영문의 생존자입니다.

여기 정손용이라고, 제 누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놀라던 그 인물이 의심스런 표정을 짓는다.

“우리도 그 소식은 들었네만, 지금 정표 공자는 고화파를 추적중인 걸로 아는데. 우리 수룡문의 화수대장과 함께.”


음,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참, 나 대공자가 전해 준 전낭.

대공자 소지품임을 나타내는 문양이 있다고 했었다.

혹시 수룡문 도움받을 일 있으면 내보이라고 했었지.


전낭을 꺼낸다.

“나 대공자가 제게 건네준 겁니다.”

잠시 전낭을 뒤집어 수 놓인 청색, 황금색 용 문양을 살피던 경비대원.


“따라오게. 안내하지.”


수하들에게 잘 지키라 하고는 나를 안내한다.

대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이는 경비대장.

하지만 내 발걸음은 멈춰졌다.

내 시선 끝에 누이, 정손용이 보인다.


‘무사했구나.’


손용이를 빙 둘러 싼 사람들.


거리가 상당하지만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이러지 마시게, 정 낭자.”

“뭐가 이러지 말라는 거지요? 우리 화영문 일이에요. 하나 밖에 없는 오빠가 이제 미끼가 되는 상황에 어떻게 제가 이곳에서 편안히 기다릴 수가 있죠?

문주님은 자식이나 부인이 적에게 잡혀가면 그냥 안전한 곳에 처박혀 지시나 내리고 있을 건가요?”


손용이가 노려보는 40대 후반의 인물이 문주인 모양.

난감한 표정이지만 그래도 움직이려는 손용이의 앞길을 막는다.


“지금 정표 공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손용 낭자가 안전하기 때문일세. 낭자가 위험해 진다면 정표 공자가 덩달아 위험해질 수 있어. 행동에도 제약이 따를 테고.”


문주 옆을 돌아오려 잠깐 몸을 트는 손용.

내 시선과 부딪혔다.

길을 막으려는 수룡문주에 의해 금세 가려졌지만.

난 벅찬 가슴을 안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누이의 외침.

“표 오빠!”


그 소리에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

다시 보이는 누이의 얼굴.

눈물이 폭포수처럼 흐르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맘 고생했을까?

그 혈사 때 나도 화용문을 지켰어야 했는데.


내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손용아!”

잠시 멈췄던 경비대장이 달려가 전낭을 수룡문주에게 건넨다.

달려오는 누이.

난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너만은 꼭 내가 지키마. 비록 우리 가문은 지키지 못했지만, 너만은 꼭!’

우리는 그렇게 끌어안고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수룡문주의 배려로 나와 손용이는 문주각 뒤쪽 고즈넉한 야산 기슭으로 안내받았다.


넓은 수룡문 경내엔 야트막한 야산까지 있었다. 올라가면 은퇴한 전 문주가 기거하는 거처가 있다는 곳.

대나무가 빼곡히 자라는 한적하면서도 운치 있는 곳.

바람이 불면서 대나무 잎 스치는 소리가 마치 파도치는 소리마냥 들려온다.


우리 남매는 중턱의 조용한 마당바위에서 서로 헤어져 있던 지낸 시절을 이야기했다.

멀리 끝도 없을 바다로 흘러드는 장강의 물결을 바라보며.


지나간 아픔의 세월을 흘려보내며.

이제 복수할 일만 생각할 수는 없다.


내게도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

눈물을 멈추고 내게 어깨에 기대며 묻는 손용이.


“우리 복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살아남은 식솔,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난 누이의 어깨를 가만히 감싼다.

“어떻게든 해 봐야지. 우리를 이렇게 장성할 수 있게 만들어준 분들이신데.”

“응. 구해내야지. 나도 이제 무공 실력 늘었어. 함께 구하자! 오빠.”


무슨 소리?

그렇게는 안돼!


“행여 그런 생각하지마. 내가 그놈들 다 잡을 때까지 넌 여기서 안전하게 있어.”

난, 손용이의 몸을 밀치고 무게를 실어 굵은 목소리로 타이른다.

그러나 나를 마주 보며 노려보는 손용이.

“오빠만 우리 정씨 자식인 줄 알아!

나도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고, 첫째 황 오빠의 동생이라고!”


분한 듯 외치는 누이.


또 열 받은 모양이다.

그동안 2년을 여기서 감옥생활 하듯 갇혀 있었을 테니.

난 누이가 막무가내로 변하기 전에 진심을 담아 부탁을 한다.


“제발, 손용아. 네가 밖으로 나서면 난 도저히 놈들에게 집중할 수 없어. 너도 알잖아!”


씩씩거리던 누이는 차츰 들썩이던 숨을 가라앉힌다.


“좋아. 딱 1년 만이야. 그때까지 오빠가 복수를 하고 식솔 구해오지 못하면, 오빠도 알지! 내 성격!”

“그래, 그래. 1년만, 1년만 안전하게 있어 줘. 어떻게든 내가 해결할 테니.”


그렇게 애원을 한 후, 다시 우리는 오붓한 남매 사이가 되었다.

어려서는 약간 구릿빛 피부에 비쩍 말라 못난이로 보였던 손용이였다, 그런데 점점 크면서 볼살도 붙고 무공을 배우며 몸매 균형이 잡히더니, 이제는 제법 미녀 축에 든다.


약간은 구릿빛이었던 피부도 점점 색이 옅어지며 건강미가 넘쳐 보이는 개성 있는 미녀랄까.

빼어난 미인은 아니어도 못생겼단 소리는 절대 듣지 않을 정도.

그런데 점점 예뻐지면서 성격도 함께 고공행진을 한다.

이렇게 열 받은 상태가 되면 빌며 달래야 한다.

누이를 팰 수도 없고.


누이를 돌봐준 수룡문주와 문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다음 소식을 기다린다.

3일을 무공을 복기하며 쉬고 있으니 나강준 대공자가 돌아와 반갑게 인사했다. 장강을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하는 흑룡방과 협상을 하고 돌아온 것이다.


원래 흑룡방은 북해 인근 섬에 있던 해적 방파다.

그런데 남경을 중심으로 한 수룡문이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자, 청 황실과 그 비호를 받는 호천맹에서 이 흑룡방을 하비 인근에 정착하도록 지원한다.

수룡문을 견제하라고.


해적 사파였던 흑룡방이지만 나름의 무공도 뛰어난 문파라 사파에서 중도로 변신을 시도하고 지원에 힘입어 장강이북을 장악해 나갔다. 수룡문에서는 청 황실까지 지원해 주는걸 알고는 일부러 장강 이북의 세력을 물린다.

만주족 벌판 기병 중심이던 청황실과 호천맹은 장강까지 밖에 관심이 없기에 이후 흑룡방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었다.


이후 수룡문과 흑룡방이 장강을 사이에 두고 지지고 볶고 있다.

대부분 전통과 조직이 강한 수룡방이 우세하지만 청 황실의 관심을 끌 생각이 없기에 일부러 져주는 경우도 많아 상대 전적은 6대4 정도.





이번에도 수룡문이 한판 붙은 싸움에 이겨 그 포로 처리 문제로 흑룡방과 협상하고 온 것이다.


자기 나름의 무공 체계가 있는 흑룡방도 기본적인 무림의 불문율은 따라 싸움은 벌이나 어느 정도 대가를 내주고 서로 포로들은 교환한다.

나 대공자에게 흑룡방과의 사정 얘기를 듣고 다시 수련하며 대기.


10여일이 흐른 후 이제 늦가을로 접어들 즈음 연락이 왔다.

지원대까지 합류해 고화파가 이동한 새 은신처를 덮쳐, 잔마검인까지도 화수대주 권목이 잡았다고 한다.


우리 식솔 포로는 위장한 고화파 문도.

적들에게 살아남은 우리 화영문 인질은 없었다.

모두 대마의 후유증으로 죽어버렸던 것이다.


갖은 방법으로 잔마검인을 고문해 고화파 본거지 정보를 획득하고 더 충원되는 지원대로 본거지 습격.

텅 빈 본거지.

추적 불가 상황이 되고 단서를 잃었다.

이후 작전에 투입됐던 수룡문도들은 무창을 거쳐 이곳 수룡문 인근으로 옮기려는 감가 사람들과 함께 장강 변 관도를 따라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속이 타지만, 그래도 우리 가문 혈사에 최선을 다해 줬던 사람들.

수룡문 정문 앞에서 도착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화수대주 권목은 목만 까딱이고 문주에게 보고하러 바로 들어간다.


감홍, 옥수혈랑이 내 인사를 받고 멈추어 선다.


감홍.

“다행입니다. 누이분께서 안전하시다니.”

“고맙소, 감 공자.”

“뭐, 제가 한 일이 있어야 감사 인사를 받지요, 하하하.”


쑥스러운 듯 뒷목을 긁적이는 감홍.

옥수혈랑이 옆으로 비껴서며 손가락을 뻗어 감홍을 놀린다.


“에헹. 겸손공자님이네. 고화파 들이칠 때 감 공자가 짠 작전으로 희생 엄청 줄였는데. 겸손장이! 겸손장이!”


겸손장이?

그런 말도 있나?

하여간 활달한 옥수혈랑이다.


‘음, 감홍의 별호가 겸손공자가 되겠군.

난 다시 사면공자로 불리지 않도록 죽을 상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이런 대화를 하는 데 관도에서 개방도 한 명이 빠르게 뛰어오며 외친다.

“고화파 흔적을 발견했답니다. 종향산으로 들어서는 고화파 복장의 인물들이 목격됐답니다.”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리는 감홍.

“종향산에 뭐가 있지?”


난 벌써 달려나가고 있다.

뒤에서 개방도가 설명을 시작한 모양.

“종향산은 정 공자를 가르친 유선문 선화도인이 있다고 알려진 곳이죠. 저희가 그 산 깊은 지역까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도 고화파는..······”


적에게 나를 끌어들일 미끼, 우리 화영문 식솔이 더는 없다.

새로운 미끼를 내 사부의 시신이 있는 곳, 유선문으로 잡은 것.


나는 유인이라는 걸 알지만, 달리지 않을 수 없다.

유선문까지 흉수들에게 훼손당하는 걸 나는 볼 수 없다.


이제 종향산을 향해 나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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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장. 찾았다. 그러나 19.10.13 49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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