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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무대선
작품등록일 :
2022.05.17 13:44
최근연재일 :
2022.06.29 19:4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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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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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5,085

작성
22.06.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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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마귀

DUMMY

사마귀


마틴이 윌리엄과 왕비의 기사들을 잠시 기다리라고 해놓고 안으로 들어와 알피의 도움을 받아가며 벗어놓았던 기사의 정장을 차렸다.

정장이라고 해도 별 것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입고 있던 빳빳한 가죽 옷 위에 윈즐로 가문의 문장이 찍힌 깨끗한 서코트를 입고 멋을 좀 부리려고 어깨받이를 하나 팔목에 장식용 완갑을 찼을 뿐이었다.

아롤젠의 수행원들이 마틴이 혼자 간다고 하자 당치 않다는 듯이 우 하고 일어났지만 마틴이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렸다.


“걱정할 거 없네. 난 초대를 받아 가는 거니까. 난 왕비의 인장이 찍힌 초대장을 보았어. 그런데 무장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간다면 대체 누가 무례한 것이 되는가.”


마틴의 그 말에 수행원들이 주저앉기는 하였으나 얼굴에는 불안과 불만이 가득하였다.

알피는 수행원들이 주저앉건 어쩌건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대로 가죽옷과 검대를 몸에 찼다.

마틴이 이것을 보고 알피에게 타이르듯이


“너도 그만 여기 있어라.”


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피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는 경의 종자입니다.”


“꽤나 연습했지만 넌 아직 검술도 서툴러.”


“뾰족한 곳으로 찌르면 되는 거죠. 그것이면 족합니다.”


알피는 그 말을 하고는 아예 마틴을 외면해 버렸다. 때려죽여도 같이 가겠다는 결기였다.

마틴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니 목숨이니까 마음대로 하라는 심정으로 그냥 가는 수밖엔 도리가 없었다.

마틴은 군마를 타고 알피는 짐말을 타고 윌리엄이 앞선 가운데 왕비의 기사들이 둘러싸는 형태로 행진을 했다.

마틴은 마치 압송되어 가는 기분이었다.

길가에서 그럴리야 절대 없겠지만 지금 이들이 검을 뽑는다면 이미 포위진이 완성된 마당에 마틴이 무슨 재주로 살아날 것인가.

검을 들고 대항해 보겠지만 몇 번 휘두르기도 전에 등에 칼을 맞고 옆구리에 칼날이 들어오고 내리치는 칼날 찌르는 칼날에 잠깐 사이에 어육이 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였다.

이런 마틴의 기분과는 딴판으로 좌우 길가의 노점과 술집과 창녀집은 그야말로 발디딜 틈 없는 호황이었다.

이미 정밤중이건만 어느 집에서나 등불을 아낌없이 지펴 불 꺼진 집이 하나도 없고 불 꺼진 집이 하나도 없으니 자는 집도 하나도 없었다.

어느 집에서나 노래소리와 음악소리가 흘러나와도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는 집도 없었다.

집안에 손님들을 모두 들여놓을 수 없는 술집에서는 바깥에 전을 펴놓고 술 취한 용병들이 창녀들을 끼고 술내기를 하고 있었고 다른 테이블에서는 주사위 놀이가 한창이었으며 또 다른 곳에서는 창녀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기사 둘이 주먹질이 한창이었다.


‘남은 죽으러 가는지도 모르는 게 저놈들은 살맛내고 있군.’


마틴이 이 광경을 둘러보며 자기 자신을 조롱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막상 스노우 캐슬의 본성에 가까워질수록 의외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본성에서도 등불과 촛불은 휘황하게 밝혀져 있었고 틀림없이 안에서는 연회가 베풀어지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떠들썩한 음악과 요란한 광대들의 익살과 재주 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마틴이 그 광경을 보고 미소 지었다.


“왕비가 이렇게 하라고 명령했나?”


앞서 가고 있는 윌리엄에게 물었더니 윌리엄이 뒤를 흘깃보며 대답했다.


“확실한건 저도 들은바가 없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왕비는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군.”


“왕비님은 아직 상중이시지요.”


“즐거운 미망인이지.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네. 세상에 왕이 죽기를 바라지 않는 왕비는 없다더군. 왕의 아내 보다는 왕의 어머니가 나으니까.”


“과감한 광대로군요. 그런 농담을 하다니.”


“광대가 아니라 동방의 어디 학식 높은 사람이 그랬다던데 잘 모르겠네.”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다니 별로 오래 살지는 못했겠군요."


윌리엄과 마틴이 말에서 내려 마부에게 말을 맡기고 궁성 안으로 들어서자 스노우 캐슬의 집사인 에크하트 경이 아니라 나이 지긋한 시종장이 나와 일행을 맞이하였다.


“왕비님을 모시는 시종장입니다. 저를 따르시지요.”


시종장이라고 신분은 밝혔으나 이름은 밝히지 않는 것이 벌써 환대는 바라기 힘들었다.


‘에크하트 경은 어디 가둬두기라도 했나.’


마틴이 에크하트의 사위 에릭을 직접 죽인 것은 에크하트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왕비도 오토 대공도 그런 짓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겠지만 사위가 죽은 에크하트가 앙심을 품고 자기 기사와 병사들을 매복시켜 두었다가 마틴을 우격다짐으로 쳐 죽이려고 할지도 모른다.


‘나를 죽이려면 그 방법이 제일 좋을지도 모르지.’


시종장의 안내를 받아 좌우의 경비병들이 도끼창을 들고 있는 복도를 지나 번들거리는 광이 나는 두쪽 문 앞에 다다랐다.

백향목에 아기 천사와 꽃등이 조각된 화려하기 짝이 없는, 어른 사내 키 두배쯤 되는 문이었다.

그 문이 열리고 시녀 한명이 나오더니


“왕비님께서 들어오시랍니다.”


하고 절하며 말했다.

마틴이 검대를 풀어 시종장에게 건넸다. 알피는 따라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어림없는 일이었다.

시종장도 윌리엄도 다른 기사들도 들어가지 못하고 오직 시녀와 마틴 만이 안으로 들어갔다.

왕비는 방안 한구석에 있는 성상 앞에서 무릎을 꿇은 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마틴이 반듯이 서서 왕비의 기도가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왕비가 일어나자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그동안 격조 했군요. 마틴경,”


왕비가 다가와 손을 내밀자 마틴은 그 손을 가볍게 잡았다가 놓았다.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과부에게는 할 말은 아닌데요.”


왕비가 상복의 검은 베일 아래에서 미소 지었다.

마틴은 그저 해보는 말은 아니었다. 왕비의 미모는 오소릭 왕과 결혼을 하기 전부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이라는 둥, 사람의 아름다움이 아니라는 둥, 물의 요정이라는 둥 별 이야기가 많았다.

물론 소문이라는 것은 실제보다 과장되는 수가 많았기 때문에 마틴도 처음에는 그 말을 별로 크게 신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소릭왕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왕비의 모습을 보는 순간 소문이 과장되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인간의 언어가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했다.

결혼 할 당시 17살, 그야말로 그 아름다움과 젊음의 절정기였던 왕비는 풍성한 황금빛 머리칼과 푸른 사파이어 같은 두 눈, 육감적인 몸매, 여자 치는 키가 좀 너무 큰 듯 하였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하나의 매력이었다.


“왕비께선 아니, 이제 대비께선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영주를 아버지로 두고 있고 또 이 나라의 왕을 아들로 두고 있는데 무슨 위험한 일이 있겠습니까.”


“아버님을 뵈었다고요?”


“예, 아덴공을 얼마전에 뵈었습니다.”


“아버님은 어떠신지, 한번 오실 법도 한데 청 해도 바쁘다고 오시지 않더군요.”


“뵙기에 건강하신 듯 보였습니다.”


“내가 마틴경을 이렇게 부른 건 아버님의 안부도 물어보려고 한 것이지만 그보다도 경과 아버님 사이에 오간 말 중에 내가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 있어서에요.”


“하문 하십시오.”


“내 딸에 결혼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다고요.”


“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에델랜드는 나도 알고 있는 아이에요. 괜찮은 청년이죠. 에델랜드와 마르가리테가 결혼한다면 아버지는 더 이상 뭘 어쩌진 않을 거예요.”


이때껏 별스럽지 않게 대화를 이어가던 마틴이 말꼬리를 붙잡았다.


“뭘 어쩌다니? 뭘 어쩐단 말입니까?”


자기가 듣기에도 좀 민망할 정도로 어투가 고까웠다.

하지만 왕비는 여전히 예절을 지켰다.


“마틴경, 스노우 캐슬에 왜 왔나요?”


“무투대회에 참가하기 위함입니다.”


“우승을 해서 명성을 얻어 영주들을 포섭하려는 생각인가요?”


“영광과 명성은 모든 기사들이 바라는 것일 뿐입니다.”


“피칠갑이 하고 싶다는 것이겠죠. 남자들은 그렇더군요. 죽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도 피칠갑은 하고 싶어 하다니 왜 그러죠?”


솔직히 왕비의 지적은 꽤 날카로웠다.

마틴은 전쟁터에 참가해 보았다. 모두들 용감한 사나이들이었다. 모두들 자기 검 앞에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자기는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는 죽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바보 같게도’


그리고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용감한 사람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마틴이 말했다.


“남자들은 항상 경쟁하니까요. 팔씨름, 주먹싸움, 술을 누가 더 많이 마실 수 있는가, 팔뚝은 누가 더 큰가, 누가 더 많이 먹을 수 있는가. 누가 더 거시기가 큰가 심지어는 그걸 꺼내서 직접 재보기도 합니다.”


“그걸 꺼내서 길이를 재본다고요? 모든 남자들이 그런 행동을 하나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내 아버지도 내 아들도 그런 행동을 할까요?”


“아버님께서는 그런 시기는 지났을 것이고 어린 왕께서는 아직 나이가 덜 되었지만 나이를 어느 정도 찬다면.... 아마 그럴 겁니다.”


왕비가 정말로 놀랐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 밤 잠은 다 잤군요.”


“죄송합니다. 하문 하시기에 대답을 드린 것뿐입니다.”


“여자들끼리만 있을 때 무얼 하는지 가르쳐 드릴까요?”


“이불 속에서 키스 연습 하는 거 말입니까?”


“그것보다 더 하죠.”


왕비의 눈이 검은 베일 속에서 장난끼로 빛났다.

마틴의 눈이 저절로 커졌다.


“그것보다 더한 게 있습니까?”


“네, 여자들은 둘만 모이면 남자들의 머리통을 어떻게 뜯어 먹을까 그것을 고민하고 서로 상의 하거든요.”


이불속에서 키스보다 더 한게 있다는 말을 했을때 마틴은 솔직히 놀랐지만 왕비의 거친 대답을 듣고는 오히려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왕비님께서도 선왕의 머리통을 뜯어 버리신 겁니까?”


“그리고 싶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그는 매일 술에 취해 있었고 그렇게 술을 마시는 사람은 딱히 누가 머리통을 일부러 뜯을 필요도 없거든요.”


“어쨌건 왕비님의 앞을 가로 막는 남자는 이제 없군요.”


왕비가 생긋 미소 지었다. 그 생긋 웃는 순간에 왕비는 거의 님프와 같았다.


“마틴경, 사마귀를 아나요?”


“메뚜기 비슷한 거 말입니까?”


“메뚜기랑 비슷하다고 하지만 전혀 달라요. 특히 교미하고 난 암사마귀는 숫사마귀의 머리통을 뜯어먹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아나요?”


“모릅니다. 희한한 짓을 하는 군요.”


“그렇게 해야지만 더 강한 자식을 낳을 수 있거든요. 교미를 하고 나서 숫사마귀를 잡아먹어 영양분을 저장해 더 강한 자식을 낳으려는 거예요. 여자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 남자의 머리통을 뜯어먹을 수도 있죠. 그러니 마틴경, 무투대회에 참가하든 우승을 하든 그건 상관없지만 내 아들, 왕의 앞을 가로 막을 생각이라면 그 생각을 고치는 것이 좋을 것이에요.”


“저는 왕국의 기사 입니다. 왕의 앞을 가로 막다니 그런 일 따윈 생각해 본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요?. 지금 내 앞에서 말 같잖은 소문을 따윌 입에 담으려고 하나요?”


“아시고 계셨습니까?”


“난 바보가 아니에요. 마틴 경, 묻겠는데 전쟁터에 나가 보았죠? 칼에 찔려 본적 있나요?”


“부상당한 적이 있습니다.”


“또 당하고 싶나요?”


“아닙니다. 절대,”


“그래도 그 흉터 자국이 자랑스럽기는 하죠?”


“물론 입니다. 검을 든 자들은 누구나 다 자신의 흉터 자국을 자랑스러워 하죠.”


“전쟁터에서 받은 그 흉터 자국을 누군가 의심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검을 뽑겠죠. 그리고 누군가가 죽을 겁니다.”


눈을 번뜩이던 왕비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차가운 미소였다.


“아이를 낳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칼에 찔리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럽고 전쟁터에 나온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죠. 하지만 기사가 전쟁에 이겼을 때 보상이 있듯이 여자도 의무를 다했을 때는 그에 대한 보상이 있게 마련이죠. 경은 전쟁터에서 얻은 흉터에 대해서 누군가 의심을 한다면 주저없이 검을 뽑겠다고 했어요. 나는 검이 없지만 나의 아이를, 내가 목숨걸고 얻은 보상에 대해서 누군가 의심을 한다면 결과는 똑같아요. 누군가가 죽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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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결혼 약속 - 1 22.06.05 4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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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에르페스의 대공 - 3 22.06.04 45 2 12쪽
39 에르페스의 대공 - 2 22.06.04 43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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