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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선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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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무대선
작품등록일 :
2022.05.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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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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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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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 1

DUMMY

토너먼트 - 1


이틀 후, 무투대회가 개최되었다.

마틴은 집에서 알피의 도움을 받으며 중무장을 했다.

무투대회에서 사용하는 기창은 속이 비어 있어 잘 부스러졌고 사용하는 검은 날이 없었다.

하지만 때리고 찌르는 것은 진짜였다. 어디를 치면 안 된다거나 하는 규칙 따위도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무장을 철저히 해야 했다. 잘못 맞으면 병신되는 것은 차치하고 죽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이 기사들의 무투대회였다.

리지는 부엌쪽에서 팔짱을 낀 체 눈살을 찌푸리고 무장을 차리는 마틴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위험한 곳에 굳이 가겠다는 아이들을 보는 어미 같은 모습이었다.


“걱정마. 리지, 전쟁터에 가는 것이 아니라 경기에 나가는 거라구.”


“팔이라도 부러져서 돌아오면 그 병구원을 누가 다 하나요?”


마틴이 웃으면서 말했지만 리지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마틴의 집은 성 안에 있었으니 거의 새벽나절부터 시끄러워서 집안 식구들은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스노우 캐슬에는 성 안에도 기사들과 병사들이 훈련하는 넓은 연병장이 있으나 출전 기사들과 구경꾼들을 다 수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좁아서 결국 성밖 공터에게다가 임시로 관중석과 경기장을 며칠에 걸쳐서 따로 만들어야 했다.

귀족들을 위한 상석과 왕족들을 위한 로얄석은 말할 것도 없지만 평민이나 평민들을 위한 좌석만 해도 거의 1만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하지만 이미 관람석은 다 찼고 경기장 주위에서 서서 보거나 주위의 지붕이나 혹은 성벽 위에서 관람 하는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마틴은 전에도 무투대회에 참가해보았고 우승도 해보았기 때문에 이런 장면이 낯설 것이 없었다.

하지만 소영지에 불과한 아롤젠 출신 전사들은 턱이 떨어졌고 깡촌을 넘어선 폐촌 출신인 알피는 이런 일이 세상에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윌리엄은?”


알피에게 고개를 돌리며 묻자 알피가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아무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그 말을 하는 알피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전날 본성에서 마틴을 잡으러 온 기사들 중에 윌리엄이 있었던 것을 보고 그를 배신자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본래 윌리엄은 마틴과 함께 무투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소위 공주파로 분류되는 마틴이 무투대회에 참가하면 왕비는 틀림없이 제비뽑기를 조작해서 실력있는 기사들을 마틴 쪽으로 몰아버릴 것이 정한 일이었다.

그래도 윌리엄이 함께 출전하면 아무래도 인원이 갈릴 테니 마틴 혼자 출전하는 것보단 훨씬 나으리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윌리엄은 근위기사로 근속을 하게 된 모양인지 성 안에 들어가더니 나오지를 않았다.


“괜한 생각은 하지 말아라. 알피, 우선은 눈앞에 닥친 일을 생각하기에도 힘에 부치니까.”


마틴은 충고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마틴은 자신이 배정된 자리로 갔다. 성밖의 공터에 공식적인 관람석이 있지만 성밖이라고 사람이 안 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만들어놓은 경기장에서 예선전을 치르는 것은 무리였다. 출전한 사람이 너무 많은데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틴이 예선전을 치르는 곳도 본래는 성밖 마을에서 5일 단위로 장이 서는 장터였다.

장이 설 때는 사람이 서 있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붐비지만 평소에는 일종의 마을 광장으로 쓰이는 만큼 무투 대회를 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대회를 할 이쪽저쪽에 무투대회용 기창과 스파이크가 없는 철퇴 칼날이 뭉개진 도끼등등 수많은 무기등이 걸리고 각자의 종자들이 그 옆에 섰다.


“이런 제기랄, 진짜 웃기고 있군.”


종자 알피와 같이 서서 마지막 준비로 갑옷의 이곳저곳과 이음새 매듭 등을 점검하다가 자기 상대를 쳐다본 마틴은 쓴 웃음을 지으며 탄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시죠?”


마틴의 갑옷 끈이 어디 헐거워지거나 삭은 곳이나 없는가 점검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알피가 마틴의 말에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알피 너는 하루 빨리 기사가 되고 싶지?”


“물론이죠.”


마틴이 엄지손가락으로 저만큼 맞은편에서 마틴처럼 자기 종자의 도움을 받고 있는 기사의 등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 자가 누군지 정도는 알아둬. 무투 대회 챔피언 2회 우승에 빛나는 레지널드 경이시다.”


마틴은 이죽거리는 투로 이야기 했지만 알피는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네요. 사람들 말이 본래 예선전은 그다지 볼게 없다고 하던데요. 왜냐하면 예선전은 보통 실력있는 기사들에게 실력없는 기사들을 상대하게 해 빨리 끝난다고 하더군요.”


“그래 맞아. 어중이 떠중이를 빨리 털어버리고 제대로 메인 경기를 치르기 위한 방편이지. 그런데 나한테 레지날드를 붙였어. 예선전에서...”


“경을 빨리 떨어뜨리기 위해 속임수를 쓴 겁니까?”


알피가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된 듯 얼굴에 긴장과 분노에 빛을 나타내었다.


“추첨을 조작했겠지. 뭐 저놈들에게 그 정도는 속임수 축에도 못 들어.”


마틴은 평소 그러는 것 같이 장난처럼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당황했다.


‘이런 젠장, 무슨 수를 쓸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만 했지. 이런 수를 쓸 줄이야. 게다가 간단하지만 굉장히 효과적이야.’


상대가 레지날드경이라면 마상창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어중이 떠중이가 아니었다.

틀림없이 악전고투로 죽도록 싸워야 할 판인데 그렇게 해서 설령 승리를 한다 하더라도 경기는 이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몸 성히 이긴다는 보장도 없어.’


무투 대회에서 죽는 것까지는 드문 일이지만 팔다리 부러지는 것 정도는 일상 다반사였다.

그리고 아무리 대단한 전사나 기사라 할지라도 팔 하나만 부러지면 그 팔이 낫기 전까지는 전사로서는 무용지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알피가 말고삐를 잡고 말을 끌고오자 마틴이 말 위에 올라탔다.

저편을 바라보니까 레지날드 경도 말위에 올라타서 마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틴은 천천히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가고 레지날드도 마틴과 보조를 맞추듯이 맞은편에서 말을 몰아 다가왔다.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만한 거리에 이르렀을 때 투구의 철면을 올려 서로의 얼굴을 보였다.

마틴은 연장자에 대한 예우로 먼저 레지날드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33살의 레지날드는 콧수염을 제비꼬리 같이 위로 올린 멋쟁이 중년으로 나이는 마틴보다 훨씬 많지만 아직 체력이 떨어질 나이는 아니었다. 노련함에 있어서는 오히려 마틴보다 더 뛰어날 가능성이 많았다.


“반갑소. 마틴경,”


연장자인 레지날드가 연장자의 본새로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먼저 인사했다.


“겨루게 되어 영광입니다. 레지날드 경,”


다른 때였다면 진심일지도 모를 말이었겠지만 속심과는 전혀 다른 인사로 마틴이 답례했다.

서로 인사가 끝나고 두 기사가 각자의 종자에게로 돌아갔다.

장터에 마련된 예선전이라 대부분의 구경꾼들은 성 앞 가장 좋은 자리로 몰려가고 구경꾼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구경꾼이 적지는 않았다.

마틴은 알피가 건네주는 마상창을 잡았다.

저편을 보니 레지날드도 마상창을 잡고 있는게 보이고 레지날드의 갈색 말이 머리를 뒤흔드는 게 눈에 보였다.

성에서 나온 심판이 깃발을 흔들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깃발이 흔들리기 전에는 규칙이라는게 있지만 이제는 없었다.

깃발이 흔들리기 전에는 상대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규칙이지만 그게 없어져 버리고 그 순간부터 경기의 시작이었다.

깃발이 흔들리는 순간 마틴은 말에 박차를 가했다.

마틴의 전투마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돌진했고 눈앞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정면만 바라볼 수 있는 투구의 시야가 간질 환자처럼 떨리면서 점점 커지는 레지날드의 모습이 보였다.

마틴은 마상창을 앞으로 세우고 레지날드의 방패를 직격했다. 정직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마틴의 마상창이 레지날드의 방패에 직격하는 것과 동시에 레지날드의 마상창도 마틴의 방패에 직격했고 마틴은 강한 충격에 허리가 휘청하는 것을 느꼈다.

속이 비어 박살난 마상창이 한낱 이쑤시개꼴이 되어 눈처럼 휘날렸다.

말이 요동치고 말 위의 몸도 요동쳤다. 순간 정신이 아득하고 자칫 떨어질 판이었지만 고삐를 감아쥐어 가까스로 면했다.


“알피 창! 어서!”


정신이 혼미한 자기 자신을 꾸짖듯이 마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마틴이 철면을 올리고 뒤를 보니 레지날드는 벌써 두 번째 마상창을 받고 말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마틴경!”


마틴이 알피가 다그치듯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자기 코앞에 마상창이 불쑥 솟듯이 디밀어져 있었다.


“어서 비켜!”


마틴이 소리를 질렀다. 시합 혹은 전투 전에는 어떨지 몰라도 싸움에 흥분한 기사들은 종자의 안위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말에 부딪치거나 아무렇게나 날아가는 마상창의 잔해나 여러 가지 이유로 시합 중에 사고를 당하는 종자는 무수히 많았다.

레지날드의 종자는 알피보다 솜씨가 좋은 모양인지 레지날드는 벌써부터 창을 건네받고 말에 박차를 가하려 하고 있었다.


‘이런 젠장!’


마틴이 욕설을 중얼거리며 자기도 레지날드보다 좀 늦은 박차를 가했다. 등을 잡히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두 번째 격돌과 두 자루의 마상창이 가루가 됐다. 마틴은 두 번째의 타격에서 첫 번째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칫, 늦은 탓인 건가.’


마틴은 알피에게 세 번째 창을 건네받으면서 어떻게든 수를 써서 마상창 싸움에서 도끼나 검 같은 단병기 싸움으로 넘어갈까도 생각해 보았다.

마틴 자신이 마상창 싸움보다는 난투에 더욱 능하니 해보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레지날드가 마틴보다 검술 실력이 모자라는지 어쩌는지 그것도 알 수 없지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맥없이 무너질 리는 없었다.

더구나 말 아래에서 격검을 하느라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한다면 다음 경기에서는 이름도 모르는 애송이 기사에게 맥없이 패배를 할 수도 있었다.


‘어떻게든지 말 위에서 끝장을 봐야해.’


마틴이 손잡이만 남아 있는 마상창을 거칠게 집어 던지며 다짐처럼 생각했다.

마틴이 알피가 가져다 준 마상창을 잡고 말고삐를 다급히 잡아 당겼다.

말도 흥분했는지 거친 콧김소리가 귀를 거슬렸다. 추운 날씨가 아닌데도 말의 콧김 입김이 서리가 되어 하얀 연기가 위로 올라왔다.


“운이야! 무운을!”


흥분한 탓인지 속으로 한 말인데도 그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딴에는 틀린 말도 아니었다. 레지날드의 입장이야 어떨지 몰라도 마틴의 입장에서는 이건 전투나 다름없었다.


‘이기지 않으면 죽는다.’


말을 달리면서 레지날드의 모습이 점점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마상창이 부러지면서 조각난 가루가 꼿잎처럼 휘날렸다.

그리고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레지날드 경이 말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마틴은 레지날드가 땅바닥에 엎어지자 즉시 말에서 뛰어내리며 칼을 빼어들었다.

레지날드는 무릎을 꿇은 체 양손을 땅바닥에다 짚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마틴이 검을 그 목에 들이대는데 레지날드의 철면의 눈구멍과 숨구멍으로 피가 흘러나와 땅바닥에 고이고 있는 피가 보였다.


“항복.”


레지날드가 신음하듯이 외쳤다.

마틴은 항복 소리를 듣자마자 마틴이 칼을 집어넣고는 그를 일으켰다. 투구를 벗겨 보았더니 얼굴의 절반이 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레지날드가 신음하며 말했다.


“내 눈알 괜찮소?”


레지날드의 말을 듣고 마틴이 새삼스럽게 보았더니 그의 피범벅이 된 얼굴 반쪽의 눈썹쪽에 조그맣한 나무쪼가리가 무슨 뿔처럼 솟아 있었다.


‘남의 불행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거야 말로 속된 말로 땡잡은 거군. 뭐라더라 지성이면 감천? 뭐 그런건가.’


마틴이 생각했다.


“경을 모셔라. 상처는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의사한테 보여.”


황급히 달려온 레지날드의 종자에게 마틴이 명령이 내리듯이 말했다.


“승리입니다. 경.”


흥분과 기쁨으로 얼굴이 새빨갛게 된 알피가 달려와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마틴은 그런 알피를 돌아보며 흥분도 기쁨도 없는 무덤덤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래 승리야. 운수대통으로 얻은 승리지. 그 운빨이 마르지 않도록 기도라도 해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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