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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헌터였던 전생을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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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사막
작품등록일 :
2024.03.13 14:25
최근연재일 :
2024.04.17 14:4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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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820
추천수 :
4,074
글자수 :
156,328

작성
24.04.04 14:30
조회
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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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글자
12쪽

20. 레밍 노스턴.

DUMMY




토에 의해 다시금 만들어진 영주관의 모습, 영주관 외곽의 어느 곳이었다.


“여긴 기사들의 막사가 아니었어?”

“응, 이 건물을 중점적으로 지키고 있어.”

“침실로 보이진 않는데?”


영주관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큰 돔 형태의 건물이었다.


“수련장 아닐까?”

“이 새벽부터?”

“왜? 집에 있을 때, 칸도 새벽부터 수련했으면서. 자세도 칸의 그것과 비슷했어. 여기에 이렇게 있거든. 그리고 이 남자의 머리 위에 사람이 매달려 있어. 이렇게.”


손가락보다 작은 흙인형이 가부좌를 한 모습과 그 머리 위에 거꾸로 매달린 사람의 모습을 토가 빚어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 ‘대법’이라는 것도 생각나고.


“여기로 가보자.”

“알았어, 잘 따라 와.”


이번에도 정령을 통해 영주관 경비의 움직임을 모두 체크하고 움직였다.

덕분에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의 침입을 알아본 존재는 없었다.


‘그래도 전부 피할 수는 없군.’


건물 외곽을 지키는 기사들은 따돌릴 수 있었지만, 유일한 입구인 석문 앞을 지키는 네 명의 경비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죽이는 수밖에.

휙! 휙!

퉁!

내가 던진 단검 두 개와 하뉴의 화살이 세 경비의 미간을 관통했다.

그리고 그들이 쓰러지기 전.

타탁! 서걱!

빠르게 달려가 마지막 경비의 목을 잘랐다.

털썩!

네 명이 거의 동시에 바닥에 쓰러졌다.


-누구냐!


그때 안쪽에서 들려온 중후한 목소리에 대답 없이 석문을 열었다.

기기긱!

문을 열자 실내의 후끈한 열기가 덮쳤다.

열기에는 비릿한 혈향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는 발밑에 쓰러져 있는 경비병의 피냄새와는 달랐다.

좀 더 지독하고 끈적했다.


안으로 들어갔다.

석실의 중심에서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내 눈에도 거구라 느껴질 정도로 상대는 무척 컸다.


‘무슨 근육이 갑옷 같냐?’


사내의 전신은 단단한 근육으로 덮여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놈이 발가벗고 있다는 걸 알았다.

파팟!

그러는 사이 하뉴가 화를 이용해 벽면의 횃불에 불을 붙였다.

실내가 밝아졌다.

그제야 보이는 석실의 전경, 눈은 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가슴이 벌어져 죽은 소녀가 매달려 있었다.

똑!

그때 사내의 머리 위로 끈적한 피 한 방울이 떨어졌다.


‘피.’


다시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피칠한 모습이었다.

이때 머리를 스친 건, 바텐더와 마적단의 부관에게 들은 ‘대법’이라는 단어였다.


‘마적들이 납치한 사람들을 저런 식으로 사용한 건가? 이런 방식의 대법이 뭐가 있더라?’


머리가 맹렬히 돌았다.

하지만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만큼 난 마법에 무지했다.

생각을 멈추고 사내의 정체를 물었다.


“네가 레밍 노스턴이냐?”

“그렇다만, 음. 깨끗한 피군.”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근데 이 녀석의 시선은 내게 있지 않았다.

하뉴였다.

깨끗한 피라는 말도 그녀를 향해 한 말일 것이다.

그런 그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넌 누구지? 우리가 이 새벽에 불쑥 찾아올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네가 찾았다고 해서.”

“내가? 음, 남자를 찾았을 리 없는데.”

“3년 전쯤에 ‘이스터 에그’를 찾지 않았어?”

“‘이스터 에그’를 알아?”

“이렇게 말하면 되려나? 죽었다 깨어난 사람, 이 정도면 이 새벽에 불쑥 찾아와도 되지 않겠어?”


한 없이 고요했던 레밍의 눈에서 작은 파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표정만으로 생각을 읽는 재주가 없기에 직접 물었다.


“넌 전생 각성자냐?”

“... 전생 각성자? 그거, 참 어울리는 말이군. 그럼, 네 녀석도 전생을 각성했다는 말이겠군.”


이걸로 확인은 끝났다.

제대로 찾아왔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는지 피로 범벅된 얼굴에 하얀 치아가 드러났다.

웃은 것이다.


“누구 덕분에.”


물론 원한 각성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싫다는 말은 아니다.

덕분에 살아났으니.

그리고 더 강해졌으니.

오히려 고마운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건 진실을 몰랐을 때나 그런 것이고.

진실을 안 지금은 아니었다.


“너군. 내 물건을 훔쳐 간 쥐새끼 녀석이.”


봐라, 말하는 싸가지를.


“말은 바로 해야지. 훔쳐 가긴. 너희 가문에서 판 건데.”


다시 말하지만, 그동안 난 죽을 경험을 한 덕분에 전생을 각성한 줄 알았다.

‘이스터 에그’라는 유물의 존재도 어제 처음 알았다.

하지만 눈앞의 존재에게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훗, 이 영지에서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다.”

“자기 편한 대로 사는군. 그거 안 좋은 버릇이야.”

“난 그래도 된다. 이 땅의 주인이니까.”


이 새끼 많이 비틀렸네.

전생 각성자라는 녀석이 이 세계에 잘 적응한 것 같다.

아니면 애초에 이런 녀석이었던지.

아닌가?

이게 이 시대 영주들의 기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부럽네, 이런 J같은 사고방식을 하고도 멀쩡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게.


후웅!

그가 손을 공동 한쪽 벽에 거치된 거대 양손검이 그의 손으로 딸려 왔다.


“어째 여긴 죄다 아티팩트냐?”


소드마스터였던 스승님도 평생 가지지 못한 게 무기형 아티팩트였던 걸 생각하면 조금은 허무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스승님, 당신은 대체 어떤 삶을 사신 겁니까?’


무기형 아태팩트 하나 정도는 스승님의 무덤에 바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하하, 이걸 아는가? 그렇다는 건, 어제 크레센트문을 정리한 녀석이 너였나 보구나.”


적을 앞두고 웃는다?

여유가 넘치군.

그만큼 자신의 실력을 자신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나저나 녀석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은 고쳐줘야 했다.

토굴의 아티팩트는 다크문의 것, 실상 크레센트문에게서 얻은 아티팩트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네 말은 틀렸어. 크레센트문은 빈털터리던데? 대신 마적단이 제대로였어.”

“...그들을 만났나?”

“응, 단장으로 보이는 녀석은 죽였고, 나머지는 적당히 살려서 노예로 팔았어. 뭐, 덕분에 ‘이스터 에그’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유익한 시간이었지, 아마?”


그제야 레밍의 표정이 사늘해졌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하얀 치아도 사라졌다.

그래, 피칠한 얼굴에 하얀 치아는 선을 넘긴 했지.


“좋은 노예를 잃었군.”

“나쁜 노예던데.”

“내 것을 약탈해 간 녀석과 말장난하고 싶은 생각 없다.”

“나도 말장난하는 거 아니야.”


척!

레밍이 1.8m에 달하는 거검을 내게 겨누었다.

물론 긴장되진 않았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한 없이 거칠다 해도, 검을 맞대보지 않은 이상은 몰랐다.

그리고 검술에서만큼은 자신 있었다.


‘질 것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다만 걱정인 것은 지원군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이곳은 녀석의 안방이었으니.

그때였다.

그극! 치익!


“칸, 안심해. 이제 여긴 아무도 못 들어와.”


대지의 정령 토로 무슨 일인가 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걸 본 녀석이 피식 웃는다.


“어차피 부하들은 들일 생각도 없었는데, 쓸데없는 짓을 했군. 그래도 착한 일은 했으니, 네 여자는 피 한 방울 남김없이 내가 잘 먹어주마.”

“훗, 도발이냐?”

“진심이다.”


이 새끼 이거 진짜 진심인 거야?

레밍이 진지한 얼굴로 기세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차츰 올라가며 피부를 덮고 있던 핏물이 놈에게 흡수됐다.

이거 비슷한 걸 안다.

전생 각성자라고 하니, 설마 나와 같은 시대의 헌터의 기억인가?


“바바리안 버서커?”

“날 아는가?”

“널 아는 게 아니라 그 직업을 가진 헌터의 특징을 아는 거지.”

“흠, 그런가? 나에 대해 또 아는 줄 알고 기대했군.”


그렇게 말하며 거검을 살짝 비틀며 몸을 웅크린다.

거대한 근육에서 느껴지는 폭발적인 힘,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는 자세였다.

하지만 전투는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순간에.

지금처럼 상대가 전력을 끌어냈다고 해서 바로 받아주면 버릇 나빠졌다.

맥을 끊었다.


“그거 아냐?”

“...무엇을 말하는가?”

“바바리안 버서커 중 빌런 아닌 놈이 없었단 거. 그리고 그런 놈은 모두 죽었다는 거.”


아, 한 명 있긴 했다.

칼리버스, 망국의 헌터로 시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선두에 서서 몬스터를 상대했던 녀석이.

그의 희생정신이 썩 와닿는 건 아니지만, 당시 그의 영웅적인 희생은 닳고 닳은 내가 봐도 좀 멋있긴 했다.


“넌 누구지?”

“한지한.”

“모르겠군.”

“그러는 넌?”

“메튜 그라함.”


메튜? 참살자 메튜?

이명이 붙었다는 건 그만큼 강했다는 의미였다.


“크크크, 크크크. 쓰레기 새끼였네. 성격을 보니, 그 참살자가 맞는 것 같네.”

“날 아나?”

“뭐야? 넌 네가 얼마나 유명했는지 모른단 말이야?”

“각성한 기억이 21년이다. 그곳에서 난 몇 년을 살았지?”


호오, 각성이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이스터 에그’를 그렇게 찾았던 건가?

그걸 통해 전생을 완전히 각성하기 위해?

그렇다면 그의 지난 행동이 대충 이해됐다.

하지만.


‘이거 너무 순순히 부는데?’


그래서 더 의심이 들었다.


“무슨 꿍꿍이지?”

“뭐가 말인가?”

“너무 순순히 불잖아.”

“훗, 어차피 넌 여길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너무 자신감이 넘친다.

다른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마력을 퍼트려 석실 내부를 살폈다.

느껴지는 장치는 없었다.

다만 석실 전체에 은은한 마력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석실 전체에 마법을 펼친 것처럼.


‘동료가 있나? 마법사인가?’


“너 말고 다른 전생 각성자를 만났나?”

“그런 건 없다. 애초 유적에서 발굴한 ‘이스터 에그’는 두 개뿐이었으니.”


옳거니,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그럼, 너만 죽이면 다른 전생 각성자를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거네?”

“그건 또 모르지. 그동안 발굴한 유적이 이곳 하나만이 아니었으니.”

“이곳?”

“그래, 이곳. 여기가 유적이 발굴된 곳이었다. 나머지는 다 사라지고 이곳만 남았지.”


난 새삼스러운 눈으로 석굴 안을 살폈다.

바라마지않던 유적이지 않던가.


‘현실에 남았다면, 이것도 유물일까?’


석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은은한 마력의 파장, 이곳이 유물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걸 들고 다닐 수는 없었다.

그럴 능력도 안 됐고.


“부서지지 않는다.”

“응?”

“어떤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는다. 이 석실은.”

“아···. 근데 그걸 왜 말해주지?”

“말했다시피, 어차피 넌 여기서 죽을 테니까.”


녀석이 징그럽게 다시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자신감이 과하긴 한데, 그 만큼 실력이 있을지 모르겠군.”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의 몸에서 혈기가 피어올라 검에 스며들었다.

오러 소드.


‘마력 낭비가 심하군.’


21년의 기억이 사실인 것 같다.

내 기억에 빗대어 보면 그중 대부분은 비각성자 시절의 기억이겠지.

난 오른손에 대검, 왼손에는 이든의 단검을 들었다.

아티팩트는 아니었다.


“쌍검? 겉멋만 들었군.”

“내가 좀 유행에 민감해서.”

“시답잖은 소리는. 핫!”


전면을 가르는 검은 정직했다.

우직하게 검만 휘두른 태가 너무 났다.


‘전투 경험은 거의 없나 보군.’


몸에 쌓인 기운은 무시할 바가 아니었지만, 경험은 무시해도 될 정도였다.

이는 한지한으로 쌓아온 경험이 말해주고 있었다.


끼긱! 깡!

대검을 비스듬히 세워 레밍의 대검을 막았다.

패링에 미끄러진 거검이 방향을 잃고 석실 바닥을 찍었다.

이어 훤히 드러난 녀석의 옆구리에 무릎을 박았다.

퍽!


“커헉!”


두 걸음 물러난 녀석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놀란 표정이었다.


“왜 그런 표정이지?”

“감히! 네놈이 날 쳐! 이익!”


뭐지 이 병신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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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레밍 노스턴. +6 24.04.04 3,537 114 12쪽
19 19. 생매장. +3 24.04.03 3,820 97 12쪽
18 18. 마적단 본거지. +5 24.04.02 3,938 1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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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금제. +3 24.03.24 5,526 1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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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찾으면. +4 24.03.21 6,563 1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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