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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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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뒤돌아보면
작품등록일 :
2019.10.13 03:49
최근연재일 :
2019.10.18 02:07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493
추천수 :
70
글자수 :
137,924

작성
19.10.13 03:52
조회
942
추천
6
글자
8쪽

1장. 돌아왔다. 그러나

DUMMY

저 멀리 느티나무가 보인다.

잎은 가을을 타는지 노랗게 물들어 있고, 그 뒤로 보이는 하늘은 이제는 쉬려는 지 붉은 꼬리를 남긴다.



해령 지방으로 불리는 이지역에서 관도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처음으로 맞이하게게 되는 거대한 느티나무.

이 지방의 상징이자 먼길을 걸어온 사람에게 휴식처가 되어 준다.


후훗.

5년.

아버님과 연이 닿은 사부님을 따라 산속에 틀어 박혀 산 시간이다.


‘이제 돌아왔다.’

그러나 집까지는 하루는 더 가야 한다.


느티나무 옆 객잔에 묵어야겠다.

<고거객잔>

오래된 느티나무라는 뜻.

목재 3층 건물로 위의 두 개 층이 숙박용 침실이 있다.

내가 사부를 따라 이 지역을 떠나며 마지막 묵었던 곳


‘아직도 반씨 아저씨가 운영하고 있으려나?’


끼이익.

오래된 여닫이 문은 길을 내주기도 힘든 모양이다.

이렇게 비명소리를 내는 걸 보면.


둘러보니 사람이 많지는 않다.

10개의 탁자 중 4개가 차 있다.

마을 사람인 듯한 이들도 보이고, 상인, 무인들도 보인다.


그런데 문 옆 계산대에 피곤한 듯 턱을 괴고 졸고 있는 50대 주인은 반씨 아저씨가 아니다.


‘이상하네. 반씨아저씨가 아버지 신임을 얻고 여기서 꽤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바뀌었다면 이유가 있겠지.

밥이나 먹고 나가면서 묻자.


“주인장. 식사 됩니까?”


턱을 받치던 손이 미끄러지며 고개를 푹 떨구는 주인.

급히 일어나 소리친다.



“아, 되굽쇼 손님. 뭐로 드릴까요?”

저녁 식사시간이 가까워졌는데도 손님이 많지 않은 걸 보면 음식 솜씨는 별로인 모양.


“뭐가 되나요?”

“소면, 돼지고기 볶음, 야채 볶음, 닭죽. 고등어 구이가 가능합니다.”


‘메뉴 자체도 예전 반씨 아저씨 운영할 때 보다 적군.’

일단은 요리 솜씨를 타지 않는 걸로 주문하자.


“소면으로 1개 주세요. 숙박도 되겠죠?”

“여기 소면 하나!”

주인장이 주방에 소리친 후 날 다시 본다.

“숙박은 선불입니다. 손님.”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숙박비.

산속에서만 지내 돈도 거의 없는데.

쩝.


“그런데, 여기 주인장이 예전에 반씨 성을 쓰시던 분으로 알고 있는데.”


“아, 반씨 아시는 분이네. 꽤 오래동안 이 지방 떠나 있었나 봅니다. 손님. 3년 전에 반씨가 이곳을 헐값에 내놓았지요.

알고 지내던 제게 생각 없느냐고 해서 3년전부터 제가 운영합니다.”


주인장 표정을 보니 좀 이상하긴 하다.

무공도 모르는 것 같고.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안될 텐데.


“반씨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왼쪽 눈 옆을 검지로 살살 누르며 곰곰 생각하는 주인장.

일단 상황을 살피고 알아봐야지.


“제가 왜 그러냐 물어도 그냥 그럴 사정이 있다고만 하고 말을 안 해주더군요. 멋쩍게 웃으며 말하던 걸 보면 그리 긴박한 것 같지도 않던데 굉장히 싸게 내놓았었지요. 더 이상은 모릅니다. 손님.”


“고맙습니다. 주인장.”



빈 탁자에 앉으니 바로 옆 무인들의 말소리가 제법 또렷이 들린다.

이런 저런 강호의 사건들.

내년 초에 정파 무림대회에 초청된 10대 문파 이야기.


내가 5년간 산속에서 고행을 하는 동안 세상도 많이 변했다.

별의별 사건도 많다.

이번 10대 문파에 다시 청성파가 들어가고 종남파가 떨어지고.

10대 문파에 3번째로 참여하게 된 우리 강동 지역 수룡문이 가장 화두다.


‘청성파가 많이 커졌을까? 종남파가 약해진 건가?’


뭐 그런 대문파 일까지 내가 신경쓸 건 아니지.

두런두런 이야기가 계속된다.

주인장이 가져다 준 소면에 젓가락을 놀린다.


‘음, 소면 맛도 별로네. 이러니 장사가 안되지.’


“아, 그런데. 요즘 아래 쪽 살인사건 범인은 잡았데?”


“잡기는. 오리무중이라던데. 수룡문에서도 조사차 나왔다는데, 마찬가지야.”


해령지방 살인사건? 수룡문?

지역 살인 사건에 왜 정파 10대 문파에 드는 수룡문이 끼어들지?



“벌써 몇 번째야? 4개월 새에 7명인가? 이러다 해령지방에 사람 인적 끊기는 거 아니야?”


“지역 전체는 아니지. 멸문한 <화영문> 근처에서만 일어나고 있으니까.”


번쩍. 내 고개가 처들린다.

멸문한 화영문?

그럴 리가.


“사람들이 말하기를.”


“당신들 무슨 소리하는 거야? 화영문이 멸문하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난 의자를 밀치며 일어나 무인들의 탁자 앞에 서서 노려본다.

멀뚱히 나를 올려다 보는 4사람.

그리고는 경계 태세를 취한다.

내가 무인이란 걸 저들도 느끼는 모양.


“이봐 어린 친구. 그럼 멸문한 걸 멸문했다 그러지. 뭐라 그러나.

웃긴 친굴세.”


오른쪽 서른 중반으로 보이는 무인이 하는 말.

하지만 내 눈빛을 보고는 주춤한다.


“이거 뭐야? 애송이. 한번 붙어보자는 거야.”


“똑바로 말해! 화영문이 어떻게 됐다고?”


내 그 소리를 인정할 수 없는 내 눈빛은 더욱 차가워지고, 내 음성은 더욱 낮게 깔리고 있다.


“3년전에 멸문 당한 걸 세상이 다 아는데, 이거 뭔 짓이야?

자넨 그거도 모르나?

어디 산속에 처박혀 살다 왔어? 이거 못놔?”


3년 전! 3년 전!

난 분명히 아버님의 서신을 받았다.

“3년전 언제? 6월까지 멀쩡하던 화영문인데.”

“9월에 알 수 없는 무리에게 습격당해 식솔 다 죽고 완전 폐허가 되었지.

넌 뭐야? 그걸 몰라? 무림인이?”


무리 네 명이 싸움이 날지도 모른다고 느꼈는 지 이제 검을 빼어들 태세.


절대 그럴리 없다. 절대.

내 가문.


아버님과 형님이 지키던 우리 화영문.

절대 멸문할 리가 없다.


엉거주춤하게 검을 든 무인들을 밀치고 나는 빠르게 객잔을 뛰쳐 나간다.

칼부림이 날까봐 조마조마해 하던 주인장은 그래도 직업의식이 투철한가보다.


“이봐요, 손님. 소면 값은 내고 가야지.”


숙박요금을 챙겼으면서 가려는 내게 소면 값을 달라는 주인장이다.

주인장의 외침을 무시하고 달린다.


그런데.

‘주인장? 주인장!’

내 발걸음이 멈춰진다.

뒤돌아 달려가 입구까지 나와 소리치던 주인장의 멱살을 잡았다.

켁켁 거리며 놓으라 외치는 객잔 주인.

“말해. 반씨 아저씨가 언제 이 객잔을 넘겼는지. 어서!”


“켁켁. 사람 죽이네, 이놈이. 언제긴 언제야. 3년 전 8월 1일이지.”


난 주인의 멱살을 잡은 손을 놓았다.

반씨가 8월에 떠나고. 우리 화영문은 9월에 멸문했다.

아버님에게 목숨을 구원 받았던 반씨였다.

그 보답을 한다고 아버님께 그렇게 충성을 했고, 아버님은 그를 신뢰했다. 우리 문파 권역 중 북부 외부 무인 출입 감시소였던 이곳 고거객잔.

우리 화영문 멸문 한달 전에 이 중요한 고거객잔을 팔고, 다른 곳에 갔다고?

‘반씨. 혹시라도 당신이 우리 화영문 멸문과 관련있다면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할 거다.’


난 다시 어두워지는 관도를 달려간다.

뒤에서 도둑놈이라 외치는 주인장.

동전이 얼마 남지 않은 허리춤 전낭을 뒤쪽으로 던져 버렸다.


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정말인지를.

제발 똑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화영문이기를 빈다.

제기랄.

달리는 내 눈은 뿌연 습기에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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