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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아이스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에서 탄생한 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히아이스
작품등록일 :
2020.05.11 12:53
최근연재일 :
2020.08.11 19:41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8,520
추천수 :
502
글자수 :
383,659

작성
20.05.19 15:05
조회
670
추천
11
글자
13쪽

지옥의 문 -2-

DUMMY

“이 자의 이마에 낙인이 없다!”


네빌의 목소리는 메아리쳐 퍼져나갔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낙인 없는 자를 보기 위해 줄에서 이탈했다.

진영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이 자식. 끝까지 사기 치는군.”


네빌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웃는 동안 줄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진영에게 달려왔다.

진영은 곧바로 뛰었다.


“낙인이 없는 자다! 심장을 먹으면 여기서 환생할 수 있어!”


좀비들처럼 수만 명이 달려오고 중간에 넘어지는 사람, 기어 오는 사람도 있었다.

진영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이 새끼 두고 보자.”


평생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쫓겨본 적은 없었다.

이건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들의 습격이었다.

네빌은 콧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지옥의 문으로 다가갔다.

지옥의 문에 줄 선 자들은 모조리 진영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줄은 무너지고 흙먼지만 날렸다.


“아.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아트야. 사기 치는 것도 이 정도면 예술이지.”


줄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뛰어나가는 걸 본 가브리엘과 한나는 모든 사람들이 진영을 향해 가는 것을 보았다.

가브리엘은 상황 파악을 하고 한나에게 왔다.


“결국 일을 냈군. 낙인이 없는 걸 들킨 모양이야.”

“어떡하죠?”

“방법은 하나지.”


가브리엘은 한나 옆에 있는 카뮈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카뮈.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안 그러면 여기서 다 죽게 생겼어.”

“아저씨 같은 사람 말을 누가 듣는다고.”

“이 녀석이.”


카뮈는 뒤돌아서 듣는 척도 안 했다.

그때 한나가 카뮈의 앞에 앉아서 웃으며 말했다.


“카뮈. 네가 좀 도와주렴. 저 아저씨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우리 모두 이 지옥의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 되잖아.

저기 있는 아저씨도 자식을 구하러 가는 중이래. 너의 부모님도 어디선가 저렇게 널 찾고 있을 수도 있잖아. 도와주자.”

“정말?”


카뮈는 천리안을 가지고 있어서 멀리 있는 진영이 도망치는 게 보였다.


“내가 가볼게.”

“그래. 고마워.”


카뮈는 한나의 손을 놓고 머리에 있는 외뿔을 만졌다.

그랬더니 몸이 점점 커졌다.

아파트 4, 5층 높이로 키가 커진 카뮈는 성큼성큼 걸어서 진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쿵! 쿵!


걸을 때마다 땅이 흔들릴 정도로 소리가 났다.

진영이 협곡에 가로막혀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영혼들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사람처럼 침을 흘리며 달려왔다.

카뮈는 커다란 손으로 제일 앞줄의 사람들을 가볍게 쓸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물이 되어 땅에 흩어졌다. 영혼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금방 흩어졌다.


“카뮈!”


2열, 3열 사람들까지 모두 카뮈의 손에 물로 변했다.

마치 비가 온 것처럼 땅바닥은 젖어버렸고 물이 고였다.

이 물이 다시 천천히 사람의 형상을 갖추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 많던 사람들이 전부 물로 변하고 땅바닥 여기저기에 고여있었다. 진영은 그제서야 한숨 놓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카뮈야 고맙다. 너한테 도움을 받을 줄이야.”


한나는 진영이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가브리엘은 수만 명이 물로 변해버린 현장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이거 이거 대단하구만. 어때? 위기에서 살아난 느낌이?”

“지옥에서 또 죽어야 한다니 그런 공포가 따로 없지.”

“어서 빨리 가자. 이 사람들 다시 살아나기 전에.”

“그래.”


바닥에 고인 물은 기포가 올라오면서 서로 뭉쳐 조금씩 사람 형태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진영의 일행은 다시 만나 지옥의 문으로 뛰어갔다. 네빌은 이미 문을 통과한 뒤였다.

지옥의 문 앞에 서자 깡통 같은 걸 타고 절벽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내려왔다.


“이건 뭐지?”


진영은 깡통 속의 다람쥐를 유심히 보았다.


“자 다음 사람!”


알고 보니 다람쥐는 지옥의 문을 통과하는 자를 심사하는 심사관이었다.


“자기 이름을 밝히시오!”


진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람쥐 앞에 섰다.


“저는 한진영입니다.”


심사관은 도토리를 까먹으며 서류를 보고 진영을 유심히 보았다.


“음···. 낙인이 없는 자가 왔구먼. 도대체 사신 놈들은 뭘 하는 거지? 낙인도 제대로 못 찍는 건가?”

“어떻게 죽었지?”

“자살···입니다···.”

“자살이라. 당연히 지옥행이구만. 아직 완전히 숨이 끊어지기 전에 지옥으로 데려온 건가? 아무튼 자네는 지옥으로 갈 수 없네. 낙인이 없는 자는 지옥으로 갈 수 없어.”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지옥도 갈 수 없고 지상으로도 갈 수 없으니.”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야. 나머지 세 명은 통과해도 되겠구만.”

“부탁드립니다. 제발 들여보내 주십시오. 지금 제 딸이 지옥의 안쪽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제가 가서 죄를 대신 치르더라도 딸을 살리고 싶습니다. 저 때문에 죽은 아이예요.”

“규칙은 규칙이야. 절대 안 돼.”


가브리엘은 뒤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다가 씩 웃으며 손을 입에 대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커다란 까마귀가 하늘 위에 나타났다.

심사관은 까마귀를 보자 눈을 크게 떴다.


“저건 뭐야? 지옥의 문에 누가 까마귀를 풀어놨어?”


심사관은 얼른 줄을 잡아당겨 깡통을 위로 올린 다음 절벽에 있는 굴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브리엘.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뭘. 지옥에서 지옥의 방법대로 해야지. 어차피 우린 들어가도 된다고 했으니까 같이 들어가자.”


진영의 일행은 지옥의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까마귀가 사라진 걸 확인하고 나온 사신이 소리쳤다.


“지옥의 규칙을 깨트린 놈. 너는 세 번 거지로 태어나고 세 번 살해당할 것이다. 명계의 신 하데스여. 저놈에게 저주를!”


진영은 기분 나빴지만 지금 와서 뒤를 돌아볼 사이는 없었다.


“뒤돌아보지 마. 저 녀석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저주가 실현될 거야.”


진영의 일행은 앞만 보고 걸었다.


“돌아와! 이 도적놈들!”


협곡에 울려 퍼지는 심사관의 목소리는 섬뜩했다.

진영의 일행이 지옥의 문을 지나 협곡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자 밑이 깜깜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가 있고 긴 출렁다리가 놓여있었다.

그 옆에는 돌에 새긴 팻말이 있었는데 “패륜의 지옥”이라고 쓰여 있었다.


“패륜의 지옥이라. 이름부터 불길하구만.”


가브리엘은 멀리서 모래바람이 이는 것을 보았다.


“저기 모래바람이 부는군. 빨리 건너야겠는데. 모래바람이 오고 있어.”


진영은 출렁다리 앞에 서서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밧줄을 만져보았다.

나무줄기를 여러 개 엮은 것으로 보이는데 너무 오래되어서 썩고 일부는 끊어져 있었다.


“이거 너무 낡았는데. 이 다리로 건너갈 수 있을까?”


이때 가브리엘은 코웃음을 치며 여유를 부렸다.


“좋은 방법이 있지.”


가브리엘은 다시 한번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얼마 뒤 큰 까마귀가 날아왔다.


“굳이 다리를 왜 건너. 날아가면 되지.”


까마귀는 가브리엘의 앞에 내려앉았다.


“이 녀석 이름은 플린트 선장이라고 해. 급할 때만 불렀더니 소개할 사이도 없었네.”

“보물섬에 나왔던 이름이네.”

“알고 있구나. 이 녀석도 좀 엉뚱한 데가 있고 나랑 동고동락을 같이해온 놈이라 그렇게 붙였지.”


가브리엘은 까마귀의 깃털을 잡고 등으로 올라탔다.


“자. 플린트 선장. 저 너머로 가는 거야.”


까마귀는 먼지를 일으키며 날아올랐고 천천히 출렁다리 위로 접근했다.

그런데 출렁다리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가까이 오자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까마귀는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결국 출렁다리를 1/3 지점도 가지 못해서 돌아오고 말았다.


“저 출렁다리 근처에 강한 기류가 흐르고 있어. 도저히 날아서는 접근할 수가 없어. 아마도 이 출렁다리를 꼭 이용하라는 뜻이겠지.”

“출렁다리는 왜 안 흔들리지?”

“그러게. 어쩌면 그래서 출렁다리를 만들었는지도 모르지.”


까마귀는 가브리엘을 내려주고 다시 날아갔다.

네 사람은 출렁다리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으니까 내하고 케르베로스가 먼저 건널게. 일단 내가 가는 거 보고 따라와.”


휘이익!


진영이 나섰지만 계곡의 바람 소리가 공포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출렁다리의 길이는 100m 정도 되어 보였다.

중간이 축 늘어져 있고 발판은 나무로, 손잡이는 밧줄로 되어있었다.

진영이 가까이서 보니 발판은 여기저기 부서지고 떨어져 나가 온전한 게 없었다.

여러 개의 발판을 끈으로 묶은 형태였는데 나무가 썩어서 제대로 된 게 없었다.


“조심하고 이상하면 얼른 돌아와.”


한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진영을 보았다. 진영도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놀이기구도 잘 못 타는 내가 출렁다리를 건너다니. 어차피 한번 죽기로 한 목숨. 끝까지 가보자. ’


진영은 발판에 발을 올려놓았다. 납작한 나무 발판은 밟을 때마다 삐거덕 소리를 냈다.

두 번째, 세 번째 발판을 걸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1/3 지점이 가까워지자 점점 다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다리를 절벽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흔들었고 진영이 한발씩 내디딜 때마다 진동이 전해져 좌우로 움직였다.


“잘하고 있어. 힘내!”


일행들의 응원이 들렸지만 진영은 이를 꽉 물고 앞만 보고 걸었다.

발판의 중간을 밟아야만 좌우로 흔들리는 걸 최소로 할 수 있었다. 밟을 때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중간에 발판이 비어있는 경우 큰 걸음을 걸어야 했고 그러면 출렁다리가 더 흔들렸다.


‘두 번 다시 이런 데는 안 오고 싶다. 진심이다!’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도 공포증이 생길 만큼 출렁다리는 불안했다.


퍽!


진영이 절반쯤 갔을 때 썩은 발판이 부서지면서 한발이 아래로 빠졌다.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진영은 침착하게 다리를 빼고 낮은 자세로 다시 걸었다.

케르베로스는 흔들리는 다리에서도 중심을 잘 잡고 건너왔다.


삐익.

뿌드득.


나무 발판이 삐걱거리는 소리, 밧줄이 당겨질 때마다 질그럭 거리는 소리는 그 자체로 공포를 더 해주었다.


‘아래를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


진영은 그저 이 절벽의 건너편만을 보았다.

아래를 보았다간 그 자리에서 얼어버릴 것 같았다. 진영은 2/3지점을 통과할 때 가브리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가브리엘이 출렁다리에 올라왔다. 가브리엘은 마술사라 그런지 진영보다는 속도가 빨랐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건너면 좋겠지만 이 부실한 다리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몰라 그럴 수 없었다.


“다음에 마술쇼를 하면 이런 세트를 만들어서 하고싶구만.”


가브리엘이 낮은 자세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진영과 케르베로스는 제일 먼저 건너편으로 넘어왔다.

아까 지옥의 영혼들이 좇아 올 때보다 더 무서웠다.

가브리엘은 빠른 속도로 건너오고 있었고 뒤이어 가 카뮈를 데리고 출렁다리에 올라왔다.


진영은 다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반대쪽에서 잡아주었고 소리를 질러 용기를 주었다.


“거의 다 왔어!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걸어!”


가브리엘까지 건너오고 마지막으로 한나가 2/3쯤 왔을 때 출렁임이 더 커졌다.

가브리엘과 진영인 밧줄을 잡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갑자기 먼지바람이 강하게 몰아쳤다. 그 때문에 출렁다리도 옆으로 심하게 흔들렸다.

한나는 앞으로 가는 걸 멈추고 옆에 있는 밧줄 난간을 잡았다. 카뮈도 한나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나 바람은 점점 더 강하게 불어 출렁다리 전체가 한쪽으로 휘고 밧줄이 팽팽해졌다.


“꽉 잡아!”


한나는 허리를 숙여 밧줄 난간을 잡았다. 그때 출렁다리가 놓인 협곡으로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출렁다리는 거의 90도 가까이 기울어진 채 흔들렸다.


툭!


바람을 견디지 못한 출발지점의 썩은 기둥 하나가 부러지고 말았다.


“카뮈!”


난간을 이어준 밧줄들은 마치 실밥이 뜯어지듯 하나씩 끊어져 결국 오른쪽은 완전히 끊어졌다.

한나와 카뮈는 겨우 줄에 매달렸다.

이제 출렁다리는 두 개의 끈만 연결된 상태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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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지옥의 문 20.05.18 798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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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키마이라의 집 -2- 20.05.16 1,001 20 12쪽
6 키마이라의 집 20.05.15 1,129 17 11쪽
5 요단강의 손님들 -2- 20.05.14 1,293 19 13쪽
4 요단강의 손님들 20.05.13 1,723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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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세계 +4 20.05.11 2,844 42 14쪽
1 운수좋은 날(프롤로그) +1 20.05.11 3,596 7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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